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8화 (78/214)

인천항 주변에 도착한 나는 바로 들어서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일단 현지를 투입한 상태였다.

“도련님.”

“어때?”

“생각보다 수가 많은데요? 분명 열둘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확인해 보니 수가 70 정도 되는데요?”

“김 실장이 그러던데? 이상하네? 벌써 화랑의 일반 길드원들이 도착한 건가?”

분명 김 실장은 최강준과 함께 움직인 인원은 12명이라고 했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일반 길드원이라고 하기에는 강한 놈들이 너무 많아요.”

“강하다고?”

“네. 대부분이 S급 이상이에요.”

“대부분이?”

“일반인을 제외하고 모두가 S급이에요.”

“일반인이 몇 명인데?”

“여섯이요.”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S급이 70명 가까이 된다는 말이야? 아!

문득 김 실장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중국 쪽에서 몸을 숨겼다는 놈들.

설마 그놈들 전부 S급이었다고?

최강준과 함께 화랑 길드에서 나온 자들 열둘이 전부 S급이었다.

거기다 중국에서 사라진 녀석들이 50여 명.

그 수를 더하면 수가 얼추 비슷했다.

“확실한 거지?”

“네. 그것보다 그놈이 있어요.”

“그놈?”

“그 있잖아요. 전에 회장님께서 중국 쪽이랑 협상할 때 따라온 놈 있잖아요.”

“그 중국 고위 간부가 눈치 봤다는 놈?”

“네. 그놈이요.”

그건 그렇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S급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거야?

설마 중국 쪽에 있는 S급 전부가 투입된 건가?

“이러면 계획이 너무 많이 틀어지는데?”

최강준에게 현지를 붙여놓고 나머지를 내 악마종들이 나서 나머지를 제압하며 혹여나 빠져나갈지도 모르는 자들에 한해 고블린 부대로 앞을 막아서려 했던 내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릴 위험이 있었다.

“상무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잠깐만.”

“그냥 덮치죠? 어차피 계들 수준 보니까 샤크만 봐도 벌벌 떨 거 같은데.”

“그럴까? 그냥 덮칠까?”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던 그때 지안이 입을 열었다.

“빠져나갈 자들이 걱정되면 고블린들 사이에 일부러 틈을 만들어 놓고 그쪽에 뚱이와 니안을 배치해 놓는 건 어떠세요?”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틈을 보여 함정을 만든 다라?

“그거 괜찮은데?”

“쟤들이 도망가려 할까요? S급이 무려 70이나 되는데?”

“그것도 그렇네? 아 몰라! 일단 지안이가 말한 계획대로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

“네.”

“일단 고블린들 전진시켜서 포위망 형성하고 뚱이하고 니안이 뒤에 대기시켜놔. 공격은 현지하고 홉일부터 고사까지 마지막으로 샤크다. 지안이하고 하임은 내 옆에 붙어 있어.”

“넵!”

“뀨!”

새롭게 짠 포지션대로 움직이며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새로운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생각보다 최강준이 강해 현지가 오래 잡혀 있게 된다 해도 이쪽에는 악마종이 무려 아홉이었다.

현지가 부하들에게 준 악마석 덕분에 고블린들이 모두 악마종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 * *

“정말 왔습니다.”

“그러네요? 길드장님 말이 정말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자신들을 포위했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놈들을 보던 나는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올 걸 알았다고?”

인사 따위는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

“그래.”

내 물음에 답을 해주는 최강준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태연해 보였다.

“어떻게?”

“내가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 언론을 이용했던 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렇지. 근데 말이야. 혹시 날 잡기 위해 함정을 판 건가?”

“그걸 알면서도 이 자리에 나왔다는 말인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멍청하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에게 멍청하다고 말하는 최강준.

그건 내가 할 말이었다.

“이봐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아! 설마 저딴 쓰레기들을 믿고 있는 거야?”

뒤쪽을 슬쩍 보며 가소롭다는 듯 시비를 걸어 보았지만, 최강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쓰레기라? 아직도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군.”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상황판단이 되지 않는 건 그쪽인 것 같아서 말이야.”

“킥킥-”

“큭큭-”

내 말에 최강준의 뒤에서 대기하던 자들이 마치 비웃듯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들은 내가 그들이 S급 이상이란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설마 중국의 S급을 모두 데려오기라도 한 건가? S급이 왜 이렇게 많아?”

“뭐……라고?”

순간 표정을 굳히는 최강준을 비롯한 그의 일행을 보며 이번엔 내가 미소를 지을 차례였다.

“그렇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S급의 수가 너무 많단 말이야. 도대체 저 많은 S급을 어디서 데려온 거야?”

“허! 알면서도 나타나셨다? 그쪽이야말로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못 들었어? 내 소환수 중 S급이 천마리가 넘는다는 거?”

내 말에 피식 웃으며 굳어 있던 표정을 피는 최강준.

그는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겨우 그딴 것들을 믿고 있었나? S급 몬스터 따위를?”

‘요것 봐라?’

현지 말대로 최강준의 힘이 생각보다 더 대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S급 몬스터 천 마리.

엄청난 전력인 것처럼 보여도 현지 정도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별것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한 수준.

만약 최강준의 자신감이 그 힘에서 나오는 거라면?

이러다 저놈 놓치는 건 아니겠지?

“S급 몬스터 따위라? 그럼 그쪽에 있는 S급 각성자도 따위가 되는 건가?”

“어디 우리와 몬스터를 비교한단 말이냐!”

순간 최강준의 뒤에 서 있던 화랑의 부길드장이라는 자가 나서서 기분 나쁘다는 듯 소리쳤다.

말싸움도 지겹네. 슬슬 시작해볼까?

“그럼 어디 비교할만한지 직접 확인해봐. 샤크!”

“헛!”

“억!”

내 외침에 그림자 속에서 샤크가 튀어나오자 최강준의 뒤쪽에서 대기하던 자들이 신음을 뱉어내며 표정을 잔뜩 구기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려던 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샤크의 존재감에 영향을 받는 존재가 최강준의 길드원들 그것도 전부가 아닌 반도 안 되는 인원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저들이 전부 세계랭커급이란 말이야?

“훗! 설마 내가 이것도 생각 못 했을까?”

“뭐?”

“이들은 말이야. 이딴 공포감 따위에 벌벌 떨 정도로 약하지 않거든. 아니 더한 공포감도 견뎌내었던 자들이란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좀 놀랐다.

설마 샤크의 존재감에 영향을 받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전부 세계랭커급은 아닌가? 그냥 이런 것을 견뎌낼 만한 어떤 훈련을 받았을 뿐인 건가?

“아 몰라! 알아서 처리해!”

등을 돌려 지안과 하임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는 순간 현지를 비롯한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도망……?”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을 하려던 최강준의 말이 끊긴 것을 보니 현지의 존재를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누구냐!”

지안의 곁으로 돌아온 나는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구경하기 위해 하임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 의자 하나만 만들어봐.”

“뀨!”

하임이 대답하자 시멘트가 치솟으며 의자를 만들어내었고, 의자에 앉은 나는 하임을 슬쩍 바라보았다.

이제 땅에 손을 데지 않아도 맘대로 땅을 조종하네?

악마석을 복용한 후 한층 성장한 하임은 이제 땅을 조종하기 위해 굳이 땅에 손을 데지 않아도 되었다.

“넌 뭐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현지를 보는 최강준에게 고개를 돌린 나는 현지에게 나올 대답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나? 도련님 메이든데?”

“미……친년인가?”

“푸흡!”

순간 내 옆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안이 최강준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한 거였다.

“야! 너 왜 웃어!”

“아! 미안해. 그치만 너무 웃기잖아. 미친년이래~ 킥킥-”

최강준이 눈앞에 있음에도 지안에게 고개를 돌리곤 화를 내는 현지에게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비서에 메이드라? 정말 미친년들이 따로 없군? 아! 이 경우에는 그 주인의 취향이 변태적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이쪽을 슬쩍 본 최강준은 지안과 현지를 번갈아 보다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지안을 이미 본 적이 있기에 지안이 비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었다.

“너 뒤졌어!”

쾅-

“큭-”

순간 현지가 모습을 감췄고, 그 영향으로 최강준이 신음과 함께 저 멀리 튕겨 나갔다.

“$&*%$#!”

순간 뒤쪽에서 대기하던 중국놈들이 뭐라 크게 소리치며 최강준을 받아들려 했지만, 최강준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공중에서 몸을 틀며 땅에 가볍게 내려섰기 때문이다.

현지의 공격을 막은 건가?

“작은 교주?”

최강준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지안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쟤들이 최강준 보고 소교주라고 하는데요?”

“너 중국어 할 줄 알아? 확실해?”

뭔가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소교주면 후계자 같은 건가?

“네.”

잠깐만? 최강준이 소교주라고?

교주라는 말이 종교 단체의 수장을 뜻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 최강준에게 소교주라고 하는 건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강준은 한국 사람인데? 설마 교주라는 자가 한국 사람인가?

“뭐! 왜! 덤빌 거면 빨리 덤벼 박살을 내줄 테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현지가 최강준을 도발하듯 삐딱한 자세로 비웃듯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건 최강준을 잡아서 물어보자.

“감히!”

쾅-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든 최강준은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잠시 후 또 저 멀리 튕겨 나갔다.

“별것도 아니네? 괜히 기대했잖아.”

손을 털며 말하는 현지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에 역시! 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나머지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현지의 입이 열렸다.

“똑바로 안 하면 돌아가서 대련이야!”

“키엑!”

“케엑!”

순간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고블린들의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고, 이어서 고블린들과 S급 각성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임아, 쓰러진 애들 땅에 파묻고 머리만 내놔. 알았지?”

“뀨!”

“지안이 너는 혹시 모르니까 빠져나가려는 녀석들 보이면 그냥 쏴버려. 다리 쪽으로.”

“네. 그런데 상무님.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마왕 같아 보여요.”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습을 드러낸 채 각성자들을 몰아치는 고블린들과 그림자를 타고 돌아다니며 각성자들을 꿀꺽 삼켰다가 뱉어버리는 샤크.

그 모습을 기괴한 의자에 앉아 미소 지으며 조용히 지켜보는 나는 마왕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크아아악-”

“뭐야? 재 왜 저래?”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그때 한쪽에 엎어져 있던 최강준이 고함을 치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는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전신에서 검은 마력과 시뻘건 살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특히 붉게 변한 그의 눈동자는 소름 끼칠 정도로 불길해 보였다.

“장차 세계의 주인이 될 이 몸을 감히 계집년 따위가!”

쾅!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외친 최강준은 굉음과 함께 있던 자리를 폭삭 주저앉혀 버리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현지 역시 그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끌어올리며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쾅- 콰앙- 쾅-

현지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던 전과 달리 계속해서 폭발음을 만들어내며 이곳저곳을 부수기 시작하는 둘 덕분에 모두의 행동이 멈춰버렸다.

고블린들은 물론이고 샤크와 상대 각성자들까지도.

“대단한데요? 현지한테 전혀 밀리지 않아요. 저보단 훨씬 강한가 봐요.”

고개를 이리저리 휙휙 돌리는 지안은 나와 달리 둘의 싸움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임도 보이는 것 같은데 난 왜 안 보이지?

둘의 싸움을 보기 위해 두 눈에 마력을 잔뜩 집중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도 보고 싶은데?

“설마 현지가 지진 않겠지?”

“네? 상무님은 안 보이세요?”

“안 보이니까 묻는 거 아니겠냐? 그나저나 누가 이길 것 같아?”

“당연히 현지가 이기겠죠.”

“왜?”

“현지는 여유가 있어 보이거든요. 반대로 최강준은 좀 힘겨워 보이고.”

“다행이네.”

살짝 불안했었는데 지안의 말 덕분에 안심이 되었다.

물론 현지가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다칠 수도 있었기에 조금 걱정했을 뿐.

쾅- 콰과과광-

근데 왜 조금씩 이쪽으로 오는 것 같지?

둘이 처음 격돌했을 때는 분명 이곳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 들리는 소리와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내가 있는 곳과 멀지 않은 장소였다.

“설마 이쪽으로 오는 건 아니지?”

“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왜? 현지가 이기고 있다며? 그럼 이쪽으로 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러네? 이쪽으로 모는 건가?”

하임이 있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이 패배할 거란 걸 깨달은 최강준이 나를 노릴지도 몰랐으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뭐가 뭔지 알 수가 있나?

퍼억-

“크악!”

퍽- 퍽- 퍼버버벅-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여러 번의 타격음이 울리며 최강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정면에 모습을 드러낸 최강준은 그대로 쓰러지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현지가 뒤에서 그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제 선물이에요.”

그를 잡아 그대로 꿇어 앉힌 현지는 나를 향해 윙크했고, 가만히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재빠르게 최강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팔다리의 뼈가 모조리 박살 났는지 무릎을 꿇은 채 축 늘어져 있는 최강준을 보던 나는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과 동시에 통쾌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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