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5화 (175/214)

점차 주변의 마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는 지배의 마력은 순식간에 영역을 확장 시켰고, 이어서 수많은 마수를 영역 안에 품어가며 영역을 더욱 넓혀 갔다.

“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최소 1천 마리라고 했지만, 지금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수들의 수는 적어도 2천 이상은 되어 보였다.

“가능하려나 모르겠네?”

순식간에 엄청난 수를 유혹해 끌고 온 것을 보면 미호 역시도 많이 발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하 연무장에 처박혀 3개월이 넘는 시간을 버티며 능력을 발전시킨 내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잠도 제대로 자지 않으며 온종일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의 나는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달라진 상태였다.

지배의 영역을 3배 이상 늘렸을 뿐 아니라 의지 역시도 엄청나게 상승했고, 능력을 더욱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는 루시안이나 라구스와도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이제 다 모인 건가?”

영역 안에 들어온 마수들의 숫자는 정확히 2,132마리.

한순간에 그 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영역의 활용 능력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등급 역시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최상급은 없고.

상급 26마리.

중급 117마리.

하급 380마리.

나머지 모두가 최하급.

나름 깊숙한 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최상급은 보이지 않았다.

미호의 능력이 부족해 최상급을 유혹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주변에 최상급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상급이 섞여 있길 바랐으니까.

최상급의 마수조차 한순간에 지배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

-모든 것이 나에게 귀속되리라!

지배의 마력을 통해 의지를 퍼트리자 내 영역에 존재하던 마력이 마수들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어서 2,132마리라는 마수가 한순간에 내 지배하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쉽진 않지만 성공하긴 한 건가?”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긴 했지만, 어쨌든 영역 안에 존재하던 마수 전부가 나에게 귀속된 것을 확인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하급이 생각보다 많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 수준은 되네. 근데 이것들을 전부 데려가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이것들을 데려가 봐야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다시 풀어 놓기로 정했다.

대충 한 묶음씩 묶어 마수들을 사냥해 정수를 모으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에 26마리의 상급 마수를 필두로 조를 짠 나는 마수들에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다른 마수들을 사냥해 정수를 모아놓으란 지시를 내린 후 곧장 영지로 향했다.

* * *

“도련님 오셨습니까?”

“무슨 일 있어? 분위기가 왜 이렇게 어수선해?”

“저도 그 때문에 집사에게 가는 중이었습니다.”

성에 돌아온 나는 평소완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김 실장을 찾았는데, 김 실장 역시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 군주님! 큰일 났습니다.”

김 실장과의 대화 때문에 잠시 멈춰있던 나를 부르는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일? 무슨 큰일?”

“아무래도 마계에 왕급 마수가 출현한 듯합니다.”

“왕급 마수라면 그 대공조차도 처리하기 쉽지 않다던 그걸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군주님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막지 못할 정도로 강한 개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강하다고?”

대공은 마계의 최강자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군주들을 제외한 것이긴 했지만, 그런 존재를 넘어서는 강함을 소유한 존재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비록 소문일 뿐이긴 하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용족의 로드가 왕급의 마수에게 잡아먹혔다는 소문이 지금 마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을 봐서는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용족의 로드라면 마족의 대공과도 같은 존재 아니야? 그런 존재가 잡아먹혔다고?”

용족의 로드.

대공과 수호기사단의 단장조차도 승률이 채 3할이 되지 않는 최강에 가장 가까운 존재.

그런데 그 로드가 마수에게 잡아먹혔다고?

“그것이…… 용족의 움직임을 봐서는 사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군주가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거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놈을 막을 수 있을 만한 자가 군주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계에 존재하는 강자들에 대해 조사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천왕이라 불리는 천족의 지도자.

대공이라 불리는 마족의 지도자.

수왕이라 불리는 수인족의 지도자.

로드라 불리는 용족의 지도자.

하이 엘프라 불리는 엘프의 지도자.

마지막으로 수호기사단의 단장이 존재했다.

물론 단장 외에도 각 종족의 지도자에 비견되는 자들이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자들이었다.

거기다, 그 외에도 난쟁이족의 지도자나 정령의 왕이 존재할 수도 있었다.

알려진 강자들을 꼽으면 저들을 꼽을 수 있었는데, 그중 용족의 지배자가 지금 마수 따위에게 잡아 먹혔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저들 중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자가 말이다.

“군주님들은 아마 나서지 않으실 겁니다.”

“무슨 말이야?”

“지금껏 군주님들은 이런 일에 나서신 적이 없으십니다. 마계의 일은 그곳을 살아가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취하고 계셨으니까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용족의 군주는 나서지 않을까?”

“나서지 않으실 겁니다.”

“왜? 각 종족의 지배자들은 군주들이 가장 아끼는 존재라며?”

“그분들은 자신들이 정한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으시니까요.”

“정말? 절대 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만약 나서실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 왕급의 마수는 소멸했을 겁니다.”

이건 좀 어이가 없는데?

아무리 신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자가 죽었다면, 최소 그 복수 정도는 해주는 게 정상 아닌가?

“도련님?”

황당함에 말문이 막혀있던 나를 부르는 김 실장의 음성이 들렸다.

“응? 왜?”

“제 생각을 말씀들도 되겠습니까?”

“어? 어. 해봐.”

“제 생각으로는 지금 이 상황이 기회란 생각이 듭니다. 성장이 멈춰 버린 도련님의 마수들을 진화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네? 왕급 마수의 정수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왕급 마수의 정수를 얻을 수 있다면 멈춰버린 마수들의 성장을 순식간에 끌어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왕급 마수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설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근데 가능할까? 용족의 로드도 잡아먹혔다며? 무슨 방법 있어?”

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건 도련님께서 생각하셔야지요. 저는 그쪽으로는 문외한입니다.”

“그렇지? 음- 그러니까……. 없네?”

생각을 한다고 해서 없는 방법이 생겨나는 건 아니었다.

무려 용족의 로드를 잡아먹은 녀석.

그런 녀석을 무슨 수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통하기라도 하면 해보겠는데, 통할 것이란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집사의 말에 놀라 묻자 집사가 현재 마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계의 강자들이라 할 수 있는 자들 대부분이 왕급 마수를 향해 몰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위험한 곳을?”

“네. 이번에 출현한 왕급 마수는 특이하게도 많은 마수를 끌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 수가 최소로 잡아도 5만 이상일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최상급 마수들도 간혹 보이는 모양입니다.”

“최상급 마수의 정수를 노린다? 왕급 마수가 아니라?”

“물론 왕급 마수의 정수를 노리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왕급 마수의 정수라면 대공이나 여타 다른 종족의 왕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들과 합류해 나눠 먹자는 말인 것 같은데, 그것이 가능할까?

“그들이 우리를 끼워줄까?”

“제 말은 그들과 합류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각 종족의 지배자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분명 홀로 싸우거나 직속 부하 몇과 함께 마수를 처리하려 할 겁니다. 그들이 마수의 힘을 빼놓길 기다리자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놈을 처리할 수 있을 만한 강자가 없는데?”

“지안 양도 불가능할까요?”

“아! 그렇지. 지안이가 있었구나.”

지안이라면 일격에 숨통을 끊진 못하더라도 큰 타격은 입힐 수는 있을 터였다.

거기다 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고 하니 충분히 녀석을 쓰러트릴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가능성은 있겠어. 실패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죽기야 하겠어?”

미호라면 어떤 순간에서도 빠져나올 길을 만들어 줄 테니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겠지.

* * *

“가능할까?”

-음……. 용족의 로드가 잡아먹혔다고요?

왕급 마수의 출현보다 용족의 로드가 잡아먹혔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는 크림슨.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마계 전체에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는 모양이야.”

-만약 그 소문이 정말이라면,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단장과 대공이 함께 덤벼도 이길 수 있을 확률이 극히 낮은 존재가 바로 용족의 로드입니다. 그런 존재를 잡아먹었다는 말은 모든 종족의 지도자들 전부가 나서야 겨우 처리가 가능하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그 정도라고?”

-용족의 로드를 만나고 온 단장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거기다 용족의 로드를 잡아먹었다면, 아마 녀석은 더욱 강해져 있을 겁니다.

정말 포기해야 하나?

만약 녀석을 잡고 정수를 얻을 수만 있다면, 대공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았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까운데…….”

-어쩔 수 없습니다. 녀석의 앞에 나서기도 전에 저를 비롯한 수호기사단 전부가 모두가 쓸려나갈지도 모릅니다.

크림슨의 설득에 결국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이건 포기해야겠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다른 걸 좀 물어볼게.”

-네. 말씀하시죠.

“바하무트의 결계를 뚫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 혹시 결계를 다시 뚫고 나온 거야?”

-아닙니다. 한번 뚫어 놓은 결계는 수복되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 덕에 저희가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 근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게 말이야. 지안이가 실수로 결계에 구멍을 내버린 모양이야. 그래서 혹시 수복이 안 되면 어쩌나 하고 물어본 거야.”

지안이를 부르기 위해 연락을 했던 나는 지안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하무트를 봉인하는 결계에 구멍이 난 것 같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네? 결계를 뚫다뇨?

“그게 말이야. 원래라면 결계에 부딪혀 소멸했어야 할 공격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결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고 하더라고.”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근데 이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지?”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만, 허! 이것 참 뭐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크림슨은 정말 심하게 놀란 모양이었다.

수호기사단의 상위 서열 대부분의 힘을 모아야 겨우 가능했던 일을 지안과 펜릴 단둘이 해내었다는 건 놀랄 일이긴 했다.

그나저나 대단하긴 하네.

그걸 어떻게 뚫어버린 거래?

근데 크림슨은 왜 이렇게 당황한 거지?

“문제없다는 거 확실하지?”

-그, 그렇습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큰일 난 것 마냥.”

-그, 그것이……. 직접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만약 제 예상이 맞다면 왕급 마수를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 정말?”

-네. 저희가 결계를 뚫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날을 잘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결계가 약화 되는 시기를 노렸기에 간신히 결계를 뚫을 수 있었던 것이지 평소였다면 결계에 흠집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결계를 지안 양이 뚫은 것이 확실하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일단 확인을 해야겠네. 따라와!”

크림슨을 데리고 미호를 찾아간 나는 미호에게 지안과 연결되는 공간의 문을 열도록 만들었고, 급하게 그곳으로 이동했다.

“어? 대표님?”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네. 근데 무슨 일이세요?”

오랜만에 보는 지안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지 얼굴에 때가 잔뜩 묻어 있었고, 옷 역시도 잘 갈아입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해져 있었다.

“결계에 구멍 냈다며. 그거 확인하러 왔어.”

“아! 역시 방치하면 안 되는 건가 보네요.”

“아니, 그건 아니래.”

“네? 그럼 어째서?”

“크림슨이 직접 보고 싶다고 해서 보러 왔지.”

“크림슨 님이요?”

-지, 지안 양.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지안을 부르는 크림슨은 살짝 굳어있는 모습이었는데.

“네. 말씀하세요.”

-그게 정말인가? 결계에 구멍을 냈다는 것이.

“네. 보여드릴게요. 따라오세요.”

안내하는 지안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던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안아. 지금 같은 곳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분명 여기 어딘가였는데?”

계속해서 이리저리 우리를 끌고 다니는 지안을 따라 아무리 이동해도 특이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나는 결국 지안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착각했던 거 아니야?”

“아니에요. 분명 구멍이 났다니까요.”

-만약 착각이 아니라면 시간이 지나 자연적으로 수복이 된 걸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무슨 계획이요?”

“결계에 구멍을 낼 만한 강한 공격이 필요한 일이야.”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내는 지안에게 왕급 마수가 나타났다는 것부터 왕급 마수를 처리하기 위한 계획까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것이거든.”

“음- 그럼 직접 보여드릴게요.”

“괜찮겠어?”

“네.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미호도 있으니까 회복도 빠를 테고요. 릴이야!”

어? 그러고 보니 펜릴이 지금까지 안보였네?

아무래도 나와의 연결을 통해 펜릴을 부른 모양인지 지안의 부름에 곧바로 나타나는 펜릴.

“릴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주변에서 사냥을 좀 하라고 했어요. 릴이가 오면 바로 보여드릴게요. 그런데 대표님. 조금 떨어져 있으셔야 할 거예요.”

“오랜만이다. 릴아. 어? 잠깐!”

“캬오!”

나를 향해 다가와 몸을 비비려는 펜릴을 멈춰 세운 나에게 항의하듯 울음을 터트리는 펜릴.

푸른 털이 시커멓게 변한 릴이가 몸을 비볐다가는 나도 시커멓게 변해 버릴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릴이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미호야! 얘들 좀 깨끗하게 만들어 줄래?”

“끼웅!”

미호의 대답과 함께 둘의 모습이 변해가기 시작했고, 이어서 푸른 빛을 되찾은 펜릴과 흰 피부를 되찾은 지안.

“바로 보여드릴게요. 조금 떨어져 계세요.”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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