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너희들이 할 일은 모래로 이루어진 쓰나미를 만드는 거야.”
내 앞에 모여 있는 2백여 마리의 임프들을 보며 쓰나미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울을 침몰시킬 정도의 지진으로는 저 수많은 몬스터를 전부 쓸어버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새로운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
그게 바로 모래 쓰나미였다.
A급 이상의 몬스터 정도 되면 웬만한 지진 따위에는 끄떡없을 테니까.
물론 S급 이상의 몬스터는 따로 처리가 필요할 거다.
“끼익!”
“끽!”
바닥의 모래를 이용해 쓰나미의 형태를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이걸 아주 크게 만드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니다. 한번 해봐. 크게 말고 작게.”
버서크 포션을 먹어서인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임프들 중 맨 앞에 있던 임프가 대답과 동시에 내가 보여준 쓰나미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뀨!”
뀨? 뀨라니? 그러고 보니…….
맨 앞에 나서서 작은 쓰나미를 만들어내는 임프는 다른 임프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피부색부터가 달랐는데, 일반적인 임프들보다 더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임프의 피부가 하얗긴 했지만, 완전히 하얗진 않고 연한 베이지색의 피부였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은 마치 눈처럼 완전한 백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키가 내 무릎 정도인 일반 임프에 비해 조금 더 작았는데.
“너 뭐냐?”
나도 모르게 말을 할 리 없는 임프에게 물음을 던졌다.
“뀨?”
또다시 ‘뀨?’거리는 녀석을 보며 뭔가가 생각날 듯 말 듯 한데.
‘아! 설마 요놈이 그 하이임프란 놈인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임프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대장 노릇을 하는 개체가 따로 있다는 걸.
임프들에게 몰살당한 길드가 건드린 부족이 바로 하이임프가 존재하던 부족이었다.
S급조차 순식간에 당했다는 게 이상해 이유를 조사하던 도중 발견됐다는 특이 개체.
‘어쩐지 임프가 엄청 많더라니…… 분명 수가 300 정도의 대 부족이라고 했었나?’
아찔했다.
만약 임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공격했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가?”
만약 이놈이 이곳이 아니라 저곳에 있었더라면, 내가 계획한 쓰나미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반대로 이쪽이 큰 피해를 보았을 수도 있었다.
하이임프는 자신만의 힘이 아닌 일반 임프의 힘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쪽에서 만들어낸 쓰나미를 도로 이쪽으로 보내 버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임프들을 내 균열에 던져 넣을 때 이상하리만치 강렬했던 통증을 느꼈었는데, 이놈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이제야 좀 설명이 되는 것 같네?
저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몰려 있는 이유는 역시나 내 생각대로 전생의 인류가 진출했던 곳보다 더욱 북쪽에 위치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이임프가 있던 부족이 발견된 장소 주변에서 악마종들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이곳이 어디쯤인지 대충 유추가 되었다.
설마 중층과 연결된 건 아니겠지? 아, 몰라! 일단 저것부터 처리하고 보자.
“전부 따라와!”
나는 임프들을 이끌고 격전지의 중앙으로 향해 명철 아저씨를 찾았다.
“명철 아저씨!”
“서, 선우야.”
“괜찮으세요?”
“그래. 아직은 괜찮다.”
“음-”
“다만 다들 너무 지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몬스터들의 체액을 잔뜩 뒤집어쓴 아저씨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대형 몬스터의 몸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는지 얼굴조차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에 끝낼 생각이니까요.”
“한 번에? 어떻게 말이냐?”
“임프들 보이시죠? 얘들을 이용할 거예요.”
“임프라? 응? 그러고 보니 임프의 수가 왜 이렇게 많아졌느냐?”
아저씨는 내 뒤에 잔뜩 몰려 있는 임프들을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있는 것들이 다 제 재료들이잖아요.”
“설마 저쪽에 있는 것들을 지배했다는 거야?”
“네.”
“허! 그런데 왜 하필 임프냐? 다른 좋은 녀석들도 많았을 텐데?”
의아하다는 듯 물어보시는 아저씨는 임프에 대해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직 모르세요? 임프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걸요?”
“그래 봤자 임프가 아니냐? 임프를 가지고 뭘 할 수 있다고…….”
이게 문제였다.
보통의 각성자들은 임프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균열을 통해 나오는 임프가 적기도 했지만, 한 번에 나오는 수가 최대 셋을 넘어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강함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는 것.
임프에게 나오는 마석의 등급에 비해 처리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기에 임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켜보세요. 아마 임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 테니까요.”
“그, 그러냐?”
여전히 믿지 않으시는 아저씨는 아마 잠시 후에 정말 깜짝 놀랄 거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는 모습 때문에.
“제가 신호하면 일선에서 몬스터들 상대하는 길드원 전부 뒤로 빠지게 해 주세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너의 소환수가 순식간에 쓸려 나가 버릴 거다.”
“어쩔 수 없죠. 제가 저 녀석들을 데리고 있던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잠시 시간을 끌어줄 존재들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좀 아깝긴 했다.
하지만, 내 균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이상 더는 일반 소환수들에게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몬스터를 내 균열에 통과시키면 얼마든지 소환수를 늘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럼 어쩔 수 없죠.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수밖에…….”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성공률을 높여줄 하이임프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임프들만으로는 S급 이상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이임프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긴 어차피 더는 버티지 못할 상황이긴 하구나.”
“네. 일단 길드원들에게 빠질 준비 하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아저씨가 길드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사이 나는 일반 소환수를 제외한 모든 소환수들을 불러들였다.
뚱이, 왕눈이, 펜릴, 샤크, 샤벨, 고블린들, 마지막으로 현지와 지안까지 불러들인 나는 임프들을 보며 외쳤다.
“준비해!”
“이쪽도 전부 빠졌다!”
명철 아저씨의 외침에 나는 임프들을 보며 소리쳤다.
“시작해! 전력으로!”
“뀨!”
대표로 대답하는 하이임프가 소리치자 땅에 손을 데고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서로의 마력을 증폭시키기 시작하는 임프들.
“허! 이게 무슨!?”
점차 증폭되어가는 마력의 양에 명철 아저씨의 감탄이 터져 나오던 그때 마지막으로 하이임프가 땅에 손을 데자 지금까지와 다르게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왕눈이를 가볍게 넘어서겠는데요?”
마력에 민감한 지안이 나에게 물어왔는데, 내 생각도 그랬다.
왕눈이가 증폭시켰던 마력의 수 배를 넘어 수십 배에 해당하는 마력이 땅에서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뀨!”
하이임프의 외침과 함께 앞쪽의 땅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내 소환수와 몰려들고 있던 몬스터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쿠구구구구구-
땅에서 커다란 울림이 들려오며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만 저쪽과 이쪽의 진동이 다르다는 거였다.
이쪽은 작은 흔들림이었지만 저쪽은 울렁거리는 땅이 점차 높이를 높여가고 있었는데 그 높이가 백 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푸화확- 쿠과과과-
고막을 강타하는 굉음과 함께 백여 미터까지 치솟아 오른 땅이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수 km에 달하는 길이와 거의 100m에 육박하는 거대한 높이를 가진 쓰나미가 모습을 드러내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모래로 이루어진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그 경이롭고 장엄한 모습에 명철 아저씨가 멍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 이게 임프라고?”
명철 아저씨의 허탈한 음성을 듣던 나는 쓰나미가 지나간 곳을 살펴보았지만, 보이는 거라곤 흙과 돌뿐이었다.
쓰나미의 위력에 모든 몬스터가 갈려 나가며 그대로 땅속에 매장되어 버린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왕눈이와 샤크, 뚱이조차 황당하다는 듯 임프들과 쓰나미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놀랐다.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위력 때문에.
십여 미터 정도를 예상했기 때문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하이임프의 힘인가?
“아저씨. 바로 뒷정리 좀 부탁드려요.”
“아! 알았다.”
멍하니 있던 아저씨는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곤 바로 대답했는데, 아직 비행형 몬스터들이 남아 있었다.
“왕눈아 조금만 더 부탁해.”
털썩-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임프들이 정신을 잃으며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털썩-
버서크 포션의 효과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기절하는 모습에 임프들이 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뀨?”
왜 재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멀쩡해 보일 뿐 아니라 기운이 넘치는 모습을 보던 나는 명철 아저씨에게 이어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 대신 임프들 좀 챙겨주세요.”
“응? 그건 직접 하지 그러냐?”
“그게요…… 제가 이제 곧 기절할 예정이거든요.”
“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으시는 아저씨를 보던 나는 시야가 점차 흐릿해진다는 걸 깨닫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우야!”
“도련님!”
“상무님!”
귓가로 들리는 소리가 점차 작아지며 그대로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하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피는 나는 정말 잘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랄까?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이렇게 개운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푹 잔 것 같았다.
휘청-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일으키다 휘청거린 나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마치 연체동물이 된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호출 버튼을 눌렀다.
“도련님!”
호출 버튼을 누르고 3초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현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현지야, 그러다 문 부서지겠다.”
“괜찮으세요?”
“뭐가? 나 어디 다쳤었어?”
“아니 그게…….”
우물쭈물하는 현지를 보던 나는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뭔가를 잊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기분이네. 뭐지 이게?”
“도련님 기억 안 나세요?”
“무슨 기억?”
“크리스마스 날이요.”
‘크리스마스? 아!’
현지에게 듣자 기억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기절한 건가?
“나 얼마나 잠들어 있었어?”
“오늘로 일주일째에요.”
대충 예상은 했다.
엄청나게 피곤했으니까.
“뒤처리는 어떻게 됐어?”
“그 이후로도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어서, 그곳에 전초기지를 세우고 몬스터들을 계속 막아내는 중인데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회장님께서 도련님 깨어나면 어떻게 할지 결정하신다고 하셔서 일단 그 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어요.”
역시 아버지였다.
이 일은 일단 비밀에 부치는 게 좋았다.
적어도 한 달은 지나야 어비스에 진입하는 나라들을 생각한다면 그 전에 최대한 이득을 챙겨 놓아야 했다.
“나 좀 일으켜 줄래?”
“어디 가시려고요?”
“어. 밥 좀 먹어야겠어. 배고파 죽겠네.”
일어났을 때는 개운하다는 감각에 느끼지 못했는데, 점차 배가 고파오고 있었다.
배가 등딱지에 붙었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허기가 느껴져 도저히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그냥 제가 차려올게요.”
“그럴래?”
“네. 기다려 주세요.”
현지가 나가는 걸 보던 나는 이어서 몸속의 마력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감각을 집중하며 마력홀을 확인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전과 다르게 엄청나게 커진 마력홀 때문이었다.
거의 두 배가량 늘어난 것 같은 커다란 크기.
다만 그 안에는 조금의 마력도 없었다.
‘이러니 힘이 안 들어가지…….’
그대로 마나 호흡법을 하며 마력을 빨아들이던 나는 움직이는 데 필요한 양만 쌓은 후 그대로 마나 호흡법을 중지했다.
나머지는 어비스에서 채울 생각이었으니까.
“도련님 식사 가지고 왔어요.”
노크 소리와 함께 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들어와.”
“네!”
* * *
“선우야, 네 생각은 어떻냐?”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샤워를 한 나는 아버지를 찾아왔다.
형과 함께 어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인지 내가 들어왔음에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던 형과 아버지는 이제야 나에게 물어왔다.
“저도 아버지와 형 말대로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유는?”
“최대한 이득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이득 말이냐?”
“생각해 보세요. 다른 세상이라고요. 그곳에 존재할 자원이 얼마나 무궁무진할지 생각해 보세요.”
생각에 잠긴 형과 아버지를 보던 나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곳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사냥해 마석을 얻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균열이 열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마석이 쏟아지고 부산물들이 넘쳐날 거라고요.”
“위험하지 않겠느냐?”
“물론 위험하겠죠. 하지만 위험이 큰 만큼 얻는 것도 많겠죠.”
아마 아버지나 형도 결심을 굳힌 상태일 거다.
새로운 땅과 새로운 자원.
그 가치를 형이나 아버지가 모를 리 없었으니까.
“그럼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으냐?”
“일단 기다려야죠. 탐욕을 가진 자들이 판을 깔아줄 때까지.”
“판을 깐다?”
“네. 일단 국내에 열린 게이트는 공식적으로는 단 한 곳이잖아요.”
“그렇지. 그 제한구역? 예전의 평양에 하나 열렸다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한국만큼은 피해가 없었다.
서울에 열린 게이트는 유명에서 아무도 모르게 정리했고, 제한구역이야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계선만 제대로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다만 서울에 열린 게이트와 다르게 다른 곳은 전생과 똑같았다.
최소 1만에서 최대 2만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는 정보에 역시 내가 연 균열이 뭔가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곳의 가치가 알려지면 곧바로 화랑이 움직일 건 뻔히 보이잖아요.”
“그 말은 그들이 그곳을 차지하길 기다렸다가 공개하자는 말이냐?”
역시 아버지였다.
조금의 설명만으로도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시는 걸 보니.
“네. 그곳을 차지한 화랑은 분명 자신들의 편에 선 정치인들을 이용해 새로운 법을 만들려 할 거예요. 그곳을 자신들만 이용하거나 막대한 입장료를 받기 위해서요.”
“기다렸다가 이득을 챙기자? 막대한 입장료를 부과해서?”
“네. 바로 그거죠. 그쪽 몰래 도움을 줘서라도 입장료를 올려야죠.”
“하지만 그랬다가는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단다. 이쪽에서 일부러 게이트를 감추고 있었다는.”
조용히 듣고만 있던 형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아. 그래서 내가 밥 먹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촬영한 영상을 확인한 거야.”
“영상?”
“들었지. 그곳에 존재하던 몬스터의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래. 10만을 훌쩍 넘는 몬스터가 몰려 있었다지?”
“그걸 공개하고 이제야 다 막았다고 하면 되잖아. 국민들에게 불안을 심어줄지도 몰라 숨기고 있었다는 식으로. 어때?”
“허허허. 아주 좋구나! 아주 좋아! 그놈들이 제한구역으로 향할 때 이쪽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이유까지도 설명이 되겠구나.”
아버지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흡족해하셨고, 형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네가 벌써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그런데?”
내 대답에 형은 잠시 멈칫거리다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지금까지 날 위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안타깝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형이 왜 이러지?’
“아, 아니다. 나는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네. 일이 좀 많아서. 아버지 저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어? 어.”
“그래. 가 보거라!”
형이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던 나는 아버지를 보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방금 형이 왜 그런 건지 아세요?”
“내가 어찌 알겠느냐?”
분명 아버지는 뭔가 아는 것 같았다.
‘뭐야? 도대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