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1화 (171/214)

“운이 좋았네? 설마 니안의 눈에 띌 줄이야?”

드레드 공작의 기사단을 발견한 건 바로 어제였다.

마수들을 사냥하며 영지 밖을 돌아다니던 니안은 이틀 전 특이한 반응을 보였고, 그에 니안과 접촉한 나는 특이한 존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귀족의 힘을 가지고 있는 서른 명의 마족들.

영지 밖이긴 했지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마족들이 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현지를 보냈고, 그 결과 그들이 드래드 공작의 기사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인 모양입니다.”

“영지로 진입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바로 처리할까?”

집사를 보며 묻자 집사의 입이 곧바로 열렸다.

“영지로 진입한 직후 습격하는 것이 좋을 듯 보입니다.”

“이유는?”

“다른 귀족의 영지에서 충돌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니까요.”

“무슨 문제?”

“공작이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들이 지나는 영지는 후작의 영지입니다. 그런 곳에서 기사단이 사라지면, 공작은 그들과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지 않을까?”

“괜한 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되면 후작 역시도 저희 영지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내 계획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 다라?

조용히 있는 자들을 건드려 괜한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내 계획은 조용히 힘을 키우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겠네. 그럼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자.”

“네?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요?”

“미호 있잖아? 현지에게 미호의 분신을 붙여 놓았으니까 준비만 해 두고 필요할 때 움직이면 되지.”

현지에게 붙여둔 미호의 분신을 통해 그들이 영지에 진입했을 때 나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 이동형 마수!”

“왜?”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던 이유가 이동형 마수라면 설명이 됩니다! 만약 그들에게 이동 마수가 있다면 정말 공작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생각해 보니 공작이 직접 이곳까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저 기사단을 보내 정찰 후 이동 마수를 통해 단번에 이동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네? 그럼 그것까지 대비해서 준비해야겠네.”

“그런데 정말 현지 양만으로 충분하겠습니까?”

“그럴걸?”

현지라는 수단이 있는데 괜히 수호기사단까지 나서게 할 필요는 없었다.

수호기사단의 노출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았기에 되도록 현지만으로 끝낼 예정이었다.

물론 수호기사단 역시 함께 이동은 하겠지만, 그들의 역할은 공작의 기사단이 도주를 택할 경우에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 전부였다.

“저희 마족과 달리 끝없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현지 양이 설마 단시간에 그 정도로 강해질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솔직히 말하면 현지의 성장은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현지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현지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쉽게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었는데, 이건 재능이라는 영역에서조차 설명이 안 될 정도로 특이한 경우였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한계는 분명 존재했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조차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정상이었지만, 현지에게만은 그 모든 것들이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저 잠깐 방에 처박혀 있던 것만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현지를 지금껏 몇 번이나 봐왔던 나였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안이 역시 비슷한 경우긴 하지만, 그것은 현지가 앞에서 이끌어 줬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제는 앞에서 이끌어줄 존재가 현지에게도 생긴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시안이 현지를 이끌어주었고, 지금은 크림슨이 현지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기에 현지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 * *

‘아직이에요?’

‘조금만 더 기다려. 아직 배치 안 끝났으니까.’

영지에 진입한 기사단을 처리하기 위해 영지 외각에 도착한 나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움직이며 수호기사단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퇴로를 막기 위해 크림슨과 루시안, 코넬리아가 그들의 뒤쪽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현지의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 라구스가 신입 기사단과 함께 그들을 기습할 예정이었다.

현지 홀로 모두를 정리하려 했던 계획을 조금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신입 기사단을 테스트하기 위함도 있었고, 실전 경험을 쌓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긴장되지?”

-아닙니다!

긴장한 티가 팍팍 나는 데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신입 기사단을 보며 미소지은 나는 라구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위험한 순간이 아니면 도와줄 생각 하지 마. 알았어?”

-네!

죽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신입 기사단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너희들이 위험해지면 라구스가 나서긴 하겠지만, 그건 정말 극한의 위험에 처했을 경우니까. 이건 미호의 환상이 아니야. 죽으면 끝이라고. 그 점 명심해.”

-네!

공작의 기사단을 발견한 후 나는 미호의 환상 능력을 이용해 이들에게 실전과 똑같은 경험을 계속해서 쌓게 해 주었고, 그 결과 그들은 더욱 빠르게 강해지기 시작했는데, 문제가 하나 생겨버리고 말았다.

미호의 환상을 계속 체험하던 기사단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훈련 속에서 이들은 이상한 방식의 공격법을 터득했는데, 그건 바로 동귀어진이었다.

어차피 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고, 그 결과 생명체의 원초적인 본능인 죽음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대련에서조차도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을 할 정도로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크림슨에게 연락이 왔고, 동시에 코넬리아와 루시안 역시 도착했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시작해!’

‘네!’

“다 덤벼!”

현지의 대답과 함께 멀리서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고, 외침을 들은 나는 현지가 많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나설까요?

“아니. 조금 기다려. 일단 전열이 조금 흐트러진 후에 진입해.”

-네.

신입 기사단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공작의 기사단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20명 중 자작급에 오른 자가 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아직 남작급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물론 짧은 시간 만에 그 정도까지 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공작의 기사단과 비교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었다.

“음- 역시 공작의 기사단이라고 해야 하나?”

현지와 기사단의 전투를 지켜보던 나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지의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어해 나가며 틈틈이 반격까지 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리 파악해 둔 기사단의 전력은 후작급이 한 명, 백작급이 다섯, 나머지 모두가 자작 급이었다.

영지를 차지할 수 있음에도 기사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자들.

뱀의 머리가 되기보다 용의 꼬리가 되기를 선택한 자들이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 역시 처음부터 저런 강함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

크림슨에게 듣기로는 저들 대부분의 시작은 남작급이었을 거라고 한다.

성장이 거의 불가능한 마족의 특성상 강해지기 위해서는 정수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남작급의 마족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높은 등급, 그러니까 후작 이상인 귀족의 기사단으로 들어가 그가 하사하는 정수를 복용하여 강해지는 것과 영지의 귀족이 되어 마수들을 사냥해 정수를 얻는 방법.

두 가지가 있었다.

기사가 되는 것과 귀족이 되는 것.

두 가지 중에 강함을 더욱 추구하는 자들이 기사단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기사가 되는 것이 더욱 빠르게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귀족이 되면 자신이 구한 정수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수가 필요했지만, 기사단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이 구한 정수를 정화해주는 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일정 기간마다 정수를 하사하기 때문에, 귀족이 되는 것보다 2배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기에 많은 마족이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를 선택한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충성심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마족은 명예를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배신하는 일이 없었다.

다만, 그 충성은 1세대에 한정되기 때문에 주군이 죽는 일이 발생할 경우 후계자를 모시는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레이의 경우처럼 말이다.

-이제 진입해도 되겠습니까?

“어? 잠깐만.”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상황은 많이 변해 있었다.

현지를 상대하는 기사단이 나뉜 것이었는데, 후작급의 기사와 백작급의 기사들만이 현지를 상대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멀리 떨어져 격돌의 여파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진입해.”

-네!

대답과 함께 앞으로 나서는 라구스와 신입 기사들은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서 곧바로 격돌하기 시작했다.

‘오!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라구스 홀로 남은 기사들 대부분을 상대하고 있긴 했지만, 신입 기사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잘 싸우고 있었다.

신입 기사단이 상대하는 10인 모두가 자작급이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어이! 너! 너도 저쪽으로 가.

-뭐, 뭐라고?

-가라면 가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뒈지고 싶어?

-가, 가겠다.

그에 라구스는 자신이 상대하던 기사에게 명령하듯 말했고, 황당하게도 그는 라구스의 말대로 그쪽에 합류하여 신입 기사단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현지 저것은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거야?

금방 끝내버릴 수 있음에도 시간을 끄는 듯 보이는 현지에게 의문이 든 나는 현지를 향해 물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조금만 더 놀게요. 어차피 시간 많잖아요.’

참 한결같은 현지였다.

‘그러는 김에 그럼 공작 좀 끌어내 봐.’

‘네? 공작을 끌어내라뇨.’

‘저기 이상한 거 메고 있는 놈 보이지?’

‘하급 마수를 등에 메고 있는 놈이요?’

‘그래. 저게 미호랑 똑같은 이동 마수거든. 저놈 좀 자극해서 공작 좀 불러내 봐.’

‘공작이 튀어나오면 저한테 맡기실 거예요?’

‘어. 그럴 생각이야.’

‘네!’

현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고, 이어서 현지가 자신이 상대하던 자들에게 의념을 보내기 시작했다.

-너희 공작 밑에 있다며? 정말이야?

-역시 알고 있었나?

-그럼 걔 부를 수 있어?

-걔? 가, 감히 공작님에게!

현지의 말에 화가 난 녀석이 현지를 더욱 몰아치기 시작했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전과 다름없이 쉽게 피해버린 현지는 태연하게 의념을 보냈다.

-좀 불러주면 안 돼? 재밌을 거 같은데?

-재미라? 네년이 조금 강하다고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보구나. 감히 너 따위가 공작님을 입에 올리다니.

가장 앞에 나서서 현지를 상대하는 기사는 현지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가 크림슨 다음으로 강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 공간에 들어가야만 가능한 것이었고, 평소의 현지는 본래의 힘만으로 공작을 상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였으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불러주면 안 돼? 이렇게 부탁할게.

전투 중에 양손을 모으며 공손하게 부탁까지 하는 현지.

-좋다! 계획 변경이다. 본래 좀 더 다가간 후에 주군께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마중까지 나와 주었는데 이쪽에서도 성의를 보여야겠지.

저게 통했다고?

현지도 어이가 없었지만, 저놈은 더 어이가 없었다.

-단장님!

-어차피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다. 이렇게 된 거 주군께 연락을 취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주군께서도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꼭 자신을 부르라 하셨다. 이동 마수를 꺼내라!

-네!

단장이라는 녀석의 말에 부랴부랴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녀석은 이어서 이동형 마수를 꺼냈고, 곧바로 공간의 문을 열어 버린 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쿠웅-

주변 공간 전체를 뒤흔드는 존재감과 함께 공작으로 보이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힘을 숨기지 않는 것을 넘어서 힘을 분출하며 주변 공간 전부를 자신의 마력으로 꽉 채운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부하를 보며 무언의 눈치를 주었고, 그에 단장이라는 녀석이 급히 의념을 보냈다.

-주군을 뵙습니다.

-상대할 수 없다고?

-저희로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년인가?

현지에게 고개를 돌린 공작이 말하자 현지의 입이 열렸다.

“저년? 지금 나보고 년이라고 한 거야?”

-뭐라고 하는 거지?

-야! 넌 예의도 없냐! 처음 보는 여성에게 년이라니!

솔직히 말하면 현지가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작은 현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부하에게 자초지종을 들었고.

-겨우 그 정도 힘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자신감이 지나치군.

-지금 나 무시한 거야?

-무시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다.

-그게 무시한 거 아니야?

-이해할 수 없군.

참 이상하게도 현지가 끼면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현지야. 일단 꿇려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니?’

-아! 그러네요! 그럼 일단 꿇려 놓을게요.

-지금 나를 꿇리겠다고 말한 건가?

내 예상이지만 아마 현지는 공작이 화가 나도록 일부러 그를 자극했을 거다.

저런 방면으로는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 현지였으니까.

-닥치고 준비나 하시지.

-이, 이년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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