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추긴 자가 대공이란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전과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공작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도 무언가를 찾듯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왜?
-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펠클라인의 소식을 전해준 자가 대공이었습니다.
-뭐라고 했지?
-그곳의 영주가 각성하게 되면 가장 먼저 저에게 도전하게 될 테고 저는 절대 그 전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그 말을 믿었다는 말이냐?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소식은 충분히 확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들려온 소식?
-아직 각성조차 하지 않은 영주가 후작급의 홍마족을 처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크림슨의 말에 벌벌 떨면서 잘도 대답하는 공작을 보자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뒤에 대공이 있었다는 말이네?
이러면 문제가 커지는데?
그나저나 현지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공작을 심문하고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현지에 대한 걱정이 너무 컸기 때문에.
“크림슨. 나는 돌아가서 현지 상태 좀 봐야겠으니까. 알아서 심문한 후에 돌려보내도록 해.”
-돌려보내도 괜찮겠습니까?
“눈이 죽은 걸 봐서는 절대 이쪽에 대해 불지는 않을 거야. 대충 핑계를 만들어서 대답하도록 교육한 후에 돌려보내도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부탁해.”
-네!
크림슨의 대답을 들으며 그대로 등을 돌린 나는 미호를 재촉해 공간의 문을 열어 그 속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공작은 절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을 거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미쳐버릴지도 몰랐으니까.
그 정도로 현지의 모습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거기다, 만약에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미 지배한 기사단이 연락을 해 올 테니 그리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 * *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정신이 문제라고 합니다. 검사 결과 뇌파가 불안정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1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현지는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결국, 나는 현대의 기술을 빌리기 위해 지구로 돌아와 현지의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후우- 도대체 언제 깨어나려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현대의 기술로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태.
“그 현지 양이지 않습니까? 아마 금방 깨어날 겁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조금도 반응이 없다며.”
그랬다.
예전 천마와의 싸움 이후에도 현지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자극에 육체가 반응했었지만, 이번 경우는 특이하게도 육체가 자극에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상태였기에 걱정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었다.
현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나 역시 이상한 상태가 되어 있었는데, 마치 내가 보지 않는 사이에 현지의 숨이 끊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에 요즘 나는 항상 현지 옆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걱정 좀 그만 시키고 제발 좀 깨어나 주면 안 되겠니?”
현지를 향해 물음을 던져 봤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 * *
“아버지가 웬일이세요?”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 할 말도 있고 해서. 그나저나 아직 그대로냐?”
“깨어날 생각을 안 하네요.”
1개월 하고도 3주가 더 지난 지금까지도 현지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었으며 뇌파 역시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너무 걱정하지 말 거라. 현지는 그렇게 약한 아이가 아니야.”
“저도 알아요.”
아버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요즘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안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었던 그 미소.
그 미소가 자꾸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 그 미소를 보았을 때는 안심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마지막 인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더욱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때 그 미소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것 같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잘 있으라는 그런 의미가.
“혹시 더 할 말 있으세요?”
“그래.”
“무슨 일이신데요?”
“별것 아니란다. 그저 이 아비는 네가 조금 쉬었으면 해서 말이다. 벌써 2개월 가까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지 않으냐?”
“괜찮아요. 저 각성자잖아요. 그것도 세계 최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고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육체는 피로하지 않겠지만 정신은 아니지 않느냐?”
“그건…….”
아버지의 말대로였다.
육체적인 피로는 조금도 없었지만, 정신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걱정과 수면 부족으로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이라도 자면 피로가 회복되겠지만,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꿈속에 현지가 나타날 것만 같았으니까.
현지가 나타나 마지막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는 망상 때문에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현지는 나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존재.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동반자이자 가족.
나에게 있어 현지는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 * *
“도련님!”
“응?”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 나는 내가 잠시 잠들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하세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뜬 나는 급히 고개를 들었고, 현지가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깨어난 거야? 괜찮아?”
“아뇨. 조금 힘드네요.”
“2개월이나 누워 있어서 몸이 좀 굳었을 거야.”
“히히히-”
“뭘 잘했다고 웃어! 너 다신 그런 위험한 짓 하지…… 마?”
뭐지?
현지에게 잔소리 좀 하려던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병실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
이곳에 있는 건 나와 현지뿐이었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너 뭐야? 여기 어디야?”
“죄송해요.”
현지에게서 죄송하다는 말이 나온 순간 나는 내 망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미안해하지 마!”
급히 소리치며 현지의 팔을 붙잡은 나는 현지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죽은 거 아니니까. 그냥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뿐이에요.”
“시간이 걸린다니?”
“제 실수로 이상한 곳에 빠져 버렸거든요.”
“무슨 말이야?”
“저도 잘 모르지만, 아마 심상? 정신? 그런 곳에 갇혀 버린 것 같아요.”
“갇혀 버렸다고? 왜?”
현지의 말을 듣자 왜 지금껏 깨어나지 못했던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는데.
육체는 정상이었지만, 정신 쪽에 문제가 있었다면 깨어나지 못했던 이유가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존재하던 기운에 잡아먹혔다고 하면 될까요?”
“그곳이라면 군주가 만들었다는 그 공간을 말하는 거야?”
“네. 제가 마력을 사용할 때마다 그곳의 기운이 저와 조금씩 동화되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 기운을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저를 잡아먹어 버리더라고요.”
나와 비슷한 경우인가?
나 역시 한계 이상 지배의 마력을 사용하면 자아를 빼앗겨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현지의 설명은 그때와 비슷해 보였지만, 조금 달랐다.
나는 현지처럼 심상 속에 갇히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어떤 상태인데?”
“열심히 올라가고 있어요.”
“올라간다는 게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야?”
“네.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도련님이 보내주신 붉은 동아줄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영원히 그곳에 갇혀 있었을 거예요.”
“붉은 동아줄?”
“네! 처음 그곳에 갇혀 버렸을 때 저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 도련님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곳에 붉은 동아줄이 나타났지 뭐예요? 그 덕분에 자아가 깨어날 수 있었고, 지금은 그걸 타고 올라가는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붉은 동아줄?
설마 나와 연결된 붉은 선을 말하는 건가?
아마 맞겠지.
그나저나 여긴 도대체 어디야?
“이 공간은 뭐야?”
“네? 도련님이 부르신 거 아니에요? 저는 갑작스럽게 이곳으로 빨려 들어왔을 뿐인데요?”
“내가?”
“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나는 알 수 있었다.
현지가 무사하다는 것.
그에 안심이 된 나는 현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빨리 와. 오래는 못 기다리니까.”
“네!”
이제 곧 현지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현지를 보며 밝게 입을 열었고, 현지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공간에서 현지가 사라졌고, 나 역시도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 * *
현지와의 만남 이후 나는 영지로 돌아왔고, 영지의 지하 연무장에 자리를 잡고 하나에 집중했다.
나의 성장.
언제까지고 남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나는 필사적으로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야!”
방법을 알지 못해서일까?
지하 연무장에서 오랜 시간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진 정도?
그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기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또 다른 나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녀석은 답을 알려주긴커녕 나를 만나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모르지만, 뭐라도 시도해 봐야 했기에 오늘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했다.
바로 내가 지배한 영역의 모든 마나를 흡수하는 것.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더는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준비를 하던 나는 슬슬 지배의 마력을 퍼트렸고, 이어서 지배의 마력은 주변의 마나들을 빠르게 지배하며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무장을 비롯해 성안의 모든 공간을 지배한 나는 천천히 나에게 귀속되어 버린 마나들을 끌어당기며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고, 점점 양을 늘리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 지배의 마력에 대한 통제를 놓아버리면 분명 내 안에 흡수된 마나들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흡수한 마나를 전부 내 것으로 만든다고 해서 강해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마력의 양을 늘려서라도 강해져야 했기에 생각을 이어나가며 방법을 끝없이 찾아봤지만, 역시나 갑자기 방법이 생각날 리 없었다.
“하아-”
결국, 모든 마나를 풀어버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실망할 뿐이었다.
모두가 점차 강해지고 있었지만, 나만 제자리였다.
현지도 지안이도 심지어 한계에 도달한 크림슨과 루시안, 코넬리아, 콜라조차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들조차도 강해지겠다는 욕망을 품기 시작한 이후 조금이지만 성장을 하고 있었는데, 나만 그대로였다.
그저 지배라는 능력 하나로 지금까지 우쭐대며 살아왔을 뿐이었다.
그들의 힘을 모두 내 힘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최고라고 그렇게 착각 속에 빠져 버린 것.
차라리 전생의 내가 지금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소환수와 나를 별개로 생각했으니까.
소환수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존재였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강함을 추구해야만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정해두지 않은 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끝없이 되뇌며 나 자신을 자극했고, 살기 위해 죽음으로 걸어 들어갔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었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지난 시간 후회한다고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니, 혹시 모르지.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하던 거나 마저 할까?
아무도 없는 연무장을 슬며시 둘러보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래서 사람이 혼자 오래 갇혀 있으면 미친다고 하는 거구나.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어디 보자?
집사는 시녀들을 교육하고 있고, 김 실장은 안 보이네? 성 밖으로 나간 건가?
신입 기사단원들은 여전하네?
요즘 나는 지배의 마력을 이용해 성의 대소사를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는데, 그건 바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괜히 뭔가 하겠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크림슨과 라구스는 여전히 문화센터에 있는 건가?
조금 더 영역을 넓혀가며 내가 아는 자들을 찾던 나는 크림슨과 라구스가 문화센터에 머물러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좋을까?
환희, 기대감, 즐거움, 슬픔, 안타까움 등등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수많은 감정을 뿜어내는 크림슨과 라구스.
그 외에도 문화센터에 있는 마족들과 인간들은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나도 많이 발전했네?
처음에는 영역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로부터 감정을 느낄 수 없었지만, 조금은 발전한 모양인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수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었다.
고작 마나를 지배하는 것에 그치던 전보다는.
그나저나 코넬리아는 어디 있지?
내가 아는 자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코넬리아가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이 들었고, 그에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해 외성에 있는 코넬리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임?
하임을 뒤쫓으며 빠르게 이동하는 코넬리아와 그런 코넬리아에게서 급히 도망가는 하임.
딱 봐도 어떤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하임이 코넬리아에게 장난을 친 것.
-이 난쟁이 새끼야 멈춰! 멈추라고!
“뀨뀨!”
근데 저게 뭐지?
하임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있는 듯 보였기에 의문이 든 나는 하임을 자세히 살폈고, 하임이 여성용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너 잡히면 죽여버릴 거야!
코넬리아만 봐도 저 팬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마족에게는 속옷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문화센터의 영상을 통해 현대의 문물들이 알려지면서 현대의 문물들을 구하려 하는 마족들이 많았다.
코넬리아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 코넬리아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김 실장에게 부탁해 의류와 구두, 화장품, 속옷 등 많은 것들을 구했는데, 저 속옷 역시도 그중 하나인 듯 보였다.
-메롱!
하임이 코넬리아를 약 올리며 빠르게 도주하는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지은 나는 계속해서 둘의 술래잡기를 구경했고.
-으악!
코넬리아가 결국 폭발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력을 끌어올린 코넬리아는 하임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하임은 아다만티움을 이용해 공격을 막아내거나 땅속으로 파고들어 사라졌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나 코넬리아를 다시 약 올리며 코넬리아의 화를 증폭시키면서 점점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외성뿐만 아니라 내성까지도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코넬리아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코넬리아는 항상 이상한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고, 그 덕에 외성에서 살아가는 마족들은 코넬리아를 각성한 영주인 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성이 박살 나겠지만, 그것도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외성에 지어져 있는 집들 대부분은 초가집 수준이었고, 후에 외성 공사를 통해 새롭게 건물들을 올릴 테니까.
그렇게 둘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