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4화 (154/214)

백작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상업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 슬슬 바빠질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제 곧 펠클라인의 보호 기간이 끝나면 일반 마족들이 아닌 귀족들의 도전장이 끝없이 날아오기 시작할 테니까.

-군주님. 어째서 최상급의 정수를 그에게 선물한 것입니까?

콜라는 내가 최상급의 정수를 건넨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펠클라인의 현재 상황을 알지 못하는 콜라였으니까.

거기다, 한번 거절하기까지 한 백작이었다.

그런 백작에게 굳이 정수를 건넨 이유.

그것은 바로 보호 기간과 연관이 있었다.

펠클라인에서 온 자가 최상급의 정수를 선물했다는 말이 다른 귀족들의 귀에 들어가면 도전장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하급 귀족들은 도전을 포기하리라.

자작 이하의 귀족들은 아마 대부분이 포기할 것이다.

“이제 곧 영지의 보호 기간이 끝나거든. 그래서 쭉정이들을 걸러내기 위해서 소문 좀 내 달라고 던져 준 거야.”상업 도시라면 소문 역시 빠르게 퍼져 나갈 테니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냥 전부 제가 처리하면 될 텐데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영지에 유입되어 공사를 시작할 유명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도전은 최대한 받지 않는 것이 좋았고, 영지가 시끄러워지는 것도 좋을 것이 없었기에 차단의 의미로 그것을 건넨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백작들만 남은 건가?

같은 백작의 영지지만, 도전장을 보내는 백작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레이의 영지는 후작의 영지였기 때문인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풍부한 자원들과 넓은 땅.

영지민의 수가 부족하기에 자원의 채취가 불가능했지만, 도전을 조금만 이겨내더라도 분명 수많은 마족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되면 넓은 땅에 존재하는 엄청난 수의 마수를 사냥하는 것이 가능해질 테고 그로 인해 영지는 순식간에 발전하리라.

이건 이번에 들은 이야기였는데, 영지의 북쪽에는 마계 최대의 마수 서식지가 존재한다고 한다.

마수들을 사냥함으로써 살아가는 마족들과 수인족들이 많다 들었기에 제대로 된 시설만 갖춰진다면 영지는 순식간에 발전하리라.

거기다 영지민 중에 존재하는 대장장이들.

이들은 제대로 된 마족이 영주가 된다면 순식간에 영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들을 보호하고 이끌 마족이 없었기에 방치되었던 것이지, 제대로 보호만 해준다면 영지를 빠르게 발전시켜 후작의 영지였던 옛 모습을 금방 되찾을 것이었다.

물론 금방이란 것은 마족의 계산법이긴 했지만.

“소문을 내는 것이 중요했거든.”-소문이라 하시면?

“영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힘 아닙니까?

“물론 힘도 중요하지. 하지만, 영지민이 없다면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어. 영지는 영지민으로 인해 돌아가는 법이니까. 그래서 소문을 낼 필요가 있었어. 펠클라인에 백작 이상의 후견인이 생겼다는 소문이.”-아! 그렇군요.

금방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콜라.

“마석 광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광산은 폐광이 되어버린 지 오래야. 그곳을 다시 돌리려 해도 영지민의 수가 부족해. 그들을 지킬 병력 역시 부족했지. 물론 지금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야.”병사의 수를 늘린 이후로 다시 주변의 몇몇 광산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역시 영지민의 수가 너무 부족했다.

그 때문에 대장장이들은 여전히 밖에서 들여온 광물들로 제련을 해야 했고, 그 덕에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영지에 들여올 수 있는 광물의 양에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 * *

“정말이네?”

영지에 도착한 나는 유명의 직원들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뚱이와 룩산, 하임을 성으로 보낸 후 콜라만을 대동하고 마을로 향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왔단 말이야?”이번 여정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들이 인간이라는 자들이군요? 뿔 말고는 마족들과 그리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군요.

“어딜 봐서?”

콜라의 말은 나를 황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분명 뿔 말고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오리지널과 비교하면 맞는 말이긴 했지만, 지금 눈에 들어오는 마족과 인간은 분명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저와 큰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너와는 분명 그리 차이가 나진 않겠지. 하지만 저기 보이는 마족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그렇긴 합니다만, 저기 보이는 저자는 마족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응?”

콜라가 가리킨 방향에는 키가 2m에 가까운 우락부락한 인부가 있었다.

피부색만 빼면 마족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험상궂어 보이는 인부.

그를 보자 콜라의 말에 부정하지 못했다.

“그, 그렇긴 하네…….”-저기도 있지 않습니까? 저기도 있고요.

콜라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나는 김 실장이 말했던 강단이 있는 직원들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도련님!”

유명의 인부들을 보며 콜라와 대화를 이어가던 그때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 실장도 왔네?”

나를 부르며 이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김 실장과 집사가 보였다.

김 실장은 좀 더 있다 올 줄 알았는데, 인부들과 함께 다시 돌아온 모양이었다.

“바로 왔네?”

“이곳 상황을 제가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인부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제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인부들이 얼마나 동원된 거야?”인부들의 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기에 의문이 들었다.

“1차로 200명을 데려온 상태입니다. 2차로 올 인부들의 수는 지금의 두 배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는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심지가 굳은 자들로 뽑았기에 일에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보이긴 하네. 그나저나 지금 뭐 하는 거야? 땅만 계속 파고 있는 것 같은데?”직원들을 비롯한 마족들은 지금 곳곳에서 땅을 파고 있었다.

광범위하게 말이다.

“일단 하수도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 이후에는 도로를 정비한 후 마석 발전소를 세울 계획에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생각보다 기간이 많이 단축될 듯 보입니다. 마족들이 생각보다 일을 잘하기 때문에 하수도를 만드는 작업을 비롯해 도로를 정비하는 일은 금방 끝날 것이라 생각 중입니다. 다만 발전소의 경우 2차 인원이 들어와야 가능하기에 다시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래? 알았어. 일단 성으로 가자.”

“네.”

성으로 가는 길목마다 유명의 직원들이 보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마족인지 인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심지가 굳고 강단이 있는 직원들은 솔직히 말하면 마족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집사가 저들보다 더욱 인간처럼 보일 정도였다.

* * *

“뭐? 지안이랑 현지가 아직 안 돌아왔다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성에 들린 적이 없습니다.”집사의 말에 조금 당황한 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와 연결된 선에 접촉했다.

‘너 어디야?’

‘아! 저 지금 급해요. 지안이에게 물어보세요!’바로 현지가 대답했고, 그에 궁금증이 생긴 나는 현지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선에 더욱 집중했다.

‘응? 뭐야?’

현지는 지금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그것도 거의 최고의 속도로 이동 중이었는데.

현지와 접촉해 상황을 아무리 살펴봐도 현지가 급히 이동 중인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현지가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살펴보았고.

‘왜 이렇게 멀리 있어?’이번 여정을 위해 다녀왔던 광산보다 현지가 지금 있는 곳이 더욱 멀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지?’걱정되는 마음에 급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안이에게 접촉한 나는 급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지안아. 지금 상황 좀 설명해 봐.’‘아! 대표님! 큰일 났어요!’대뜸 큰일 났다는 말부터 꺼내는 지안.

‘무슨 큰일?’

‘지금 현지를 따라 이동 중인데. 현지를 뒤쫓고 있는 마수가 엄청 강해요. 현지하고 함께 싸워도 승률이 5할이 안 될 정도로요. 만약 싸우게 되면 이긴다 해도 저희 중 한 명 이상은 목숨을 잃을 게 뻔해서 일단은 피하는 중이에요.’지안의 말에 당황한 나는 이어서 지안에게 물었다.

‘설마 왕급 마수야?’현지와 지안 그리고 펜릴이 함께 싸워도 승률이 5할이 안 된다는 것은 최상급 마수를 뛰어넘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렇게 무지막지한 수준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그럼 도대체 뭔데?’‘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조금 이상해요.’

‘뭐가?’

‘현지를 사냥하기 위해 쫓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다른 목적이 있단 말이야?’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죽이기 위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면 그 목적이 도대체 뭐란 말이야?

‘마치 저희를 통해 뭔가를 찾으려는 것 같아요.’

‘찾는다? 뭘?’

‘그걸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성으로 향하지 않고 멀리 도는 중이에요.’

‘잠깐만.’

나는 지안과 연결된 선에 접촉을 끊어 버린 후 콜라와 집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최상급 마수를 넘어서는 개체가 왕급 말고 또 있는 거야?”

“네? 그런 건 존재하지…….”-있습니다.

집사의 말을 끊으며 의념을 보낸 콜라.

“있다고? 뭔데?”

-저와 같은 경우라면 가능합니다.

“같은 경우라면 홍마족?”-그렇습니다.

“호, 홍마족?”

콜라와 대화에서 흘러나온 홍마족이란 단어에 집사가 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고, 나는 그제야 현지를 뒤쫓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지안아. 마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 좀 해봐.’‘네. 저번에 저희가 죽음의 땅에서 쓰러트렸던 상급 마수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다른 점은 날개가 3쌍이라는 것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하다는 거예요.’

‘잠깐만.’

지안의 설명에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어서 현지와 접촉했고 이어서 내 뜻을 전했다.

‘걔 성으로 데려와. 처리할 방법이 있으니까.’

‘정말요?’

‘그래.’

‘네!’

현지의 대답을 들은 나는 지안과 다시 접촉해 상황을 계속 보고하라 지시하고는 접속을 끊고, 콜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영광입니다. 수호기사단을 직접 보게 되는 날이 오다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집사는 콜라가 수호기사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감격한 듯 보였다.

그를 토대로 예상해 보건데, 수호기사단이란 마족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는 듯 보였다.

맞다!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지.

“콜라야. 혹시 다른 홍마족들도 너처럼 쉽게 원래대로 돌아올까?”-물론입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군주님의 지배를 거부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는 모두 군주님의 종입니다. 그 어떤 것도 군주님께 향하는 저희의 충성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콜라의 대답을 들은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그에 콜라가 놀라며 대답했다.

-3쌍의 날개란 말입니까?

“그렇다는데?”

-설마 상위 기사단에서도 홍마족이 나올 줄이야…….

“무슨 뜻이야?”

-홍마족의 대부분은 하위 기사단에서 나옵니다. 중위 기사단조차 사념에 잠식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군주님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물며 상위 기사단이라니……. 제가 알기로는 상위 기사단에서 홍마족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알고 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콜라의 설명을 들은 나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날개의 수가 강함을 나타낸다면 지금 현지를 쫓고 있는 홍마족은 중위 기사단이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위 기사단인 콜라조차 2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3쌍의 날개가 상위 기사단이라니?

이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면 단계별 무력차이가 심하지 않은 건가?

“조금 이상한데? 너는 2쌍의 날개였잖아. 그럼 3쌍의 날개는 중위 기사단이어야 정상 아니야?”-아! 조금 다릅니다. 저의 경우 하위 기사단이긴 했지만, 조장급이었기에 중위 기사단의 일반 기사보다 조금 더 강한 편이었습니다.

“아! 그런 거야?”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하위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중위 기사단보다 강했던 콜라라면 지금 상황이 설명되기 때문이었다.

“그럼 정말 그 홍마족이 상위 기사단이었단 말이네?”-그렇습니다. 아마 홍마족인 상태에서는 지금의 저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럼 원래대로 돌아오면?”-급격히 강해질 것입니다. 후작을 뛰어넘는 강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공작에 비해서는 조금 약한 상태 말입니다. 수호기사단의 경우 보통 같은 급의 귀족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원래라면 큰 위험이 닥쳤어야 할 상황이 오히려 득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나씩 홍마족을 지배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해도 대공과 맞서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홍마족의 수가 많아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 두어야겠지?”-맡겨주십시오.

콜라의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나를 위해 일다운 일을 한다는 사실과 동료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는 모양인지 두 눈을 빛내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는 콜라를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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