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214)

“준비해! 곧 도착할 거니까!”

“뀨!”

“쿠워!”

-맡겨 주십시오!

“네!”

순서대로 하임, 뚱이, 콜라가 대답했고, 마지막으로 룩산이 보랏빛의 전신 갑옷을 착용한 채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멀리까지 갔던 거야?

돌아오는 데 3일이란 시간이 걸릴 만큼 엄청난 거리를 홍마족을 데리고 돌아다닌 둘에게 이제야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황당할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한 둘이었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현지가 홍마족을 피해 도망 다니며 지워버린 도시만 7곳이라는 사실이 나를 당황케 했는데.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보이는 도시에 무작정 들어가 몸을 숨겼다가 놈에 의해 초토화되어 버린 도시들.

남작의 영지가 4곳 자작의 영지가 2곳 마지막으로 백작의 영지조차 놈을 막지 못해 박살이 나 버렸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놈에 대한 소문은 분명 마계 전체로 퍼져나갈 테고, 놈을 막은 영지가 바로 펠클라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마족이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움직일 테니까.

거기다 백작들조차 함부로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 집사는 열심히 준비 중이었다.

소문을 내기 위해서.

‘곧 도착해요!’

그때 지안에게서 연락이 왔고, 멀리 공중에서 빠르게 이쪽을 향해 움직이는 펜릴의 모습이 보였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자 내 머리 위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 펜릴은 급히 선회하며 나에게 다가와 멈춰섰고 등에 타고 있던 현지와 지안이 펜릴의 등에서 내린 후 나에게 다가왔다.

“저희 왔어요.”

“그래 수고했어. 놈은.”

“곧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근데 현지 너는 왜 펜릴을 타고 온 거야? 직접 유인한다며?”

펜릴의 이동속도가 빠르긴 해도 현지가 전력으로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느릴 수밖에 없었기에 조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도 좀 쉬어야죠. 그래야 싸울 거 아니에요.”

“너도 싸우게?”

“당연하죠. 저 괴물 스토커 새끼 꼭 제 손으로 처리할 거예요!”

현지는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이쪽의 계획을 듣지 못한 상태였기에 아무래도 내가 홍마족을 처리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자신도 한팔 거들기 위해 나설 생각인 듯했다.

“근데 왜 안 나타나지? 분명 바로 뒤에 있었는데?”

지안은 홍마족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에 의문이 드는 모양이었다.

“겁을 먹은 건가?”

현지 역시도 의문이 드는지 입을 열었는데, 그때였다.

“쿠워어어어-”

“응?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는데?”

“그러니까. 갑자기 왜 저러지?”

멀리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홍마족이 포효를 터트리자 현지와 지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군주님의 존재를 느끼고 기쁨의 함성을 터트린 것이다.

지안과 현지에게 대답을 해주는 콜라.

“응? 넌 또 누구야?”

“그러게? 누구세요?”

현지와 지안은 콜라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에 콜라가 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의념을 보냈다.

-고맙다. 동료를 데려와 줘서. 제대로 된 인사는 후에 하도록 하지. 군주님. 시작하겠습니다.

“어. 시작해.”

“어? 잠깐! 시작은 나야!”

내 지시가 떨어지자 자리를 박차고 순식간에 튀어나가는 콜라와 그 뒤를 급히 따라가며 소리치는 현지를 보며 나 역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응? 지안아. 넌 아니야!”

“왜요?”

지안이 아스트라를 꺼내며 마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에 급히 손을 뻗으며 말릴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 지배할 거거든.”

“네? 그게 가능해요? 쟤 엄청 강해요. 백작이란 자도 순식간에 당해버렸다니까요?”

“지켜보기나 해.”

“네.”

대답을 하긴 했지만, 역시 의문이 드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지안을 무시하곤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이곳에 도착할 홍마족을 보며.

콰과과과광- 쿠앙-

콜라와 홍마족이 부딪히는 순간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이어서 뚫으려는 자와 막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온몸을 이용해 콜라를 뚫으려는 홍마족과 조금씩 밀려나며 의도했던 대로 천천히 이쪽으로 접근하도록 상황을 유도하는 콜라.

“뭐야 도대체? 왜 이래?”

그리고 자신의 공격에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홍마족에게 당황해 혼잣말을 내뱉으며 멈춰선 현지가 있었다.

“너희들도 준비해.”

“쿠워!”

“뀨!”

“네!”

이제 곧 이었다.

홍마족은 처음보다 많이 접근한 상태였는데, 이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었다.

천천히 접근을 허락하던 콜라가 일정 거리에 도착하자 녀석의 몸통박치기를 피하며 녀석을 뒤에서 끌어안았고 이어서 미호의 결계가 작동했다.

쿠웅-

홍마족을 대상으로 최대한의 압력을 선사하는 중력이 생겨나 녀석을 바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지만, 역시나 녀석을 멈춰 세우지는 못하고 있었다.

중력과 콜라의 힘을 아무렇지 않게 견디며 계속해서 이쪽으로 전진하는 홍마족.

“하!”

그때 아다만티움으로 이루어진 전신 갑옷을 입은 룩산이 그대로 뛰어올라 홍마족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고.

쿠웅-

큰 진동과 함께 그대로 홍마족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 룩산.

하지만, 어마무시한 무게를 견뎌내며 여전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홍마족이었다.

“하임아! 시작해.”

내 지시에 홍마족의 발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보라색의 금속.

광산에서 가져온 아다만티움이 홍마족의 두 발을 묶었고, 이어서 점점 홍마족의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완전 괴물이잖아?”

지금 홍마족을 묶고 있는 아다만티움의 무게가 10만 톤을 가볍게 넘어감에도 녀석은 아다만티움을 부수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콜라 역시도 당황스러운지 황당한 표정으로 녀석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최대한 안전하게 일을 끝내려는 것일 뿐이었다.

아무리 나를 원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성이 아닌 본능에 의한 것이었기에 어떻게 될지 몰라 계획을 짜 두었을 뿐이었다.

물론 혹시 몰라 뚱이를 내 옆에 붙여두긴 했지만.

“이제 시작해 볼까?”

어느 정도 녀석의 움직임을 묶었다고 생각한 나는 녀석에게 파괴의 마력을 흘려 넣기 시작했고, 이어서 녀석의 움직임이 멈춰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미소지었다.

‘역시 내 의지와 마력을 거부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이네?’

완전히 내 지배하에 들어온 녀석은 이어서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붉게 물들었던 피부가 천천히 제 색을 찾아가며 창백하리만큼 하얗게 변해 버렸고, 이어서 몸집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고, 붉은빛을 뿜어내던 두 눈이 새카만 어둠으로 물들었다.

마지막으로 초점이 없던 눈에 초점이 돌아오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쿵- 콰앙-

-군주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인이 군주님을 뵙습니다.

이게 후작의 힘인가?

그가 나에게 무릎을 꿇으며 의념을 보냈지만, 내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그를 감싸고 있던 아다만티움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조각난 상태로 이리저리 튕겨 나가는 아다만티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강대한 기운은 지금 이 자리에 모여있는 모두의 힘을 합쳐도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알았으니까 일어나.

그나저나 얘는 소멸 어쩌구 안 하네?

상위 기사단이라 좀 다른 건가?

내 지시에 곧장 몸을 일으키는 녀석을 보며 생각에 잠시 잠겨있던 나는 콜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궁금한 게 많지? 직접 물어봐.”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 상관없어.”

-감사합니다.

아는 게 없는 나로서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몰랐기에 콜라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며 떠넘겼다.

-수호 기사단 소속 제3계급 7조장 콜라입니다.

“풉!”

콜라가 자신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현지가 웃음을 터뜨렸고, 그에 지안이 입을 급히 막았지만, 콜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째서 상위 기사단이신 당신이 바하무트에게 잠식될 수 있었던 겁니까?

콜라의 물음에 그는 한숨을 내쉰 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 * *

“잠깐만! 그러니까 너희들이 그곳에 들어갔다고?”

설명을 듣던 나는 의문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직접 물음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왜?”

-저희는 군주님께서 사라지신 후 오랜 시간을 군주님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실?”

-바하무트가 봉인된 장소입니다.

지배의 군주 직속 기사단 중 1계급인 상위 기사단과 2계급의 중위 기사단은 난쟁이족이 뚫어놓은 거대한 싱크홀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자신들의 군주를 되찾기 위해서.

그 결과 많은 기사가 홍마족이 되어버렸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그 안에는 난쟁이족의 군주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들어간 거야?”

분명 난쟁이족인 쿠샨의 말대로라면 그 안에는 난쟁이족의 군주가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리고, 그의 힘에 의해 같은 군주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 안에 출입할 수 없어야 했는데…….

-상위 기사단과 중위 기사단의 모든 힘을 한 점에 집중하여 그곳에 존재하던 결계에 작은 구멍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쟁이족의 군주라니요? 저희는 그 안에서 그 무엇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곳을 가득 채우는 사념 덩어리들만 존재했을 뿐 군주님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난쟁이족의 군주가 없었다고?

설마 쿠샨이 나에게 거짓을 말한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쿠샨의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나에게 거짓을 말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 설마 그럼 난쟁이족의 군주라는 자도 다른 군주들처럼 자신을 완전히 희생한 거야?

지배의 군주와 정령의 군주처럼 모든 힘을 사용해 결계를 강화하고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상황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하무트를 막을 수 있는 일곱 군주가 단 넷만 남아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이거 괜찮은 거 맞아?

그놈 그거 부활하는 거 아니야?

-저희들은 단장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대부분 바하무트에게 잠식되어 버렸습니다.

-상위 기사단과 중위 기사단 전부가요?

그의 말에 놀란 콜라가 급히 묻자.

-전부는 아니야. 그곳에는 중위 기사단의 조장급과 상위 기사단의 서열 13위까지만 움직였으니까. 나머지는 아직 성에 남아 있을 거다.

-다, 단장은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콜라를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대공이 가짜 군주를 내세웠음에도 상위 기사단과 중위 기사단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바하무트에게 잠식되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남은 기사단은 전력의 몇 퍼센트 정도 되는데?”

-50%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그것도 대부분 단장이 차지하고 있겠지만요.

단장을 제외하면 주력을 전부 잃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네?

그러니 대공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가짜 군주를 내세워도 못 본 척하는 것이겠지.

“단장이란 자 아무런 후유증이 없을까?”

-그건…… 아닐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아직도 그때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을 겁니다. 군주님들과 다르게 저희에게는 바하무트의 사념은 그렇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일단 좀 쉬도록 해.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 쉰 후에 하도록 하지.”

-아, 아닙니다. 군주님께서 내려주신 은혜 덕분에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내 말에 기겁을 하며 거부하는 녀석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그냥 좀 쉬어! 나도 생각할 게 좀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쉰 후에 곧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아니 내가 찾을 때까지 그냥 푹 쉬어. 알았어?”

-알겠습니다.

그에게 쉬라 명령한 나는 미호에게 부탁해 성안으로 이동했다.

성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대표님. 무슨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난쟁이족의 군주는 뭐고 그곳은 또 어디에요?”

나를 따라 방에 들어온 지안은 궁금한지 조금 전 대화들의 내용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큰일 났어.”

“네?”

“너도 전에 들었지. 바하무트란 존재를 남은 군주들이 겨우 막아내고 있다는 거.”

“들었어요. 근데 그게 왜요?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상황이 좀 심각할지도 모르겠어.”

“왜요?”

“난쟁이족의 군주가 없다잖아. 그곳에 있어야 할 난쟁이족의 군주가 없다는 말은 그도 소멸을 택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곳이 어딘데요.”

나는 계속해서 물어보는 지안과 멀뚱멀뚱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현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큰일 난 거네요?”

“그렇다니까. 문제는 이걸 해결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왜 없어요? 도련님 있잖아요.”

“나?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현지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현지를 똑바로 보며 물었고, 그에 현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이 지배의 군주 아니에요? 그럼 다시 한 명이 생긴 거니까 막을 수 있잖아요.”

현지의 말을 듣자 한숨만 나왔다.

“너는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나 지배의 군주 아니거든!”

“아니에요? 맞는 거 같은데?”

“어디가?”

“봐요. 지배의 군주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던 자들이 도련님을 군주님이라고 하잖아요. 설마 그들이 그것도 구분 못 하겠어요?”

“어? 그러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특히 상위 기사단인 녀석은 군주란 존재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던 녀석이었다.

그런 존재가 아무리 내게 지배를 당했다고 해도 나를 군주라 확신한다는 건 조금 이상했다.

그저 새로운 주인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그는 분명 나를 군주라 확신하고 있었기에 조금 이상하단 생각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마 그놈이 나에게 거짓을 말한 건가?

이건 문제가 좀 있더라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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