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214)

잔뜩 뭉쳐 있는 임프들.

내가 그 임프들을 보며 충격을 받은 이유는 바로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임프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꽤 많은 수의 임프들이.

“현태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네? 뭐가요?”

“너 임프들 수 제대로 세고 있던 거 맞아?”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좀 바빠서 임프들 수는 세보지 않았습니다. 혹시 수가 줄었나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저 말은 일반 몬스터인 임프를 일반인들도 들어와 있는 이곳에 풀어놓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저기 있는 임프들 중에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놈들이 있다고.”

“네?”

“뭐라고요?”

내 말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는 현태와 현지를 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하임이, 너야?”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는 하임을 보던 그때 현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도련님…….”

“왜?”

“그게요.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땅속에서 임프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뭐? 땅속에서 임프가 나와?”

“네. 저는 그게 단순히 임프가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임프들이 몬스터들을 쓸어버릴 때 함께 묻혀버린 임프들이 죽지 않고 살아나왔다는 말이었다.

이게 가능해? 그 해일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무리 땅 속성의 임프라지만, 이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게 언젠데?”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그럼 땅속에서 3주를 넘게 버텼다는 말이야? 숨은 어떻게 쉬고?

당연히 이곳에도 공기가 존재했다.

몬스터들 역시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다는 걸 생각하면 땅속에서 3주 동안 숨도 쉬지 않고 버텼다는 말인데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잠깐만? 일주일? 그럼 재들이 사람한테 와서 과일을 받아갔다는 거야? 내 지배를 받지도 않는 몬스터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허 참! 어이가 없네. 어이가…….

아마 하임의 부족에 있던 임프들이기 때문에 다행히 말썽을 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임프가 아무리 순한 몬스터 중 하나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걸 생각하면 내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큰 사고가 났을지도 몰랐다.

“일단 분리부터 해야 하니까 길드원들 모아와.”

“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에 대비를 충분히 한 후 녀석들을 나와 연결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발견해서.”

“그러니까. 어쩐지 수가 많이 늘어난 것 같더라니…….”

분명 그 수가 200을 조금 넘겼을 정도였는데,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족히 250은 되어 보였다.

“도련님 데려왔습니다.”

삼십여 명 정도의 길드원들이 현태의 뒤에 정렬해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쪽에 균열을 열고는 내 소환수가 아닌 임프들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끼엑!”

“끽!”

“뀨!!”

길드원들이 손을 대려 하자 거칠게 반항하던 임프들은 하임이 소리치자 시무룩해져서는 길드원들이 손을 대기도 전에 자기 발로 균열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임프들이 나와 연결된 걸 확인한 나는 현태와 길드원들에게 주의를 시켰다.

“임프들의 수를 하루에도 여러 번씩 확인해. 하나라도 늘어나면 바로 알리고. 알았어?”

“네!”

길드원들에게 충고하긴 했지만, 이건 내 부주의로 발생한 일이었다.

진작에 내가 임프들의 수를 파악해 두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나저나 진짜 힘드네. 이제 마력은 좀 버틸 만한데 정신력? 이게 문제네?’

* * *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요?”

“그래. 중국을 시작으로 영국, 러시아, 미국의 길드들이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는구나. 아마 곧 있으면 대부분의 나라가 진입을 시작할 거다.”

생각보다 그들의 진입은 많이 늦어졌다.

한 달을 예상했는데 10일이 더 지난 지금에 와서야 게이트를 탐사하기 시작하는 그들 덕분에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긴 했지만.

우선 필요한 양을 제외한 이쪽에서 가진 모든 마석을 처분할 수 있었고, 임프들을 이용해 두 군데의 광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각각 마석 광산과 철광산이었는데, 일반적인 철과는 그 강도가 차원이 달랐다.

같은 무게지만 강도가 강철보다 몇 배는 뛰어난 철을 곧 있으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옮기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게이트가 열린 거대한 절벽 속에 광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늦었네요?”

“것보다 그 광산은 어떻게 되었느냐?”

“아! 조금 있으면 마석과 철광석이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구나.”

정말 운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건물을 짓기 위한 자재들을 어비스로 들여오려던 걸 발견한 나는 급히 말릴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자원은 어비스에 들여오는 순간부터 점차 파괴되기 시작하는데, 만약 지구의 자재로 건물을 올렸다면 완성되기도 전에 건물이 무너졌을 거다.

강철조차 어비스에서는 1개월을 견디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었다.

어비스의 마력 때문이라는 학자도 있었고, 게이트를 통과하며 성질이 변해 버렸다는 학자도 있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전생에서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구의 자원은 절대 어비스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화약의 폭발력이나 기름의 화력조차 대폭 약화 되기 때문에 어비스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그러니까요. 설마 그렇게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게이트 뒤편에 자리한 거대한 절벽.

확인 결과 거대한 산맥의 끝자락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산맥의 길이가 상상을 초월했다.

아직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난 이 산맥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중앙산맥.

남단의 끝에서부터 줄기가 시작되는 이 산맥의 이름이 중앙산맥인 이유는 어비스의 중앙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아마 서울과 연결된 어비스의 위치가 그 끝자락이라고 예상 중이었다.

그 절벽을 이루는 바위들이 시멘트의 주재료인 석회암과 비슷한 성분이란 걸 깨닫고 건물을 짓기 위해 절벽을 파고 들어가던 그때 발견된 것이 마석과 철광석이었다.

“그나저나 채굴 기계들이 전부 힘도 못 쓰고 부서진다 들었다.”

“네. 아마 그곳에서 나오는 광석을 정제해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이것 참, 중세시대도 아니고 길드원들이 곡괭이질을 해야 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것도 마력을 사용해서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임프들이 열심히 채굴 중이니까 금방 채굴 기계를 새로 만들 정도의 양은 쌓일 거예요.”

“그래. 고 임프라는 것들이 정말 쓸모가 많구나.”

사실이었다.

어비스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산업에 가장 알맞은 존재가 바로 임프였으니까.

건설부터 시작해서 탐지, 채광, 농업 거기다 강물을 끌어오는 것까지 만능이 따로 없었다.

얼마 전 샤크가 발견한 강을 그곳까지 끌어오는 걸 고민하던 나는 그냥 임프에게 맡겼는데, 순식간에 물길을 열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강이 흐르는 한쪽을 뚫어 C자 형태로 물길을 열어 연결하는 모습을 본 나는 임프들이 자신들의 터전으로 물을 저런 식으로 끌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한구역 쪽은 어때요?”

“큰 문제는 없어 보이더구나.”

“그곳의 가치를 알게 되면 화랑 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겠죠?”

“벌써 움직였다는구나. 최강준 고놈이 중국에서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몬스터들을 정리하며 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화랑이 계속 숨을 죽이던 이유가 중국 쪽과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정확히 어떤 것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열린 게이트 때문에 당분간은 접촉하지 않을 게 분명했기에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내기가 요원해졌다.

“그럼 정부 쪽도 움직임이 있었겠네요?”

“그래. 아직 남아 있는 화랑 쪽 의원들이 이쪽 편에 선 권력자들의 회유를 시작했다고 하더구나.”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좀 튕기다가 그쪽에 붙으라는 말을 전해 두었다.”

“그들이 진짜 배신해 버릴 수도 있어요.”

인간 중에 가장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바로 정치인이었다.

자신의 정치색 따위는 순식간에 바꿔 버릴 정도로 이득에 눈이 먼 존재들.

이쪽보다 그쪽의 파이가 크다는 걸 알면 아마 완전히 그쪽에 붙어 버릴 거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겠지만, 그런 자들은 정말 소수였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구나. 기회주의자 놈들을 전부 쳐낼 수 있을 테니까.”

“그 수가 많아지면 이쪽도 불편해질 텐데요?”

“걱정할 것 없다. 그쪽이 살짝 우세할 정도로 판을 짜 두었으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심을 없애는 거였다.

이쪽이 뭔가를 꾸민다는 걸 전혀 모르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쪽도 어느 정도 반발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그 일이란 바로 이번에 지어지고 있는 어비스의 건설 현장을 비롯한 시멘트나 벽돌 같은 건축자재를 만드는 공장과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들을 제련할 철강 등에서 일할 인부들을 구하는 거였다.

“생각보다 힘들구나. 구하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그들을 선별하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야.”

“그냥 몇 개월간은 나올 수 없다고 계약을 하는 게 어떠세요?”

“그것도 쉽지만은 않단다. 유명과 계약해 어딘가로 사라진 인부를 찾겠다고 여기저기서 나서기 시작하면 일이 복잡해질지도 몰라.”

“아, 그러네요.”

이건 좀 문제가 심각했다.

지금 계획 중에 있는 도시건설에 일단 유명건설의 인부들을 투입하고 있었지만, 수가 너무 부족해 그 하청까지도 생각 중이었는데, 문제는 그들 중에 첩자가 끼어 있을 경우였다.

“이쪽에서 아무리 감시를 한다고 해도 밖에서 그를 찾게 되면 문제가 커질 수가 있어.”

“어쩌죠. 기술자가 많이 필요한데…….”

새로 생산된 철을 이용해 채굴 기계나 건설 기계를 생산 중이었는데, 문제는 그걸 다룰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는 거였다.

아무리 만들어 내 봤자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었으니까.

본사 주위에 건설 중인 것들만 마무리되면 좀 편하게…….

“아! 아버지. 지금 인부가 부족한 이유가 본사 주변에 계열사 건물과 직원들 기숙사를 짓고 있어서잖아요?”

“그렇지.”

“그걸 다른 건설업체에 맡기면 어떨까요?”

“뭐라? 잠깐만…… 그렇구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꼬?”

만약 뜻대로만 된다면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된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곤 김 실장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지금 당장…….”

아버지는 김 실장에게 지금 당장 건설을 대신 맡아줄 건설업체를 선별해 놓으라 지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셨다.

“저 회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금 바로 그러기에는 좀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일하던 인부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업체를 끼워 맞춰버리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겁니다.”

“아!”

김 실장의 말에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너무 당연한 소리였으니까.

국내 건설 1위의 유명건설이 자신들의 건물을 짓는데 다른 건설사를 이용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걱정할 거 없어. 파업하면 되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유명건설 총파업 들어가라고 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곧바로 서재를 나가는 김 실장을 보던 나는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아버지 설명 좀 해주세요.”

“단순한 이야기다. 유명건설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 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파업을 하면…….”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하는 척을 하는 거다.”

“네?”

“파업 시위를 하는 것처럼 꾸미고 그들을 그곳으로 보내 버린 후 알바들 좀 고용해서 가짜 시위를 하는 거다.”

“아!”

소름이 돋았다.

파업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봤기에 놀랍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놀랐느냐?”

“솔직히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별것 없다.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이쪽은 자주 이용한 방법의 하나니까.”

“네? 자주요?”

“그래. 뭔가를 숨기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비밀리에 개발 중인 획기적인 아이템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걸 숨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쪽으로는 아는 게 없었으니까.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가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왜요?”

“그래야 그들이 이쪽에 대한 관심을 끊을 테니까.”

“그렇긴 한데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예요? 들킨다고 해도 이미 어느 정도 개발이 되면 다른 곳에서 알았다고 해도 상관이 없잖아요.”

내 의문은 이것이었다.

알든 말든 이미 이쪽에서 가장 먼저 만들 텐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너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특허가 왜 팔려 나간다고 생각하느냐?”

“그거야? 응? 왜죠? 자금 압박을 하나?”

“그게 아니란다.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특허를 선점해 버리기 때문이란다. 지금의 기술이란 것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기존의 기술을 조금만 바꿔도 얼마든지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단다.”

“아! 그 말은…….”

“그래. 얼마든지 그 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릴 수 있다는 뜻이란다. 그것을 가지고 협상을 해서 아무것도 한 게 없음에도 이익을 나누거나 빼앗아 버리는 거지.”

어이가 없었다.

내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이익까지 나누고 잘못했다가는 전부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이었으니까.

“너무 치사한 거 아니에요?”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득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면 뭐든지 한단다. 우리 유명도 마찬가지고.”

“이래서 요즘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없어진 거였네요.”

“이 시대는 용이 되기 위해서 다른 용들의 허락이 필요한 시대란다. 그것도 욕심만은 용들의 허락이.”

물론 가디언으로 성공하는 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조차 아버지 말대로 용들의 허락을 받아 용이 된 자들이었다.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용은커녕 이무기조차 되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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