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214)

“뚱이를 보는 것 같네요?”

“쿠워?”

어느새 현지와 뚱이, 왕눈이에 고블린들까지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게? 한 시간 정도 지났지?”

“네.”

펜릴이 참전한 후 한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는데도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 듯 보이는 모습에 살짝 감탄이 나왔다.

“왕눈아. 저놈 묶어둘 수 있겠냐?”

내 물음에 왕눈이의 촉수들이 녀석을 향했는데, 점차 녀석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묶어둘 수는 없어도 속도를 늦추는 건 가능한 듯 보였다.

빠지지지직-

또다시 터져 나온 펜릴의 금빛 뇌전에 녀석이 또다시 비명을 내질렀지만, 역시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경직된 상태로 온몸에서 허연 김을 피어 올리는 모습을 보던 도중 갑자기 녀석의 발밑에서 모래가 솟구쳐 오르며 녀석을 감싸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어?”

“응?”

녀석의 몸을 완전히 감싼 흙이 점차 굳어가며 보랏빛으로 변하는 걸 본 나는 하임에게 고개를 돌렸고, 이어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하임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악마종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드디어 잡았다? 뭐 그런 의미의 미소 같았다.

“키에엑-”

더 이상한 것은 하임을 발견한 악마종이 미친 듯이 발광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하임에게서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는 듯한 지금껏 없던 반응.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둘이 뭔가 사연이 있나 본데요?”

“그러게?”

악마종은 어떻게든 하임의 속박을 벗어나려 했지만, 녀석을 속박하는 모래는 점점 더 견고해질 뿐이었다.

다다다다-

그 후 땅에서 손을 뗀 하임이 악마종에게 빠르게 달려가 녀석의 머리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가더니 쭈그려 앉아서는 손으로 머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팍-팍-팍-

“뀨! 뀨! 뀨!”

때리는 박자에 맞춰 뀨! 뀨! 거리는 하임은 정말 행복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는데.

“혹시 쟤가 하임이를 많이 괴롭혀서 저러는 게 아닐까요?”

“괴롭혔다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상성을 생각하면 아마 하임이 일방적으로 당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습에 약한 임프 부족을 공격하다 하임이 나타나면 빠지는 식으로?

“근데 도련님? 쟤도 도련님 부하 만드시게요?”

“어.”

“그러다 저번처럼 또 쓰러지시면 어쩌시려고요?”

“그래도 도전은 해 봐야지.”

“뀨?”

순간 녀석의 머리를 계속 내려치며 화풀이를 하던 하임이 폴짝 뛰어내리더니 급하게 마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 갑자기…… 브레스?”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악마종이 주변의 마나를 급속도로 빨아들이는 걸 느낀 나는 순간 ‘브레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용족의 전유물이라 불리는 브레스.

드레이크나 레서 드래곤 같은 S급 최상위에 속한 도마뱀을 닮은 몬스터들이 가끔 이 브레스라는 걸 뿜어냈는데, 문제는 그 파괴력에 있었다.

주변의 모든 마나를 빨아들인 후 자신의 마력을 더해 뿜어내는 용적의 필살기라 불리는 공격.

문제는 지금 브레스를 쏘려는 놈이 몬스터가 아닌 악마종이라는 사실이었다.

“막아!”

내 외침과 함께 전방에 커다란 벽이 나타났는데, 하임이 브레스를 막기 위해 흙벽을 쌓아 올린 것이었다.

점차 보랏빛으로 변해가던 흙벽은 이어서 칠흑처럼 까만 벽이 되었고, 바로 놈의 입에서 소름 끼칠 정도의 마력을 포함한 검은색의 브레스가 쏘아져 나왔다.

쿠롸롸롸-

그에 뚱이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마력을 잔뜩 끌어올려 브레스를 막으려 했는데, 놀랍게도 하임이 만든 벽을 놈의 브레스가 뚫지 못하고 있었다.

“헐.”

현지의 입에서 허탈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브레스의 마력이 심상치 않아 보였음에도 무리 없이 막아내는 커다란 검은 벽은 특이하게도 브레스의 마력을 흡수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얼마 전 떠올린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진짜 악마종이야? 하임이?

많이 지치긴 했지만, 샤크조차 고전했던 상대였다.

그런 악마종의 브레스를 막아내는 하임은 아무리 봐도 몬스터로 분류되기에는 무리가 많아 보였다.

천적 같은 건가?

하임 혼자서는 녀석에게 지지만, 임프들이 합류하면 반대로 녀석이 밀리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임의 승리인데요?”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브레스를 전부 쏟아낸 악마종은 묶여 있던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기절한 건 아니고 모든 힘을 사용해 탈진한 것처럼 보였는데, 하임도 많이 지쳤는지 마치 사람처럼 팔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아내곤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재는 땀도 안 나는데 왜 땀을 닦는 걸까요?”

“인부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거 아닐까?”

현지와 지안의 대화를 듣던 나는 하임이 사람들의 행동을 자주 따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크 레이디의 변신 장면을 따라 하거나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자신도 해달라며 떼를 쓰는 하임은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시작하시죠?”

“그럴까?”

녀석에게 걸음을 옮기며 새로운 악마종을 얻는다는 기대감도 들었지만, 반대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또 그때처럼 쓰러져서 며칠을 기절해 있으면 어쩌나 하는.

“하임아, 이것 좀 풀어줄래?”

“뀨!”

내 부탁에 녀석을 속박하고 있던 보랏빛 돌덩이가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며 후드득 떨어지자 악마종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마력을 끌어올린 후 한쪽에 균열을 생성하곤 왕눈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왕눈아 부탁해.”

“키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몸에 녀석이 작게 신음하며 반항을 했지만, 모든 힘을 소모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서히 공중에 떠오른 악마종은 이어서 내 균열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내 균열을 통과하려던 그때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찌지지직-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균열과 녀석 사이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그의 반동인지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크윽-”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며 녀석이 내 균열을 통과하길 기다렸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녀석이 균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이 내 균열을 통과하길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그때 순간 내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며 갑작스럽게 시야가 암전되어 버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치 내 몸에서 정신이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에 잔뜩 당황해 있던 그때 저 멀리 도마뱀을 닮은 악마종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로 가야 하는 건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저곳에 도착하면 악마종을 나와 연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은 나는 어떻게든 움직이려 해 봤지만, 너무 힘들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가 내 앞을 막아서며 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저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에너지를 뚫어야 했지만, 내 힘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본능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포기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나를 막던 에너지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모든 힘을 다해 한번 도전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녀석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크으윽-’

나를 막아서는 에너지를 뚫으며 아주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한 나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수십 배의 중력이 나를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고통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절반쯤 왔나?’

점차 가까워지는 거리를 보면 희망이 생길 법도 했지만, 그 반대였다.

가까워질수록 나를 막아서는 에너지의 힘이 점점 강해질 뿐 아니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크윽!’

나를 압박하는 힘과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계속 전진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직접 적으로 느껴졌음에도 오히려 절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이면 도착할 것 같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수만 km는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사의 힘을 다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전진하며 녀석에게 다가가던 나는 드디어 녀석의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쿵-

이제 코 앞이었다.

한 발자국이면 될 것 같은 가까운 거리.

하지만 그 한 발자국을 내딛으려던 그때 나를 방해하던 에너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벽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단단한 벽이 나와 저놈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쿵-

벽을 뚫으려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냥 포기할까?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잠깐씩 정신을 잃기라도 하는지 시야가 흐릿해졌다 돌아오기를 반복했기에 포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너무 아까웠다.

이 벽만 뚫으면 저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해보자! 설마 죽기야 하겠어?’

쿵- 쿵- 쿵- 쿵-

마치 철벽에 온 힘을 다해 박치기하는 것 같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골이 울리며 시야가 흐려지길 반복했음에도 멈추지 않고 막을 두드렸다.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폭탄이 터졌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돌아오기를 끝없이 반복하던 그때.

뿌직-

절대 부서질 것 같지 않던 벽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착각이 아니야. 어?’

이미 벽을 넘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소리를 들었다는 착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내가 악마종의 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드디어! 어? 이게 뭐지?’

녀석에게 손을 데자 녀석과 나를 연결하는 붉은색의 선이 이어지며 내가 지나온 자리를 따라 저 멀리 어딘가와 연결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 있는 것은 바로 나였다.

‘뭐야? 왜 내가 저기에 있어? 설마 정말 영혼이 빠져나오기라도 한 건가?’

문득 지금 내가 한 것이 바로 녀석을 지배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을 연결해서…….

내 균열을 자의적으로 통과하는 녀석들은 자동으로 연결이 되지만, 거부하는 경우는 내가 직접 이렇게 연결을 해야 하는 것 같았다.

‘잠깐만? 그럼 다른 놈들은 뭐지? 설마?’

아마 나보다 정신력이 약한 녀석들은 거부하지 못한 채 내 지배에 들어오지만, 이놈처럼 정신력이 강한 경우 정신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 하임은? 만약 녀석이 정말로 악마종이면 그렇게 쉽게 연결되었을 리가 없는데? 아! 그런 건가?’

이 녀석과 하임의 차이.

그건 바로 기절한 것과 기절하지 않은 것의 차이였다.

분명 하임의 경우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이놈은 비록 탈진했지만, 분명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럼 지금 내가 한 게 쓸데없는 고생이었던 거야? 그냥 기절을 시켰으면 바로 되는 거였다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하임을 어떻게 기절시켜서 데려온 거야? 분명 현지는 그때 임프들을 납치해 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홉일이가 하임보다 강한가?’

합리적인 의심이었지만, 아마 아닐 거다.

하임이 악마종이라고 해도 기본은 임프였고, 거기다 수많은 몬스터가 몰려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 선들이 모두 나와 연결된 소환수들인가 보네?’

멀리 보이는 나 자신에게서 뻗어 나와 있는 수많은 붉은 선.

저 선들이 내 소환수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뚱이고, 저건 왕눈이, 저건 하임인가? 그럼 저건 뭐지?’

마치 머리카락처럼 머리 위쪽으로 뻗어 있는 엄청난 수의 선들이 보였다.

수천만 개는 되어 보이는 붉은 선들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선들과 다르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 선들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도련님?”

“응?”

“왜 그러세요? 갑자기 멍해져서는?”

“아!”

갑작스럽게 들리는 목소리에 시야가 밝아지는 걸 느낀 나는 다시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왜요? 쟤는 지배가 안 됐어요?”

현지가 가리키는 대상은 바로 방금 내가 연결한 악마종이었다.

“아니. 잘 된 것 같네.”

녀석과 연결되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기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근데 왜 그러세요?”

“나 오래 이러고 있었어?”

“아뇨. 한 3초 정도 멍하니 있으셨어요.”

“뭐? 3초?”

“네.”

이건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한 시간은 지났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시간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설마 꿈을 꾼 건가?

아무리 꿈이라도 3초 만에 꿀 꿈은 아니었다.

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 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일단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까?”

“네.”

“네.”

일단 돌아가서 생각하기로 한 나는 모두를 데리고 게이트로 향했다.

* * *

“너희들 그만 좀 싸우면 안 되냐?”

“뀨?”

“키릭?”

틈만 나면 싸워대는 하임과 니안을 보며 입을 열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들.

참고로 니안은 얼마 전에 힘겹게 연결한 녀석의 이름이었다.

내가 지어준 건 아니고 지안이 녀석을 보고 드래고니안이라면서 끝에 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시치미 떼지 마라. 저거 안 보이냐? 너희 둘 때문에 방벽이 무너졌어. 이것들아!”

하임과 니안의 싸움에 방벽의 한쪽이 뻥 뚫려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아니면 둘을 말리지 못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도중 이곳으로 끌려와야만 했다.

나의 존재를 느끼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멈추어선 녀석들.

“특히 하임! 너는 왜 자꾸 시비를 걸어서 이 지경을 만드는 거야?”

“뀨?”

완전히 착각이었다.

얼마 전 처음 니안을 보았을 때 하임이 니안에게 뭔가 맺힌 것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가만히 있는 니안을 찾아가 먼저 시비를 거는 건 항상 하임이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영역이 가까운 니안을 놀이 상대로 생각한 하임이 먼저 찾아가서 항상 시비를 걸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정확할 거다.

니안은 절대 하임에게 먼저 시비를 거는 경우가 없었다.

오히려 피해 다니면 다녔지 절대 먼저 찾아가는 일은 결단코 없었으니까.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야! 어디가!”

이젠 도망까지 치는 하임을 보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다다다 달려가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하임은 분명 수아에게 가는 게 분명해 보였다.

내가 수아 앞에서는 자신을 혼내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하는 행동이리라.

“너도 좀 참아라. 저거? 아! 저거 복구해놓고 가야지!”

“키릭?”

횡 하니 뚫려 있는 장벽을 보던 나는 이미 도망가 버린 하임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임프들을 불러 대충 수습을 하고는 게이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방벽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하임이 꼭 필요했으니까.

망나니 시절의 나를 보던 아버지의 심정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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