‘저놈 저거 균열에서 나온 게 아니잖아?’
그랬다.
조금 전 내 균열에서 튀어나온 아울베어는 곧바로 등을 돌리고 몬스터들을 공격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놈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소환수들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던 게이트를 통해 나온 몬스터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런 아울베어가 내 균열을 통과해 버린 순간 마력이 빨려 들어가며 녀석과 내가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변했어?”
그랬다.
전생의 내 균열은 그 무엇도 통과시키지 않았었다.
오로지 나올 수 있을 뿐 가까이 다가간 녀석들은 벽에 막힌 듯 더는 나아가지 못할 뿐이었으니까.
다시 한번 해보자.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균열을 열어 확인을 해보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다.
저기가 좋겠지?
게이트의 바로 앞.
떠밀리듯 튀어나오는 몬스터들 정 중앙에 균열을 열어버리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좀 더 앞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 도련님?”
“뭐?”
“모여! 도련님을 보호해!”
뒤쪽에 빠져 잠시 쉬며 마력을 보충하던 길드원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호위하듯 둘러싸기 시작했다.
“왜 이래? 마저 쉬어.”
“위험합니다. 앞쪽으로 이동하실 거면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됐어. 그냥 쉬고 있어. 뭐 좀 잠깐 확인하고 바로 빠질 거야.”
“그럴 순 없습니다. 저희가 호위하게 해 주십시오.”
“맘대로 해라.”
말려도 도통 듣지 않는 길드원들을 보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점차 앞으로 나서는 나를 중심으로 길이 열리고 마침내 소환수들의 뒤쪽에 도착한 나는 소환수와 몬스터들이 격돌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게이트 앞 5m.
그곳에 마력을 집중하며 점차 성질을 변화시키자 그 주변 몬스터들이 피하기 위해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콰직! 푸확!
놈들이 터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은 나는 완전히 열린 균열을 주시했는데, 순간 떠밀리듯 내 균열을 통과하는 녀석들을 보며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한순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했으니까.
“크윽!”
평소 소환되던 몬스터들에게 소모되는 마력이 아니었다.
적어도 세배 이상의 마력이 소모되는 걸 느낀 나는 간신히 균열을 겨우 유지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건? 마력 말고 뭔가 또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오오~”
“몬스터가 몬스터를 공격한다!”
순간 나를 호위하던 길드원들의 놀라는 소리와 함께 함성이 터졌다.
내 균열을 통과한 몬스터들이 본능적으로 주변 몬스터를 적으로 인식하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뒤에서 공격하는 내 부하가 된 녀석들 때문에 몬스터들이 혼란에 빠지며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졌고, 이어서 서로를 마구 공격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찾아왔다.
문제는 내 마력이 겨우 수십 마리의 중 하급 몬스터 때문에 모조리 소모되었다는 거였다.
중 하급 몬스터라면 저 정도 수는 아무렇지 않게 감당할 수 있음에도 몸속의 마력이 벌써 텅텅 비어 있었다.
3배? 아니 4배는 되는 것 같은데?
내 균열은 진작에 사라졌지만, 몬스터들끼리의 싸움은 아직 진행형이었다.
소환수들 역시 그곳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는데, 나조차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 대단하십니다. 역시 세계랭커!”
순간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나를 호위한다고 따라온 길드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보며 모두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저놈들 싸움이 멈출 때까지 잠시 쉬어!”
“네!”
“크워웍!”
길드원들과 소환수들의 대답을 들은 나는 품에 넣어둔 마력 포션을 꺼내 한 번에 들이키며, 마력이 차오르길 기다렸다.
현자의 돌 덕분에 빠르게 마력이 차오르는 걸 느낀 나는 생각보다 피해가 적게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련님! 저거 뭐에요?”
내 옆에 모습을 드러내며 묻는 현지.
“나도 몰라. 공격용으로 써봤는데, 내 소환수가 되어버리더라고.”
“헐! 그럼 그냥 저기에 도련님 균열만 열어 놓으면 끝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안될 거 같아. 마력이 평소보다 몇 배로 소모돼서 버티질 못해.”
“아! 아깝다. 저기서 나오는 것들 다 도련님 걸로 만들면 세계정복도 가능할 거 같은데…….”
현지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걸 해서 뭐하게?”
“네? 멋있잖아요.”
“오래는 살겠네. 욕만 엄청 먹어서.”
“어? 미노타우로스다!”
현지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소 대가리를 한 미노타우로스가 몬스터들을 짓밟으며 이쪽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서 저거나 처리해.”
“네!”
순간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현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그때 미노타우로스의 앞에 뚱이가 나타났다.
쾅!
미노타우로스의 거침없는 돌진이 뚱이에게 가볍게 저지당했다.
한 손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저지한 뚱이가 이어서 남아 있는 손을 굳게 쥐어 내려치는 순간.
푸확-
가볍게 내려친 듯한 뚱이의 공격에 미노타우로스의 머리가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잔해를 이리저리 튀기는 모습을 보던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뚱이가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바로 이것이었다.
미노타우로스의 등급은 S급.
비록 하급에 위치하고 있긴 했지만, S급은 S급.
그런 미노타우로스를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가볍게 처리했다는 건 대단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얼마 전부터 수아의 버프를 받기 시작한 뚱이가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정도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잠깐?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 육체 자체가 강해졌다는 소리잖아? 설마 벽을 넘은 거야?
육체적 성장이 오래전에 멈춰버린 뚱이의 주 성장은 마력의 향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지금 모습은 분명하게 육체가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벽을 넘어섰네? 전생에서도 넘어서지 못했던 벽을.
“많이 변했네. 나도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
그 앞에 열리는 균열.
같은 몬스터를 공격하는 내 소환수.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에 점차 막아내기 수월해지던 그때 몬스터의 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오는 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음에도,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란 건가?
“와이번!”
순간 게이트를 통해 튀어나오는 와이번을 본 나는 왕눈이에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비는 해놨지만, 만약에라도 놈이 천장을 부수고 밖으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곳의 일이 알려질지도 몰랐다.
다행히 내 외침에 왕눈이의 눈 중 하나가 와이번에게 향했고, 공중에서 그대로 멈춰버리는 와이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어서 천장에서 실이 뿜어져 나오며 와이번을 묶어 버린 채 그대로 끌로 올라가는 걸 확인한 나는 내 전략이 통한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었다.
거미류 하나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그 수가 수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비행형 몬스터의 경우 왕눈이가 염력으로 묶고 바로 거미들의 거미줄을 이용해 제압하는 전략을 세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헉- 헉-”
주변에서 숨을 몰아쉬는 길드원들을 보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몬스터의 수가 만 마리를 훌쩍 넘고 있었다.
점차 지쳐가는 길드원들과 소환수들을 보며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빠지지지직-
몬스터들의 중앙에서 뇌전이 솟구치며 주변에 퍼져 있던 몬스터들을 재로 만드는 모습이 보였는데, 펜릴 조차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았다.
몬스터의 수가 일정 수를 넘을 때마다 뇌전을 사용한 펜릴은 지금까지 백여 번이 넘는 뇌전을 방출했고, 거기다 이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범위를 조절해야 했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피로한 상황일 게 틀림없었다.
어떻게든 쉴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샤크!”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가족들에게 붙여둔 샤크.
결국, 샤크를 불러들여야 하는 사태까지 와 버렸다.
“저것들 혼자 막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막아봐.”
내 대답에 고개를 내민 샤크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게이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 점차 자신의 웅덩이를 늘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게이트의 입구와 비슷한 크기로 불어난 샤크의 그림자는 이어서 그 위를 지나가는 몬스터들을 옭아매고 그대로 그림자 늪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늪에 빠진 수많은 작은 생명체와 같은 모습에 안심하곤 주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앞에 있는 놈들만 처리하고 바로 쉬어! 빠져나오는 것들은 뚱이에게 맡기고!”
참 특이한 게 뚱이만 멀쩡했다.
마치 무한한 체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한 소환수들과 길드원들이 그대로 주저앉아서는 격한 숨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며 무슨 수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자리의 이점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건물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써야 함은 물론 그로 인해 대규모 전투에 특화된 임프를 써먹지도 못한 채 강화에만 투입해야 하는 것이 정말 뼈아팠다.
거기다 최대 전력인 왕눈이 역시 몬스터를 지휘하는 것과 길드원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밖에 없었기에 남은 자들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왜 굳이 이곳을 고집해야 하지?
“왕눈아!”
지금껏 이상한 관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것들이 공격이고 우리가 방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왕눈이에게 이리 오라 손짓한 나는 나 자신이 멍청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 그거 또 쏠 수 있어?”
긍정하는 왕눈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조금 있다가 저 안에다가 박아 넣어. 알았지.”
지금 당장은 소환수들과 길드원들이 휴식을 취해야 해서 안 되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이후에는 괜찮을 거다.
계획을 세울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아저씨!”
한쪽에서 길드원들과 함께 쉬고 있던 아저씨가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왜?”
명철 아저씨 역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몬스터를 막아내느라 힘에 부쳤는지 짧게 되물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이대로라면 언제까지고 쉬지도 못한 채 저놈들을 막다 과로사할 거예요.”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으냐? 이 일을 밖에 알린다면 또 모를까?”
아저씨는 그것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것 말고도 방법이 있어요.”
“정말이냐?”
아저씨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네. 이쪽에서 저쪽을 공격하는 거예요.”
“뭐? 저쪽을 공격한다고? 어떻게?”
“저놈들이 이쪽으로 넘어온 것처럼 우리가 넘어가는 거죠.”
“뭐?! 설마 저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이냐?”
내 말에 어이가 없으신지 그대로 물어오는 아저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소환수들이 제대로 힘을 내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 돼! 저 안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아니! 들어갈 수나 있을지 의문이구나!”
아저씨의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저걸 거대한 균열이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저것은 문이었다.
균열이 아닌 이곳과 저곳을 완전히 연결하는 문.
균열의 경우 일방통행만이 가능했지만, 게이트의 경우 당연히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있었기에 걱정할 건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제 소환수를 보내보고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 진입하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아저씨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해보고 생각해 봐도 늦지 않으니까 지켜보세요.”
“그럼 어떻게 저놈들을 뚫을 생각이냐?”
“왕눈이 있잖아요.”
“설마 저 균열에 그 괴랄한 공격을 하려고? 그러다 저 균열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큰일이 벌어질 거야.”
아저씨는 균열을 부수고 지나갈 왕눈이의 공격이 우려되는지 나를 계속해서 말렸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이트는 절대 파괴되지 않으니까.
아마 왕눈이 100마리가 공격해도 끄떡없을 거다.
“일단 지켜보세요. 다 왕눈이 뒤로 물러나!”
“선우야! 너무 위험해!”
아저씨는 많이 불안한지 나를 말리려 했지만, 사실을 아는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길드원들과 소환수들을 보며 왕눈이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왕눈이.
“샤크! 내가 신호하면 바로 피해!”
샤크의 그림자가 꿀렁거리는 걸 보니 샤크도 이제 한계가 온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샤크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림자 속이 무한이 아닌 이상 계속해서 몬스터를 집어삼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몬스터를 분해하는 속도보다 몬스터가 들어오는 속도가 빠르면 아무리 샤크라고 해도 한계는 있을 테니까.
“왕눈아, 시작해!”
내 지시에 곧바로 레이저들을 뭉치며 증폭을 시작하는 왕눈이는 최대한의 공격을 하려는 건지 조금 전과 비슷한 정도의 마력 증폭을 시작했는데, 전과 다르게 바로 뒤에서 그 마력을 느끼던 나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너희들도 준비해. 바로 진입할 거야! 알았어?”
내 물음에 대답하는 소환수들의 괴성을 들은 난 이어서 소리쳤다.
“샤크 피해! 뚱이도!”
순간 자리를 이탈하는 샤크와 뚱이를 보던 나는 둘이 완전히 자리를 벗어나는 걸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쏴!”
쿠웅-
순간 왕눈이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왕눈이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는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쏘아져 나가던 파괴광선이 게이트에 도달한 찰나의 순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잘못 본 건가?”
분명 레이저가 게이트에 도달한 순간, 수십 갈래로 나뉘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왕눈이에게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내가 본 게 정확하다고 긍정의 뜻을 보내주었다.
“뭐해! 진입해!”
이어서 소환수들을 보며 소리치자 가장 먼저 뚱이가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고, 이어서 샤크와 펜릴, 샤벨이 안으로 사라졌는데 문제는 지안이가 샤벨과 함께 게이트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거였다.
“아! 저, 저거…….”
명철 아저씨가 지안이 샤벨과 함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을 즈음.
“저도 다녀올게요!”
현지가 게이트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대로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여간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니까.
“현지야!”
아저씨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현지를 불렀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안 돼! 현지야!”
마치 비운의 주인공처럼 절규하는 아저씨를 보던 그때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지안이었다.
“상무님 큰일! 진짜 큰일 났어요!”
“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선우야 이번만큼은 네가 틀린 것 같구나!”
지레짐작하는 아저씨를 잠시 보던 나는 지안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엄청 많아요! 몬스터가…….”
“나도 알아.”
“아니요. 상무님이 예상하시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아요. 지금껏 나온 몬스터의 열 배를 가볍게 넘어설 정도로 시커멓게 몰려 있다고요! 어디를 봐도 몬스터뿐이에요!”
“뭐? 열 배?”
무슨 소리야? 열 배라니?
내가 알기로는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 나온 몬스터는 많아야 3만 정도였다.
이제 만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지안의 말에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를 잘못 파악한 거 아니야?
“다, 다들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안쪽이 순식간에 밀려 버릴지도 몰라요!”
“일단 들어가 봐야겠네. 아저씨 길드원들 수습되는 데로 바로 진입해 주세요!”
명철 아저씨에게 소리친 나는 곧바로 게이트 속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