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214)

“찾았다!”

“네? 그거 그냥 배낭인데요?”

공간확장 배낭.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부터 유적을 돌아다니며 아티펙트를 찾던 나는 드디어 원하던 것 중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티펙트 중에 가장 쓸모있는 걸 뽑으라면 열에 아홉이 공간확장 배낭을 선택한다.

물론 급이 낮은 자들을 제외하고.

급이 낮은 자들은 무구형 아티펙트를 선택하겠지만, 일정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는 공간확장 가방이 아닌 일반 아티펙트는 솔직히 별 쓸모가 없었다.

유물급 아티펙트라면 또 모를까.

“잘 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 현지에게 대답해 준 나는 주변에 있던 내 몸통만 한 바위를 들어 그대로 배낭에 넣어버렸다.

“그게 들어……가네? 어떻게 된 거예요? 이상하네? 그걸 어떻게 넣으신 거예요?”

현지의 질문에 아차! 한 나는 배낭에서 다시 바위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는 현지에게 설명해 주었다.

“딱 보면 모르냐?”

“네?”

“공간확장 배낭이잖아.”

“정말요?”

“그래. 가방에서 마력이 느껴질 이유가 그거 말고 뭐가 있어?”

“우와! 그러네?”

현지가 순진했기에 망정이지 지안이었다면 속지 않았을 거다.

아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한동안 나를 졸졸 따라다녔겠지.

“근데 넌 왜 자꾸 따라다녀? 너도 찾아보라니까?”

“호위 한 명 정도는 붙어 있어야죠.”

“그럴 필요 없다니까? 어차피 주변에 소환수들 쫙 깔아놔서 S급 몬스터도 피해 다닌다고.”

“그런가? 그것보다 도련님, 저 그거랑 비슷한 거 몇 개 봤어요.”

“봤다고? 마력이 느껴지는걸?”

“네. 마력이 느껴지긴 했는데, 가방이나 주머니 같은 것들이라 전부 무시했거든요.”

“위치는 알아?”

“음- 네. 대충은요.”

현지의 말을 들은 나는 현지를 재촉해 그 장소로 향했다.

일단 드래곤의 부산물들을 옮기기 위해서는 공간확장 가방이 많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마법서들이 발견되고 시간이 지나면 공간확장 가방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겠지만, 성능 차이가 심하게 난다.

대량 생산될 공간확장 가방의 경우 1톤 트럭 정도의 공간을 가지는데, 무게가 전혀 줄지 않는다.

하지만 오리지널의 경우 평균이 10톤 트럭 5대 분량과 비슷한 정도의 공간과 무게를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오랜 시간 어비스를 탐험하는 각성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 중 하나였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이 배낭에 넣어놓은 식자재들이 상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일반적인 물건들 역시도 전혀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로 생산될 배낭과 다르게 말이다.

“신기하긴 한데 그 배낭이 그렇게 좋은 거예요?”

“당연하지. 앞으로 어비스를 돌아다니려면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 직접 들고 다니려면 얼마나 피곤할지 생각해 봐.”

“좀 있으면 어비스용 차량 생산된다면서요.”

현지의 말은 일견 타당해 보였지만, 이곳이 지구가 아닌 어비스라는 걸 생각해야 했다.

“그거 생산돼도 함부로 막 타고 다니진 못할걸?”

“왜요?”

“소리가 심하잖아. 그 소리 듣고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몰려들면 그냥 걷는 것보다 느릴걸?”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현지에게 설명을 해주며 이동하던 나는 공간확장 가방이나 주머니를 계속 찾을 수 있었다.

“너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다?”

“저 원래 똑똑한데요? 모르셨어요?”

“그, 그러냐?”

* * *

유적 탐사 결과 공간확장 배낭과 주머니를 합해 총 22개 얻었다.

거기다 무구형 아티펙트 52개와 각종 서적 105권을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서적의 상태가 좋아 기분이 좋았다.

엄청 많네? 분명 그때 듣기로는 별로 없다고 했는데, 거짓이었나?

공간확장 배낭을 포함한 아티펙트 20개 정도와 서적 10권 정도를 발견했다던 발표는 다른 나라나 길드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거짓이었던 모양이었다.

“정말 오래된 유적 같은데 어떻게 이 책들이 멀쩡할 수 있을까요?”

“뭔가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지안은 서적의 상태를 보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나저나 이제야 겨우 해체가 끝났네?”

드래곤은 비늘과 뼈만 남은 상태였는데, 살이나 내장의 경우 소환수들이 전부 먹어치워 버렸다.

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기에 솔직히 좀 놀랐다.

“거기 쌓아둔 것들 다 여기 넣어.”

내 지시에 소환수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공간확장 배낭에 드래곤의 부산물을 넣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네요. 어떻게 저 큰 게 저 작은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지금 시대에 신기하지 않은 게 어디 있어? 게이트나 몬스터, 균열, 마나, 각성자 이것들 모두가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거였는데.”

“그건 그러네요.”

내 말에 동의하는 지안을 보던 나는 한쪽에 놓여 있던 수박만 한 악마석 두 개를 들어 올리는 소환수를 보며 급히 입을 열었다.

“그건 나한테 가지고 와.”

뚱이 정도의 크기였던 악마석.

그 악마석은 지금 수박 정도 되는 크기가 된 채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악마석을 호시탐탐 노리는 펜릴과 하임, 샤크 때문에 결국 분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펜릴과 하임, 샤크뿐 아니라 뚱이와 니안, 왕눈이에 현지까지.

하임에게 부탁해 정확히 7등분을 해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정말 이상한 것은 지안의 것도 하나 남겨두려 하자 녀석들이 반발했다는 것이었다.

현지에게 줄 것은 납득을 했으면서 지안은 안 된다며 반발하는 모습에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왜 현지는 가능하고 지안은 불가능한 건지 고민하던 나는 혹시 녀석들이 현지도 자신들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설마 현지도 악마종으로 진화를 하고 있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겨 현지를 보던 나는 현지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도 줘. 내가 가지고 있을게.”

“이건 제가 직접 가지고 갈게요.”

“왜?”

“제 부하들 줄 거거든요.”

현지의 가방에도 악마석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현지는 그것을 고블린들에게 줄 거라며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

“괜찮겠냐?”

“뭐가요?”

“쟤들 안 보여? 너 그러다 걔들한테 지면 어쩌려고?”

뚱이를 비롯한 전원이 악마석을 흡수한 후 급성장을 이뤘는데, 특히 샤크의 변화가 가장 두르러 졌다.

상어와 비슷한 생김새였던 것은 그대로였지만, 그림자가 마치 불꽃처럼 아지랑이들을 넘실거렸고, 그 크기 역시도 전보다 두 배는 거대해졌을 뿐 아니라 그림자가 진해지며 칠흑 같은 어둠을 품기 시작했다.

특히 변화의 순간 내뿜었던 그 어마어마한 마력은 왕눈이조차 넘어설 정도로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하임이나 뚱이, 펜릴 역시도 외형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막대한 양의 마력을 뿜어내며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고.

“괜찮아요. 저도 이번에 더 강해졌거든요.”

“저도요!”

“뭐? 더 강해졌다고? 어떻게?”

“죽을힘을 다해서 그런가 기절했다가 깨어나니까 강해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너 기절했었어?”

“네. 저도 도련님 쓰러지고 바로 기절했어요.”

처음 안 사실이었다.

설마 현지가 기절했을 줄은 몰랐는데…….

“지안이 너는?”

“저는 현지가 가르쳐 준 기술을 써봤거든요?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마력이 엄청 늘어났어요.”

“뭐? 설마 마력 증폭하는 기술 말하는 거야?”

“네.”

‘이런 괴물 같은……. 이제 마력을 다루는 것도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이야?’

지안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아직 마력을 다루는 게 미숙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들은 게 사실이라면 마력을 다루는 것 역시도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너 괜찮아?”

“뭐가요?”

“너 그거 실패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정말요?”

설마 모르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몸속에서 마력이 충돌하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전 괜찮은데요?”

“당연히 성공했으니까 괜찮은 거지. 실패했으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고.”

이건 순진한 거야 아니면 겁이 없는 거야?

지금껏 봐왔던 모습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아마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함부로 사용하지 마. 절대로.”

“네!”

마력을 다루는 게 현지급에 올라선 후가 아니라면 앞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언제 돌아가실 생각이세요? 일정을 일주일 정도로 잡으셨었잖아요.”

“낭비한 시간이 있잖아.”

본래 계획했던 일은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나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래 계획은 빠르게 유적을 찾아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혹여 발견될지도 모르는 임프들을 찾으며 남쪽을 향해 이동해 마지막 목적인 고블린 부락에 도착해 놈들을 지배하는 거였다.

‘분명 이쯤인데?’

원래 서울과 연결되어야 했을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과 수만km 떨어진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 원래 과천에 열렸을 게이트와 연결되어야 했을 장소라는 말이었다.

“아가씨가 많이 찾으실 텐데요?”

“나도 그게 좀 걸리긴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그냥 돌아가셔도 되잖아요.”

“그럼 또 와야 하잖아.”

“왜요? 대충 확인된 거 아니에요? 남쪽으로 향할수록 약한 개체들이 나온다는 거요.”

현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몬스터의 평균 등급이 내려가는 건 나와 일정을 함께했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긴 한데. 아직 임프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잖아.”

“그런가? 응? 도련님. 저기에 고블린 한 마리가 숨어 있는데요?”

“뭐? 정말?”

“근데 되게 특이한 애네요? 은신을 사용해서 다가오고 있어요.”

“확실해? 모습도 보여?”

“네. 거리가 좀 있긴 한데 확실히 보여요.”

일단 찾은 건가?

고블린을 찾기 위해 일부러 현지와 단둘이 행동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현지 이것은 이제 은신한 녀석의 모습도 확인이 가능하단 말이야?

“일단 대기해.”

“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나에게도 고블린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걸 확인한 나는 현지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놈 죽이지 말고 살려서 데려와.”

“네.”

현지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 나는 균열을 생성하며 고블린의 비명을 감상했다.

“꽥! 키엑!”

“데려왔어요.”

“균열에 넣어.”

“네.”

균열을 통과한 고블린이 나와 연결되는 것을 확인한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살던 집으로 안내해.”

“키엑!”

“집이라뇨?”

“얘도 집은 있을 거 아니야.”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는 현지를 뒤로하고 고블린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최대한 많은 수가 살면 좋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멀리 엉성해 보이는 집 비슷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 고블린들이 정말 집을 짓고 모여 사네요?”

“임프들도 모여 살잖아.”

“하지만 걔들은 고블린보다 똑똑하잖아요. 마력도 사용하고.”

“얘도 마력 사용하거든.”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마치 제 부하들 같아요.”

“그래. 재들 다 부하 만들어 줄 테니까 싹 다 잡아 와.”

“정말요?”

“그래.”

“넵!”

내가 이곳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고블린들을 이용한 호위 밑 암살부대를 따로 운용하기 위해서.

처음 각성자들을 모아 호위에 특화된 부대를 만들려 했던 나의 계획이 은신이라는 특성을 가진 각성자의 수에 막혀 초기화할 수밖에 없었다.

등록된 은신 특성 각성자의 수가 백 명이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수로는 아버지와 형, 수아뿐 아니라 유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나 이쪽과 연결된 자들에게 호위를 붙여 주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다 유명에 속한 자들은 대부분 정보 쪽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좀 있었다.

현지가 사라지고 1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걸음을 떼어 부락을 향해 이동한 나는 부락 중앙에 도착해 한쪽에 커다란 균열을 열었다.

“뭐해? 재들 다 균열에 던져 넣어.”

“킥!”

자신의 부족원들이 쌓이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던 고블린이 내 지시에 부랴부랴 움직이며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는 고블린들을 주워와 균열에 던져넣기 시작했다.

“끝났어요.”

“잘했어.”

“뭘요. 어차피 다 제 부하가 될 애들인데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여는 현지를 보자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던 창고에 대한 기억이.

“100마리 조금 넘나?”

“적확히 154마리요. 아! 쟤까지 155마리네요.”

“그래? 생각보다 많네?”

31마리씩 분배하면 되려나?

“어? 잠시만요.”

말과 함께 모습을 감춘 현지는 잠시 후 자기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홉고블린의 손가락을 붙잡고 질질 끌고 와서는 균열에 던져 넣으며 입을 열었다.

“요놈이 멀리서 이쪽을 살피고 있었어요.”

“거리는?”

“한 백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몸을 숨기고 이쪽을 보고 있더라고요.”

“혹시 모르니까 주변 돌아다니면서 더 있나 찾아봐.”

“네!”

현지가 다시 모습을 감춘 후 나는 부지런히 고블린들을 들어 균열에 던지고 있는 녀석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그만하고 일단 쟤들한테 이거 먹여서 좀 깨워봐.”

나는 허리에 매어둔 공간확장 주머니에서 포션을 잔뜩 꺼내 바쁘게 움직이는 고블린에게 건네며 말했다.

“키엑!”

포션을 받아든 고블린은 대답을 한 후 기절한 고블린들에게 다가가 입을 벌린 후 포션을 병 채로 쑤셔 넣으려 했다.

“잠깐! 이렇게 해서 먹여.”

내가 몸소 시범을 보여주자 그제야 따라 하는 고블린을 보며 한숨을 내쉰 나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는 고블린들이 모두 깨어난 걸 확인하고 지시를 내렸다.

부락에 퍼져 있는 고블린들을 모아 균열에 던져 넣으라고.

그렇게 나는 후에 현지가 잡아 온 홉고블린 두 개체와 고블린 일곱 개체를 포함한 165개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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