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곳이 천마신교라는 곳인가?”
미호가 연 공간의 문을 통해 도착한 곳은 마치 무협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고풍스러운 전각들이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끝을 모르게 늘어서 있었으며, 뒤쪽으로는 거대한 성벽 같은 것이 있었다.
“생각보다 풍경이 괜찮죠?”
거대한 산 그것도 중턱에 위치해 있는 장소.
나름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네? 천 년이라는 세월을 이어 왔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가 봐.”
“우와!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지안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터트리는 사이 어느새 내 뒤에 왕눈이를 비롯한 상급의 악마종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저나 왜 아무도 없어?”
“아마 곧 몰려오지 않을까요?”
지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곳곳에서 이상한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각자의 무기를 든 채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지만, 뭐하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몰랐으니까.
“뭐래?”
“누구냐는데요? 그런데 상무님 통역기 안 가지고 오셨어요?”
“아! 그렇지.”
지안의 말에 가지고 온 통역기의 전원을 켠 나는 설정을 중국어로 변환시키며 입을 열었다.
“왕눈아, 일단 저것들 좀 못 움직이게 해줘.”
내 지시에 곧바로 왕눈이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고, 이어서 나타난 자들에게서 신음성이 터져 나오며 당황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으헉-”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깨닫자, 눈동자가 흔들리는 천마신교 측 무인들.
그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나는 지안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지안아! 재들 보고 천마라는 자를 좀 만나고 싶다고 전해줘.”
아직 마법을 접목한 물건은 개발단계였기에 지금의 통역기는 듣는 것만 가능했다.
저쪽이 통역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내 말은 전부 씹혀 버릴 거다.
“저기요! 저희는 천마라는 사람을 만나러 왔어요. 혹시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요?”
“미친년이구나! 어디 미천한 년이 함부로 그분을 입에 올리느냐!”
자신들이 제압당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아 보이는 자들.
계속해서 나타나는 자들을 믿는 것 같았지만, 그들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모습을 보이는 족족 그대로 멈춰버리는 자들.
“저보고 미천하다는데요?”
“나도 들어서 알고 있거든?”
“어떻게 할까요?”
“일단 대화를 좀 나눠보자고. 어머니 말대로 일단 도전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해.”
내 말에 지안이 다시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 저기요. 저희는 유명그룹에서 나왔거든요? 아시죠? 유명그룹.”
“유명그룹이라면 아가씨의…….”
아무래도 저 아가씨라는 말은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인 듯싶었다.
“네. 이분이 그분의 아들이신데 천마라는 사람에게 도전이란 걸 하려고 하는데 안내를 좀 해주셨으면 해요.”
“도전이라고? 이런 미친! 죽기 싫으면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
나가라고?
나가라 소리치는 남성의 표정은 마치 우리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압당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왜요?”
“그분은 신이다! 감히 너희 따위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이다!”
“이상하네? 분명 도전을 하면 받아들여 줄 거라 그랬는데?”
“도련님. 저놈 혹시 도련님을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현지도 나와 생각이 같은 모양이었다.
돌아가라 말한 남성의 말투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딱히 우리에 대한 적개심이 안 보이는데? 음……. 왕눈아 일단 멈춰봐.”
대화가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왕눈이에게 그만 멈추라고 말한 순간.
멀리서 한 줄기의 기운이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마침내 기운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무슨 일이지?”
“그, 그게…….”
굉장히 잘생긴 30대 중반의 남성.
그의 외모를 보자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도련님 저 사람이에요. 도련님 외삼촌.”
“누가 외삼촌이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순간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외삼촌? 설마 우희의 아들?”
그의 입에서 어머니의 이름이 나왔다.
정말인 모양이네?
“네. 천우희 씨가 제 어머니 되십니다.”
“내 조카라고?”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은 그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조카님께서 여긴 무슨 볼일이지?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도전을 어? 잠깐 한국말을 하네요?”
“당연하지 않으냐? 나도 반은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는데. 그나저나 도전이라?”
외할머니란 분이 한국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국말을 저렇게 유창하게 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크흠- 그러니까 천마? 그 사람에게 도전을 하려고 왔어요.”
“아버지에게 도전을? 하하하. 이거 우희가 아들을 정말 잘 두었구나. 후계자 경쟁이 아니라 도전을 하러 왔다니.”
“가능할까요?”
“불가능한 건 아니다. 너 역시 천마의 핏줄이니. 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라 말해주고 싶구나.”
그는 나를 파악하듯 자세히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아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
나뿐 아니라 지금 이곳에 도착한 일행 전부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 이곳에 도착한 내 소환수와 현지, 지안 모두 의도적으로 기운을 조절하고 있었으니까.
지안이라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머지는 그를 넘어서기에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물론 나를 빼고.
“어째서요?”
“당연히 조카가 걱정되기 때문이지. 아버지, 그러니까 너의 외할아버지란 사람은 도전한 상대가 설혹 핏줄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성정을 가지고 계시니까.”
“그럼 이건 어떠세요? 현지야!”
내 외침에 옆에 서 있던 현지의 모습이 사라졌다.
“응? 이게 무슨…….”
아마 많이 당황하리라.
눈앞에서 사라진 현지라는 존재 때문에.
“어떠세요? 저 말고 방금 사라진 제 부하가 상대할 건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좀 쉽게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화가 잘 통했고, 적대감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심지어 어머니의 예상조차 빗나가 버렸다.
어머니는 내가 이곳에 도착하는 즉시 우리를 발견한 자들이 곧바로 덤벼들 거라 했지만, 그들의 행동을 볼 때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니까.
“이 정도면 자격이 충분한 것 같은데 시간 끌지 마시고 그만 안내해 주시죠? 제가 좀 바빠서요.”
“네놈!”
응? 뭐야?
멀리서 들리는 고함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최강준이 나를 보며 얼굴을 악귀처럼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최강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곤 멈춰서 버렸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발을 들이미느냐!”
“여기? 천마신교 아니야?”
“이, 이놈이!”
‘와! 이렇게 보니까 정말 별것 아니네?’
이미 그의 강함을 한참 뛰어넘어 버린 내 눈에 그는 그냥 이곳에 있는 수많은 약자 중 하나로 보일 뿐이었다.
“움직이지 마.”
내 소환수와 지안, 현지에게 작게 말한 나는 이어서 그를 도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디로 도망갔나 했더니 그동안 이곳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네?”
“뭐, 뭐라고!”
“하긴 그때 좀 심하게 당했지? 애처럼 눈물까지 흘렸는데,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가 좀 그렇긴 했을 거야? 안 그래?”
내 도발에 최강준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덤벼들었다.
“감히! 네놈 따위가!”
분노의 외침과 함께 검을 뽑아 들고는 나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며 손에 쥔 검이 내 심장을 향했다.
눈 깜짝할 새에 내 심장 근처까지 다가온 검.
그 검에는 날카로움을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어두운 검기가 흐르고 있었고, 이어서 마력으로 실선 같은 것이 검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벌써 기습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최강준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눈에는 그의 공격이 무척이나 느려 보였다.
그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파괴의 마력을 잔뜩 담은 채로.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놈의 검을 그대로 고정해 버린 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놀리듯 입을 열었다.
“에게? 겨우 이거야?”
“어, 어?”
그를 놀리듯 입을 열자 당황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표정으로 검에 힘을 주는 최강준.
꼼짝도 하지 않는 검을 보며 당황한 최강준은 이어서 검을 빼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려 했지만,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내 손가락 사이에 낀 채로 그저 그렇게 멈춰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예의가 없네.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다짜고짜 검부터 찔러넣고 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부드럽게 팔을 올린 나는 그대로 최강준의 가슴에 가져다 데었다.
“마, 말도 안 돼…….”
쾅-
입가에서 피를 뿜어내며 멀리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히곤 몇 번을 튕기다 외삼촌이라는 자의 품에 안착하는 최강준.
“괜찮으냐?”
외삼촌이라는 자가 피를 토하는 최강준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정신을 잃었을 테니까.
“아!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좀 심하긴 하구나. 아비의 앞에서 아들을 쥐어패다니.”
“아! 걔가 아들이었어요? 그건 몰랐네요.”
시비를 거는 듯 말을 하긴 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외삼촌이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뭐랄까? 명철 아저씨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는데, 그 아들인 최강준은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가 걔한테 원한이 좀 있어서요.”
“이걸로 그 원한이 풀렸으면 좋겠구나.”
“음- 그건 좀 힘들 것 같네요. 제 원한이 좀 커서.”
그때였다.
“크하하하하!”
“응? 아, 아버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린 내 시야에 중년의 남성이 비춰줬다.
아버지라면 저 사람이 천마인가?
“이놈! 뭐 하는 게냐? 도전을 받았으면 안내를 해야 할 것을! 언제까지 이 늙은이를 기다리게 할 참이야!”
“그건…….”
호통을 치는 천마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은 그는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조금 전 자기 아들을 때려눕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와! 저 늙은이 정말 대단한데요? 이거, 질지도 모르겠어요.”
은신했던 현지가 갑작스럽게 내 앞을 막아서듯 나타나며 입을 열었다.
“뭐?”
“아! 물론 저 혼자 싸웠을 경우에 말이에요.”
쾅-
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세찬 바람이 나를 때렸다.
“뭐야?”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살벌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현지와 살짝 감탄한 표정으로 현지를 바라보는 천마.
“호오- 이걸 막아?”
“도련님.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거는데요? 바로 시작해도 되요?”
현지의 말을 듣던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아마 저 공격이 현지가 아닌 나를 향했으면 아마 저 멀리 튕겨 나가서는 피를 토하고 있었을 거다.
“여기서? 그러다 내가 다치면 어쩌려고?”
“거리 좀 벌리면 되죠. 그리고 쟤들 있잖아요.”
내 소환수들을 보는 현지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천마신교 측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현지를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오랜만에 몸을 좀 풀어볼 수 있겠는데?”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인데요?”
서로 눈을 마주친 채 미소를 짓는 둘을 보자 일단 거리를 좀 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려. 좀 떨어진 후에 시작해.”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적은 천마란 존재를 없애고 더 나아가 수뇌부를 전부 처리해 천마신교라는 단체를 와해시키는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천마신교 자체가 내 적이라고 하기에 좀 모호했다.
그들이 나에게 피해를 입힌 건 딱히 없었으니까.
국내의 소동은 모두 최강준의 독단으로 벌어진 일이었고, 어머니를 빼앗아간 것 역시 천마의 독단이었다.
한 마디로 저 둘만이 나의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이들을 치려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줌으로써 천마신교라는 단체가 감히 나에게 이빨을 보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고.
두 번째는 어머니를 빼앗아간 천마와 전생에 나를 비참한 신세로 만든 최강준에게 복수라는 걸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 계획은 천마신교란 단체를 전부 쓸어버리는 것이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해서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어머니가 미워하는 존재는 오로지 천마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나머지 수뇌부야 왕눈이의 정신지배를 통해 통제할 생각이었기에 천마만 처리한다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해결되리라.
“상무님. 괜찮을까요?”
“현지?”
“네.”
“아마 괜찮지 않을까?”
지안의 걱정에 별것 아닌 투로 말했지만, 솔직히 나 역시 현지가 걱정되긴 했다.
다만 저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에 담담한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련님! 이제 시작해도 되죠?”
“그래.”
현지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자 현지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현지가 천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늙은이. 한판 붙자!”
“감히!”
“저, 저 미친년이!”
천마를 도발했지만, 반응은 그의 뒤에 위치하던 천마신교 측 무인들에게서 나타났다.
특히 조금 전 합류한 나이가 많아 보이는 늙은이들은 얼굴을 악귀처럼 일그러트리며 현지에게 살기를 뿜어대며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액션을 취했다.
“그만!”
천마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치자 순식간에 살기가 사그라들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모든 행동을 멈추고 천마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자들.
악귀처럼 일그러트렸던 표정조차도 일변하는 모습에 솔직히 조금 감탄이 나왔다.
감정조차도 일순간에 지워버리는 모습.
“그런데요. 정말 여기서 싸워도 되는 거예요? 저기 저 건물들 다 무너져 내릴 텐데요?”
“그걸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시작은 저쪽에서 했으니까.”
“하긴. 그래도 좀 아깝긴 하네요.”
지안은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건축물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마음이 좀 쓰이는 모양이었다.
“응?”
멀리서 검붉은 머리의 30대 중반의 남성이 천마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가 다가서자 천마의 뒤에 서 있던 자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 주는 모습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저 사람이 또 한 명의 외삼촌인 모양이었다.
“이곳에서는 안 됩니다. 연무장으로 가시죠.”
천마를 향해 정중하게 입을 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이질감을 느껴야만 했다.
말투는 정중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원수를 대하는 것 같았으니까.
천마를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빛.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네놈은 여전히 추억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으드득- 가시죠!”
이를 꽉 깨문 그는 천마를 향해 전과 다르게 강하게 말했다.
“싫다! 네놈이 뭔데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느냐?”
“이곳은! 후우- 어머니께서 머무시던 곳입니다.”
딱 봐도 문제가 많은 집안 같았다.
아버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아들.
아들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 아버지.
갑자기 집안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같은 모습에 나는 결국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연무장이란 곳으로 가죠. 저도 이곳을 부수는 건 좀 마음에 걸리네요.”
저들에게 추억의 장소라면 어머니에게도 추억의 장소라는 소리였다.
그런 곳을 부수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들을 설득하듯 이어서 입을 열었고, 다행히 연무장이라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우와! 여기는 또 다르네요. 무슨 콜로세움 같아요.”
“엄청 넓긴 하네.”
연무장이란 곳에 도착한 나와 지안이 떠들던 그때 현지가 높이 뛰어오르더니 연무장의 중앙에 내려서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늙은이 나와! 한 판 붙자!”
‘쟤는 도대체 왜 저렇게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 욕구불만인가?’
천이 넘는 인원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들의 수장을 욕되게 하는 현지.
당연히 욕이 날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현지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천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