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8화 (148/214)

하임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하임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지시하거나 물어본 나는 하임의 능력에 대해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하임의 능력은 마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마력을 이용해 땅 속성의 물체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하임을 제외한 다른 임프나 하프임프의 경우 아다만티움을 다루지 못한다는 거였다.

이걸 이제야 파악하다니…….

초창기에 하임이 강화하던 것들이 모두 아다만티움을 따라 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보랏빛을 내던 그때의 장벽은 분명 아다만티움과 똑같아 보였었다.

그럼 이곳이 아닌 경계 밖에도 아다만티움이 존재한다는 말이네?

“하임아 이것을 여기 말고 다른 데서 본 적 있어?”

“뀨.”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연 하임을 보자 의문이 생겨났다.

‘그럼 그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지?’

그냥 본능적으로 가장 강한 금속을 떠올리다가 비슷한 걸 만들어낸 건가?

“음- 일단 너는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놀고 있어. 현지야! 하임이 문제 일으키지 못하게 감시 잘하고 있어.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네!”

연무장을 뒤로한 나는 곧장 집사에게로 향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문을 열자 아직도 대화 중인 김 실장과 집사가 보였다.

“집사.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다시 나타나자 대화를 멈춘 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죠.”

“혹시 아다만티움 가진 거 더 있어?”

“아다만티움이요? 연무장에 코팅되어 있는 것 말고는 저희 영지엔 더 이상의 아다만티움은 없습니다.”

“그래? 혹시 그럼 구할 수 있을까?”

“혹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 집사에게 나는 하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까 봤지? 작은 마수.”

“아! 난쟁이족 말씀이시군요.”

“난쟁이족?”

“군주님께서 말씀하신 드워프들의 정직 종족명이 난쟁이입니다.”

“아무튼, 걔가 아다만티움을 다룰 수 있더라고. 그래서 조금 더 구해보려 하는데 가능할까?”

“네? 아다만티움을 다룬다고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여는 집사를 보자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비스에 존재하는 어떤 종족도 지금껏 아다만티움을 다룬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맞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더라고. 그걸로 룩산을 박살 내 버렸다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일 텐데요? 자유자재로 다뤘다는 말은 난쟁이족의 능력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어떤 난쟁이족도 아다만티움만큼은 다룰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야. 내가 지금 두 눈으로 직접보고 왔거든.”

“아-”

내 말에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 집사는 정말 심하게 놀란 모양이었다.

“어때 구할 수 있겠어?”

“무, 물론입니다. 최대한 많은 아다만티움을 구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다만……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문제?”

“네. 이곳까지 아다만티움을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네?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일반 철의 만 배에 해당하는 무게를 가진 아다만티움이었기에 아주 소량이어도 수십 톤에서 수백 톤까지 무게가 나갈 테니까.

“그냥 옮기게 되면 오래 걸릴까?”

“네. 한 번에 전부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겁니다.”

“얼마나 걸릴까?”

“음- 1만 톤 정도로 가정하면 1년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잠깐만? 1만 톤이라고?”

“더 필요하시면 더 구할 수는 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많이 구할 수 있단 말이야?”

“물론입니다. 아다만티움은 귀한 금속은 아닙니다. 사용할 만한 곳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아다만티움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 역시 거의 없기 때문에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 무게 때문에 광산을 발견해도 무시하기 때문에 구하는 것이 난해할 뿐입니다.”

“그래? 그럼 최대한 많이 구해줘. 난 이만 가볼게. 하던 일 마저 해.”

“도련님?”

인사 후 나가려던 나는 김 실장의 부름에 멈추어 섰다.

“왜?”

“잊고 계신 것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잊고 있는 거라니?”

내 말에 집사에게 고개를 돌린 김 실장이 입을 열었다.

“우선 집사님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말 하시죠.”

“혹시 아다만티움을 구하는 방식을 알 수 있겠습니까?”

“방식은 간단합니다. 이번에 올 상단에게 부탁을 하면 되니까요.”

“그럼 상단에서 아다만티움을 구해오겠군요?”

“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지?

“그래서 1년 넘게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었군요? 비용 역시도 만만치 않을 테고 양도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만약 광산을 직접 개발한다면 어떻습니까?”

“어?”

“네?”

‘아! 그렇구나?’

발견해도 무시하는 광산이라면 직접 채굴하면 된다는 아주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

‘하임이 있으니 오래 걸리지도 않겠네?’

김 실장을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실장이 없었다면, 이 점을 간과하고 지나갔겠지.

시간도 오래 걸렸을 거고, 비용 역시도 만만치 않았을 거다.

“하지만, 광산의 채굴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다만티움의 광산입니다.”

“그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죠? 도련님?”

“물론이지. 내겐 하임이 있으니까.”

“아! 아다만티움을 다루는 난쟁이! 그렇군요! 그 수가 있었네요. 그럼 바로 광산을 수배해 보겠습니다.”

집사가 곧장 움직이려는 모습에 급히 말려야만 했다.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집사! 잠깐만.”

“네?”

“혹시 광산을 사야 하는 거야?”

“음- 채굴권을 구매해야 하긴 합니다.”

“비용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마족들의 시대를 중세시대하고 가정하면 당연히 광산을 영지의 주인에게 사거나 채굴에 대한 권리를 얻어야 하는데, 절대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사실이었다.

“그렇게 큰 수준은 아닐 겁니다. 어차피 아무도 개발할 생각이 없는 광산이기에 일정 수준의 대가를 지급하면 허락해 줄 것입니다.”

“영지에 무리가 가는 거 아니야?”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얼마 전 마수들에게 얻은 수많은 정수가 있으니까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난 이만 가볼게. 수고해 줘.”

“맡겨주십시오! 이 알프레도, 집사의 명예를 걸고 꼭 괜찮은 광산을 찾아오겠습니다.”

“그, 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김 실장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굉장히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집사라? 괜찮은 것 같은데?”

나가던 도중 김 실장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뭔가 고민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김 실장이 보였다.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 * *

“너 도대체 왜 그래?”

“뀨! 뀨뀨!”

하임은 이상하게도 마족을 싫어했다.

룩산이나 집사처럼 오리지널에 가까운 마족을 특히 싫어했는데, 아무리 물어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기에 조금 짜증이 날 정도였다.

“집사나 룩산이 너에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괴롭히는 거냐고!”

“뀨!”

“의념!”

-그냥 싫다!

어휴- 이걸 진짜 어떻게 하지?

“그냥 놔두시지요. 난쟁이족이라 그런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난쟁이족은 원래 마족을 싫어합니다. 오래전부터 그래 왔으니까요.”

“이유가 뭔데?”

“난쟁이족과 마족은 원래 맞지 않는 존재입니다.”

원래 맞지 않는다라?

천적 같은 거라도 되나?

“아무리 그래도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니야?”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그저 시작이 같은 종족이기 때문이죠.”

“시작이 같다고? 그 말은 같은 종족이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마계로 모든 종족이 이주하기 전에는 같은 종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랜 시간 진화를 하며 종족이 나뉘었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 거야?”

“여기 이렇게 결과물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더 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진화의 이유가 반대이기 때문에 더욱 맞지 않는 것이지요. 생존의 갈림길에서 저희 마족들은 투쟁을 추구하며 마수들을 사냥했고, 난쟁이족의 경우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숨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족의 경우 덩치가 더욱 커지는 쪽으로 진화가 되었고, 난쟁이족은 보시는 것처럼 몸집이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가 된 것이죠.”

들어보니 그럴듯하긴 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던 난쟁이족은 작아졌을 뿐 아니라 땅속으로 숨어들면서 땅을 조종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근데 말이야. 하임이 땅을 조종하는 것은 맞지만, 땅속에서 살진 않는데?”

“난쟁이족이라고 모두 땅속에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숲속에서 사는 난쟁이족들도 존재하니까요.”

“오호라- 그럼 하임이 정말 난쟁이족이란 거네? 난 그동안 몬스터나 마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근데 좀 이상한데?

임프는 몬스터였다.

그 이유는 바로 터무니없이 약했기 때문인데.

아무리 숨는 걸 택했다고 해도 같은 종족인데 왜 이렇게 약한 걸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일곱 종족 중 가장 약한 종족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생존에 관한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니까요.”

“숨는 거?”

“그렇습니다. 땅속에서 숨도 쉬지 않은 채 땅의 기운만을 흡수하며 1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난쟁이니까요. 거기다 종족 특성상 숨는 것이 일상인 종족이기에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난쟁이란 종족이 마계 어디에서 살아가는지조차 모른다고?”

이건 좀 놀라운데?

수가 적으면 몰라도 마계를 구성하는 종족 중 하나라면 그 수가 절대 적지 않을 텐데 어디에서 사는지도 모른다니?

“대략적으로는 알 거 아니야?”

“모릅니다. 어디에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 정도란 말이야?”

“난쟁이족을 보면 그날은 천운이 깃든다는 말이 마계에 나돌 정도로 난쟁이족은 신비로운 존재로 통하고 있습니다.”

“아니, 군주가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난쟁이족의 군주님 역시도 어디 계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같은 군주님들 까지도요.”

같은 군주들도 모른다니?

“조금 황당하네.”

“그래도 저는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럽습니다.”

“부럽다고? 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완성했기 때문이죠. 저희 마족과 다르게.”

“무슨 소리야? 너희들도 강해졌잖아.”

“아닙니다. 저희는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마족은 오리지널에 가까울수록 강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화가 실패했다는 증거입니다. 군주님의 영향을 받아 마력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어야 했지만, 황당하게도 육체의 강함을 원하게 되면서 축복의 영향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어버린 거죠.”

“육체의 강함을 얻은 대신 마력을 배제하는 신체가 되어 버렸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집사의 말을 듣자 부럽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진화에 실패했다는 것은 불안전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말이야. 너는 어떻게 난쟁이들의 능력을 알고 있는 거야? 난쟁이에 대해 알려진 적이 없었다며?”

“그건 간단합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긴 했지만, 딱 한 번 난쟁이들이 세상이 나온 적이 있으니까요.”

“세상에 나왔다?”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전 마족의 공작 중 하나가 매장량이 엄청난 마석 광산을 발견하고 채굴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난쟁이족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공작과 충돌이라고?”

“네. 그 당시에는 모든 종족이 공작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쉽게 난쟁이족을 몰아낼 거라 판단했었습니다만,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작의 영지와 공작의 부하들과 영지민 마지막으로 공작까지도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공작이 졌다는 말이야? 난쟁이족에게?”

공작이 사라졌다는 건 패배했다는 걸 의미했기에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내가 들었던 난쟁이족은 생존에만 특화된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아십니까? 난쟁이족은 모이면 모일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당연히 알지. 요놈이 난쟁이족이 맞다면 내가 데리고 있는 난쟁이족이 수백이니까.”

하임을 가리키며 입을 열자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곳은 아마 난쟁이족의 왕국 같은 곳이었을 겁니다. 그날 모습을 드러낸 난쟁이족의 수가 무려 100만에 가까웠다는 소문이 돌았었으니까요.”

“뭐? 100만?”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1만도 아니고 100만이라고?

그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 거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100만의 난쟁이족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난쟁이족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이 그날 증명되었습니다. 영지 전체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땅속 깊은 곳으로 말이죠.”

“영지 전체?”

“그렇습니다. 공작의 영지 전부가 땅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저희 영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그 넓은 땅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린 것이죠.”

영지 전체라고?

영주성과 마을 정도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영지 전체라는 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이의 영지만 해도 서울의 면적의 5배 이상이라 알고 있는데, 수십 배라니?

그 말은 최소 서울보다 백배 이상 넓은 땅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렸다는 말이었다.

“그게 가능해?”

“난쟁이족의 군주님이 직접 나서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긴 하지만, 군주님들은 종족 간의 분쟁에 끼어드시는 분들이 아니기에 그 추측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군주라면 가능할 것도 같긴 했지만, 아마 직접 나서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랬을 경우 다른 군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

“대단하네. 하긴 100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 근데 얘는 밖에서 살던 놈인데? 난쟁이족이 맞을까?”

“워낙 알려진 것이 없기에 저도 확실히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럼 얘가 난쟁이족이라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마족으로 따지면 적어도 공작 수준은 되지 않을까요? 홀로 룩산을 가지고 놀 정도라면 충분히 그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임아. 너 공작이래.”

-나 대단해!

“그래. 너 대단하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하임을 보며 한숨을 내쉰 나는 내가 아니더라도 하임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