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미호가 연 문을 통해 현장에 도착한 내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붉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생명체였다.
“도련님 오셨어요?”
멍하니 서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그때 현지가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저거 그때 그놈이랑 같은 개체 맞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저렇게 커? 그때 그놈보다 2배는 큰 것 같은데?”
유적을 찾기 위한 탐험 중에 만났던 드래곤.
그놈과 같은 개체가 확실해 보였지만, 녀석에 비해 거의 두 배는 거대해 보이는 충격적인 모습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도대체 저런 생명체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아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왕눈이의 레이저와 니안의 브레스가 드래곤의 브레스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고, 하임의 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드래곤의 육체를 타고 올라가 놈을 속박하려던 모래로 이루어진 검은 파도가 한순간에 쓸려나갈 정도로 드래곤의 육체에서 발산되는 힘은 강대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저렇게 강한 거지?”
“아!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뭘?”
현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현지가 곧바로 대답했다.
“상급 악마종들도 개체마다 강함의 차이가 심하다는 거요.”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저건 너무 심하잖아.”
“제가 알기로는 심한 수준은 아니에요. 저놈보다 더욱 강한 녀석들도 존재하니까요.”
“그 유니콘 비슷한 녀석처럼?”
“아뇨. 개는 급이 다른 거고요. 상급 중에서 말이에요.”
현지의 말은 같은 상급이라도 다른 등급에 비해 더욱 심한 차이가 나는 개체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같은 급이라도 여러 단계로 나뉠 수 있다는 말이야?”
“네. 중급이나 하급도 그렇잖아요. 근데 상급의 경우는 그 격차가 좀 심하게 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뭐랄까? 다른 등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등급이 올라가지만, 상급의 경우 그 폭이 너무 넓어서 강함의 차이가 심하게 발생하는 것이죠.”
“허-”
현지의 설명이 이해가 가긴 했지만, 솔직히 좀 어이가 없기도 했다.
내 소환수들.
그러니까 내 악마종들은 같은 등급의 악마종보다 강한 편에 속해 있었다.
웬만해서는 1:1로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 악마종들이 지금 저놈 하나에게 밀리는 모습은 솔직히 좀 화가 났다.
물론 샤크와 펜릴이 빠진 상태였고, 뚱이가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쿠웅-
“어? 역시 돼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수백 미터의 크기를 가진 드래곤의 몸이 붕 떠오르며 두 발이 땅에서 떨어졌고.
쿠과과과과-
주변 숲을 초토화하며 거대한 드래곤이 나뒹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보다 조금 더 큰 뚱이의 일격에 수백 미터의 크기를 가진 드래곤이 나뒹구는 모습은 솔직히 좀 비정상적으로 비춰줬다.
마치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모습.
드래곤을 인간에 비유하면 뚱이는 개미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개미가 인간을 날려버린 꼴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상황은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이었다.
물론 조금 특별한 개미이기는 했지만.
“이제 좀 제대로 해보려는 모양인데요?”
“뭘?”
“모르셨어요? 저 돼지가 저 다음으로 강하다는 거요.”
이게 무슨 말이야?
현지의 말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뚱이가 강한 건 맞지만 왕눈이를 넘어서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 중이었으니까.
같은 상급이었지만, 왕눈이의 경우 얼마 전부터 현지처럼 마력을 변환시키기 시작했기에 당연히 내 소환수들 중 왕눈이가 가장 강하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정말?”
“네. 저 돼지 저거 이미 마력변환이 거의 끝났어요. 제가 벽을 넘어서기 직전의 상태까지 따라온 상태거든요.”
“왜 난 그걸 모르고 있었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도련님이 관심이 없었던 거 아니에요? 저놈 제가 마력 변환한 거 보고 곧바로 따라 하기 시작했거든요.”
“뭐? 그럼 천마신교를 습격하기 전에 이미 마력을 변환하던 중이었다는 말이야?”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똑똑한 왕눈이조차도 마력변환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을 뚱이가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니?
“아마 천마신교에서 제 모습을 보고 변환을 시작한 모양이에요.”
“그럼 뚱이가 똑똑해졌다는 말이야?”
“저보다 도련님이 저 돼지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크흠-”
솔직히 말하면 뚱이의 지능에 대해서는 일반 오크보다 조금 더 똑똑한 정도라 생각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전생의 뚱이는 지능이 분명 떨어졌고, 지금 역시도 뚱이의 행동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크와왁-”
쿵-
잠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때 뚱이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왔고, 이어서 뚱이의 몸에서 검붉은 마력이 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모습은 천마와 본격적으로 격돌하기 직전의 현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붉은 기운을 흘리는 두 눈과 모든 존재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키는 듯한 검붉은 마력.
콰앙-
멍하니 뚱이를 보던 그때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굉음과 함께 뚱이가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고 그와 함께 드래곤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튕겨 나가듯 돌아가며 드래곤의 몸통 역시도 같은 방향으로 틀어졌고 이어서 그대로 쓰러지며 주변을 파괴하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롸-
곧장 몸을 일으켰음에도 충격이 남아있는지 살짝 비틀거린 드래곤이 화가 난 듯 포효를 터트렸고, 이어서 뚱이에게 두 눈을 고정하며 살기를 뿜어내자 주변의 마나들이 급속도로 뚱이에게 몰려들며 뚱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뭔가에 짓눌리는 듯한 허리가 점차 내려가는 뚱이의 모습.
“크아아-”
마나의 속박에 멈칫했던 뚱이가 포효하며 굽었던 허리를 펴자 뚱이를 속박하던 마나가 단숨에 흩어지며 속박이 풀렸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드래곤은 강력한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롸롸롸롸-
살짝 부풀어 올랐던 드래곤의 배가 꺼지며 드래곤의 입을 통해 쏘아진 강렬한 마력의 파도가 뚱이를 향해 밀려갔고, 그 모습을 확인한 뚱이가 바닥을 박차며 그대로 브래스 속으로 돌진했다.
쾅-
무시무시한 위력의 브레스를 그대로 뚫어내며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돌진하는 뚱이를 확인한 드래곤은 쏘아내던 브레스를 순식간에 멈추어 버리곤 몸에 비해 짧은 팔을 그대로 휘둘렀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드래곤의 손바닥을 확인한 뚱이는 급히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중에 떠오른 상태여서일까? 방향을 틀지 못하고 그대로 드래곤의 공격에 직격당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뚱이였다.
쿠앙-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내며 그대로 처박힌 뚱이였지만, 충격이 심하진 않은지 곧장 몸을 일으켜 드레곤을 향한 투기를 발산하는 뚱이.
“킥킥- 마치 파리채에 맞은 파리 같네.”
“지금이 웃을 상황이냐?”
어이가 없었다.
뚱이와 드레곤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보면서도 긴장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현지 때문에.
“웃긴 걸 어떡해요.”
“어휴-”
“왜요? 걱정되세요? 그냥 제가 처리할까요?”
“가능해?”
“저야 바로 가능하죠.”
“바로?”
현지의 말에 그나마 좀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나에게나 엄청난 녀석처럼 보이는 거지 현지에게는 전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럼 좀 기다려. 일단 뚱이에게 맡겨보고 안되면 너 시킬 테니까.”
뚱이를 제외한 내 소환수들은 나서지 않고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괜히 나섰다가 뚱이를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쿠후- 쿠후- 쿠후-”
가만히 드레곤을 노려보던 뚱이가 마치 심호흡을 하듯 숨을 빨아들였다 내뱉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치켜드는 뚱이.
이어서 치켜든 주먹으로 뚱이가 끌어올린 모든 마력이 몰려들며 거대한 마력의 구가 만들어졌고, 이내 거대했던 마력의 구가 점차 압축되어가기 시작했다.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였다.
뚱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드래곤은 서서히 입을 벌리며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드래곤의 가슴 부분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 이거 설마?’
드래곤이 빨아들인 마나가 가슴의 한 부위에 빠르게 모여들며 엄청난 속도로 마력을 증폭하는 것이 느껴졌다.
크르륵-
살짝 벌어진 드래곤의 입 주변으로 잔여마력이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절대 잔여마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수준의 마력이었다.
그에 잠시 당황하고 있던 순간 드래곤이 살며시 입을 벌리자.
주둥이 끝으로 거대한 마력이 몰려들며 시뻘건 마력의 구가 생성되며 서서히 크기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고, 이어서 뚱이가 했던 것처럼 구가 점차 압축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잉-
뚱이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브레스.
마치 왕눈이의 레이저처럼 브레스를 압축해 파괴력을 최대한 늘린 듯한 모습.
‘아, 안 돼!’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뚱이가 그대로 소멸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던 찰나였다.
뚱이가 모든 마력이 집중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게 무슨?
뚱이의 주먹에 뭉쳐있던 마력의 구는 공격을 위한 기술만은 아니었다.
드래곤이 발사한 괴랄한 공격이 뚱이의 주먹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저거?”
현지 역시도 놀랐는지 뚱이를 보며 의문을 드러냈는데, 그 순간 뚱이가 드래곤을 향해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에 따라 직선의 브레스가 휘어지며 뚱이의 오른손과 연결된 모습으로 드래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고, 순식간에 드래곤의 머리통에 도달한 뚱이가 주먹을 내 뻗는 모습에 승리가 보이던 찰나였다.
‘뭐야? 왜 웃어?’
드래곤의 거대한 눈이 반달을 그리는 것을 발견한 나는 이상한 불안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설마?’
뚱이의 공격이 놈을 강타하기 직전……. 그 거대했던 드래곤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입가에 모아놓았던 마력의 구를 남겨놓고.
콰앙-
거대안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뚱이의 모습이 폭발에 집어 삼켜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충격파가 뚱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그때.
둥그런 막이 생성되며 폭발을 끝에서부터 소멸시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미호의 현실조작능력.
언제 결계를 쳐 놓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덕분에 폭발이 더는 퍼져나가지 못하고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미호야, 먼지 좀 걷어줘.”
내 말이 끝나는 순간 순식간에 흙먼지가 사라져 버리며 상황이 드러났다.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격한 숨을 토해내는 뚱이의 모습과 미호가 만든 결계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비틀거리는 드래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드래곤은 폭발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심각한 타격은 받지 않은 듯 보였다.
그에 현지를 부르려던 찰나.
“이런! 현……. 응? 어디 갔어?”
내 곁에 현지가 없음을 깨닫고 잠시 당황했던 그때.
스걱-
크륵?
작은 적살음이 들렸고, 이어서 드래곤의 당황한 음성이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잠시 후 드래곤의 목 위쪽에 존재하던 거대한 머리가 비스듬히 흘러내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며.
콰앙-
드래곤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콰앙-
마지막으로 머리를 잃은 드래곤의 몸이 그대로 넘어가며 진동을 만들어 내며 끝을 알렸다.
“아깝네요. 돼지가 조금만 눈치가 빨랐으면 이겼을 건데.”
내 옆에 모습을 드러낸 현지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허탈하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방금 뭐냐?”
“뭐가요?”
“드래곤의 목을 어떻게 잘라낸 거야?”
“별거 없는데요? 그냥 가까이 가서 이걸 휘두른 거죠.”
“그걸로 목이 잘린다고? 저렇게 거대한 드래곤의 목이?”
겨우 40cm 정도 되는 단검의 날을 이용해 지름이 수십 미터가 넘는 목을 잘라냈다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일반 돌이나 철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지가 잘라낸 것은 무려 드래곤의 목이었다.
돌 혹은 철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를 지닌.
“너……. 처음부터 그렇게 처리할 수 있었던 거야?”
“당연하죠. 그러니 제가 지켜만 보고 있었죠.”
“허-”
이런 괴물 같은 년…….
요즘 현지를 보면 자주 괴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런데 돼지 저대로 내버려 둘 거예요? 치료 안 해줘요?”
“아! 미호야! 뚱이 좀 치료해 줘!”
“끼웅!”
현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급히 미호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 덕에 뚱이의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초토화되었던 주변이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는 모습.
현실 조작능력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면 그냥 창조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안타까운 건 파괴의 마력으로 인한 상처나 효과는 미호의 현실조작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고, 아주 조금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었다.
“후! 그나저나 얻은 게 별로 없네.”
드래곤 하트라고 해 봐야 쓸 때가 없었기에 지금의 나에게는 계륵일 뿐이었다.
“왜 없어요? 이게 있는데.”
현지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자 붉은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백색의 둥근 물체가 보였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알과 비슷한 모양의 물체.
“저게 뭔데?”
“드래곤의 알이요.”
“뭐? 드래곤의 알?”
“네. 사실 저 드래곤도 제가 발견한 거예요. 근데 도련님이 저놈을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그냥 처리하려고 했는데, 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훔쳤죠.”
이게 무슨 소리지? 훔치다니?
“그냥 훔쳤다고? 처리하지 않은 채로?”
“재들 훈련이라도 시켜주려고요. 언제나 자기보다 약한 것들이랑만 싸우잖아요. 그래서 좀 강한 놈을 상대해 보라고 직접 유인까지 해 준 거죠.”
“그러니까 저놈을 네가 여기까지 데려온 거다?”
“네.”
태연하게 말하는 현지를 보자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마력을 끓어 올려서.
쾅-
“으헉-”
그리고 후회를 해야 했다.
현지의 머리는 내 주먹보다 훨씬 단단했고, 그로 인해 주먹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에.
“왜 갑자기 제 머리를 때리세요?”
“돌머리냐? 어떻게 때린 내가 더 아파?”
“머리를 보호했으니까요.”
놀리듯 말하는 현지를 보자 다시 속에서 열이 뻗치는 기분이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어쨌든 현지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드래곤의 알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것도 펜릴의 알처럼 마력을 주입하면 되는 건가?”
입을 열며 알에 다가간 나는 알에 손을 데고 마력을 주입해 보았다.
“어? 빨아들이네?”
알이 내 마력을 흡수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파괴의 마력도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주 조금만 주입해 볼 거야.”
주입하던 마력을 끊어버린 나는 마력을 변환시킨 후 극소량의 파괴의 마력을 알에 주입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알은 파괴의 마력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 이거 지배가 편하겠는데?”
파괴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순간 알과 내가 연결되는 것을 확인한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 근데 저희 이제 돌아가는 건가요?”
“아니. 좀 더 머물다 갈 거야. 애초에 3일을 예정으로 잡았으니까 그 시간은 채우고 갈 거야. 어차피 돌아가 봐야 할 것도 없고.”
요즘 특별히 내가 처리할 만한 일이 없었기에 예정대로 3일을 더 머물다 갈 생각이었다.
수아 역시도 수련회인가 뭔가 때문에 며칠간 집에 올 일이 없었기에 딱히 집에 가야 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 때문에 샤크와 펜릴을 붙여둔 상태였고.
“일단 드래곤 부산물 중 괜찮은 것들만 좀 챙기고 다시 시작하자.”
“네.”
드래곤의 부산물은 나에게는 별 필요가 없었지만, 다른 자들 그러니까 길드원들에게는 엄청난 쓸모가 있었다.
“미호야, 일단 비늘을 다 떼어서 이곳에 넣어줄래?”
“끼웅!”
현실조작 능력은 정말 엄청난 쓸모가 있었다.
순식간에 드래곤의 비늘이 가죽과 분리되며 한쪽에 착착 싸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차갑게 식은 드래곤의 육체가 가죽, 살, 뼈 등등으로 분리되며 한쪽에 쌓이기 시작하는 모습만 봐도 그 쓸모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