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8화 (98/214)

우웅-

오랜 시간 기다렸던 공간의 문이 열려며 안쪽으로 상급의 악마종을 기다리는 듯한 현지의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하자!”

수호자급 정령을 시작으로 내 소환수들이 새롭게 열린 공간의 문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투기를 뿜어내며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소환수들을 보자 실패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지안아, 너는 아직이야. 왕눈이와 함께 움직일 거니까 펜릴이랑 대기해.”

살짝 흥분한 지안은 소환수들의 뒤를 따라 이동하려다 내 말에 멈칫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왕눈이랑이요?”

“그래.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해서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되면 나랑 같이 들어갈 거야.”

지안의 참가를 허락한 이유는 녀석이 왕눈이에 대해 너무 빨리 눈치를 챌 경우를 가정해서였다.

놈이 왕눈이란 존재를 눈치챈다면 지안의 공격으로 잠시라도 놈을 흔들기 위해서.

아마 금방 눈치채겠지만, 잠깐이라도 혼란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도련님! 시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정령이 생각보다 놈을 잘 막고 있어요.”

공간의 문을 통해 나온 현지가 내게 보고를 하곤 곧장 다시 문으로 들어갔다.

“미호야!”

미호에게 소리치는 순간 작은 진동이 땅을 통해 전해졌다.

‘정말 여기까지 여파가 오네?’

미호가 연 공간의 문으로 미호가 먼저 사라졌고, 이어서 내가 지시를 하기 전에 왕눈이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도 갈게요.”

혼자만 덩그러니 남은 나는 점차 커지는 진동을 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공간의 문으로 들어갔다.

“저놈이야?”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수호자급 정령의 공격 시뻘건 화염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이어서 내 소환수들이 녀석을 향해 다양한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신과 마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공격들이 녀석에게 쏟아져 내렸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내 소환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화나 소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악마가 저곳에 있었다.

크기가 무지막지하게 크진 않았지만, 시뻘건 피부에 머리 양쪽으로 높게 솟아오른 두 개의 뿔과 입을 벌릴 때마다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

거기다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가시들이 긴 꼬리를 타고 이어졌고, 꼬리의 끝에는 날카로운 창처럼 생긴 검고 길쭉한 가시가 달려있었다.

흉악한 마력을 마구 내뿜으며 수호자급 정령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향해 마력을 쏟아내는 녀석을 멍하니 보던 나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준비를 마친 왕눈이와 미호가 나를 보며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할까?”

내가 입을 열자 미호의 환영이 이곳을 감싸며 우리의 모습과 기운을 감추기 시작했고.

이어서 왕눈이의 촉수들이 왕눈이를 감싸기 시작하며 왕눈이의 거대한 눈 바로 앞에 동시에 레이저를 발사했다.

천천히 증폭되기 시작하는 기운을 느낀 나는 역시나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제 증폭을 시작했음에도 느껴지는 마력의 양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다.

‘응? 이거 뭐야?’

오랜만에 보는 왕눈이의 필살기에서 익숙한 마력의 향을 맡은 나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왕눈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왕눈이가 증폭시키던 레이저의 마력이 점차 파괴의 마력을 닮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상무님. 저는 어떻게 할까요?”

“기다려. 놈이 만약 눈치를 채면 그때 부탁해.”

“네.”

지안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이 눈치를 채 버렸는지 이쪽을 향해 흉악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이어서 두 눈에서 시뻘건 마력이 나를 향해 뻗어 나왔다.

쿠왕-

그에 뚱이가 놈의 앞을 막아서며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었고, 녀석의 시선이 뚱이에게로 향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곧장 이곳을 향하려는 녀석의 양팔과 다리에 샤크의 그림자가 감기며 녀석을 잠깐 저지한 순간 놈의 목 언저리에 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놈의 목을 베어 들어가는 현지의 공격을 경시하지 않고 빠르게 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잠깐이지만 녀석의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눈치챘는데요?”

“그럼 한 방 부탁해.”

“네.”

곧장 펜릴을 타고 날아오르는 지안을 보며 허리에 매어둔 플레어건을 이용해 신호탄을 발사하자 녹색 빛의 신호탄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터졌고, 그 뜻을 알아챈 소환수들과 수호자급 정령이 녀석을 견제하며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녹색은 잠시 물러나란 뜻이었고.

붉은색은 완전히 피하라는 뜻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미리 준비해둔 물건이었다.

‘어? 어디 가?’

신호탄을 발사하고 곧장 고개를 돌린 나는 지안이 지금 있는 곳보다 더욱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과 떨어져 있는 거리가 1킬로를 넘어설 정도였음에도 지안은 펜릴을 탄 상태로 더욱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저렇게 물러나는 거야?’

2km 정도를 더 물러나고 나서야 자세를 잡는 지안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했던 나는 이어서 지안과 펜릴에게서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마력을 뿜어내며 뭔가를 준비하는 모습.

이어서 아스트라에 지안이 뿜어낸 모든 마력이 뭉쳤고, 펜릴 역시도 기다란 금색 뿔에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연계하려는 건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드디어 지안이 활시위를 놓으며 눈 부신 빛을 발하는 화살을 발사했고, 뒤이어 펜릴의 뿔에서 금빛 뇌전이 쏘아져 나와 화살에 합류했다.

퍼엉-

푸른 불꽃처럼 보이는 화살의 꼬리에 적중된 뇌전에 의해 화살의 속력이 한층 빨라지며 마치 소닉붐과 비슷한 현장을 만들어 냈다.

‘저거 화살을 뇌전이 둘러싼 건가? 그나저나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화살이 쏘아지는 속도가 아닌 지안이 화살을 분열시킨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걸 말하는 거였다.

화살의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아직 나를 지나치지도 않은 상태였음에도 지안은 벌써 화살을 분열시켰고, 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눈으로 지안을 볼 수밖에 없었다.

화살이 이대로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내 소환수들에게도 큰 피해가 갈지도 몰랐기 때문에 살짝 걱정되는 마음이 들던 찰나.

‘도대체 어쩌려? 응?’

분열한 수백 발의 마력 화살 중 중앙에 있던 화살을 감싸고 있던 뇌전이 찰나의 순간 모든 화살을 연결해 버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이어서 연결된 수백 발의 마력 화살이 점차 가까워지며 중앙에 있던 화살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분열된 화살을 흡수하면서 마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거야?’

그랬다.

분열된 화살을 흡수하기 시작한 화살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이 분열된 화살을 흡수할 때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

거기다 화살을 흡수하며 점차 가속을 시작한 화살은 3킬로라는 거리를 한순간에 좁히며 녀석의 코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크롸롸롹-”

처음 발사되었을 때만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던 녀석은 순식간에 마력을 증폭하며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담게 된 화살을 보고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급히 팔을 들어 올려 검붉은 마력을 집중시켰다.

콰앙- 쿠구구구구구-

녀석이 들어 올린 손과 지안의 마력 증폭 화살의 충돌에 의한 마력 폭풍이 놈을 중심으로 터져 나가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며 땅을 뒤흔들었고, 이어서 뚫으려는 자와 막아내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1초를 수십으로 쪼갠 찰나의 시간이 지나던 그때.

놈이 지안의 공격을 막아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이 빗나갔다.

펜릴의 뇌전이 화살을 막아내던 놈의 마력을 타고 흘러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녀석이 잠시간 정지했고, 그 틈을 화살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콰앙-

들어 올렸던 놈의 팔을 소멸시키며 순식간에 놈을 뚫고 들어간 지안의 마력 화살이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굉음을 터트리며 녀석이 있던 자리가 폭발했다.

핵폭발이 발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버섯구름이 솟구쳤고, 이어서 후폭풍이 나를 넘어 끝없이 퍼져나가며, 대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을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왕눈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왕눈이를 부르며 뒤를 돌아본 나는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 뭐하냐?”

마력을 증폭시키며 레이저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왕눈이가 다시 마력을 회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필요.

아무래도 왕눈이는 녀석이 이미 처리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회수 불가.

“너까지 공격하면 악마석을 회수할 수 없다는 말이야?”

-긍정.

이제야 왕눈이가 공격을 포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놈이 죽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큰 부상을 입었기에 왕눈이가 그대로 공격한다면 조금의 힘도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모든 것이 소멸할 버릴 위험이 있었으니까.

“뚱!”

왕눈이의 텔레파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뚱이의 기합성이 들려오며 폭발로 생겨난 연기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며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쪽 팔과 함께 몸 절반이 사라진 녀석.

머리통의 반절이 날아갔을 정도로 서 있는 것이 신기한 모습이었는데, 녀석은 그런 상태에서도 천천히 재생하고 있었다.

상처에서 연기가 치솟으며 천천히 몸을 수복하고 있는 모습.

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저 녀석은 재생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뚱이를 비롯한 샤크와 니안, 수호자급 정령이 녀석을 공격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며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녀석의 몸에 수천 개의 선이 생겼고, 이어서 놈의 앞에 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무너져 내리는 녀석을 보며 끝났음을 확인한 나는 미호를 보며 공간의 문을 열어줄 것을 지시했다.

“확실히 끝난 거지?”

“네. 악마석도 꺼냈어요.”

현지가 나에게 다가와 악마석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작네?”

크기가 수박 정도 되어 보이는 악마석을 보며 입을 열자 현지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멈칫했다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이놈 육체 자체가 악마석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한 번 느껴보세요.”

현지의 말에 놈의 육체에 남아 있는 마력을 느껴본 나는 현지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명력을 잃었음에도 마력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천 개로 조각난 육체 하나하나는 악마석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보다 적은 양이었지만, 전체로 따지면 악마석을 가볍게 넘어서는 마력을 품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지안아.”

악마석에 대한 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지안이 방금 발사한 그 정체 모를 공격.

“네? 왜요?”

“너 그거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펜릴의 등에서 내린 지안은 많이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다 내 부름에 대답했다.

“방금 쏜 화살이요?”

“그래 그거. 분열시켰다가 다시 합쳐버린 거.”

“말했잖아요. 새로운 기술이라고.”

“어떻게 한 건데? 그 거리에서 마력을 통제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킬로급의 거리.

초속 킬로급의 스피드.

마지막으로 몇 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그 모든 것을 생각해볼 때 방금 지안이 했던 공격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왕눈이에 비해 꿀리지 않을 정도로.

그 짧은 시간 동안 분열을 시키고 흡수를 한다? 아니 흡수뿐 아니라 증폭까지 한다?

솔직히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을 괴사나 다름없었다.

“일단 펜릴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펜릴이?”

“네. 펜릴이 제가 분열시킨 화살들을 빠르게 끌어와 줬거든요.”

“그래. 그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마력을 증폭시킨 거야?”

“마력의 충돌을 이용한 거죠. 저번에 현지가 알려준 기술을 보고 생각해 봤는데, 왕눈이도 외부에서 증폭을 시키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게 무슨 소리야?’

왕눈이가 외부에서 증폭을 시키는 것은 마력을 한곳에 집중시킨 후 바로 앞에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이미 빠르게 쏘아진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무리 왕눈이라 해도 불가능할 거다.

“대단하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저도 될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하는 지안을 보자 천재라는 것들의 머릿속이 정말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걸까?

보통 사람이라면 실행은커녕 생각조차 해보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나저나 만약에 지안이가 저 기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면 현지와 비슷한 수준까지 단숨에 올라가겠는데?’

아니, 현지를 넘어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까 지안이 너도 이제 괴물급이라는 거지. 솔직히 방금 네가 했던 건 나도 못한다고.”

“나도 혼자서는 못하거든? 펜릴이 도와줘서 겨우 가능했던 거야. 또 한다고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단 말이야.”

현지와 지안의 대화를 무시하기로 한 나는 고개를 돌리다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내 소환수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상급 악마종의 조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너네 뭐하냐? 안 멈춰?”

내 지시에 멈춰선 소환수들은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나를 향해 불쌍해 보이는 눈빛을 보냈다.

“나눠 줄 거니까 그렇게 보지 마라.”

중급 끝자락에 올라선 소환수들이 만약 여기서 동시에 진화하게 될 경우, 반푼이가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일정 영역의 마력을 빨아들인 왕눈이조차 더욱 많은 마력을 필요로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돌아가자. 다 챙겨.”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까 오늘 왕눈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네?

왕눈이와 동급의 정령과 그에 살짝 못 미치는 현지와 지안.

마지막으로 중급의 끝자락에 오른 내 소환수들까지.

상급 악마종 하나를 처리하는 데는 과한 전력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하네.

* * *

“순서를 정해야겠지?”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분배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상급 악마석, 그리고 상급 악마종의 조각난 파편.

이걸 정확히 배분하는 건 지안의 말대로 내 소환수들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만들어 버릴지 몰랐기에, 모두를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해도 순서를 정해 하나씩 확실히 성장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중급 끝자락에 오른 녀석들이 뚱이, 니안, 하임, 펜릴, 샤크인가? 미호하고 홉일이는 아직 거기까지 올라간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

“네.”

“그럼 일단 뚱이부터 시작하자.”

“도련님은 뚱이를 왜 그렇게 이뻐하세요? 솔직히 중요도를 따지면 하임이나 펜릴이 더 중요하지 않아요.”

현지의 말은 맞는 말 같았지만, 내 마음속의 일 순위는 항상 뚱이였다.

현생에 가장 먼저 소환했을 뿐 아니라 전생에서 역시 나와 함께 가디언이었던 시절을 대부분 함께 보낸 뚱이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으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뚱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할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뚱이의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믿음이 생겨났다.

반드시 나를 지켜줄 거란 믿음이.

아마 전생에 항상 내 옆에서 함께 생활하며 나를 지켜주었던 존재가 뚱이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시끄럽고. 준비나 해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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