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4화 (184/214)

-이건?

미르카엘은 무언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고는 본능적으로 마력을 이용해 전신을 감싸며 방어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응?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던 미르카엘은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드의 공격이 순식간에 반 이하로 줄어버린 것.

홀로 대부분의 촉수와 로드의 본체를 상대하던 미르카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이하게도 촉수의 공격이 사라져 있었다.

물론 촉수 따위가 아무리 자신을 공격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었겠지만, 걸리적거리던 것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편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실력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 미르카엘의 이목을 피하고 있었다고?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자신과 함께 로드를 상대하던 자들이 갑작스럽게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들의 기운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상처까지도 단번에 회복한 것.

더는 촉수가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미르카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처음과 다르게 거대해진 마수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잔뜩 입은 상태였다.

물론 빠르게 회복을 하고 있긴 하지만, 회복하는 속도보다 상처가 더욱 빠르게 늘고 있었기에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녀석.

그랬던 녀석이 단번에 모든 상처를 회복하며 순식간에 강해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그것이 가능했다면 왜 지금껏 그 고통을 참았다는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무언가 있군.

마수들만 강해졌다면 납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마족과 난쟁이족 역시도 순식간에 강해져 버린 것은 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다.

거기다, 저 뒤쪽에 있던 마족들 역시 마찬가지.

한순간에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강해져 버린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크롸롸롸롸-

-이런!

미르카엘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로드의 브레스가 자신을 향해 쏘아졌고, 그에 미르카엘이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처음과 달리 더욱 작은 크기의 브레스는 보기완 달리 마력을 압축하기라도 했는지 더욱 빠르고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처럼 막아내다가는 힘을 순식간에 소모할지도 몰랐기에 피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그때 어디선가 빠르게 날아온 마력 덩어리가 로드를 타격하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에 비해서도 그리 꿇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공격.

-우피엘? 아니, 우피엘이 아니군.

분명 천족의 기운과 닮아 있었지만, 이건 우피엘의 공격이 아니었다.

우피엘이 자신 다음으로 강한 천족이긴 했지만, 우피엘의 공격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전 그 공격은 지나치게 강했다.

-그때 느꼈던…….

그가 중얼거리던 그때 저 멀리서 또 하나의 강한 기운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힘을 불리며 로드를 향해 내리꽂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대체 뭐지? 이 천계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았다고?

미르카엘은 다른 지배자들과 달리 천계 전체를 두루 살피며 위험이 될만한 것들을 미리 차단했고, 그와 동시에 강자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군주들이 사라졌기에 더욱 철저히 살피고 있었는데,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가 알던 천계와는 많이 다른 듯 보였다.

-뭐 하는가! 천족의 지도자여! 지금 상황이 그리 쉬운 상황인가!

그가 잠시 멈춰있자 최전방에서 그와 함께 로드를 상대하던 마족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특히 저놈. 저놈은 어디서 튀어나온 녀석이지?

크림슨의 말에 다시 로드를 몰아붙이기 시작한 미르카엘이지만, 크림슨을 보는 그의 시선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대공이나 수호기사단의 단장이라는 자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긴 해도 그 강함이 그들에게 필적할 정도였기에 그가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마족의 특성상 힘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 덕분에 다른 종족들에 비해 마족들의 강자들을 파악하기가 가장 쉬웠는데, 지금 그가 파악하지 못한 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넷이나 말이다.

라구스와 코넬리아, 루시안.

마족의 공작인 자들을 가볍게 넘어서는 존재들.

이 셋 역시도 그가 파악하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 * *

-이건?

-아!

코넬리아들이 놀라며 나를 돌아보았고, 그에 미소를 지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나도 이렇게까지 강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상처를 더욱 빠르게 치료해 주고, 소모한 기운을 채워주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 이유는 황당하게도 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사념 덕분이었는데, 황당하게도 내 의지는 사념을 마구잡이로 빨아들이며 지배하기 시작했고, 지배한 사념의 에너지를 내 지배하에 있는 자들에게 밀어 넣고 있었다.

그 덕에 강해진 것은 물론 상처의 치유와 기운의 회복까지 가능해진 것이었다.

-이제 저희도 참전하는 것이…….

“그건 좀 힘들겠는데?”

-네? 어째서요?

“너희들은 나를 지켜야 한다고 했잖아. 만약 저 녀석이 이 모든 현상이 나로 인해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나를 노릴 테니까.”

녀석 역시도 느끼고 있을 거다.

자신에게 힘을 주던 사념 대부분이 어딘가로 세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거기다, 지배의 영역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기에 그들을 전투에 참여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영역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 역시도 힘을 잃을 테고 당연히 피할 시간도 없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대표님! 지금 뭐 하신 거예요?’

응? 아! 지안이!

내 영역은 앞으로만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갔고, 그 크기 역시도 절대 작지 않았다.

미호가 있는 장소까지도 내 영역하에 있었으니까.

너무 넓은 영역을 구축하면 오랜 시간을 유지하지 못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반나절도 무리가 없었다.

아니, 지금이 딱 좋았다.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영역.

‘혹시 느꼈어?’

‘네! 갑자기 힘이 늘어났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버프라고 할까? 마력을 증가시키고 소모한 마력을 빠르게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상처 역시도 빠르게 회복시키는 버프.’

‘정말요?’

‘그래.’

‘그럼 저도 공격해도 되겠네요?’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소모한 마력을 순식간에 회복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도 되겠네. 대신 적당히 해야 해. 녀석이 너를 주목하지 않을 정도로만. 알았지?’

‘네!’

콰앙-

지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안의 화살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로드를 향해 꽂혀 들어가며 큰 폭발음을 만들어내었다.

잠시 후 지안의 화살에 직격당한 로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큰 피해는 없어 보였지만, 그건 로드가 워낙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손톱만 한 상처일 뿐이었지만, 5m 이상의 지름을 가진 구덩이가 로드의 등에 만들어진 것.

‘이 정도면 어때요?’

‘적당해. 그대로만 유지해줘.’

‘네!’

그 이후 지안의 공격이 계속해서 로드를 타격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전과 비슷한 상처들을 로드의 몸에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순식간에 회복하긴 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녀석의 힘을 깎아 나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크림슨과 뚱이, 니안 역시 계속하서 로드에게 피해를 주었고, 미르카엘 역시 계속해서 녀석에게 피해를 주며 녀석의 힘을 깎아내고 있었으니까.

응? 저 녀석?

미르카엘에 생각이 미친 나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가 잠시 멈추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아하겠지.

갑작스럽게 강해진 뚱이들과 크림슨, 거기다 뒤쪽에서 날아온 강한 공격에.

‘크림슨! 미르카엘 좀 깨워!’

‘네? 깨우라뇨? 아!’

크림슨은 내 말에 의문을 가지고 미르카엘을 향해 시선을 던진 후 급히 그에게 의념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미르카엘.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고생을 해줘.

마음속으로 미르카엘에게 미안함을 표시한 나는 천천히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뚱이를 묶어두기 위해 수백의 촉수가 움직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뚱이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대로 뽑혀 나왔고, 니안 역시도 이제는 촉수 따위는 무시한 채 쉬지 않고 브레스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크림슨 역시 로드의 머리통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쉽게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 있었는데, 녀석을 베는 것이 아닌 공간을 통째로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녀석을 끝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제 좀 위기감이 느껴지는지 사념을 통해 힘을 보충하려는 로드를 방해하기 위해 녀석에게 빨려 들어가는 사념을 계속해서 지배하고 있었다.

그 덕에 녀석의 기운은 전과 다르게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었고, 그에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로드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은 미르카엘이었다.

로드의 공격을 피하며 빛으로 된 창을 만들어낸 미르카엘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로드의 몸에 창을 꽂아 넣었고, 그와 동시에 폭발을 일으키며 지안의 공격보다 더욱 큰 부상을 입혔고, 커다란 고통까지 안겨주고 있었다.

응? 하임은?

상황을 살피던 나는 뭔가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이 하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급히 주변을 살피던 나는 하임이 이상한 것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름이 10m 정도 되는 거대한 공이 커졌다 줄어 들었다를 반복하는 모습.

“너 뭐하냐?”

“뀨!”

바쁘니까 말을 걸지 말라는 듯 소리친 하임.

그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나는 계속해서 하임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하임이 무엇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왕급 마수를 처리했던 그 방법이었다.

아다만티움은 아니었지만, 그와 똑같은 성질의 광물을 만들어낸 하임이 계속해서 그것을 압축하고 있었다.

그것도 계속해서 광물을 보충하면서.

다만, 하임은 전과는 다르게 많이 힘든 모양인지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는데, 계속해서 체력과 마력을 보충시켜주는 내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체력과 마력을 보충해 줌에도 하임이 힘들어한다는 것은 보충되는 마력을 모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임을 얼마나 지켜봤을까?

결국, 하임은 그것을 완성했다.

야구공 크기로 압축한 아다만티움을.

“뀨!”

나를 향해 둥둥 떠서 천천히 다가오는 야구공 크기로 압축된 금속 공.

당연히 나에게 던져 달라고 할 것이 뻔했기에 그대로 받아 들던 나는 순간 느껴지는 무게에 급히 공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분명 100kg 정도였는데, 지금 내가 급히 손을 뗀 이것은 적어도 10톤 이상은 나갔기 때문이다.

아니, 100톤은 나가는 듯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들 수 있을 리 없었다.

무리한다면 드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전처럼 빠르게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라구스!”

-네!

“저거 들어봐. 무거우니까 조심해.”

바닥으로 떨어지던 공이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를 보며 라구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걱정하지? 크헉! 아, 않으셔도 됩니다.

한 손으로 공을 집으려던 라구스는 급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두 손을 이용해 공을 들어 올렸고, 이어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에 들려있는 작은 공을 바라보았다.

-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군요. 하하하.

“던질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뀨!”

하임은 공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지 표정을 구기며 라구스에게 어서 던지라 재촉했다.

-아, 알았다. 흡!

대답과 함께 힘을 끌어올리는 라구스.

순간 라구스에게 강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오며 이마를 비롯한 전신에 굵은 힘줄이 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자세를 잡아가던 라구스가 기합 소리를 내며 하임이 만든 공을 로드의 머리통을 겨냥해 쏘아 올렸다.

-으랏차!

“뀨!”

그와 동시에 하임 역시도 기합 소리를 내었고, 로드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가는 공이 크기를 점차 불려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날아가는 공은 순식간에 로드의 머리통과 비슷한 크기로 불어났다.

순식간에 로드와 거대한 공이 충돌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도달했을 즈음, 로드의 주둥이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브레스가 공을 향해 쏟아지려던 찰나 거대해진 공의 빠른 속도 때문인지 로드는 목적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아가리에 거대해진 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콰과과과광-

“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가리에 처박힌 거대한 공과 로드의 브레스가 입안에서 충돌하며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로드의 머리통이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검은 비가 쏟아져 내렸고, 조각난 머리통의 파편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르카엘조차 입을 크게 벌린 채 로드의 피로 이루어진 검은 비가 입에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끝이라고?”

-그, 그게…….

머리를 잃어버린 로드가 뒤로 넘어지며 거대한 지진을 만들어냈고,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는데.

누가 봐도 상황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리 쉽게 끝날 리 없었다.

순간 움직임이 없던 로드의 육체에서 반투명한 무언가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