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어째서 그 난쟁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신 거예요?”
“너도 봤잖아. 그놈 눈빛을. 분명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무슨 사달이 나도 났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아깝잖아요.”
지안은 조금 전 있었던 난쟁이와의 만남에 의문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덥석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말이지.”
“그런데 언제 그 장로라는 자를 만난 거예요?”
“홍마족을 찾으러 다니다가 조금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길래 그쪽에 가봤거든. 그때 만났어.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이상하네.”
“그럼 혹시 그 난쟁이가 그런 거 아닐까요?”
“그건 아닐 거야. 장로라는 난쟁이에게 느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거든.”
내가 갑작스럽게 지배의 마력을 퍼트릴 당시 장로 역시 본능적으로 힘을 드러냈는데, 그때 느껴졌던 기운은 보통이 아니었다.
최소로 잡아도 하임보다는 위로 보였기에 조금 전의 그 난쟁이가 장로를 헤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난쟁이는 잘 해봐야 상급 마수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가능했다 하더라도 조금 전의 그 난쟁이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잘하셨어요. 그 난쟁이. 질이 정말 안 좋은 녀석 같더라고요.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코넬리아가 말을 꺼냈다.
“그렇지? 이상하게 꺼림칙한 느낌이 들더라니까.”
-난쟁이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선한 것은 아니에요. 난쟁이족에 대해 알려진 정보들은 잘못된 것이 정말 많거든요.
“잘못된 정보?”
-난쟁이들이 순수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 장난들 대부분이 질이 안 좋은 짓들이란 것이 대표적이죠. 순수하다는 것이 착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순수하다고 해서 선한 것은 아니란 말을 듣자 하임에게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순수의 결정체라고 불러도 되는 하임이었지만, 하는 짓들을 보면 누군가를 골탕 먹이는데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점차 장난이 심해져 내 옆에 붙여놓을 수밖에 없던 하임.
지금도 내가 옆에서 사라지면 분명 이곳에 있는 누군가를 괴롭히기 시작할 거다.
하임은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거나 상대가 싫어한다는 것을 절대 깨닫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얼핏 깨닫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것은 바로 하임이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 알지 그 감정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짜증인지 파악하지 못했기에 일단 감정을 드러내기만 하면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때문에 하임을 잡아두고 가르쳐 보았지만, 여전히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하임이었다.
이런 놈을 잠시지만 신이라 생각한 내가 정말 바보였네.
한숨을 내쉬는 내 어깨에 올라탄 채로 귀를 잡아당기는 하임을 보자 계속해서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일단 다시 시작하자. 인원이 늘었으니까 조금 더 넓게 퍼져도 되겠지?”
각자 나뉘어 방향을 정한 후 새로운 홍마족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나는 여전히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제는 귀를 넘어 내 볼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즐거워하는 하임을 노려보면서.
* * *
3일.
코넬리아를 지배한 후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주변을 탐사했지만, 홍마족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한 나는 모두를 불러 잠시 휴식을 가지며 계획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대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
-찾는 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기운을 감추고 있는 이상 이대로 무작정 찾아다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자신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숨기려 하기 때문에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지금껏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코넬리아를 제외한 콜라와 루시안의 경우 직접 이쪽을 찾아왔기에 나는 그들을 찾는 것이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추악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홍마족이었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운을 퍼트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선택일까?”
-시간을 절약하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루시안의 의견에 현지는 찬성했지만, 지안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루시안이 말했던 부단장이란 자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제가 지켜본 동료들. 그러니까 소멸을 택한 동료들의 수가 일곱이에요.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중위 기사단이었다는 것인데…….
“그게 왜?”
코넬리아가 갑자기 꺼낸 말에 의문이 든 나는 그녀에게 물었고.
-남은 자들 대부분이 저나 루시안보다 서열이 높은 최상위 기사단이라는 뜻이에요.
“그 말은 위험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야?”
-네. 서열 6위까지는 저희가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5위부터는 잠깐 막아설 수 있을 뿐 금방 뚫릴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5위 이상이면 너희 둘이 함께해도 막지 못한다는 뜻이야?”
내 머리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아무리 서열 차이가 있다고 해도 하나를 둘이서 막는 것이었고, 거기다 힘이 약화된 상대이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와 현지 양의 대련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아!”
현지와 루시안의 대련.
적은 마력만으로도 현지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던 루시안.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지를 제압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기에 루시안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이 격의 차이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상위의 존재를 어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지안이는 뭔데?”
-일반적인 경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지안 양처럼 마력의 파괴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본인조차 통제할 수 없는 공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아! 그 방법이 있었네요!
-무슨 말이에요?
눈을 빛내는 루시안과 그런 루시안을 보며 묻는 코넬리아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너무 위험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아낸 홍마족을 소멸시켜버릴지도 몰랐으니까.
지안의 필살기라 부르는 공격은 그만큼 위험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루시안에게 설명을 들은 코넬리아는 지안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고, 그에 루시안은 지안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지안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코넬리아였다.
코넬리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히 믿기지 않겠지.
코넬리아 정도 되면 지안의 힘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괜찮을까?”
-그들이라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힘에 반응하는 자들의 수일 겁니다.
“확실한 거지?”
-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고, 이어서 곧장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준비 끝났으면 바로 시작하자.’
‘준비 끝났어요.’
‘저도요.’
‘시작하겠습니다.’
세 방향으로 퍼진 코넬리아와 루시안 그리고 현지는 곧장 자신들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처음 내가 기운을 뿜어내는 계획보다는 이편이 더욱 안전할 것이라는 의견 때문에 계획의 방향을 살짝 수정했는데, 그것은 바로 나를 중심으로 멀리 떨어진 셋이 각각 기운을 뿜어내 홍마족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공작 이상부터는 격의 차이라는 것이 존재했기에 조금의 차이도 크게 다가온다는 루시안의 설명 때문이었다.
그렇게 걱정을 품은 채로 반나절이 지났을 즈음 코넬리아에게서 반응이 왔다.
‘동료로 추정되는 움직임을 파악했어요!’
‘수준은?’
‘상위 서열인 건 확실한데 정확히는 파악이 안 돼요.’
‘다들 들었지? 코넬리아 쪽으로 이동해.’
‘네!’
‘가요.’
현지와 루시안은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멈춘 채 코넬리아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지안 역시 코넬리아 쪽을 주시하며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아직도야?’
‘네. 조금 더 가까워지면 파악 가능할 것 같아요.’
코넬리아가 대답한 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나 역시 코넬리아를 향하는 존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안과 코넬리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존재가 코넬리아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인 것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최상위 서열은 아니에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간 루시안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에 급히 그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지안이는 혹시 모르니까 대기해.
지안에게 대기하란 지시를 내린 후 빠르게 그쪽으로 이동한 나는 세 쌍의 날개를 가진 홍마족이 루시안과 코넬리아에 막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곧바로 홍마족을 지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배의 마력에 의해 천천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홍마족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그때였다.
-크오오오오!
“응?”
“어?”
-아!
시야가 간신히 닿는 곳에서 엄청난 힘을 내뿜는 존재가 느껴졌고, 이어서 포효를 터트리며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4쌍?”
-이, 이런!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다급한 순간임은 틀림없었다.
4쌍의 날개를 가진 홍마족.
최소 서열 5위 이상이라는 것이 파악된 순간 급히 지안에게 연락하려던 그때.
‘피하세요!’
지안의 신호와 함께 멀리서 힘을 부풀리며 이곳을 향해 빠르게 전진하는 내가 가진 최강의 무기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급히 입을 열었지만.
“피!”
-콰앙. 쿠구구구구-
“뀨!”
피하라는 소리를 내뱉으려던 그때 이미 지안의 공격은 새로 나타난 홍마족에게 명중한 상태였고, 그와 동시에 하임의 아다만티움이 움직이며 앞을 막아서는 벽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방벽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 채 순식간에 허물어졌고, 이어서 루시안과 코넬리아가 급히 앞을 막아서며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루시안은 묵묵히 충격파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코넬리아는 아니었다.
온 힘을 끌어모아 충격파를 막아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충격파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충격파를 겨우 막아낸 그때.
“크오오오오!”
급한 상황이었기에 홍마족을 지배하던 것을 잠시 멈췄었는데, 아직 완전히 제 모습을 찾지 못한 홍마족이 포효를 터트리곤 갑작스럽게 새로 나타난 홍마족 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
먼지 폭풍에 의해 시야가 차단되었음에도 홍마족은 그곳을 향해 질주하며 팔을 휘둘렀고, 그에 차단되었던 시야가 확 트이며 4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던 홍마족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상체의 반이 날아가 버린 모습으로 겨우 버티고 서있는 홍마족을 발견한 녀석은 다시 포효를 터트리곤 녀석에게 덤벼들었고, 이어서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타격이 너무 커서인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홍마족을 향해 공격을 쏟아내는 홍마족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홍마족.
다행인 것은 그렇게 당하면서도 상체의 절반이 날아간 상처를 회복하고 있다는 거였다.
다만, 역시 타격이 너무 컸는지 이어지는 공격에 전혀 방어를 하지 못하던 녀석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며 정신을 잃은 듯 보였고, 그에 포효를 터트린 후 곧장 이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갑자기 쟤가 왜 저러는 걸까?”
“방해를 받아 화가 나서 저러는 거 아닐까요?”
-제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다려온 순간이니까요.
아무래도 자신이 원래 모습을 되찾는 순간 나타나 방해를 한 존재에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크워어!”
“어? 알았어.”
이어서 내 앞에 도착한 홍마족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멈춰선 후 입을 열었고, 그에 나는 다시 녀석에게 지배의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라구스가 군주님을 뵙습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홍마족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부복했고, 그에 나는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그래. 서열은?”
-7위입니다.
상위 기사단 서열 7위의 라구스.
평소였다면 기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군주님.
황당한 눈으로 라구스를 보던 그때 루시안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진 홍마족을 데려왔다.
“일단 이쪽 처리하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네. 어? 구, 군주님 그자는 군주님께 불경을 저지를 자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심이…….
당황한 표정으로 의념을 보내는 라구스는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 모양이었다.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자를 두들겨 팼다는 사실에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것이겠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잘 말해줄 테니까.”
-정말이십니까?
“어.”
-군주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라구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도 했기에 이번 일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원한이 생기는 걸 바라지 않기도 했고.
“그럼 시작해 볼까?”
정신을 잃은 채 엎어져 있는 홍마족의 상처는 어느새 전부 회복된 상태였다.
상체의 절반이 날아간 치명적이라 불러도 무방한 부상.
만약 일반 마족의 몸이었다면 치명상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홍마족이란 존재는 일반적인 마족의 몸이 아니었기에 무리 없이 회복이 가능한 듯 보였다.
그 때문에 지안의 공격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천천히 지배의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자 쓰러져 있는 홍마족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잠시 흐르자 완전한 마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헉! 부단장…….
그에 깜짝 놀란 라구스의 의념에 나는 그가 두 명의 부단장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