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 (129/214)

-대공의 슬하에는 총 넷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중 아들이 셋이고 여식이 하나인데, 아들 하나를 제외하고는 그 힘이 대공의 핏줄을 증명하듯 대단한 수준입니다.

“대단하다라? 어느 정도인데?”

-대공의 후계자로 알려진 첫째의 경우 그 힘이 공작 이상이라 알려져 있고, 둘째 아들과 여식 역시 후작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알려져 있습니다.

“진짜 대단한 수준인가 보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대공의 막내인데 그 수준이 대공의 핏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남작에 들 수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허약한 체질입니다. 그 때문에 제가 대공의 명을 받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이고요.

남작에 들 수나 있을지 모를 정도라고?

내가 듣기로 마족은 부모가 강할수록 자식 역시도 강하다 들었기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만약 이겨서 백작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해도 그놈에게 넘겨주는 게 가능하겠어?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텐데?”

어차피 지키지 못한다는 것.

남작의 자리도 아니고 무려 백작의 자리였다.

그 자리를 도대체 남작의 무위를 가지고 어떻게 지키냐는 것이었는데…….

-지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누구도 그에게 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설마? 대공의 눈치를 보고 건들지 않는단 말이야?”

마족에게도 권력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지성이 있는 종족이라면 그건 당연한 건가?

아무리 무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무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런 건가?

대공의 무력으로 그 자식들이 혜택을 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의 돈과 마족의 무력이 다르지 않다는 것.

그건 시대와 종족을 떠나 어디서나 통용되는 사실은 듯싶었다.

-물론입니다. 후작도 공작도 아닌 무려 대공입니다. 마족에게는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기에 그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도전자가 하나도 없을까?”

-하나도 없진 않겠죠. 하지만 그것 역시도 소용이 없을 겁니다.

“왜?”

-그가 백작위를 가지게 되면 그의 측근을 이기고 올라와야 하는데, 대공이 그 자리에 보통의 마족을 앉힐 리 없을 테니까요.

그렇긴 하겠네.

적어도 백작에 걸맞은 부하를 하나 심어놓겠지.

무려 대공인데 그 정도도 못 할까?

“근데 말이야. 도전의식? 그건 어떻게 넘기려고?”

-기회를 전부 사용하게 하면 됩니다.

“무슨 기회?”

-도전의식 역시 도전을 받는 횟수와 도전을 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총 3번의 도전을 받은 자는 도전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지니까요.

허! 이런 꼼수가 존재할 줄이야?

역시 어딜 가나 똑같은 건가?

법이라는 것이 약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써먹는 자들은 대부분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건 마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3번의 도전을 받으면 그 이후 들어오는 도전을 전부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미리 짜고 도전 횟수를 채운다면 자리를 지키는 건 문제조차 되지 않을 테니까.

“힘이 모든 걸 결정한다길래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정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네요.”

“그러게.”

지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건 넘어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대공의 수하들에 대해서 설명해 봐.”

-알겠습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대공의 힘이 아닌 그의 수하들에 대해서였다.

-일단 알려진 대로 대공에게는 7개의 기사단이 존재합니다.

“그게 정말이었어? 7개의 기사단이 있다는 게?”

-이것이 좀 애매합니다. 7개의 기사단 전부가 대공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전부 그의 기사단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따르긴 하지만 그의 기사단이 아니다? 그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기사단은 4개의 기사단뿐입니다.

“그럼 나머지는?”

-군주님을 모시는 기사단입니다. 군주님이 사라지셔서 일단 대공의 말에 따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지 언제라도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니까 대공의 기사단은 아니란 말이네?

그저 따르는 척만 할 뿐 언제라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들.

“차이는?”

-대공의 기사단과 수호 기사단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무력 수준입니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당연히 대공과 군주의 기사단의 무력 차이가 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였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데?”

-당연하겠지만, 군주님의 수호 기사단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하위 기사단 하나만 나서도 대공의 기사단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생각보다 차이가 심했다.

설마 기사단 하나가 4개의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을 줄이야.

“잠깐만! 하위 기사단? 그게 뭐야?”

-군주님의 기사단은 모두 명칭이 수호 기사단으로 통일되어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하위 중위 상위 기사단으로 나뉩니다. 군주님을 직접 모시는 기사단과 군주님의 주변을 경호하는 기사단 마지막으로 성을 수호하는 기사단으로 각각 상위 중위 하위로 나뉩니다. 물론 무력의 차이 역시 엄청난 수준이고요. 특히 상위 기사단장의 경우 무력 수준이 대공과 비슷할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크게 놀랐다.

군주의 기사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무력 수준이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군주를 모시는 기사단이라고 해도 그 무력이 마족 중 제일이라는 대공과 비슷한 정도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어? 잠깐만? 군주의 기사단이 존재한다는 건 군주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것이…… 제가 혼란스러워했던 이유가 그것입니다. 기사단 중 하위 기사단은 군주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만, 중위 기사단과 상위 기사단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 인정해야지 그걸 안 하고 있다고?

“왜 답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데? 이미 했을 수도 있잖아.”

-그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상위 기사단의 경우 군주님을 직접 모시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군주님을 사칭하는 존재를 직접 모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사칭이 맞다는 거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사칭을 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군주를 직접 모시는 자들이 군주가 틀림없다면 저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만약 내 추측이 사실이면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

지배의 군주라는 자가 나타남으로써 바하무트를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정말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거였다.

도대체 그 새끼는 어디서 뭘 하길래 여태 안 나타나고 있는 거야?

살아 있다며? 그럼 제발 좀 나타나서 그놈 좀 막아줘라!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 너의 실패를 안 대공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아마 포기할 것입니다.

“포기한다고? 어째서?”

-저 말고도 다른 영지로 떠난 자들이 꽤 존재합니다. 그들 중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이곳을 다시 노릴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나가 아니었단 말이네?

만약 룩산의 말대로 다른 영지로 보낸 자 중 하나가 성공하게 된다면 대공에게 이곳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기에 다시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

“다른 곳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편인가?”

-물론입니다.

“알았어. 가봐.”

-그럼 이만.

나에게 인사를 한 뒤 방문을 나서는 룩산을 지켜보던 나는 일단 악마종의 웨이브를 막아낸 후 집에 잠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공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 * *

“저거 일단 찍어놔.”

“네!”

성벽으로 몰려드는 약 천여 마리의 악마종들을 보며 지안에게 입을 연 나는 악마종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어서.

내 손에 붉은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고, 수십 갈래로 퍼져나가며 악마종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고, 이어서 악마종 웨이브에 이상 현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바로 맨 앞에 서서 달리던 수십의 악마종들을 지배해 버림으로써 그들의 목표를 변화시킨 것.

‘진짜 편하네? 진작 이랬으면 좀 좋아?’

지금의 나는 지배를 하기 위해 굳이 균열을 열 필요가 없어진 상태였다.

그저 의지만으로 생명체를 지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와! 지금 뭐 하신 거예요?”

“봤으면서 뭘 물어? 쟤들 지배해 버린 거잖아.”

“이제 균열을 열지 않아도 지배가 가능하시단 말이에요?”

현지가 신기한지 나를 보며 물어왔고, 그에 별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지만, 솔직히 좀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싸우는 내 악마종들을 보았다.

“나도 언제까지고 멈춰 있을 수만은 없잖아. 능력을 조금 더 발전시켰을 뿐이야.”

이번 여정에서 나와 현지, 지안 모두가 발전할 수 있었는데.

마력을 완전히 변환시킴으로 인해 자작급 이상의 힘을 얻은 지안과 능력을 발전시켜 백작급 이상의 힘을 손에 쥔 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아마 내가 가장 큰 발전을 이뤘으리라.

깨달음을 얻음으로 인해 더욱 쉽고 빠르게 지배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다룰 수 있는 파괴의 마력 역시도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자작급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전투력 역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무님 근데 정말 괜찮을까요? 저희가 나서지 않아도?”

지안은 아무래도 마족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마족 병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정이 든 모양인지 성문 밖에서 악마종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 중인 병사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일단은 좀 지켜보자.”

“하지만…… 그러다 피해라도 발생하면…….”

“일단 수는 병사들 쪽이 많잖아. 정 걱정되면 위험에 빠진 병사들은 네가 좀 도와주면 되잖아.”

“그래도 돼요?”

지안에게 말했지만, 현지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너 말고 지안이.”

지안이야 내 뜻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정말 위험에 빠진 마족만을 구하려 하겠지만, 현지는 달랐다.

정도를 모르는 현지가 이번 전투에 참여했다간 대부분의 악마종을 홀로 쓸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왜 저는 안되는데요?”

“그걸 몰라서 묻냐? 네가 전투에 참여하면 병사들을 훈련 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고.”

이번 전투에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번에 새롭게 병사가 된 마족들의 훈련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전투경험이 제대로 없는 신병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집사의 말에 따라 우리는 그저 구경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현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젖던 내 귓가로 지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성벽 아래로 고개를 돌리자 약 천 오백의 병사들이 천천히 진군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선봉에 서 있는 자는 이번에 천부장이 된 룩산이었다.

그 뒤로는 특이하게도 집사와 시녀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로 백부장들과 병사들이 진열을 맞추어 다가오는 악마종들을 향해 투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돌격!

거검을 들어 올린 룩산이 거검을 악마종을 향해 겨누며 의념을 터트리자 모든 병사가 악마종을 향해 돌격하며 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멋진 전술이라며? 저건 그냥 돌격이잖아?”

집사는 분명 나에게 마족들만의 멋진 전술과 전략을 보여주겠다 장담했었다.

“그러게요?”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지안 역시도 조금 황당한지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악마종들을 향해 돌진하는 병사들에게는 전술이나 전략 같은 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좀 다르긴 하네?”

돌진과 동시에 벌써 악마종과 부딪히기 시작하는 병사들의 강함은 내가 생각했던 중세시대의 전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보여주었다.

여기저기서 마력의 충돌이 발생하며 큰 폭음이 터져 나왔고, 이어서 병사들이 압도적인 힘으로 악마종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룩산과 집사를 비롯한 시녀들의 참전으로 악마종들이 순식간에 쓸려나가며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고, 한순간에 악마종 대부분이 쓸려나가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종들 대부분이 최하급에서 하급 정도였고, 간간이 중급이 보이긴 했지만, 상급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급 병사 홀로 최하급 악마종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했기에 지금의 결과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축제라는 것이 마족들에게 위험한 것이 맞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웨이브는 남작급 마족만 나서도 홀로 처리가 가능한 듯 보였기에 조금 허탈했다.

“그럴걸요?”

“응? 무슨 말이야? 너는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현지의 대답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저것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저게 끝은 아닌 모양이에요.”

“그 말은?”

“네. 2파가 몰려오고 있어요. 그것도 수준이 다를 정도로 강한 녀석들이.”

“상급?”

“네. 대부분이 중급과 상급의 악마종일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존재도 하나 섞여 있어요.”

현지의 말에 놀란 나는 그들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고, 멀리서 느껴지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허! 이거 정말 위험하겠는데? 막을 수 있으려나?”

현지의 말대로 상급 악마종을 넘어서는 존재가 하나 느껴졌는데, 최소 자작급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녀석이었다.

룩산이라면 어찌 막아낼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그놈 하나가 아니었다.

대부분이 중급과 상급의 악마종으로 병사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한 녀석들이었다.

“정말 저걸 막을 수 있다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데? 아니, 그나저나 저걸 지금까지 어떻게 막아온 거야?”

지금의 전력이라면 큰 피해를 보더라도 막아낼 수는 있을 거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힘은 지금 느껴지는 저것들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참전할까요?”

“어. 둘 다 참전해. 현지 너는 가서 집사 불러와. 물어볼 거 있으니까. 지안이 너는 여기서 도와주도록 하고.”

“네!”

“네!”

곧장 사라지는 현지와 아스트라를 꺼내 준비를 하는 지안을 보며 멀리 시선을 두었다.

곧 있으면 나타날 녀석들이 있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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