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떻게 찾아낸 거예요? 그곳은…….”
“네. 보고받기로는 그곳에 이상한 결계 같은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계?”
“현지 양의 보고에 따르면 미호의 환영능력 같은 결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호? 아니, 그것보다 그곳을 어떻게 들어갔다는 거죠? 지키는 자들이 있었을 텐데? 설마 나한테 거짓말 한 거예요? 그건 물어보지 않았다면서요!”
어머니는 말을 하다 말고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리곤 빼액 소리치셨다.
“아니, 안 물어봤다니까 글쎄? 현지라는 아이를 보낸 것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그곳을 지키는 자들의 수준이 세계랭커라 불리는 자들과 수준이 비슷한데 어떻게 그곳을 뚫고 들어가요!”
문지기의 수준이 세계랭커급이라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그런 자들을 문지기로 쓸 수 있는 걸까?
“아니, 글쎄! 그 현지란 아이가 그만큼 대단하다니까.”
“그래요. 그렇다 쳐요. 그런데 그 현지란 아이가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곳에는 10강 수준의 무인의 수가 적어도 100이 넘는다고요. 아무리 지금 아버지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장로들뿐 아니라 오라버니들까지 있는 그곳에서 들키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요!”
어머니는 천마신교라는 단체를 싫어하시는 것 같으면서도 천마신교에 대해 자부심이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머니?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내 말에 고개를 나에게 돌리신 어머니는 설명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혹시 최강준이 왜 역혈대법이란 것을 사용했는지 아세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함정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고 들었어.”
“함정이요?”
“그래. 너의 소환수를 비롯한 유명의 가디언들 수천 명에게 둘러싸여 빠져나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고 들었단다.”
어이가 없었다.
진실을 퍼트릴 리 없다고 생각해 거짓을 말한 건가?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최강준은 현지라는 아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도망을 쳤으니까요.”
“뭐라고? 그럴 리가? 그 아이의 강함은 적어도 단주급은 될 텐데? 한국의 각성자가 그 정도로 강하다고?”
“단주요?”
“아! 무력단체를 이끄는 자들이란다.”
“그런가요? 아무튼, 현지라는 아이는 최강준이 역천대법이란 것을 사용하고도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강해요. 그러니 최강준이 방심을 유도하고 도주를 택한 거고요.”
어머니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렇게 강한 능력자가 한국에 있었단 말이야?”
“네. 거기다 그 아이보다도 더욱 강한 녀석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 떠나겠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래. 그 천마신교인가 뭔가가 전부 덤벼도 내 아들한테는 안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내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직은 믿을 수 없어요. 그 현지라는 아이가 돌아오면 내가 직접 확인해 볼 거예요.”
“그래. 알았어.”
당장 떠나야 한다는 어머니의 소동은 여기에서 일단락되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만약 어머니의 말대로 그곳에 정말 그토록 대단한 자들이 넘쳐난다면 지금 내가 가진 전력으로는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지도 몰랐다.
‘악마종들의 수준을 더욱 높여야겠어. 어비스 깊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 * *
“도련님 저 돌아왔어요!”
“다친 데 없지?”
“네. 아무 이상 없어요.”
현지가 나를 바라보는 눈 속에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어땠어? 대충 보고받긴 했는데 그거 말고도 더 있지?”
“히히히- 궁금하세요?”
“그냥 좀 말해주면 안 되냐?”
“치! 알았어요. 그러니까…….”
현지는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이트를 따라 들어갔던 것부터 그들의 이동 경로와 그들이 접촉했던 인물들 마지막으로 천마신교라는 단체에 들어가기까지.
물론 어머니의 입을 통해 그 단체에 대해 대충 들어서 알고 있던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들의 무력 수준이었다.
어머니가 말했던 그들의 무력 수준은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그놈들 얼마나 대단하디?”
“일단 도련님이 예상하신 것과는 차이가 심해요.”
“어느 정도길래?”
“제가 파악하기로는 뚱이를 비롯해 니안이나 샤크와 비슷한 수준의 각성자들이 적어도 10명 이상은 있었어요.”
‘중급 악마종과 비슷한 수준이 10명 이상이 존재한다고?’
어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음- 저보다 약간 아래로 보이는 자들이 둘 있었고요.”
“정말이야? 너보다 아래라는 거?”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아마 현지보다 아래로 보인다는 자들은 어머니의 오라버니라는 자들이라 추측되었다.
그나저나 그럼 그 천마라는 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어머니는 천마라는 자가 그 둘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했다.
“정확히 말해봐. 붙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둘 모두요? 아니면 각각?”
“일단 각각.”
“음- 일단 일대일이라면 제가 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둘이 함께 덤볐을 경우에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들에게도 최강준과 비슷한 기술이 있다면 저도 어쩌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나마 안심이었다.
일대일에서는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는 말이었기에.
‘그나저나 정말 운이 좋았네.’
그 천마라는 자가 자리를 비운 틈에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가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면 현지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련님. 무슨 일 있었어요?”
“왜?”
“뭔가 되게 어수선한 것 같아서요.”
집안의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있지. 정말 엄청난 일이 있었어.”
“정말요? 무슨 일인데요?”
“어머니가 돌아왔거든.”
“네? 어머니요? 누구 어머니요?”
현지는 내 입에서 나온 어머니란 말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누구긴 누구야. 내 어머니지.”
“도련님 어머니요? 도련님 어머니가 계셨어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지안과 다르게 현지는 10년 가까이 아버지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래. 너 떠나고 조금 있다가 오셨어.”
“농담이죠?”
“아닌데?”
“제가 회장님을 만난 게 10년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어머니란 분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요.”
“그렇겠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셨으니까.”
“설명 좀 해 주시면 안 돼요?”
“조금만 기다려 봐. 곧 이곳으로 오실 테니까.”
현지는 이제 완전히 내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당연히 도착하자마자 나를 찾아온 현지였기에 곧 있으면 아버지가 이곳으로 오실 거다.
어머니와 함께.
똑똑-
“선우야, 엄마야.”
“네. 들어오세요.”
내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두 분을 번갈아 보는 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 봐도 나이 차이가 정말 심하게 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아버지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어머니.
“아닌데?”
이어서 나에게 고개를 돌리곤 어머니를 바라본 현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20대 중반인 나와도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 보였기 때문이다.
“이분이 우리 신교를 방문했다는 분이니?”
“네. 인사해 현지야. 내 어머니셔.”
“아, 안녕하세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은 현지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좀 이상하긴 하지?’
아무리 각성자가 일반인에 비해 동안이라고 해도 어머니처럼 심하게 동안일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이제 막 50대에 접어드셨지만, 잔주름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동안이었다.
“정말 이 아가씨가 맞니? 그냥 어여쁜 아가씨로만 보이는데? 어머?”
“정말 도련님 어머니가 맞아요? 너무 젊어 보이시는데? 응?”
동시에 입을 여는 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저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동시에 내 양옆으로 이동한 둘은 동시에 각각의 귀에 귓속말을 속삭였다.
결국, 나는 아버지를 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현지야.”
“네, 회장님.”
“이 사람은 내 아내이자 신우와 선우의 어머니가 맞다.”
“아! 네.”
아버지의 말에 그제야 진실이라고 믿는듯해 보이는 현지였다.
“그리고 이 아이가 현지라는 아이가 맞아.”
“정말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우지 않으셨다.
“그런데 도련님 뭐가 맞다는 거예요?”
“조금 전에 나에게 들려줬던 이야기 두 분에게도 해 줘.”
“어떤 이야기요?”
“거기 다녀온 이야기.”
“아! 네.”
이어서 현지는 아버지를 보며 조금 전 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그 오크와 샤크라는 녀석과 비슷한 무력 수준을 가진 자들이 정말 10명이나 있다는 말이더냐?”
“네.”
“그리고?”
“저보다 약간 처지는 자들이 둘 있었어요.”
“음-”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아시곤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지으셨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두 눈이 마구 흔들리고 계셨으니까.
“아가씨보다 처지는 수준이라고요?”
“네. 그런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는 그들에 대해 말을 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그들의 수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었다.
오라버니가 둘이라거나 그 아래 수준의 강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으셨었다.
“그럼 편하게 물어볼게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그들의 외모도 확인했니?”
“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서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대충 보긴 했어요.”
“그들의 모습을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음- 둘 다 30대 중반으로 보였고요. 한 명은 검붉은 머리에 눈동자가 조금 특이했어요. 진한 핏빛이라고 할까? 그리고 또 한 명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였는데 외형적으로 특이하진 않았어요. 뭐랄까? 그냥 엄청 잘생겼다고 하면 될까요? 그러고 보니 도련님과 좀 비슷한 것 같네요?”
“저, 정말이었어? 어떻게?”
어머니는 크게 놀라시며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고, 이어서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수준의 무인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건 당신 아들에게 물어봐. 내가 알기로 현지 저 아이는 선우와 함께 움직이기 전에도 뛰어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하진 않았으니까.”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생각에 잠겨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나에게 시선을 주며 무언의 압박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냥 원래 재능이 엄청 뛰어난 것일걸요? 그렇지 현지야?”
“정말이니?”
현지를 보며 묻는 어머니.
“음- 제가 재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회장님 말대로 도련님 덕도 있었죠. 물론 수아 아가씨 덕도 있었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덕이라니?”
수아는 그렇다 쳐도 내 덕이라니?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기에 현지를 보며 물었다.
“도련님 균열 열 때 성질이 변하는 마력 있잖아요.”
“그게 왜?”
“도련님은 모르시는 모양인데 그 마력은 균열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에요.”
“뭐?”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내 파괴의 마력이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라니?
“처음 균열을 만들어 낸 후에 그 마력들은 천천히 주위에 퍼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그 마력이 좀 특이하게도 처음에는 저나 주위에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점차 저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더라고요.”
“내 마력이?”
“네. 티는 안 냈지만, 그 마력 정말 무섭더라고요. 아무리 막아도 계속해서 제 마력을 파괴하며 파고 들어오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받아들였죠. 일단 받아들여서 몸 안에서 없애려고요. 그런데 이게 해보니까 점차 육체가 강해지고 마력의 성질이 조금씩 그 마력을 닮아가더라고요. 그 결과가 지금의 저고요. 아마 지안이도 알고 있을걸요? 현태는 모르려나?”
그러니까 지금 현지의 말은 자신의 육체에 내 파괴의 마력을 받아들여 육체를 성장시키고 마력을 변환시켰다는 말인 거지? 이게 가능해? 거기다 지안이도 알고 있다고?
“선우의 마력을 받아들였다고? 타인의 마력을?”
어머니 역시 각성자였다.
타인의 마력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고 있는.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그 마력을 받아들이고도 괜찮았다는 말이야?”
“아니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느껴져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으니까요. 그런데 수아 아가씨 버프를 받으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계속 반복했죠.”
“수아라면 선우의 딸을 말하는 거니? 내 손녀?”
어머니는 수아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일부러 말을 안 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거다.
수아는 어머니를 할머니라고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뭐랄까?
너무 젊어 보이는 모습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처음 수아에게 할머니라고 소개했을 때 수아는 계속 ‘아닌데? 아닌데?’를 반복했다.
뭐라더라? 자신의 담임 선생님보다 나이가 적은데 어떻게 할머니냐고 물었었나?
아무튼 그랬다.
“네. 그 아이 맞아요.”
“설마? 그 아이는 이제 9살이라며?”
“좀 특이한 경우죠. 정확히는 모르지만 8세 이전에 각성했으니까요.”
“왜 말하지 않았니? 설마 아직도 엄마를 의심하고 있는 거니?”
“그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수아가 각성자라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최연소 각성자의 나이가 10세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8세 이전이라고?”
수아가 좀 빠르긴 했다.
8세 이전의 나이에 각성한 수아.
그 이전의 최연소 각성자의 나이는 10세였으니까.
그런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혹시 그 아이의 능력이 뭔지 알려줄 수 있겠니?”
“음- 수아의 능력은 일단 두 가지에요.”
“뭐? 두 가지?”
“네. 진화라는 능력과 정령의 문이라는 능력이요.”
“진화라고?”
나는 어머니에게 수아의 능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아, 안돼…….”
“왜 그러세요?”
어머니의 반응은 뭔가 좀 이상했다.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어머니의 반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