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0화 (180/214)

-무언가 이상하군. 어째서 대공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우리 천족의 힘이 느껴질 수 있지? 착각인가?

-아닙니다. 저도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미르카엘은 멀리서 느껴진 힘의 파동 속에서 천족과 비슷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이상하군. 이 정도 힘을 품고 있는 자가 너와 나 말고 또 있었나?

미르카엘이 조금 전 느낀 힘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우피엘급은 되어 보였기에 그의 눈에 의문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정도였습니까?

-그래.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히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거 정말 이상하군요.

-그것도 이상하지만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이 있다.

-더 있다니요?

-저곳에서 느껴진 강한 기운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지.

-네? 그 말씀은?

-그래. 왕급 마수가 하나 더 있는 모양이야.

미르카엘의 말에 우피엘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왕급 마수가 둘이라뇨?

-다행이지 않은가? 만약 모르고 지나쳤다면 후에 큰 화를 입었을 테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껏 왕급 마수가 한 번에 둘 이상 출현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로드가 잠식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지금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이해를 바랄 수는 없지 않겠나?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서둘러야겠어.

지금껏 마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둘의 입에서 나왔다.

왕급 마수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로드가 왕급 마수가 되었다는 말.

그것은 용족의 로드가 바하무트의 사념에 잠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것도 완전하게 말이다.

* * *

크롸롸롸롸-

아다만티움을 들고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니안의 브레스가 녀석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무시무시한 위력.

하지만 녀석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가벼운 날갯짓을 할 뿐이었지만, 그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우리를 가두고 있던 태풍에서 소용돌이가 발생하며 니안이 발사한 브레스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이어서 니안의 브레스는 녀석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키리릭!”

그에 니안이 화를 내며 다시 브레스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하임은 어서 아다만티움을 던져 달라며 나를 재촉했다.

-빨리! 빨리!

“알았어. 던지면 될 거 아니야.”

아다만티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녀석을 겨냥한 나는 최대한 강하게 던지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녀석을 노려봤다.

그나저나 저놈은 지안이 얼마나 두렵길래 이쪽을 보지도 않아?

지안을 향해 돌아갔던 고개는 아직도 지안을 향해 고정된 상태였다.

거기다,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 것 같은 공격은 그냥 무시할 정도로 이쪽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마수가 왜 저렇게 겁이 많아? 아니 당연한 건가?

왕급 마수가 되면 이성이 생겨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수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함정을 파고 기다릴 만큼 이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반 마수들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큰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물론 그것이 지금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기에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후읍!”

숨을 참으며 마력을 최대한으로 끓어 올린 나는 오랜만에 리미트까지도 해제하며 최대한의 힘으로 녀석을 향해 아다만티움을 던졌다.

녀석을 향해 빠른 속도로 솟구치는 아다만티움을 보며 저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쿠와아앙-

바람을 찢어발기며 녀석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보랏빛의 공.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영향도 발휘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별 볼 일 없는 공격.

그것은 하임을 제외한 모두의 생각이었다.

왕급 마수조차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공격이었지만.

퍼엉-

왕급 마수의 배에 명중한 후에 보여준 장면은 전혀 달랐다.

배를 뚫고 들어간 보랏빛 공은 이어서 등을 뚫고 나오며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으며 사라졌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설마 저 작은 공이 왕급 마수에게 저런 피해를 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림슨의 공격조차도 날개로 가볍게 막아내었던 녀석이 설마 저런 작은 공에 당해 추락하다니?

모두의 표정에 황당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뀨우! 뀨우!”

하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기분이 좋은지 양팔을 벌리고는 이상한 춤을 추며 웃어 재끼는 하임.

다만, 나를 포함한 모두는 땅바닥에 처박힌 왕급 마수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말이다.

충격이 심한지 겨우 몸을 일으킨 녀석은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고, 곧바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녀석의 위치가…….’

“아! 고, 공격!”

지안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드는 순간 정신을 차린 나는 급히 공격하란 지시를 내렸지만, 녀석은 이미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 입었던 부상을 순식간에 회복된 것.

“이, 이런!”

-아!

퍼억-

“어?”

-엥?

녀석이 공중으로 치솟고 있던 와중 무언가가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하며 녀석을 다시 땅으로 끌어 내렸다.

아니, 녀석의 머리통을 몸에서 떼어버린 채로 머리통과 함께 땅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보랏빛의 무언가가 시야에 잠깐 비췄다가 사라졌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는지 크림슨조차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고, 왕급 마수의 몸통 역시도 머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계속해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길 잠시.

털썩-

왕급 마수의 몸통은 힘이 빠졌는지 더는 날개를 퍼덕이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처박히며 모두의 정신을 깨웠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 그것이…….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었다.

아다만티움.

그것도 집채만 했던 아다만티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수백만 톤의 무게를 가진 아다만티움을 야구공 정도로 압축한 후 그것을 엄청난 속도로 쏘아 보낸 것이었다.

아무리 왕급 마수라도 정통으로 가격당하면 엄청난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방어력이 낮은 눈앞의 마수는 당연히 버텨낼 수 없었을 거다.

“끝난 건…… 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금방 재생할지도 모르니 일단 정수를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래.”

크림슨이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마수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하임이 춤을 추다 말고 마수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뀨!”

“크워? 쿠워어-”

“키릭!”

“끼웅!”

그에 뚱이와 니안, 미호가 급히 하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제야 정수의 존재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 * *

“조금 부족한 건가?”

왕급 마수의 정수를 정확히 나누어 복용한 뚱이와 하임, 미호, 니안, 펜릴은 마수의 한계를 벗어난 듯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조금 전의 왕급 마수처럼 강해 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왕급 마수가 되는 것은 정수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인지 다섯 모두가 크림슨과 비슷한 정도의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일단은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할까?

-아무래도 왕급 마수의 정수를 다섯으로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아니다. 아마 완전한 정수를 홀로 복용했다고 해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었을 거다.

라구스의 말에 크림슨이 대신 대답을 해 주었고, 나 역시도 크림슨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명 뚱이들은 정수를 복용한 후 치솟는 기운을 통해 순식간에 강해지긴 했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정수를 복용한 후 치솟던 마력이 어느 순간부터 겉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육체에 안착하지 않고 겉도는 마력.

분명 거대한 마력이 몸속에 남아 있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 마력은 뚱이들의 힘에 포함된 힘이 아닌 듯 보였다.

그나저나 그때처럼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거나 하지는 않네?

상급 마수로 진화하던 순간을 떠올린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때와 비슷한 어떤 상황이 발생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녀석들의 몸에 아직 흡수하지 못한 마력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네? 정말요?

-그래.

-흡수하지 못하는 마력이라면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 아니에요?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계에 도달해 더는 흡수하지 못하는 마력이라면 당연히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몸속에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것.

하지만 그것은 이어지는 크림슨의 설명으로 인해 마력이 겉도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니다. 흡수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흡수를 하는 듯 보이는구나.

-다른 방식이라뇨?

-마력의 양을 늘리려는 것이 목적이 아닌 육체를 재구성하려는 모양이야. 아주 천천히 말이다.

바로 육체의 재구성.

육체를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마력의 파괴력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

더 적은 마력으로 더 강한 파괴력을 내는 완전한 육체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왕급 마수가 최상급 마수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이유였다.

-그럼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래.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아!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저놈이 더 강해지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크림슨의 말을 들은 코넬리아는 하임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요즘 하임의 장난을 대부분 홀로 감당하던 코넬리아였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도 더욱 강해지면 된다.

-아니, 저는 저놈처럼 저렇게 순식간에 강해질 방법이 없다고요!

-있다. 대공이 왜 대공이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간단하지.

-아! 그러네요?

둘의 대화를 듣던 나는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대공이 왜 대공이 되었냐니?

군주가 대공의 자리에 앉힌 거 아니었어?

“무슨 말이야?”

-별것 아닙니다. 대공 역시도 원래는 평범한 공작이었다는 말이지요.

평범한 공작?

아니, 언제부터 공작이 평범해진 거야?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공작이었던 그가 대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거야.”

-그는…….

크림슨은 공작이 어떻게 대공이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공작이었던 대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왕급 마수의 정수를 복용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나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러니까 군주인 내가 대공의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니란 말이네?”

-그렇습니다.

“근데 말이야. 공작이었던 대공이 어떻게 왕급 마수를 사냥한 거야? 말이 안 되잖아.”

-지금처럼 왕급 마수가 출현하면 전 종족의 강자들이 움직이는 이유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 당시에도 많은 강자가 왕급 마수를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고, 엄청난 사상자를 내며 겨우 왕급 마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왕급 마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지만,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자가 대공 혼자뿐이었고, 그 결과 대공이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크림슨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이가 없네.

그래서 지금 사태를 축제라고 불렀던 거였어?

또 하나의 대공이 태어날 기회가 찾아와서?

“그럼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난 너희들에겐 정수가 필요 없는 줄 알고 얘들에게 준 거란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는 마수들에게 정수를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저희의 경우 정수를 바로 복용할 수도 없고 복용한다고 해도 마수들에 비해 효율 역시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복용한 후에도 넘쳐나는 마력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다만, 다음의 정수는 저희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저나 라구스는 아직 한 번의 각성이 남아 있기에 당장은 필요가 없지만, 코넬리아와 루시안은 아니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할게. 근데 너하고 라구스는 언제 각성하는 거야? 설마 수백 년이 걸리는 건 아니지?”

-생각했던 것보다 각성의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소 5년은 예상했었는데, 공주님의 축복으로 인해 각성의 시가가 많이 앞당겨진 상태로 보입니다. 아마 1년 안에 2차 각성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정말?”

-네.

수아의 축복이 도움이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그럼 내 전력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만약 일이 예상대로만 흘러간다면 뚱이들 뿐 아니라 크림슨, 라구스, 코넬리아, 루시안을 비롯한 현지와 지안까지.

대공급 전력이 열을 넘어간다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마계 전체와 붙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계의 지배자급 강자들을 막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그들만 막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으니까.

나의 능력인 지배를 사용한다면 그 아랫것들은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지금만 봐도 내가 지배한 최상급 마수들의 수가 백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것도 대부분이 상위권에 속하는 마수들이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나의 능력과 내 권속의 강함 둘만으로도 충분히 마계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당장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좋아. 그럼 가던 길 가야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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