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격돌하는 둘은 3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팔팔해 보였다.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미친 듯이 격돌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현지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란 걸 깨닫고 작게나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아직은.
현지가…… 밀리고 있는 건가?
현지의 기운이 천마에 비해 조금이지만 적다는 걸 느낀 나는 현지가 밀리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의 기운이 10이라면 현지는 8~9 언저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둘이 격돌할 때마다 현지의 기운은 계속 같은 양을 유지했지만, 천마의 기운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콰앙-
왕눈이와 접촉해 둘의 전투를 지켜보던 그때 나의 귓가로 굉음이 들려왔다.
둘의 전투가 끝나길 기다리며 계속해서 듣던 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현지가 한 방 제대로 먹였기 때문이다.
천마의 공격을 받아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손에 쥔 단검을 이용해 천마를 보호하던 마력을 뚫고 들어가 심장에 박아 넣으려던 찰나 천마의 주먹이 간신히 단검을 쳐냈고, 그 순간 현지가 천마의 힘을 이용해 반 바퀴 회전하며 천마의 머리통에 정통으로 발을 꽂아 넣어 버렸다.
“잘했어!”
내 입에서 현지에게 닿을 리 없는 칭찬이 튀어나왔고.
주먹을 불끈 쥐며 이어지는 상황을 주시했다.
현지가 이 기회를 잡아 전투를 끝내 버리길 간절히 바라며.
현지에게 당해 쏘아지듯 날아가는 천마를 뒤쫓는 현지는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양손에 쥔 단검에 강기가 치솟아 오르며 필사의 일격을 날리려는 현지.
하지만, 천마라는 자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현지가 끝내려 한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천마의 양손에 야구공과 비슷해 보이는 검은 마력의 구가 생겨났고, 곧장 뒤따라오는 현지를 향해 쏘아버렸다.
왕눈이를 통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던 나는 현지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가는 마력 덩어리가 크기와는 다르게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현지 역시도 그것을 느꼈는지 자리에 급히 멈춰 서서는 단검을 이용해 마력 덩어리를 베어 버렸고, 그 결과로 산의 중간에 엄청난 크기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산을 한입 베어먹은 것 같은 거대한 크레이터의 모습에 현지에 대한 걱정이 샘솟았지만, 이어서 나타난 모습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상처하나 입지 않은 모습으로 잠시 멈춰 서서 천마를 똑바로 주시하는 현지.
‘저 둘은 인간이 맞긴 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둘의 전투는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의 전쟁을 보는 듯했다.
단 한 번의 부딪힘으로 지형을 바꾸어 버리는 신들의 전쟁.
3시간 동안 둘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은 정말 엄청났다.
주위를 가득 메우던 높은 산들이 모두 제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였으니까.
‘응? 이거 잘하면 이기겠는데?’
천마. 그의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약간이지만 흥분이 되었다.
둘 다 꼴이 말이 아니긴 했지만, 그건 외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입은 상처는 전무하다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천마의 부상.
과연 이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였지만, 일단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승률이 올랐다 느꼈기 때문이다.
“상무님. 뭐가 보여요?”
“어? 어. 왕눈이와 접촉하면 어느 정도 보이긴 하네.”
“대단하시네요. 그런 게 가능하다니.”
“그러긴, 응? 잠깐만!”
지안과의 대화 때문에 잠시 접촉이 끊겨 있던 사이 왕눈이가 위험 신호를 보냈고, 그에 급히 왕눈이에게 접촉한 나는 그 잠깐 사이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이거?’
쿠아앙-
굉음이 또다시 울리며 바닥을 진동시켰고, 이어서 후폭풍이 밀어닥쳤다.
“왕눈아!”
밀어닥친 후폭풍에 급히 왕눈이를 부르자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막이 생겨나며 후폭풍을 차단해 버렸고, 이어서 또 한 번의 굉음이 울렸다.
콰앙- 쾅- 우르릉-
점차 가까워지는 소리.
둘이 격돌하는 위치가 점차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과는 궤를 달리하는 굉음이 귓가를 때렸고, 이어서 거대한 충격파가 왕눈이가 쳐 놓은 베리어를 강타하며 지나갔다.
“상무님!”
“나도 알아!”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격돌한 둘이 각각 반대편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미친 노인네가!”
현지의 외침이 들리며 현지가 모습을 드러냈고.
“젊은 처자가 굉장하구먼.”
반대편에서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지금 같이 죽자는 거야?”
“이 노인네는 삶만큼 살았네만? 이런 싸움이라면 충분히 목숨을 걸 만도 하지 않은가?”
상황이 변한 듯 보였다.
천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기운이 전에 비해 몇 배는 상승해 있었다.
하지만 현지는 아니었다.
일정한 기운을 그대로 유지 중인 현지.
“정말 해보자는 거지?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호오-”
쿠웅- 투둑- 툭- 퍼억-
현지에게서 한순간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현지의 육체가 부풀어 올랐고 이어서 왼쪽 팔의 피부가 터져나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왼팔만이 아닌 몸 곳곳의 피부가 터져나가며 핏물이 발목을 타고 흘러내리며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마력을 충돌시키는 기술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자신의 피를 잔뜩 뒤집어쓴 현지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천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고, 천마 역시도 그런 현지를 보며 자세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천마의 모습은 조금 이상했다.
뒷짐을 진 거만한 자세.
전투와는 거리가 먼 자세였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에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현지의 기술처럼 그 역시도 엄청난 속도로 마력을 증폭하기 시작했으니까.
현지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이긴 했지만.
“왕눈아 저 둘이 격돌하면서 발생할 충격파. 막아낼 수 있겠어?”
-불가.
만약 이 자리에서 저 둘이 격돌할 경우 나나 우리 일행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왕눈이와 하임이 있었으니까.
다만.
천마신교라 불리는 이 장소를 비롯해 주변에 솟아있는 산 전부가 날아갈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주변 지역 전체가 날아가 버리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몰랐으니까.
아니, 분명 80~90% 확률로 지역 대부분이 날아가 버리리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변 지역에 사는 일반인들 모두가 휘말려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리라.
물론, 그것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죄책감은 들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결과니까.
다만, 내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지금 이곳을 틀어막고 있는 유명의 직원과 길드원들이었다.
수백의 직원들과 길드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나갈 테니까.
“최대한 막아줘. 무슨 수를 써서든!”
내 명령에 왕눈이는 곧장 움직였다.
둘을 감싸는 거대한 반원형의 베리어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서 중첩이 되듯 계속해서 반원형의 베리어를 감싸는 베리어가 생성되며 겹쳐지기 시작했다.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왕눈이가 대단하다 해도 둘의 격돌에서 발생하는 충격파를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들던 찰나.
고민에 잠겨있던 내 앞을 가로막기 시작하는 소환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급의 악마종인 녀석들조차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마력을 끌어올리며 내 앞을 막아서는 녀석들.
아! 그러면 되겠구나.
“하임이 빼고 모두 저 막을 둘러싸!”
내 외침에 어리둥절해하는 소환수들.
다만 왕눈이가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그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어서 그 뜻을 알아들은 소환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을 중심으로 일정 간격을 맞추며 위치를 잡은 소환수들은 이어서 최대한의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내 계획은 이랬다.
격돌의 순간 터져 나올 충격파를 악마종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마력을 뿜어냄으로써 중화시켜버리는 것.
물론 새어나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건 하임이 해결하면 되었다.
‘저 고집불통!’
현지를 말리고 싶었지만, 현지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현지에게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었다.
나와 연결된 선을 통해서.
절대 말리지 말아 달라는 신호가.
“하임아, 장벽을 좀 쳐줄래?”
“뀨?”
고개를 갸웃하는 하임에게 이어서 설명을 시작하자 곧장 뒤쪽으로 검은 장벽이 높게 솟아오르며 천마신교 전체를 감싸는 까만 장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걸로 준비 끝.
“저쪽은 준비가 끝난 모양일세. 그나저나 대단하군. 저런 괴물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섞이긴 했지만 역시 핏줄은 핏줄인가? 신교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대단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군.”
“그건 아닐걸요? 아마 여기서 태어났으면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슈퍼 개망나니가 탄생했을지도?”
나를 곁눈질하며 입을 연 현지에게 반박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으니까.
“시작하세.”
현지의 농담에 미소를 지은 천마는 현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치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여유롭게 팔자걸음으로 걷는 그를 보던 나는 재빨리 왕눈이에게 접촉해 둘의 상황을 살폈다.
‘어? 이게 무슨?’
왕눈이를 통해 느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력의 질이 점차 달라진다는 것을.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력에 실린 파괴력과 마력의 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현지는 양손에 쥔 단검 중 하나를 내다 버리듯 던져버린 후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그를 향해 하나의 단검을 조준했고, 이어서.
사라졌다.
왕눈이조차도 파악하지 못할 엄청난 속도로.
그리고.
천마 역시도 모습을 감춰버렸다.
잠시간의 정적.
1초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어떤 반응도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려던 그때였다.
중앙에서 검은빛과 붉은빛이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오며 서로를 잡아먹으려 들기 시작했고, 이어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순간 둘의 모습이 언뜻 보이는가 싶더니 소름 끼치는 파괴력을 가진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왕눈이가 만든 막을 그대로 통과하듯 지나갔다.
아니 충격파가 닿는 순간 왕눈이가 만든 막이 그대로 뚫려 버린 것이었다.
“쿠워어!”
“크라라라!”
“아우!”
순식간에 밀려와 악마종들의 코앞까지 도달한 충격파.
그에 4방향에서 마력을 방출해 중화시키려는 뚱이와 니안을 비롯한 샤크와 펜릴이 기합을 내뱉으며 각자의 마력을 한순간에 전부 방출하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
이어서 충격파가 악마종들이 뿜어내는 마력과 충돌하는 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흡!”
이어서 나를 감싸는 마력의 막을 생성해낸 지안이.
나 역시도 마력을 뿜어내 지안의 막 위를 감싸 버렸다.
* * *
“괜찮겠죠?”
“그러길 바라야지.”
내 앞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현지를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입을 열었다.
둘의 격돌 후 곧장 현지와 연결된 선을 찾은 나는 현지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곧장 엘릭서급 포션을 꺼내 격돌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전신이 피에 잠긴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현지를 발견한 나는 곧장 엘릭서급 포션을 현지의 몸에 쏟아부었고, 이어서 엘릭서급 포션을 모두 꺼내 현지의 입에 흘려 넣었다하지만, 현지가 스스로 삼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급한 마음에 직접 입으로 현지의 입을 틀어막으며 삼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현지의 상처들이 천천히 회복되어 간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솔직히 마지막 격돌이 있기 전 현지를 말리려 했었다.
잘못했다가는 현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기 때문에.
소환수들을 투입하면 간단히 끝날 일에 현지가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말리려던 찰나 현지와 연결된 선을 통해 현지의 감정이 느껴졌다.
절대 말리지 말라는 듯한 신호가 계속해서 나에게 전해져 왔고, 마지막 격돌을 기대하는 현지의 감정이 나를 속박해 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말리려 했었다.
어떻게든 현지를 설득하려 했지만, 찰나의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현지를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의 눈동자.
그 눈동자 속에는 믿음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말리지 않을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이.
결국, 현지를 믿고 맡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지는 죽기 직전의 상태에 빠져들었고, 천마라는 자는 그대로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렸다.
머리카락 한 올조차 남기지 못한 채 육신이 전부 소멸해 버린 것.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뭐가?”
“현지요. 그때 분명 느꼈거든요. 절대 끼어들지 말라고.”
“뭐? 정말?”
“상무님도 느끼셨잖아요. 현지가 보낸 신호.”
“그렇긴 한데, 너한테도 전해졌냐는 말이야.”
나와 연결된 선을 통해 나만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 전부터 현지뿐만 아니라 상무님의 소환수들에게서 신호? 감정? 같은 것들이 흐릿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과하게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지안의 말은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와 연결된 모두가 신호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말이었기 때문에.
“정말이야?”
“네.”
이건 따로 확인을 좀 해봐야겠네.
“그나저나 왜 안 깨어나는 거야?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그렇죠? 분명 몸은 전부 회복했는데 왜 깨어나지 않는 걸까요?”
현지의 육체는 진작에 모두 회복이 끝난 상태였다.
엘릭서급 포션 십여 개를 복용한 후 단 몇 시간 만에 육체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이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정밀 검사를 해 본 결과 모두가 정상 수치를 한참 넘어선다는 걸 확인했음에도 현지는 일주일째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제발 빨리 좀 일어나 줬으면 좋겠는데…….”
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요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속에 싹튼 불안감이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에.
* * *
“무슨 일이야?”
깨어날 줄 모르는 현지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아 간호 같지 않은 간호를 하던 도중 김 실장이 찾아왔다.
난감한 표정으로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김 실장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결국, 입을 여는 김 실장이었다.
“그게…… 천마신교 측에서 도련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합니다.”
“외삼촌들이?”
천마를 쓰러트린 후 곧바로 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그곳을 방문해야만 했다.
그들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최강준을 잡아 와야 했으니까.
하지만 최강준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상태였다.
천마와 현지의 마지막 격돌에서 발생한 후폭풍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전각에서 발견된 그.
뭔가에 온몸이 꿰뚫려 버렸을 뿐 아니라 전신의 뼈가 모조리 박살 난 영향으로 제 모습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후폭풍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구멍 난 상처 속에서 발견된 수많은 돌과 작은 모래 알갱이들만 봐도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그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그들의 말에 따르는 것 같지만, 장로라는 자들이 문제입니다.”
“장로들이 왜?”
“자신들은 도련님이 아니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모양입니다.”
‘이상하네? 왜 내 명령에 따르지 않는 거지?’
분명 그들에게 정신지배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천마신교를 외삼촌들에게 맡긴다고 했을 때도 딱히 거부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를 만나고 싶다?”
“그게…… 만나고 싶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도련님의 곁에서 도련님을 모시고 싶다고 합니다.”
“뭐? 나를 모신다고?”
“네…….”
김 실장도 황당한지 말을 흐리고 있었다.
“일단 기다리라고 해. 곧 찾아간다고.”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