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코넬리아의 마력과 충돌하지 않는 거지?
코넬리아가 마음껏 마력을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는 나의 마력이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코넬리아의 마력과 충돌하는 것이 정상이었음에도 내가 지배한 공간의 마력들은 코넬리아의 마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자연의 마나이기에 당연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내가 지배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마나가 지배의 마력과 비슷하게 변형되어 버린다.
반반이라고 할까?
지배의 마력과 마나의 속성을 동시에 뛰는 특이한 마나가 되어 버리는데.
모든 것을 파괴하는 파괴력 때문에 파괴의 마력이라 이름 붙였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리는 강대한 마력과 비슷한 마나들이 어째서 코넬리아와 하임은 물론 영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걸까?
지금 코넬리아의 마력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코넬리아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던 건가?
지배의 마력이 퍼져나간 순간 그 힘을 견디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떠오른 나는 더 깊은 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분명 지배의 마력이 맞아.
지배의 마력이 지배한 마나들 전부가 지배의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혹시 몰라 몇 번을 확인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그에 내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의지인가?
마나에 아무런 의지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걸까?
문득 든 생각에 실험을 해보기로 한 나는 코넬리아의 공격을 막아보기로 했다.
막아라. 막아라. 막아라.
코넬리아의 주변에 퍼진 마나에 의지를 담기 위해 마음속으로 막겠다는 말을 되뇌자 하임을 향해 쏘아져 나가던 코넬리아이 공격이 주변에 퍼져있던 나의 마력에 의해 점차 약화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코넬리아의 공격은 하임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응?
-뀨?
그에 하임과 코넬리아가 동시에 의문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나는 희열에 잠겼다.
성공했다고? 정말?
이게 가능했단 말이야?
엄청난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이 넓은 영역 안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공작급인 코넬리아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물론 코넬리아가 하임을 향해 한계치까지 힘을 발휘한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막아낸 건 막아낸 거였다.
-어? 이상하네?
거기다 코넬리아조차 조금 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을 봐선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방금 이거 네가 한 거야?
-아니.
-아니라고? 그럼 뭐지?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건가?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잠시 잠겨있던 코넬리아는 갑작스럽게 뛰어오르더니 하임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뀨!”
그에 놀란 하임이 급히 땅속으로 사라지며 간신히 코넬리아를 피했고, 이어서 멀지 않은 땅속에서 튀어나와 코넬리아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 이 새끼가!
코넬리아가 다시 흥분해 자신을 쫓기 시작하자 기분이 좋아진 하임이 밝게 웃으며 코넬리아를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임을 한번 막아볼까?
생각과 동시에 마력에 의지를 불어넣자 하임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뀨?”
완전히 멈추지는 못했지만, 하임의 움직임이 50% 가까이 느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하임은 곧바로 코넬리아에게 붙잡혀 버리고 말았다.
-호호호! 감히 내 소중한 속옷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남들 앞에서 머리에 쓰고 있었단 말이지!
“뀨우-”
소름 끼치는 웃음을 흘린 코넬리아를 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하임이었지만, 이미 너무 많이 당해서일까?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뀨우우-”
-안 돼! 이번엔 혼 좀 나야 해!
-다신 안 그럴게. 한 번만 봐줘.
-어제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짜야!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더는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번엔 무엇을 해볼까?
마력을 전부 모아볼까?
결정을 내린 나는 내 지배하에 있는 마력을 모두 한 자리로 모으기 위해 의지를 집중했고, 이어서 마력이 천천히 한 점에 집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느린데?
분명 내 의지에 따라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마력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곤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렸다.
이대로라면 10분의 1 정도를 모으는데도 수 시간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왜 이렇게 느리지?
찌릿-
“크윽-”
순간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 나는 금방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코넬리아의 공격을 막거나 하임을 멈춰 세우는 것은 작은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기에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내가 지배하는 영역 전부에 의지를 퍼트려야 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역 전부에 전달하던 의지를 풀어버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네?”
이제 연습을 통해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의지를 강화해 더욱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 *
쾅- 콰앙-
신입 기사단을 찾은 나는 주변의 마력을 이용해 갑작스럽게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습격이다!
-어디지?
주변의 마나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공격하자 놀라 급히 주변을 살피며 자세를 잡는 기사단이었지만, 어디서도 적은 보이지 않았다.
쿠웅-
-크윽!
-억!
이어서 기사단 전체를 마력으로 짓눌러 버리자 간신히 버텨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기사단.
-어, 어서 알려야!
-우, 움직일 수가 없어.
겨우 버텨내는 것이 다일 정도로 요 며칠간 내 능력은 많이 발전한 상태였다.
의지를 더욱 키웠을 뿐만 아니라 영역을 좁힘으로써 더욱 강대한 힘을 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제 모두가 자작 급에 올라선 그들이었지만, 내 힘을 견뎌내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였기에 그들을 짓누르던 마력을 풀어버린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의념을 보냈다.
‘너무 놀랄 것 없어. 내가 한 일이니까.’
‘군주님께서 하신 일이란 말입니까?’
‘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시험을 조금 해봤을 뿐이니까 하던 거 해.’
신입 기사단의 조장인 사일이 나에게 급히 입을 열었고, 그에 대답을 해주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 자주 찾아올 테니까.’
‘네!’
사일의 대답을 들으며 병사들을 찾아간 나는 기사단에게 했던 것을 반복하며 그들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갑작스럽게 마력을 움직여 병사들을 비롯한 룩산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크림슨이나 라구스, 루시안을 찾아가 기습을 해 보기도 하고 회의 중인 김 실장과 집사를 찾아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듣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지안이는 언제 돌아오려나?
지안이에게는 현지에 대한 일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괜히 걱정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훈련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지안아.’
‘응? 대표님?’
‘어. 나야. 요즘 어때? 훈련은 잘돼가?’
‘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
완성할 수 있겠다는 말에 의문이 든 나는 바로 되물었고, 그에 지안이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보고하듯 대답하기 시작했다.
‘펜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 혼자서도 그만한 파괴력을 낼 수 있도록 연습 중이거든요.’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어떻게?’
‘분열했던 화살을 다시 합침으로써 파괴력을 증폭하는 거잖아요? 원래는 펜릴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저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거든요.’
나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지안이 역시도 많은 발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분열만으로도 정신력을 대부분 사용해야 할 텐데 다시 합치는 것까지도 홀로 가능하다니.
‘대단한데?’
‘헤헤- 그리고 펜릴과의 연계 공격도 파괴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었어요. 전의 공격과 비교하면 적어도 3배 이상의 파괴력은 나올 거예요.’
‘뭐? 3배?’
지안의 말은 놀라움을 넘어 나를 경악시키기 충분했다.
크림슨조차 받아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공격이 3배 이상 강해졌다는 말은 크림슨조차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거 한번 쓰면 며칠은 꼼짝도 못 하거든요. 얼마 전에 시험해 봤다가 3일 동안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었던 적이 있거든요? 미호의 분신이 없었으면 큰일 났을지도 몰라요. 헤헤-’
‘너나 현지나 제발 그런 위험한 일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저도 언제까지 현지에게 뒤처지기만 할 순 없잖아요. 이 기회에 현지를 넘진 못해도 따라잡고 싶어서 무리 좀 했어요.’
지안과 현지.
둘은 친구였지만, 경쟁자이기도 했다.
현지는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지안은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관계.
서로의 실력을 끌어 올려주는 라이벌과 같은 관계였다.
지안이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현지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현지는 그런 지안을 앞에서 끌어주면서도 절대 따라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서로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뜻을 자주 비추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현지를 따라잡는 게 그리 쉽진 않을 거야. 현지 역시도 놀고만 있는 게 아니거든.’
‘설마 현지가 또 한계를 뛰어넘은 거예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아!’
‘열심히 해봐. 그리고 되도록 빨리 돌아오고.’
‘치! 그런 말을 해 놓고 저보고 빨리 돌아오라고요?’
‘나 심심해.’
‘현지한테 놀아달라고 하세요! 저 바쁘니까! 흥!’
‘하하하. 그래. 열심히 해봐.’
그나저나 한계를 뛰어 넘었다라?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현지의 힘은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기보다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것처럼 보였다.
크림슨조차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로 그때의 현지는 소름 끼치도록 강한 힘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때의 현지는 인간을 초월해있었다.
* * *
“니들 누구 염장 지르냐?”
눈앞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미호들을 보는 나는 배알이 많이 뒤틀려 있었다.
영지 북쪽에 존재하는 마계 최대의 마수 서식지에 미호를 데리고 온 나는 어느새 둘로 분열한 듯한 두 마리의 미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호와 미호의 분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끼웅?”
“어휴-”
분명 미호만을 데려왔지만, 어느새 미호가 자신의 짝을 불러 함께 내 몸을 타고 오르며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사랑을 속삭이는 통에 화가 난 나는 결국 둘을 보며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왜 하필 내 몸 위에서 그러냐고? 내 몸이 너희 집도 아닌데 말이야.”
“끼웅!”
“내 몸 위에서 짝짓기를 하는 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랬다.
미호 두 마리는 내 몸을 타고 오르며 짝짓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너희는 부끄러움도 없냐?”
“끼웅?”
“말을 말자. 아무튼, 내 몸 위에서 하는 건 금지야.”
“끼웅-”
나를 가장 편한 안식처로 생각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짝짓기라니! 그것도 내 몸 위에서!
처음에는 이것들이 뭐 하는 건가 싶었는데, 뭔가 시큼한 냄새가 나길래 둘이 하는 짓들을 가만히 살펴보던 나는 미호의 몸짓이 구애의 몸짓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어서 진행되는 둘의 사랑 행위에 당황해서 미호를 내팽개쳐 버렸다.
“끼웅-”
실망한 듯한 미호의 표정을 보며 한숨을 내쉰 나는 미호를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그건 돌아가서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내 부탁이나 들어주지 않으련?”
“끼웅? 끼웅!”
“아니! 돌아가서도 내 몸 위에서는 안 된다니까?”
“끼웅! 끼웅!”
“이, 이 새끼가 진짜!”
미호의 말을 알아듣는 건 아니었지만, 그 몸짓과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나는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너 수아 앞에서 그 짓 하다 걸리면 죽는다 진짜!”
“끼웅?”
“레이도 안돼!”
이것들이 사람 몸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하임도 아니고 미호에게 이렇게 화를 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끼웅?”
“나, 수아, 레이만 빼면 상관없어.”
“끼웅!”
“그래. 그러니까 빨리 마수들 좀 모아와라.”
“끼웅!”
대답과 함께 두 마리의 미호가 숲속으로 사라졌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다리가 풀린듯한 기분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 설마 모아오라는 마수들은 안 모아오고 또 이상한 짓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많고 많은 마수 중에 미호를 데려온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유혹이라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을 주변에 흩뿌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마수를 유혹하는 능력.
최상급인 미호 정도 되면 수백 마리를 모으는 건 금방이었다.
하지만, 내가 부탁한 마수의 수는 최소 1천 마리 이상은 되었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다행히 얼마 전 미호의 짝이 상급의 끝자락에 올라서면서 더욱 빠르게 내가 원한 마수들을 모을 수 있을 거였다.
내가 마수를 모으는 이유는 실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역 안의 존재 전부를 한 번에 지배하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원래는 영지의 마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영지민들 대부분이 최하급 마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넓게 퍼져있었기 때문에.
쿠웅- 쿠구구구구-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땅이 울리기 시작했고, 잠시 후 숲속에서 두 마리의 미호가 튀어나와 나의 몸을 타고 올라 어깨 위에 한 마리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