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69/214)

“잘하고 있대?”

“잘 하는 모양입니다. 러시아에서 또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B급 1100, A급 400, S급 6마리와 함께 수찬이를 러시아에 보냈는데, 그쪽에서 매일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다행이네.”

“그리고 일본 쪽에서도 감사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홋카이도 정리해 준 것 때문에?”

“네. 확인결과 홋카이도의 몬스터가 5분의 1로 줄어들었답니다.”

“그 정도야?”

혹시 임프가 더 있을까 싶어 홋카이도를 쥐잡듯이 뒤지고 다녔기 때문에 반 이상은 처리했다고 예상했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네. 거기다 A급 이상의 몬스터가 대부분 사라져서 일본 쪽에서 곧 토벌에 들어갈 거라고 합니다.”

“뭐 준다는 건 없어?”

“도쿄의 게이트를 언제든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답니다.”

게이트를 사용하게 해준다고? 그것도 무상으로?

이 정도면 최상의 보답인 것은 맞았다.

다만 이쪽 역시도 게이트를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당장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수찬이에게 따로 연락은 없었어?”

“네. 아직 연락은 없는 상태입니다.”

임프를 발견하면 바로 연락하라 전해 두었기에 혹시 모를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쪽에서도 좀 발견됐으면 좋겠는데…….

임프의 수가 300을 넘겼음에도 아직도 많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투입되어야 할 곳이 너무 많았으니까.

채굴과 건설 마지막으로 제련까지.

아직 제대로 된 채굴 기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제련 때문이었다.

지구의 철은 녹는점이 약 1500도 정도인 것에 비해 어비스에서 생산하는 철은 3000도가 넘는 온도조차 버텨내며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온전한 철을 생산해 내기가 힘들었다.

마석 용광로를 만들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데, 문제는 그 온도를 버텨낼 수 있을 만한 철이 어비스의 철뿐이라는 거였다.

결국, 용광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철을 녹이는 작업을 왕눈이가 직접 담당 중이었다.

그걸 제련하는 것 역시 기술자들이 아닌 임프들이었고.

마력을 이용해 그 틀을 만들고 철을 계속해서 압축할 뿐 아니라 강화까지 하는 중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시제품조차 만들어내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제련에 투입되는 임프의 수가 백을 넘겼음에도 힘이 달리는 상태였다.

이것 때문에 건설 역시도 늦춰지고 있는 상태였고.

일반 철도 이 정도인데 흑철이나 미스릴 같은 건 도대체 어떻게 제련을 한 거야?

어비스의 광석 중 가장 약한 강도를 지닌 게 어철. 즉 어비스의 철이었다.

이 어철도 지금으로서는 제련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기에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내일 큰 도련님이 게이트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시는 건 알고 계신가요?”

“아! 내일이었어?”

“내일 2시에 전용기를 타고 출발하실 예정입니다.”

“음-”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회장님께서 큰 도련님의 호위를 따로 부탁하셨습니다.”

“나도 들었어. 일단 고블린들 전체는 안 되고 홉일이랑 샤크를 붙여줄 생각이야.”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블린들 전부에 현지까지 붙여주고 싶었지만, 현지의 경우 요즘 많이 바쁜 상태였고, 고블린들은 혹여나 들킬지도 몰라 붙여줄 수 없었다.

‘충분하겠지? 홉일이도 많이 강해졌으니까.’

매일 수아에게 버프를 받아서인지 요즘 홉일이는 눈부신 발전을 하는 중이었다.

어비스의 마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현지조차 놀라워할 정도였는데.

현지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랭커 최상위권이 아니면 이질감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홉일이의 은신은 뛰어났다.

“그나저나 회담 결과에 따라 게이트를 공개하는 것이 결정되겠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계속 숨기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왜?”

“공개하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이득이 더 크니까요.”

“과연 그럴까?”

“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얼마나 많은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땅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곳을 차지한 후 땅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남단에 위치한 인류가 이곳까지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후에 다른 나라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우기며 싸움을 걸어올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특히 중국은 인류에게 위기가 닥쳐온 그 순간에도 이런 짓거리들을 계속 벌여왔기 때문에 미리 지도를 만들어 땅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 *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어비스에 도착한 나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지안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 상무님. 탐사대와 연구팀이 돌아왔습니다.”

“뭐 좋은 거 찾아냈데?”

“네. 유리를 만들 수 있을 거래요. 그것도 기존의 유리보다 수십 배는 더 뛰어난 강도를 지닌 유리를요.”

“그래? 잘됐네.”

유리라? 그럼 이제 제대로 된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 건가?

지구의 물건은 이곳에서 금방 부서져 버리기 때문에 완성될 건물에 창을 비닐로 대체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초고층의 건물들을 설계해 놨기 때문에 비닐로 창을 메우기에는 많이 없어 보였으니까.

거기다 비닐을 자주 갈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 테고.

“아! 맞다. 상무님. 저기 강에 사는 물고기도 먹을 수 있나요?”

“물고기?”

“네. 가끔 소환수들이 이곳에 와서 물고기를 잡아먹던데 되게 맛있게 먹더라고요.”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어비스 역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당연히 몬스터가 아닌 동식물을 비롯한 어류도 존재했는데, 지구의 동식물과 다르게 품고 있는 마력의 양이 상당해서 스테미너를 보충하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거기다 그 맛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다.

세계 10대 식재료라 하던 것들이 전부 어비스의 식재료로 교체되었을 정도로.

지금 어비스의 일이라는 게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몸으로 하는 일들뿐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쳐 보였는데, 이걸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먹을 수 있나요?”

“당연히 먹을 수 있지. 지금 당장 잡으러 가자.”

“네? 당장이요?”

“그래. 당장 펜릴 데리고 강으로 와! 나는 왕눈이 데려올 테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데려오기나 해.”

“네.”

펜릴의 뇌전이면 한방에 수백 마리는 잡을 수 있을 거다.

걸음을 빨리한 나는 자재를 나르는 소환수들을 찾아가 오우거에게 커다란 비닐을 들게 한 후 왕눈이에게로 향했다.

“잠깐 왕눈이 좀 빌릴게. 왕눈아 따라와!”

철을 녹이는 작업을 하던 왕눈이를 데리고 강으로 향한 나는 지안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면 오랜만에 맛볼 별미가 기대가 좀 되었다.

“너는 바닥에 그 비닐을 좀 펴놔.”

“쿠워-”

오우거는 들고 있던 커다란 비닐을 땅에 내려놓고 주섬주섬 피기 시작했다.

“캉- 캉-”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작아진 펜릴과 지안이 이곳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상무님. 펜릴 데려왔어요.”

“어. 잘했어. 펜릴아 저쪽 강에다가 뇌전 좀 쏴줘. 너무 세게 말고 살짝만.”

“캉!”

펜릴이 짖음과 동시에 작은 뇌전이 강을 향해 쏘아져 나갔고, 이어서 물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지지직-

“와! 상무님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이건 내 생각이 아니었다.

전생의 그놈이 가끔 하는 짓거리를 봐 왔기에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가끔 펜릴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 내다 팔던 미친놈.

펜릴을 그런 식으로 사용한다고 욕을 많이 했었는데, 나도 그럴 줄은 몰랐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물속에서 물고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손바닥 정도의 크기부터 내 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물고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뒤집힌 채 떠오르기 시작했다.

“왕눈아 저 물고기들 좀 저 비닐 위에다 쌓아줄래?”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물고기들은 이어서 오우거가 깔아놓은 비닐 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종류가 다양했지만, 그중 특히 눈에 띄는 어류가 있었다.

은빛의 비늘을 뽐내는 커다란 물고기.

어비스의 은어라 불리는 물고기였다.

식감이 부드럽고 맛과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어비스의 생선 중 가장 많은 마력을 품고 있는 최고급 어종.

‘은어가 살 줄은 몰랐는데, 운이 좋네.’

사는 곳이 적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귀한 물고기였다.

은어를 보자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들고 따라와.”

“쿠워-”

커다란 비닐에 물고기를 잔뜩 담아 어깨에 짊어지는 오우거를 보며 곧바로 취사장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게 뭐지?”

“어류 같은데?”

투명한 비닐 덕분에 사람들은 오우거가 들고 있는 커다란 비닐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어류라는 걸 한눈에 파악하곤 수군거리기 시작지만, 나는 모두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취사장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은어 한 마리를 꺼내 대충 손질한 후 불 위에 올렸다.

“그냥 드시게요?”

“그럼?”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걱정 마. 괜찮으니까.”

“그래도…….”

은어가 점차 익어가며 내뿜는 향이 점차 취사장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냄새를 맡은 요리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향이 괜찮은데?”

“그러게? 무슨 고기지?”

“혹시 저쪽 강에서 잡아 온 고긴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요리사들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솔직히 은어는 너무 비싸서 나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 시절 나는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만족했기 때문에 이런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먹을 기회는 없었다.

이거 한 마리 가격이 치킨 수백 마리보다 비쌌으니까.

그거면 뚱이에게 하루 한 마리씩 사주던 치킨을 2마리로 늘릴 수 있었다.

무려 1년 동안.

“거기 소금 좀 가져다줄래?”

“네. 여기 있습니다.”

소금을 건네받은 나는 대충 소금을 치며 은어가 익기를 기다렸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은어를 보던 나는 잠시 추억에 잠겨 들었다.

어비스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 숲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강을 따라 돌아다니는 것이 효율적이었기에 자주 물고기를 잡아 이렇게 구워 먹었었다.

뚱이와 함께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사냥을 다녔던 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는 지옥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네.’

물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가끔 뚱이와 낚시를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겨우 몇 마리의 물고기에 만족해 환한 웃음을 짓던 그 시절이.

“상무님 다 익은 것 같은데요?”

잠시 추억에 잠겨 있던 내 귓가로 지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네.”

젓가락을 사용해 눈처럼 새하얀 살점을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입으로 넣었다.

소금을 뿌려서인지 약간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은어 특유의 향이 입안에 퍼져나가며 녹아내리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음~”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양을 한 번에 떠서 입에 넣어봤다.

단짠단짠이라고 했던가?

요즘 음식 프로그램을 보면 음식을 표현하는 맛 중에 그런 표현이 많았는데, 지금 내가 먹는 은어구이가 그런 맛이었다.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루며 그 특유의 독특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는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아예 없었다.

거기다 끝 맛이 환상적이었다.

삼키는 순간 느껴지는 독특한 맛은 지구의 음식으로는 재현해 내지 못할 정도로 굉장했다.

“어떠세요? 맛있나요?”

지안이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는데, 지안뿐 아니라 요리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나를 보며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먹어봐. 진짜 맛있어.”

내 말이 떨어지자 곧바로 젓가락을 집어 살점을 입에 넣는 지안은 곧바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우와~ 이게 무슨 맛이지?”

몇 번 씹고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바로 또 떠서 입에 넣는 지안은 계속 살점을 집어 입에 넣기 바빴다.

“진짜 맛있어요. 특히 끝에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에요.?”

“저, 저기 저희도 먹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뒤쪽에서 지안의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요리사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왔는데, 지안이 고개를 획 돌리곤 마치 자신의 생선을 빼앗으려는 경쟁자를 보는 고양이처럼 요리사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먹어봐.”

“저기…….”

지안이 요리사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날을 잔뜩 세우고 있어서인지 요리사들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넌 그만 좀 먹어라. 벌써 반을 혼자 다 먹었네.”

“조, 조금만 더 먹고요.”

“애냐? 저기 많으니까 먹고 싶으면 직접 구워 먹으면 되잖아.”

“아!”

잠시 고민하던 지안은 마음을 정했는지 생선을 쌓아둔 곳으로 달려가 자기 반만 한 은어 한 마리를 들고 그대로 구우려는지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야! 손질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거 내장 진짜 맛없다.”

“네? 네!”

은어뿐 아니라 어비스의 생선은 대부분 내장이 엄청나게 썼다.

지구에 존재하는 쓴맛을 가뿐히 넘어설 정도로 쓴맛이 엄청 강했는데, 그 이유는 내장에 대부분의 마력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건강에는 좋지만, 너무 쓴맛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는데, 후에 한 요리연구가가 그 쓴맛을 활용해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방법을 개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어비스의 식물 중 쓴맛을 중화시키는 게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뭔지 기억이 안 나네?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엄청나게 좋아서 너도나도 찾아 먹으려 했었는데, 이미 그때는 은어라는 생선이 최고급 어종이 된 후라 사람들이 함부로 먹지 못하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비린 맛이 전혀 없잖아?”

“괜찮은 정도가 아니잖아? 정말 맛있어.”

“이 끝 맛은 뭐지?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맛인데 너무 맛있어.”

요리사들이 은어를 먹으며 평가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극찬이었다.

“오늘 저녁은 생선으로 해. 알았지.”

“네.”

“그리고 생선 몇 마리 챙겨두고, 아버지 가져다드릴 거니까.”

“네!”

한 번 맛보면 있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되기 때문에 전생에 은어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갔었다.

거기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도 좋을 뿐 아니라,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여성들이 주로 은어를 많이 찾았었다.

문제는 안 그래도 양이 적은 은어를 부호들이 독점하기 위해 가격을 올려 버리는 바람에 가격이 kg당 500 이상까지 치솟을 정도였는데, 그로 인해 낚싯대를 들고 어비스로 향하는 일반인들의 수 역시 덩달아 올라갔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와! 정말 맛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어느새 한쪽에서 은어를 구워 먹기 시작하는 지안을 보던 나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그러다 살찐다.”

“이걸 먹지 않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는 걸 택하겠어요.”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은어를 손으로 쥐고 뜯어먹는 지안을 보던 나는 정말 이상하게도 그녀가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 요리사잖아! 왜 내걸 자꾸 노리는 거야!”

“그, 그게 저긴 오우거가 있어서…….”

“응?”

아무래도 일반인인 요리사들은 오우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에서 생선을 가져오기에는 담력이 약한 모양이었다.

거기다 생선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오우거의 모습은 이들에게는 정말 두려운 모습이기도 했고.

“이거 가지고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가.”

“쿠워~”

나는 가장 큰 생선 한 마리를 오우거에게 안겨주고 돌려보냈다.

콰드득-

거의 3m가 넘어가는 생선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부터 뼈 채로 뜯어먹으며 걸음을 옮기는 오우거는 정말 맛있게도 먹었다.

제일 맛이 없는 생선이었음에도.

오우거가 떠나자 후다닥 달려가 요리할 생선을 고르기 시작하는 요리사들을 보던 나는 여유가 좀 생기면 낚시를 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는 생선을 잡기 위해 자주 낚시를 했었는데, 아마 그게 전생의 내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았다.

가족들과 함께 캠핑이나 낚시 같은 걸 하면서 힐링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별장이라도 지어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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