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214)

-물론입니다.

“신기하네? 존대도 가능하고 말이야.”

-제가 지금은 이렇지만, 자아를 잃기 전에는 수인족 주술사였습니다.

수인족?

설마 그 수인족?

군주가 군림하는 일곱 종족 중 하나인 그 수인족을 말하는 건가?

집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계라는 곳은 지배의 군주가 지배하는 지역을 뜻하는 것일 뿐이었고, 다른 종족.

그러니까 천족, 용족, 수인족, 엘프, 정령, 드워프 혹은 난쟁이라 불리는 종족이 있다는 것을.

“잠깐만! 네가 철혈의 군주의 그 수인족이란 말이야?”

내가 듣기로는 수인들의 군주는 철혈의 군주라 불린다고 했다.

그의 모습을 그림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마치 호랑이와 사자를 반반 섞어 놓은 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제가 알기로 주인께선 분명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넌 그걸 어떻게 아는데?”

-제가 그동안 자아가 없긴 했지만, 그간의 상황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토대로 예상한 거죠.

“허! 신기하네? 그보다 네가 정말 수인족이라고?”

-그렇습니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고 했다.

마수라고 하기에는 이 녀석이 하는 공격들이 조금 특이했기 때문이다.

“주술사라고 했지?”

-그렇습니다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게 대단한 수준이 아니라고?”

-지금은 조금 달라진 상태입니다. 그때야 평범한 주술사였지만 어둠에 삼켜진 후 조금 달라졌으니까요.

어둠에 삼켜졌다는 말은 바하무트란 존재의 사념에 잠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평범한 주술사의 수준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 전의 공격들을 생각해보면 주술사란 존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수인족 중에 주술사란 존재가 많은 편인가?”

-그건 아닙니다. 저희 수인족은 부족 단위로 뭉쳐 함께 살아가는 편인데. 그 부족에 주술사가 많아야 셋 정도일 정도로 적은 편입니다.

“수인족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봐.”

-네. 저희 수인족은…….

부족 단위로 살아가는 그들은 중소부족과 대부족으로 나뉘는데 부족의 크기가 클수록 주술사의 수가 많아지며 특이하게도 주술사의 모든 힘은 철혈의 군주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그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더욱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고, 주술사가 아닌 수인족 역시도 철혈의 군주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더욱 강한 육체로 진화할 수 있었다.

“육체가 강해진 다라?”

-그렇습니다. 저희 수인족은 마력에 대한 친화력이 다른 종족에 비해 부족한 편이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육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물론 저처럼 육체가 약한 수인족의 경우에는 주술을 선택하지만요.

“육체가 약하다고?”

이건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 나를 발견하고 다가오던 속도를 떠올린 나는 조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육체의 강함이 다른 상급 마수에 비해 밀리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성장하긴 했지만, 수인족 중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죠.

“지금이 평범한 수준이라고?”

-그렇습니다. 수인족은 다른 종족에 비해 수가 많이 적지만, 수가 적은 만큼 강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정예라는 말인가?

수인족 중에 평범한 수준이 최상급 마수에 필적할 정도라면 도대체 강한 수인족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저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조용히 말을 꺼내는 녀석.

“뭔데?”

-제 자아가 어떻게 돌아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런 일이 가능한 분은 단 한 분뿐이라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서요.

“지배의 군주?”

-서, 설마 지배의 군주님이십니까?

염소가 경악하면 이런 표정일까?

정말 놀란 듯 보이는 염소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은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 말씀은?

“맘대로 생각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냥 내가 지배의 군주 본인이라고 해도 상관없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뭐랄까? 내 자아가 그것을 거부한다고 할까?

아무래도 지배의 군주와 나 사이에 무언가 얽혀있긴 한 것 같았다.

* * *

“도련님. 저놈은 뭐예요?”

“뭐긴 뭐야. 이번에 나가서 지배한 녀석이지.”

현지는 지안이와 함께 내 방에 들어오다 염소를 발견하곤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가만히 서서 멀뚱멀뚱 현지를 바라보는 염소 역시도 현지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대, 대단한 분이시군요. 제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니…….

염소를 지배한 후 나는 새로운 상급 마수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녀석을 일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상급 마수를 뛰어넘는 강함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했다간 녀석을 막기 위해 나타날 10강을 비롯한 영국의 공주가 전부 목숨을 잃어버릴지도 몰랐기에 녀석이 아닌 다른 마수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그 결과, 상급 마수를 하나 지배했고, 녀석에게 천천히 유명시로 향하도록 지시를 내린 후 미호의 분신을 통해 곧장 평양 신도시의 집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우와!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악마랑 똑같이 생겼어요!”

염소를 빙빙 돌며 자세히 살펴보던 지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악마?”

“그 있잖아요. 염소를 닮은 악마! 바포메트!”

바포메트란 말을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몰랐고, 그저 악마 중 하나라 알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은데? 이제부터 니 이름은 바포메트다. 알았어?”

-바포메트!

쿵-

“어?”

“으잉?”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녀석에게서 마력이 터져 나왔고, 그로 인해 거대한 저택이 지진이 난 듯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미호야!”

그에 급히 미호에게 소리치자 미호가 녀석을 감싸는 결계를 만들어냈고, 지진이 난 듯 떨리던 현상이 멈췄다.

‘진화? 아닌데? 좀 다른데?’

마족의 진화와는 조금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족처럼 내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었고, 녀석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나와 연결된 선이 급속도로 굵어지며 선명하게 변하며 연결이 강화되는 것 같았는데.

“뭐야?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야?”

-신이시여!

“응? 신?”

-저에게 다시 신을 모실 기회를 주시다니!

아! 그런 건가?

주술사란 자신만의 신을 모시며 그 힘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존재였다.

듣기로는 철혈의 군주라는 자의 대외적인 모습은 호랑이와 사자를 닮은 모습이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모습이 있다 알려져 있었다.

짐승을 닮은 여러 형태가 존재했는데, 수인족의 주술사들은 그 모습 중 하나를 선택해 그를 모시는 듯했다.

그러니까 수인족에게 군주란 자들은 신 그 자체였다는 말이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이것도 하지 말고!”

내 앞에서 최대한의 예를 보이는 바포메트는 나에게 이상한 주술을 걸었는데, 바로 이상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게 하는 주술이었다.

마치 나에게서 후광이 뻗어 나오는 듯 보이는 이상한 주술을 걸고 계속 절을 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자 내가 마치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된 것 같았기에 그만하라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현지가 바포메트의 행동을 보며 재밌어 보였는지 따라 하려고 자세를 잡는 모습에 더욱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휴-”

쾅쾅쾅-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김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놀라 급히 달려온 것 같은데, 김 실장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무장에 가서 제대로 결계를 만들어 두고 이름을 지어줄 걸 그랬다.

“들어와.”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벌컥 열린 문을 통해 김 실장이 들어왔고, 그는 바포메트를 보며 깜짝 놀라며 주저앉아 버렸다.

“허억-”

왕눈이를 보고도 조금의 표정도 변하지 않았던 김 실장이 놀라는 모습에 조금 당황한 나는 김 실장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네? 네!”

“쟤 보고 놀란 거야?”

“저, 저건 악마가 아닙니까?”

“맞아. 마수야.”

“아니, 그것이 아니라 저것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염소를 닮은 진짜 악마잖습니까!”

“바포메트?”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 실장의 모습은 좀 충격이었다.

설마 김 실장이 그런 오컬트적인 것을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니…….

“설마 그런 걸 믿는 거야?”

“아! 아닙니다.”

내 물음에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며 부정하는 김 실장은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이 조금 새로웠다.

김 실장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무표정을 유지하는 김 실장을 보면 가끔 인간이 아닌 로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로봇은 아니었나 보다.

“이번에 새롭게 지배하게 된 마수야. 바포메트란 이름을 지어주긴 했지만, 진짜 바포메트는 아니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킥킥-”

“푸흡-”

급히 자리를 벗어나는 김 실장을 보며 현지와 지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 * *

“생각보다 엄청 잘 막잖아?”

“리첼이라는 여성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영국의 공주가 저렇게 막 움직여도 되는 거야?”

최하급을 넘어 하급 마수까지도 출현하고 있었지만, 리첼의 활약에 순식간에 정리되는 영상을 보던 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껏 숨겨왔던 리첼을 왜 갑자기 이곳에 투입한 걸까?

영국 역시도 이번 일에 크게 발을 담그고 있었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리첼은 조금 심하게 날뛰고 있었다.

10강들조차 한발 물러섰을 정도로 대부분의 마수를 리첼 혼자 쓸어버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영국 측에서도 공주를 불러들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공주가 말을 듣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저게 공주의 독단적인 행동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설마 현지가 이야기하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

현지는 리첼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리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로 인해 충돌까지도 일어났지만, 딱히 신경 쓸 건 없을 거라 보고했었다.

“이유도 알아?”

“알아보는 중이지만, 이상한 루머들만 들려올 뿐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없는 상태입니다.”

“루머? 그게 뭔데?”

“조금 허황된 이야기인데 말씀드릴까요?”

“말해봐.”

“그것이 자신이 수백 명이 있어도 막지 못할 강자가 인류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신 따위는 영웅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공주가 직접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그런 존재가 있을 턱이 없지 않습니까?”

‘이거 설마?’

“혹시 말이야 영국이 공주를 지금껏 숨기고 있던 이유가 인류에게 위기가 닥쳐왔을 때 등장하게 만들어서 영웅적인 존재로 만들려던 거야?”

“그렇게 추정 중입니다.”

“허! 그래서였어··· 이거 괜히 건드렸나 본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김 실장은 현지의 강함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 현지가 리첼을 찾아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별거 아니야 리첼이 말하는 강자가 바로 현지라는 거지.”

“네? 현지 양이 그 정도로 강하다고요?”

물론 김 실장도 현지가 리첼보다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더 강한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수백 명은 오버고 백여 명이라면 현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놀란 듯 보이는 김 실장.

당연했다.

김 실장은 현지와 최상급 마수들의 대련을 본 적이 없으니까.

너무 위험해서 일반인은 절대 출입이 불가능했고, 길드원들조차도 그곳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놨기에 현지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야.”

“그럼…… 도련님의 소환수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입니까? 현지 양이 영국의 공주 정도 되는 자들 백여 명을 홀로 감당할 정도라면 도련님의 소환수는?”

“어? 아! 아직 모르는구나? 현지가 내 전력 중 가장 강해. 내 소환수 전부가 덤벼야만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네? 그게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요?”

경악한 표정을 짓는 김 실장을 보자 내가 그동안 내 전력을 김 실장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능하니까 현지가 그만큼 강해졌겠지?”

“그럼 도련님도 현지 양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야. 현지 역시도 내 지배를 받고 있으니까.”

“네? 도련님의 지배를 받는다니요?”

말이 길어질 것 같았다.

지금껏 대충대충 설명한 게 문제인 듯싶었기에 나는 김 실장에게 천천히 나와 현지, 지안 그리고 마수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더욱 뛰어나셨던 거군요.”

“미안. 그동안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오해가 좀 있었네.”

“아닙니다. 제 실책입니다. 저 역시 그동안 도련님을 조금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과소평가는 아니었다.

누구나 그리 생각할 테니까.

설마 인간의 힘이 그 정도로 강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다만 조금 안타깝네요. 도련님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유명시를 포기하지 않고도 충분히 다른 대안을 생각해냈을 텐데. 아쉽습니다.”

“상관없잖아. 이것도 아주 괜찮은 계획이니까.”

“면목 없습니다.”

면목 없기는.

지금 계획도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이었다.

이 일이 끝나면 유명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은 없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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