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214)

마력이 빠져나감을 느낀 순간 균열이 일으키는 현상에 최대한 집중한 나는 나와 연결되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집중했고, 곧바로 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이거였어?”

“실망하셨어요?”

균열에서 나온 소환수를 보며 실망했냐 묻는 지안은 내 말을 착각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생각했던 것보다 소환수를 지배하는 과정이 간단했기에 놀란 것일 뿐이었다.

“진짜 별거 없네.”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코볼트는 좀…… 귀엽기는 하네요.”

코볼트.

개보다는 늑대와 좀 더 닮은 최하 등급의 몬스터로 일반인도 제대로 된 무기만 있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몬스터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배되는 과정이 별거 없다는 말이야.”

“지배되는 과정이라뇨?”

“내 균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내 마력이 소모되잖아? 그 이유를 알았거든.”

“뭔데요?”

“별거 없어. 내 균열을 통과하기 전 균열을 유지하던 마력이 소환수에게 빨려 들어가면서 균열을 유지하기 위한 마력이 부족해 다시 보충하는 거지.”

“아! 그렇네요! 현지나 저도 상무님의 마력이 흡수되면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지금껏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그런데 재들은 왜 상무님이 연 균열에 들어온 걸까요?”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왕눈이에게 물어봤는데 걔도 모르는 것 같았거든.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나온 상태였다는 것 같더라.”

“그건 좀 이상하네요? 균열이 몬스터들을 유혹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유를 모르는 걸까요?”

“유혹이라? 의외로 그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지안과 대화를 좀 더 나누던 나는 균열을 닫아버린 후 자리를 벗어나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

“끼잉?”

모든 악마종이 모여 있는 곳에 코볼트를 혼자 내버려 둔 채로.

* * *

“할머니, 수아 이뻐요?”

“그럼! 누구 손년데 안 이쁠 리가 있나?”

“히히히-”

강남의 한 백화점에 나타난 미모의 젊은 여성과 아주 귀여운 여아.

그 둘 덕분에 백화점이 점차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젊은 여성보다는 어린 여아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아이가 바로 유명의 상속녀가 될지도 모르는 수아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수아 덕분에 엄청난 인파가 둘을 둘러싸며 함께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때문에 백화점 측은 급히 긴급회의에 들어가야만 했다.

유명 계열의 백화점이었다면, 곧바로 조치했겠지만, 이곳은 유명 계열의 백화점이 아닌 다른 그룹 계열의 백화점이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했다면 백화점 측에서 나설 명분이 생기기라도 했겠지만, 연락조차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아무런 조치도 못 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소란은 점차 커져만 가고 있었다.

“할머니. 그런데 사람들이 다 수아만 쳐다봐서 쑥스러워요!”

“그건 수아가 너무 이뻐서 그런 거란다.”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수아의 할머니.

문제는 둘의 대화를 듣던 사람들이 눈에 점차 의문이 담기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아무리 봐도 둘의 관계는 할머니와 손녀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아가 딸이라고 해도 일찍 결혼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아의 할머니가 젊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거랑 이거. 아! 저것도 계산해 주세요.”

“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점원은 빠르게 이동해 천우희가 가리킨 옷들과 백들을 새 제품으로 꺼내기 위해 사라졌고, 천우희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꺼내 점장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건넸다.

“여기요.”

“네. 카드 받았습니다. 총 1,236만 원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할부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일시불이요.”

계산 때문에 잠시 기다리던 그때 그녀의 귀로 안 좋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손녀라는데 정말일까?”

“친손녀는 아닐걸? 유명 안주인은 오래전에 세상을 등졌다고 들은 적이 있거든.”

“그렇겠지.”

“당연하지. 저 얼굴이 어딜 봐서 할머니야? 저 여자는 땡잡았네. 유명그룹 회장의 옆자리를 차지하다니.”

“유명 회장도 너무하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나이 차이가 두 배는 나는 여자를 옆에 앉힐 생각을 했데?”

귓속말로 시작했던 수군거림은 점차 커지며 천우희와 점원에게까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에 계산 중이던 점장과 물건을 포장하던 점원의 표정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에 기분이 상한 고객이 그냥 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점장과 점원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세요. 괜찮으니까.”

“네? 네!”

“동안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좋은 것은 아니네요.”

대뜸 상품을 포장하던 점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연 천우희 덕분에 애써 미소를 유지하려던 점원의 표정에 균열이 나타났다.

“네? 도, 동안이요?”

“내가 많이 어려 보이죠?”

“그, 그것이…….”

천우희의 물음에 점원은 죽을 맛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거니와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래 봬도 나이가 60이 넘었답니다.”

“네? 60이요?”

나이를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의문.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도 30대 초반이 한계로 보이는 여성의 나이가 60이 넘었다는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도 여성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의학의 힘을 이용해 관리를 아무리 잘 했다고 해도 티가 나는 부분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걸.

하지만 눈앞의 여성은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딱 20대 중후반에서 많이 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일 뿐.

“내 나이가 올해로 61이거든요. 많이 동안이죠?”

“우리 할머니 맞아요!”

천우희와 점원의 대화 도중 수아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빽 질렀다.

사람들의 말에 수아의 속이 많이 상한 듯 보였다.

“이 할미가 주책을 부리는 바람에 우리 수아 마음이 많이 안 좋아진 모양이구나? 할미가 미안해.”

“아니에요! 저 사람들이 나쁜 거예요! 할머니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렇지. 우리 수아가 아주 바르게 자랐구나.”

눈시울이 붉어진 수아를 꽉 안아준 천우희는 쇼핑백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점장과 점원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쇼핑백을 받아든 후 그대로 버리듯 바닥에 내려놓곤 수아의 손을 붙잡은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 저기 손님!”

쇼핑백을 버리고 가는 듯한 모습에 점장이 급히 소리친 찰나, 쇼핑백이 있는 바닥에 그림자가 갑작스럽게 생겨났고 이어서 쇼핑백이 그림자 속으로 잠겨 들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꺄악-”

그에 놀란 점원이 비명을 터뜨림으로 인해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점원에게 돌아가며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고.

“저, 저게 뭐야…….”

“괴, 괴물…….”

깜짝 놀라며 순식간에 둘과 거리를 벌리는 사람들 덕분에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길이 열리며 천우희와 수아가 지나갈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에 손을 꼭 잡은 둘이 그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려던 찰나.

“어머니!”

멀리서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무슨 일이에요?”

“수아가 좀 힘든 모양이야.”

“아!”

이번 일은 나와 어머니만 나서려 했지만, 수아가 떼를 쓰는 바람에 수아까지도 따라오게 되었다.

이번 일이라 함은 바로 어머니.

그러니까 유명의 안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밝히는 것이었다.

앞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거다.

물론 어머니를 계속 숨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바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밝혀 두기 위해 따로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처음에는 언론을 통해 공개하려 했지만, 그랬을 경우 뒤로 많은 말들이 오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 지금의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어머니의 외모가 너무 어려 보이기도 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어머니에 대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안 좋은 루머나 찌라시들이 생성되어 퍼져나갈 거란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조금씩 어머니에 대한 소문을 만들어 알음알음 퍼트리려 했는데, 수아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일이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마왕?”

“정말 마왕이야?”

마왕이란 단어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유선우란 이름보다 마왕이란 이름으로 더욱 많이 알려져서일까?

수아 역시도 수아라는 이름보다는 마왕의 딸로 더욱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아야, 괜찮니?”

“아빠! 저 사람들이 할머니한테 막! 막! 훌쩍!”

울먹이며 몰려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을 잊지 못하는 수아를 보자 너무 멍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할머니와 손녀의 나들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수아를 알아보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괜찮아요. 뚝!”

“뚝!”

“아빠가 혼내줄 테니까 잘 보고 있어.”

“네!”

수아를 달래던 나는 등을 돌리며 일어섰다.

“이분은 제 친어머니가 맡습니다. 그러니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이라고? 거짓말…….”

“말도 안 돼……. 저 얼굴이 어떻게?”

내 말에 놀라며 한마디씩 내뱉는 사람들을 보며 조용히 기다리자 젊은 여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걸 어떻게 믿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해두었던 배우였다.

물론 김 실장이 준비해 둔 상태였는데, 아마 김 실장은 이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던 듯싶었다.

“딱히 믿어달라고 한 소리는 아닙니다. 제 친어머니에 대해 증명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 말은 알아서 생각하란 소리나 마찬가지로 들리는데요?”

“혹시 기자세요?”

“네? 아닌데요?”

“그런데 왜 그렇게 자꾸 캐물으시는 거죠? 기자도 아니신데?”

“정말인지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사실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되실 거 같은데 아닌가요?”

그녀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아! 진짜 이럴 때는 전생이 편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생이었다면 이딴 것 따위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모든 일 처리를 했을 거다.

그때는 이미지 따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더 나빠질 이미지도 없었으니까.

아마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생의 내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다.

만약 전생이었다면 이중 절반 이상이 병원에 실려 나갔을지도 모를 테니까.

물론, 유명이 망하기 전의 시점을 기준으로 말이다.

“뭐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거죠?”

“안 좋은 소문이 나지는 않겠죠.”

“그러니까 설명하지 않으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시겠다?”

“그건 아니고요.”

그녀의 말이 끝난 후 나는 잠시 고민을 하는 척 시간을 끌다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말씀드리죠. 이분은 제 친어머니가 맞습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신 이유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셨기 때문입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숨기셨다는 건가요?”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 얼굴이 알려질 경우 불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숨긴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내시기도 하셨고요.”

“유명의 안주인이신 분이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서 일하셨다고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 여성.

그녀뿐 아니라 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 모두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왜요? 하면 안 되나요?”

“그건 아니지만…….”

“어머니께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만두셨지만요.”

“도대체 어떤 일이길래 유명의 안주인이신 분이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일을 하신 거죠?”

“직업은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 다만 어머니께선 각성자입니다. 그것도 무려 S등급의 각성자시죠.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까요?”

이미 중국 측에 어머니에 대한 가짜 이력들이 입력된 상황이었다.

중국에 사실확인을 해보면 어머니의 화려한 전적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거다.

“아!”

“S급?”

“그래서 마왕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 중에는 내가 각성자인 이유를 추론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머니가 각성자였기 때문에 내가 각성을 했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각성자의 자식이 각성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일반인과 일반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각성 확률이 정말 희박했지만, 각성자와 각성자. 혹은 일반인과 각성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각성할 확률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각성 역시도 부모에게 물려받을 수 있는 재능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

“이쯤 되면 대답이 된 것 같으니 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 * *

“응? 저 사람들 다시 들어온 건가?”

유명시의 게이트 앞에는 부산물과 마석을 판매할 수 있는 거래소가 있었다.

높은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마석과 부산물의 유출을 막음과 동시에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최대한 국내에서 소모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였다.

“누구요?”

“저기 있는 저스티스 길드원들 말이야.”

“아! 저들이요? 제가 알기로는 그때 이후로 쭉 유명시에 머무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안의 대답에 의문이 생겨난 나는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분명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길마하고 부 길마는 돌아갔는데, 저들은 이곳에 남았다고 들었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이곳에서 사냥 중이고요.”

“그들은 돌아갔다고?”

“네. 다시 오긴 할 것 같아요. 이쪽에 길드 건물을 임대해 달라고 건의 중이거든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각성자들은 유명시에 따로 길드 건물을 구한 상태는 아니었다.

아직 그들에게 유명시의 건물들을 임대할 계획은 없었으니까.

그 덕분에 유명시에 존재하는 호텔들은 지금 대호황이었다.

모텔 같은 저렴한 곳도 존재했지만, 길드가 있는 자들의 경우 대부분 호텔에서 머물렀고 꽉 찬 호텔 덕분에 이제야 허가를 받고 개인적으로 게이트에 입장하는 자들은 호텔에서 머물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모텔에서 숙박하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호텔뿐 아니라 일반 상인들의 수입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임대는 언제부터 한다는데?”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최대한 시간을 끌 생각인가 봐요. 그들을 안달하게 만든 후 조금씩 매물을 풀어 경매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인가 봐요.”

“괜찮은 생각 같네. 그나저나 현지 이것은 도대체 어딜 갔길래 이렇게 안 보여?”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 딱 붙어 있던 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요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미호의 분신 하나를 데리고 사라진 현지.

“상무님도 모르세요?”

“뭐야? 너도 몰라?”

“당연하죠. 상무님이 시킨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거 아니었어요?”

“허- 그럼 뭐야. 말도 안 하고 사라진 거야 지금?”

“아! 며칠 전에 저에게 몸 좀 풀고 온다고 말하긴 했는데……? 설마?”

나와 지안의 고개가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죽음의 땅이 위치한 방향으로.

“설마 그곳에 간 건 아니겠지?”

“하, 하, 하. 설마요?”

얼마 전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이 존재함을 깨달은 현지였다.

놈들에게 싸움을 걸진 못해도 구경을 하기 위해 직접 움직였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기에 안일했던 나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나에게 말도 안 하고 움직일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 터질 줄이야.

“어휴- 그걸 누가 말려.”

“설마 큰일 나는 건 아니겠죠?”

“혹시 모르니까 대비는 해 둬야겠지?”

“그, 그게 좋겠네요.”

정말 불안했다.

현지가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문제를 일으켜도 되니까 제발 무사히만 돌아와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