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 (140/214)

“시작되었습니다.”

“그래? 반응은?”

나를 찾아온 김 실장은 대뜸 시작되었다는 말을 꺼냈다.

물론 나 역시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그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알고 있었다.

“이따금 공장지대까지도 치고 올라오는 마수들로 인한 불안감과 점점 줄어드는 매출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지 않았어? 아직 잘 막아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일반인뿐 아니라 각성자들의 피해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근데 왜 벌써 터져 나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만큼 지금 유명시는 몬스터와 마수를 아주 잘 막아내는 중이었다.

영국의 공주라는 여자 덕분에.

그녀가 왜 지금까지 숨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전부터 갑자기 튀어나와서 몬스터와 마수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생겨났어야 했을 문제들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는 중이었고, 그로 인해 예상했던 때가 좀 더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도 잠깐일 뿐이지만.

“일반인들은 그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르다고? 어떻게 다른데?”

“길드나 기업의 경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상태지만, 그곳에서 장사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반인들은 다릅니다. 사람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입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설마? 거대 길드가 아닌 일반 각성자들이 빠져나갔다는 말이야?”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그들은 안전과 높은 수입을 보장받았기에 유명시로 터전을 옮겼을 뿐입니다. 그것들이 전부 어긋나면 당연히 떠날 수밖에 없죠.”

길드야 수많은 몬스터를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입이 없을 수 없었고, 기업이야 유명시의 뒤쪽에 존재하는 끝을 모르고 뻗어 나가는 절벽을 개발하는 중이었기에 거기서 얻을 광물과 신소재들을 이용해 공장을 돌리면 막대한 수익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국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근데 말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왜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을 고용하지 않는 거지? 광산이야 인력이 거의 필요가 없으니 그렇다 쳐도 앞으로 세워질 공장에는 노동력이 필요하잖아?”

“인건비가 많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인건비가 들어봐야 얼마나 든다고?”

“도련님. 기업이란 이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집단입니다.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 공장을 세울 거면 당연히 한국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네?”

내 말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김 실장을 보자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유명시는 한국의 도시라고 말이다.

“아! 그러네? 유명시는 어비스에 세워진 도시였지? 한국의 국민을 고용할 필요가 없었구나!”

“그렇습니다.”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나는 그저 공포에 의해 국민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겨우 몇 개월 만에 국민의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버릴 거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쯤 되면 충분히 그 말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었다.

유명이 유명시의 공장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시에 새롭게 받아들인 근로자들에게 6개월의 계약직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주기로 했지만, 유명이 철수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불쌍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유명의 공장에서 일하며 유명을 욕하던 자들이었다.

유명이 물러나면 다른 외국 기업이 자신들을 더 좋은 대우로 받아들여 줄 거라고 믿던 자들.

“그런데 말이야. 그럼 이번 정권은 뭐야?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면 총선에서 대패하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유명시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세금이 있으니까요.”

“그게 왜?”

“그 세금을 이용해 현금 퍼주기 정책을 사용하면 웬만해서는 총선에서 패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에게? 겨우 그걸로?”

“물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예상대로라면 이번 주 안으로 공무원의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

“대폭?”

“네. 아마 국민의 20% 이상을 공무원으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마 공기업의 사원 수도 대폭 늘릴 거라 예상됩니다.”

저 말이 정말이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저것들 대부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국민이 모를 리 없었다.

“배급사회를 만들겠다는 거야?”

“그럴 거라 예상됩니다.”

“허! 가능할까?”

“가능할 겁니다. 유명시에서 나오는 세금이라면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할 겁니다.”

“유명시가 망하면 대한민국도 같이 망한다는 소리네?”

“그렇습니다.”

“그럼 슬슬 마수 몰이를 준비해야겠네.”

원래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일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렇게 된 것 정부 발표와 동시에 유명시를 흔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 정부의 발표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테니까.

* * *

“너 뭐 하냐?”

“뀨?”

“빨리 가서 좀 몰아봐.”

“뀨우!”

소환수들을 이용해 마수들을 유명시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죽음의 땅 깊숙한 곳에 들어선 나는 하임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뭐라는 거야?”

-놀자!

“뭐? 놀자고?”

-응!

하임은 지금 이곳에 온 이유가 놀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마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는 내 태도 때문인 듯싶었는데,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전이야 아무리 내 소환수들이 강하다고 해도 내가 약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나 역시 강해져 있는 상태였기에 긴장하고 싶어도 되지가 않았다.

“가서 마수들이랑이나 놀아.”

하임을 괜히 데려왔나?

일단 최상급에 올라선 마수들을 전부 데려왔는데, 하임은 빼놓고 올 걸 그랬다.

“그러고 보니 너는 왜 레이랑 안 놀아?”

“뀨?”

고개를 갸웃하며 내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하임을 보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 아니면 항상 수아 옆에 있던 하임이 레이가 온 후부터 수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척하지 말고. 왜 레이랑은 안 노냐고.”

-싫어!

“왜?”

-그냥!

그냥 싫다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임은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싫어할 성격이 아니었다.

장난을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사교성이 하임의 특성이었기에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이 어딨어! 싫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뀨뀨뀨뀨뀨!”

나에게 마구 소리친 하임은 갑작스럽게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춰 버렸고, 잠시 후.

멀리서 엄청난 살기와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마수들을 몰기 시작했는데, 바로 하임이었다.

“어휴- 저걸 어쩌지? 요즘 들어서 심술만 늘어나는 것 같단 말이야? 사춘긴가?”

마수에게 사춘기란 것이 존재할 리 없었지만, 왠지 하임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나저나 나도 이제 움직여 볼까?”

내가 이곳까지 직접 온 이유.

그것은 바로 일회용으로 사용할 상급 마수를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상급 마수를 몰아넣기만 해도 괜찮겠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나서기도 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기에 직접 상황을 살피며 조율할 수 있도록 지배한 마수를 보낼 생각이었다.

“가볼까?”

* * *

“응?”

빠르게 죽음의 숲을 질주하던 내 감각에 걸려든 녀석이 있었다.

상급 마수로 추정되는 녀석이었는데, 이 정도면 상급 중에서도 중위권에 해당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녀석을 목표로 잡은 나는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저놈인가?

멀리 보이는 녀석은 의외로 덩치가 그리 큰 수준은 아니었다.

약 3m 정도 되어 보이는 녀석으로 이족보행을 하는 염소를 닮아 있었는데, 특히 눈과 뿔이 염소와 똑같았다.

그나저나 저건 뭐야?

마수의 뼈로 보이는 것들을 잔뜩 매단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녀석을 확인하자 이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뜩한 외견과 어딘지 좀 신비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메에에에에~”

“응? 진짜 염소야?”

나를 발견했는지 염소의 울음소리와 비슷하지만 좀 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은 녀석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쾅-

내 앞에 도달한 녀석은 이어서 나를 향해 뼈가 잔뜩 매달려 있는 지팡이를 휘둘렀고, 그를 피하며 뒤로 훌쩍 물러난 나는 가까이서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염소의 다리와 비슷해 보이는 다리.

둥글둥글 말려있는 단단해 보이는 두 개의 뿔.

마치 악마의 손가락을 연상시키듯 검고 길게 뻗어있는 5개의 손가락과 길쭉한 손톱들.

마지막으로 염소와 비슷하긴 하지만 좀 더 날렵한 얼굴까지.

이 정도면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덤벼. 마지막으로 얼마나 강한지 파악해 보게.”

“메에에에에~”

“응?”

녀석이 울부짖자 주변 공간이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몸 전체에서 뻗어 나오기 시작한 검은 마력이 주변을 감싸더니 이어서 나에게 엉겨 붙기 시작했는데, 몸에 엉겨 붙은 불길해 보이는 검은 마력은 어이없게도 내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호오~ 이것 봐라?”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녀석에게 더욱 짙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내 마력을 흡수하던 검은 마력은 이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했다.

아니, 녹이는 것이 아닌 생명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듯 보였는데.

콰과과과광-

순간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마력이 이상 반응을 보이며 폭발했고, 강한 폭발력에 멀리 날려진 나는 황당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마력을 이용해 몸을 보호했기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지만, 공간을 점거한 검은 마력이 튕겨 날아가는 나를 향해 빠르게 뻗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공격을 쳐내자 곧바로 폭발하는 녀석의 마력.

건드리는 순간 폭발하는 녀석의 공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강력했다.

‘중위권이 아닌가?’

이 정도라면 충분히 상위권에 들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조금 놀랐는데, 문제는 녀석의 힘이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다는 거였다.

녀석을 중심으로 지름 30m 정도 되는 공간이 녀석의 영역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그 공간조차 두 갈래로 나뉜다는 거였다.

어둡긴 하지만 보이긴 하는 영역과 어둠에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역.

녀석을 중심으로 10m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은 놈의 모습조차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둠 그 자체였다.

나를 향하는 녀석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어하던 나는 마력을 좀 더 끌어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저 어둠을 걷어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바닥 위에 마력을 뭉친 나는 그대로 녀석을 향해 마력의 구를 던져 버렸고, 이어서 마력의 구는 녀석의 공간을 침입하며 모든 것을 무로 돌리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역시 파괴의 마력답다고 해야 하나?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파괴의 마력답게 녀석의 마력 역시도 모조리 파괴해 버리는 모습을 구경하며 잠시 기다리자 칠흑 같은 암흑 속에 있던 녀석은 많이 당황했는지, 암흑의 구에서 급히 튀어나와 자리를 피했다.

콰앙-

이어서 파괴의 마력은 녀석의 영역을 전부 파괴해 버린 후 폭발했고, 그 영향으로 녀석이 멀리 튕겨 나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메에에에에~”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울부짖은 녀석은 이어서 지팡이를 나에게 겨눴고, 이어서 지팡이의 끝에 이상한 구가 하나 생겨났다.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어둠.

마치 작은 블랙홀이라도 되는 듯 보이는 녀석의 공격은 정말 블랙홀이라도 되는지 나타난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나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잖아?

나를 향해 쏘아지는 검은 구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커질 뿐 아니라 그 속도 역시도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근데 이 정도면 누구나 피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빠르다고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기에 이 정도면 10강뿐 아니라 세계랭커라 불리는 자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다.

슬쩍 자리를 피하자 곧바로 방향을 꺾어 나를 따라오는 검은 구를 보자 순간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

계속해서 가속할 뿐 아니라 크기 역시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흡입력 역시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나무며 돌이며 흙이며 주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며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검은 구는 황당할 정도로 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이 정도면 상위권 이상인데?

최상급 마수.

공격력만 따지면 충분히 최상급에 들 정도는 되어 보이는 강함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러면 좀 문제가 있는데?

내 목적과 녀석의 강함은 조금 큰 차이가 있었다.

유명시에 있는 7강 전부와 영국의 공주라는 여자가 함께 덤벼도 상대조차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녀석을 일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저놈을 좀 멈추고 생각해보자.

“흡-”

파괴의 마력을 끌어올린 나는 그대로 뭉쳐 녀석의 구를 향해 던져 버렸고, 이어서 정말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검은 구가 파괴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내 공격을 그대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이게 끝이야?’

검은 구를 파괴할 줄 알았던 파괴의 마력이 그대로 사라지는 모습은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다.

조금 전 사용한 마력의 양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파괴의 마력을 70% 이상 사용했기에 조금이지만 두려움조차 들던 그때.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전진하던 검은 구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어서 검은 구가 그대로 터져 버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걸 삼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지배나 좀 해 볼까?”

자신의 필살 공격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녀석은 움직임을 멈춘 채 심각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마치 사람처럼 입을 쩌억 벌리곤 멍하니 서 있는 녀석을 보며 파괴의 마력을 녀석에게 흘려보내자 녀석이 순간 경직되며 천천히 내 지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과 완전히 연결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녀석과 나를 잊는 선이 새롭게 생겨났다.

“야! 너 그 공격 다시 해봐.”

-주인에게?

“어? 뭐야? 너 의념을 보낼 수 있구나?”

녀석에게서 전해지는 의념은 내 마수들과 다르게 또렷했고, 제대로 된 문장을 구성할 수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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