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214)

게이트를 넘어 어비스에 도착한 나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뻗어 있는 절벽의 모습 때문이었다.

여긴 어디야?

전생에 서울과 연결된 어비스의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높은 이 절벽은 전생에서조차 본 적이 없었기에 이곳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

“펜릴!”

펜릴을 부른 나는 이어서 펜릴을 타고 날아올랐다.

그냥 봐도 많아 보이긴 했지만, 대충 그 수 정도는 파악해놔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인데.

“이, 이게 무슨…….”

시야에 들어오는 압도적인 수의 몬스터들을 보며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디를 봐도 몬스터 뿐이었다.

지안의 말대로 10만을 가볍게 넘기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왕눈이의 레이저가 만들어 놓은 수십 갈래의 거대한 길조차 순식간에 메워버리는 몬스터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합류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까지 본 나는 마치 몬스터와 인간의 종족전쟁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저것들이 전부 몬스터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하듯 입을 연 나는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눈! 그래 그 눈부터가 이상했어.’

들어본 적조차 없는 현상.

그리고 이어서 나타났다는 문의 환영.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다 이곳은 전생의 서울에 열린 그 위치가 아니었다.

장소가 바뀌었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일단 다시 돌아가자!”

펜릴에게 돌아가라 지시하는 내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이곳은 북단이야. 남단이 아니라.’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어두워지는 어비스는 애초에 태양이란 것이 없었다. 아니, 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애초에 지구처럼 둥근 모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학계의 발표가 있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곳.

어떻게 빛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밝기를 보면 이곳은 분명 북단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게이트가 열려 버린 것 같은데?”

혼잣말을 하며 펜릴에서 내리고 있는 나에게 지안이 다가왔다.

“도련님. 끝이 없어요. 종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몰려 있다고요.”

펜릴에게 최대한 날뛰라 지시한 나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명철 아저씨를 발견했다.

“정말 신기하군. 또 다른 세상이라니? 예상은 했지만,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명철 아저씨와 길드원들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지금 이곳에 몰려 있는 몬스터의 수가 10만을 가볍게 넘긴다고요.”

“뭐? 10만?”

10만이라는 수에 멍한 표정을 짓던 아저씨는 표정을 급변하며 나에게 급히 물어왔다.

“10만이라고? 몬스터의 수가 10만이 넘는단 말이냐?”

“네. 그것도 계속 불어나는 중이고요.”

경악하는 아저씨와 길드원들을 보며 일단 그들을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등을 돌려 돌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막아야 해요. 안쪽에서는 절대 못 막아요. 저기 멀리 보이는 큰놈들이 한 번에 들이닥치면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요. 그렇게 되면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옥이 돼버릴지도 모른다고요.”

군데군데 보이는 초대형 몬스터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두가 등을 돌려 몬스터들을 살피다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에틴?”

“레서 드래곤?”

“저, 저기 싸이클롭스가…….”

“하, 한둘이 아니야!”

샤크와 왕눈이, 펜릴이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지만, 몬스터들의 수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한 번에 수십에서 백여 마리까지 처리하고 있음에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바로 공간을 메워버리는 몬스터들은 솔직히 징그러울 정도였다.

“현태야! 현태 어딨어!”

“네! 도련님 저 여기 있습니다.”

벌써 팀을 이뤄 소환수들 사이에서 몬스터를 처리하던 현태는 몬스터의 체액을 잔뜩 뒤집어쓴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가서 임프들하고 고블린들 데려와!”

“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대량학살이 가능한 임프 같은 몬스터였다.

분명 펜릴을 타고 몬스터들을 살필 때 군데군데에서 임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물형 몬스터와 함께 움직이던 많은 수의 임프들을.

“현지! 현지야!”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 현지는 아마 깊숙한 곳까지 진입해 강한 몬스터 위주로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저씨! 그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일단 막아야 한다고요!”

“그, 그래. 다들 따라와!”

길드원들을 데려가 지시를 내리며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아저씨를 보며 무전기를 들어 올리던 나는 아차 했다.

“이런 씨!”

마나 기반 배터리가 아니면 이곳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거기!”

“네? 네!”

아저씨가 정보의 전달을 위해 대기시킨 길드원들에게 급히 입을 열었다.

“나가서 마나 기반으로 작동하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전기하고 드론하고 모니터 전부 가지고 와!”

“네!”

급히 게이트로 뛰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현태가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데려왔습니다.”

“잘했어. 임프들 데리고 바로 합류해!”

“네!”

임프들과 함께 바로 전투에 합류하는 현태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나는 고블린들에게 입을 열었다.

“저 안에 들어가서 임프하고 똑같이 생긴 애들 데려와. 절대 죽이면 안 돼. 기절만 시켜서 데려와.”

“키엑!”

순간 모습을 감추며 사라지는 고블린들을 보며 자리에 주저앉은 나는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입을 열었다.

“나 절대 건들지 마. 알았지? 누가 나 찾으면 기다리라고 해.”

“네!”

그들의 대답을 들으며 눈을 감은 나는 몸속의 마력을 깨워 천천히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어비스가 열린 후 각성자들의 수준이 올라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전투 경험을 통해 강해지는 것과 지구의 마나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어비스의 마나 덕분이었다.

출력이 적어도 2배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는데,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원래는 서서히 어비스의 마력에 적응을 시킨 후에 천천히 마력을 바꿔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마력을 배출해 버린 나는 그대로 어비스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생소한 마나에 육체가 놀라며 고통을 유발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마나를 빨아들여 내 육체에 맞게 변화시키던 나는 점차 마력의 양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며 고통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후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구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막대한 마나가 어비스 전체에 퍼져 있었으니까.

모든 마력을 어비스의 마력으로 교체시킨 나는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감겨 있던 눈을 뜬 후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한쪽에 쌓여 있는 십여 마리의 임프들을 발견한 나는 고블린들이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한쪽에 곧바로 균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력을 움직였다.

“크윽-”

마력이 내 몸을 타고 이동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마력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으니까 저 임프들 내 균열에 던져 넣어.”

나를 걱정하는 길드원들을 안심시키며 지시를 내려야 했다.

시간이 부족할지도 몰랐으니까.

“네? 네!”

곧바로 임프 쪽으로 이동한 길드원들이 임프들을 안아 들고 내가 열어놓은 균열에 하나씩 던져넣기 시작했을 때.

“컥!”

온몸을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

거대한 종을 치는데 그 안에 내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잠깐! 조금만 쉬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급히 그들을 말려야만 했다.

“네!”

포션을 그대로 들이킨 나는 어비스의 마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내 생각보다 더한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 생각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네?’

새로 받아들인 마력의 잔재 때문에 회복 속도가 더뎌야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회복되는 걸 느낀 나는 그 원인을 찾다 목에 걸려 있는 현자의 돌을 발견했다.

이것 때문인가?

“다시 시작해!”

“네!”

몸이 회복되어서인지 고통이 좀 줄은 느낌을 받았지만, 내 균열을 통과하는 임프의 수가 증가할수록 점차 고통이 커지기 시작했다.

고통을 견디며 임프들을 내 지배하에 두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던 도중 고블린들이 나타나 납치해 온 임프들을 내려놓았다.

“잠깐만! 좀 쉬고!”

마력도 어느 정도 소모된 것이 느껴졌기에 잠시 마력을 보충할 겸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작업을 반복했다.

“도련님 저 찾으셨어요?”

임프의 수가 30을 넘어섰을 무렵 현지가 나타났다.

“어! 마침 잘 왔어. 너도 얼른 가서 임프 좀 납치해 와!”

“네? 납치요?”

“그래. 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지으려면 임프가 필요해! 아주 많이!”

“아! 네!”

다시 모습을 감추는 현지를 보며 이어서 작업을 이어가기 시작하던 그때.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머릿속에 있는 뭔가가 조금 줄어든 느낌에 의문이 들었다.

‘이게 뭐지?’

솔직히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기에 무시하고 있었는데, 임프들을 지배하에 둘 때마다 조금씩 빠져나가는 이상한 기분에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임프들 포션 먹여서 깨우고 바로 현태에게 보내.”

“네!”

“저것까지만 하고 좀 쉬자.”

길드원들이 남아 있는 마지막 임프를 내 균열에 던져 넣었을 때였다.

지금껏 느꼈던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충격이 몸을 강타함과 동시에 머릿속에 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소모되어 버린 걸 느낀 나는 급히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나 좀 쉴게!”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고, 눈, 코,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기 시작하는 걸 확인한 나는 회복 포션을 하나 더 복용한 후 그대로 대자로 뻗어 버렸다.

마력은 그렇다 쳐도 이건 도대체 뭐야? 정신력? 의지력?

어이가 없었다.

모두 소모되어 버린 뭔가 때문인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며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는데.

이건 포션의 부작용 따위가 아니었다.

지금 상황이 전혀 위험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위기감이 사라져 버렸고, 생각이란 것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의지라는 것이 사라진 것처럼.

이대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정도로…….

* * *

“도련님!”

“응?”

나를 부르는 현지의 목소리에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떠졌다.

“지금 주무시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

“뭐? 왜?”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고요!”

주변을 둘러본 나는 순간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여기 어비스 안이지?

그 이상한 느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모든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어? 상황은?”

“도련님 거의 다섯 시간은 잠들어 계셨어요. 덕분에 점차 밀리는 중이에요. 특히 소환수들의 피해가 너무 심해요.”

내가 5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고?

“납치해 온 임프는?”

“저기요.”

어? 뭐야 저건?

현지가 가리킨 곳에 작은 산 같은 게 보여 고개를 갸웃했는데, 자세히 보니 임프들을 쌓아놓은 거였다.

저게 몇 마리야? 백은 가볍게 넘겠는데?

생각과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려 균열을 만든 나는 급히 소리쳤다.

“다 던져! 나 신경 쓰지 말고!”

“네!”

내 외침에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길드원들이 일어나 임프들을 균열에 던져넣기 시작함과 동시에 고통을 느껴야 했지만, 충분히 쉬어서인지 견딜 만했다.

다만 수가 늘어날수록 통증이 점차 심해졌고, 반 정도를 지배했을 때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입가로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참아야 했다.

마력이 모두 소모된 후에도 인피니티 링에 있는 마력까지 꺼내 사용했는데, 둘의 성질이 달라서인지 몸속에서 작은 충돌을 만들며 나에게 아찔한 고통을 선사했다.

마치 몸속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멈춰!”

순간 현지의 외침에 길드원들의 행동이 멈춰버렸다.

“도련님! 괜찮으신 거 맞아요?”

“괘, 괜찮으니까 하던 거 해!”

내 외침에 길드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쳐버렸다.

“뭐해! 마저 하라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최대한 많은 수의 임프를 지배하에 두어야만 했다.

“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임프를 다시 던져넣기 시작하는 길드원들.

나를 강타하는 고통에 얼굴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는 현지는 내 이런 모습을 처음 봐서인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끝났습니다!”

순간 들리는 외침에 마력을 끊어버리고 눈을 감으며 그대로 대자로 누워버렸다.

“크윽-”

몸속이 불타는 것만 같은 통증에 겨우 숨을 내쉬던 그때 내 입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슬며시 눈을 뜨자 현지가 내 입에 포션을 쏟아버리듯 붙는 모습이 보였다.

꿀꺽꿀꺽 전부 받아마신 후 붙어버린 것만 같은 입술을 벌려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내 걱정 그만하고 가서 막아.”

“네…….”

가만히 누워 통증이 좀 가실 때까지 기다린 나는 시간이 좀 지나자 통증이 가라앉은 걸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임프들 전부 깨워!”

“네!”

포션을 사용해 임프들을 깨우기 시작하는 길드원들을 보던 나는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점차 약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모두 무시해 버렸다.

의지 따위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하나둘 깨어나는 임프들을 내 앞에 정렬시키기 시작한 나는 마침내 모든 임프가 내 앞에 모여들었을 때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현태 어딨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와!”

임프들을 이끌고 현태에게 향했다.

수가 백이 훌쩍 넘는 임프들을 이끌고 현태에게 향하던 나는 저 멀리 임프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현태야!”

“응? 아! 도련님!”

내 부름에 대짜로 뻗어 있던 현대가 겨우 고개를 드는 모습을 본 나는 현태가 포션을 너무 많이 복용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이 힘드냐?”

“아닙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

“상황은 어때?”

“몬스터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벽이 만들어져서인지 몰려드는 몬스터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내 눈에도 보였다.

몬스터의 시체로 만들어진 길 다란 산맥이.

“얼마나 처리한 것 같아?”

“새로 보급된 무전기의 보고에 따르면 3만 이상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다 펜릴과 왕눈이, 샤크가 처리한 몬스터를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 배 이상이라고 판단됩니다.”

생각보다 많이 처리했구나? 하긴 5시간이 지났는데…….

“일단 좀 쉬어라. 포션은 그만 먹고.”

“네…….”

“아! 버서크 포션 누가 가지고 있냐?”

“쓰시게요?”

“그래. 임프들 먹이고 한방에 정리할 생각이야.”

“잠시만요. 박천수! 박천수 어딨어!”

현태가 크게 소리치자 한쪽에 몰려서 쉬던 길드원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대장!”

“포션 가지고 이쪽으로 와!”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던 천수가 급히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가지고 온 버서크 포션 전부 꺼내.”

“네!”

가방에서 큼지막한 상자를 계속해서 꺼내는 그는 이어서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보라색의 포션이 잔뜩 들어 있었다.

“임프들 모두 집합!”

크게 외치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임프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재들 왜 저래?”

“그게……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아서 포션을 좀 먹였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해져서요…….”

자기도 무안한지 고개를 떨구는 현태를 보던 나는 임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으로 내 명령을 듣겠다고 기어오는 임프들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지금 상황에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거기! 이리 와서 이거 임프들에게 전부 먹여!”

버서크 포션.

버프 포션의 개량 전 버전의 이름을 버서크 포션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것으로 임프들의 무기력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마력의 증폭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임프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물론 포션의 약효가 끝나면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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