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192/214)

“이건 제 생각이지만 지안이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방식?”

“네. 아마 지안이는 마력의 총량을 늘리거나 육체를 강화하는 방식보다는 오로지 마력을 다루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같거든요.”

“뭔 소리야? 마력의 총량을 늘리려면 육체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력을 다루는 능력 역시도 그만큼 성장시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

세 가지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육체의 붕괴는 물론 마력의 폭주까지도 일어날 수 있었기에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발전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지안의 수준이라면 이미 죽었거나 폐인이 되어야 정상이었기에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네. 그렇죠. 근데 지안이는 뭔가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 같더라고요. 육체에 마력이 담겨 있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에요. 다른 무언가에 마력을 저장하고 있다가 꺼내쓰는 느낌이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현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마력을 담는다고?

마수의 경우 정수에 마력을 담아 꺼내쓰긴 하지만, 그것 역시도 육체를 통해 힘을 발산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마력 홀과 같은 개념.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안이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네.”

“네. 저도 물어보고 싶거든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지안이가 깨어나려면 오래 걸리니까 일단 그건 넘어가고, 너는 어떤 방식으로 강해진 거야?”

“저요? 저는 계속해서 방법을 바꿨어요. 처음 각성을 했을 때는 마력을 제 육체에 맞춰서 변화시켰는데, 도련님을 만난 후로 마력이 도련님의 그 이상한 마력을 닮아가면서 이번에는 반대로 육체를 마력에 맞춰서 변화시켰죠. 그러면서 느낀 게 있는데, 아무리 육체를 마력에 맞추려고 해도 완전히 맞추지 못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마력을 다시 육체에 맞추는 방식으로요.”

“그 녹색 빛의 마력이 그거고?”

“네.”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현지는 점차 어긋나기 시작하는 육체와 마력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해진 마력의 힘을 깎아내리지 않게 노력하며 다시 자신만의 마력으로 변화시키며 더욱 강해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현지를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던 듯싶었다.

물론 멍청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하나의 분야에서는 천재 중의 천재임이 틀림없었으니까.

거기다, 지금의 현지는 전의 현지처럼 멍청해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조금 쉬고 싶네.”

“네. 저는 그럼 훈련하러 가 볼게요.”

“훈련?”

“네. 아직 완벽하진 않거든요. 특히 감각적인 부분이.”

“너 훈련할 거면 여기 말고 지안이가 훈련하던 곳에 가서 해. 잘못했다가는 영지가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네!”

방을 나서는 현지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침대 위에 누웠다.

아직 생각할 것이 많았다.

1년 후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뿐만 아니라 용마왕의 정수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까지.

그 외에도 이곳으로 향하는 2만에 가까운 마수들과 아직 용마왕의 영역이었던 곳에 몰려 있는 수많은 마수까지.

쉽게 잠자리에 들지는 못할 것 같았다.

* * *

“저들은 뭐지?”

성의 별관에서 생활하는 인간.

그들은 아무리 봐도 유명의 직원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너무 많았으니까.

70대 초반에서 8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인들.

물론 그들을 시중드는 젊은 여성들과 남성들도 존재하긴 했지만, 내가 가리킨 자들은 그들이 아니었다.

“회장님께서 보낸 자들입니다.”

“벌써?”

이곳을 휴양지로 만들겠다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고, 그에 저들이 휴양을 즐기기 위한 자들이라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었는데.

“네. 다만, 저들은 손님이 아니라 감금이 목적인 자들입니다.”

“뭐 하는 자들인데?”

“검은 손들입니다.”

“검은 손?”

“네. 기존의 세계를 지배하던 자들입니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자들.

그들은 아무리 봐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경치를 즐기거나 차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말이야?”

“평범해 보이지만, 저들 하나하나가 가진 영향력을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특히 저 중심에 있는 노인은 정말 무시무시한 인물입니다.”

“어떻길래?”

“혹시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이라는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들어보긴 했지. 음모설에 항상 등장하는 조직이잖아?”

일루미나티 혹은 프리메이슨에 대해서라면 나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실존하고 있다는 것은 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알던 미래에는 그들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 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그런 세상이 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세상이.

“저자가 바로 그 단체의 수장입니다.”

“뭐? 그게 실존하는 단체였다고?”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저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회장님조차도 저들의 꼬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셨을 정도니까요.”

“허! 그런 자들이 정말 존재했단 말이야? 이거 놀라운데?”

내가 아는 미래에서는 조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자들.

세계의 패권을 빼앗아가는데도 왜 그들은 나서지 않은 거지?

“놀랍기보다는 무서운 자들이죠. 근 백 년 이상 전 세계를 지배해온 자들이니까요.”

“근데 저들을 어떻게 잡은 거야? 쉽지 않았을 텐데?”

“어비스가 열린 직후 저들 쪽에서 손을 내밀더군요.”

“왜 난 그걸 몰랐지?”

아버지가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에 약간의 배신감이 느껴졌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숨기다니…….

“그 당시의 도련님은 한창 바쁘시지 않으셨습니까? 유명시의 건설과 그 주변의 탐색, 죽음의 땅에서의 전력 강화, 마지막으로 천마신교까지. 회장님께서는 더는 도련님의 어깨에 짐을 지우기 싫으셨겠죠.”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귀띔 정도는 해주실 수 있으셨을 텐데?”

“부회장님의 의지였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선우 도련님이 아닌 신우 도련님께서 처리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형이?”

“네. 항상 도움만 받는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허! 그래서 형이 그렇게 바빴던 거야?”

항상 극심한 피로에 젖어 있던 형의 당시 모습이 떠오르자 나도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몰랐을까?

아무리 회사 일이 바쁘다고 해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되는 형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형은 출근과 퇴근을 정시에 마칠 정도로 일을 처리 속도가 뛰어났었다.

그런 형이 겨우 일 조금 더 늘어난 것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업무에 치였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이건 내 잘못도 조금 있네.

“그래서 저들을 어떻게 찾은 거야? 아무리 저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해도 그 정도로 대단한 자들이라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전 세계를 뒤졌습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길드부터 정치인, 기업, 부호, 심지어 뒷골목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지만, 꼬리조차 찾아내지 못했죠. 그러던 중에 의외의 곳에서 그들의 꼬리를 발견했습니다.”

“의외인 곳?”

“네.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김 실장의 말에 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연결된 단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그는 중국 그러니까 천마신교와 연결된 사람 아니야?”

“그래서 더욱 놀라웠습니다. 천마신교와 연결된 자가 정신지배에 걸려 있었으니까요.”

“허! 그걸 어떻게 찾아낸 거야?”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셨던 사모님께서 찾아내셨습니다.”

“어머니가?”

“네. 청와대의 만찬에 참석하셨던 사모님께서 어째서 대통령에게 정신지배가 걸려 있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에 확인을 위해 대통령을 잠시 납치했습니다.”

“뭐? 납치했다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모님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에 의한 정신지배였으니까요.”

S급 정신 능력자인 어머니를 넘어선다고?

정신 능력자 중 최강이라는 안나 크래프트에 근접해 있는 어머니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도련님의 마수인 왕눈이의 능력을 이용해 확인해본 결과 그가 조직의 끄나풀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 후 사모님께서 바쁘게 움직이셔야 했지요. 정신지배에 당한 자들을 찾기 위해서.”

“그래서 어머니가 형이랑 계속 붙어 있었던 거구나?”

“그렇습니다.”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 듯했다.

아무리 어머니가 형을 케어하고 있다고 하지만 항상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그것이 형을 돕기 위해서였다면 납득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 노인이 그들의 수장이라는 말이지?”

“네.”

“근데 왜 감금으로 끝낸 거야? 정보만 뽑아내고 그냥 없애버려도 됐을 텐데?”

“그것이……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어서입니다.”

“인질? 그게 통한다고? 그런 조직이라면 수장조차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을 텐데?”

“저희도 처음에는 그리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를 이용해 정신계 각성자를 끌어내는 것에 목적을 두었는데, 황당하게도 그 정신계 능력자가 저자의 손녀더군요.”

“그게 왜? 오히려 그쪽에서는 좋아할 일 아니야?”

정신계 능력자가 손녀인 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런 엄청난 조직쯤 되면 혈육의 정 따위는 얼마든지 내던져 버릴 수 있을 텐데?

거기다 손녀에게 야망이 있다면 저자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야 자신이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을 테니.

“그것이 조금 이상합니다. 저희 생각과는 다르게 협박을 하더군요. 저 노인을 해칠 경우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겠다고요.”

“허! 저 노인네가 숨긴 돈이 엄청난가 보네?”

“그것이 아닙니다.”

“설마 가족의 정이라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이거 놀라운데?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것들이 혈육을 걱정하다니?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아직은 그들의 세력을 파악 중입니다. 다행히도 정신계 각성자는 저 노인을 인질로 잡은 후 침묵을 유지하고 있기에 빠르게 정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해? 침묵하고 있는 거? 생각이 있다면 정리가 끝난 후 그쪽이 어떻게 될지 잘 알 텐데?”

당연히 정리가 끝나면 더는 저 노인은 필요 없어진다.

이쪽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

그런데도 침묵을 지킨 다라?

“그녀의 정신지배에 걸린 인물들과 그 수를 들으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도대체 그 인물들과 수가 얼마나 되길래?”

“저희의 예상으로는 그 수가 최소 수백만입니다.”

“뭐? 그게 가능해?”

아무리 뛰어난 정신계 능력자라고 해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대한으로 잡아도 1만은 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는데 천만이라고?

“그녀가 정신계 각성자로만 이루어진 단체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그들 모두가 그녀의 정신지배에 당한 상태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요.”

“아니, 그래도 불가능해. 백만 단위라면 최소 정신계 능력자가 백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소린데,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정신계 능력자의 수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백을 넘기지 못할 테니까. 거기다 그들 역시도 대부분이 국가의 엄중한 감시 속에서 생활한다고. 불가능해.”

“저희도 그것이 의문이긴 합니다만, 저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저 노인한테 들은 건가?”

“그렇습니다. 저 노인도 그 능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들은 바를 종합해 보면 그녀의 능력은 스스로가 아닌 타인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타인을 이용한 다라?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김 실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설명해 봐.”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정신력을 이용해 정신지배를 거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그 덕에 본인이 감당해야 할 정신력을 타인이 대신 감당하는 것이죠.”

“뭐? 그 말을 설마?”

“네. 일반인을 정신계 능력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미친!”

타인의 정신력을 이용하는 능력.

이건 놀랍다는 선에서 그칠 만한 능력이 아니었다.

만약 김 실장의 설명대로 그녀가 정말 타인의 정신력을 이용해 정신지배를 걸 수 있고, 타인을 통해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1억

그녀가 최대한으로 지배할 수 있는 맥시멈이 1억이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녀는 분명 일반적인 각성 능력이 아닌 특이계의 각성자.

다른 능력을 또 하나 보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나 수아 혹은 리첼처럼 능력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리.

“아니지?”

“확인해 본 바로는 둘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신계와 타인을 이용하는 능력 말고 또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저 노인을 심문한 결과 그녀에게 강한 무력이 있음을 파악했습니다.”

“그 말은 전투가 가능한 능력 역시도 존재한다는 말이네?”

정신계 능력자는 능력의 위험성과 달리 제압하기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기습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하급 각성자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정신계 각성자가 전투까지 가능하다면?

“수준은?”

“그것이…… 조직 안에서는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하! 정신계 능력도 모자라서 전투계열의 능력 역시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거야?”

“최소 10강 수준으로 판단 중입니다.”

이거 정말 놀라운데?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래에서는 어째서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은 걸까?

자신들이 세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질서를 지킬 필요가 있었을 텐데?

“조용히 있는 거 맞아? 뭔가 뒤에서 수작 부리고 있는 거 아니야?”

“저희도 그것을 대비해 그쪽을 최대한 살피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의 움직임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해?”

“그렇다고 저희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첼 양과 장로들이 그녀의 뒤를 쫓고 있으니까요.”

“괜찮은 거야?”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정신계 능력자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정신을 침범해 버릴 테니까.

“그녀의 정신지배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저희에게는 최강의 정신 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지 않습니까.”

“왕눈이?”

“네. 지금 유명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자에게 그 누구도 뚫지 못하는 정신 방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쫓는 거야?”

“인물은 특정하지 못한 상태이긴 합니다만. 대략적인 위치는 확인해둔 상태입니다. 다만, 파놓은 굴이 워낙 많아서 번번이 놓치고 있긴 하지만요.”

오랜만에 지구에 다녀와야 할 듯싶었다.

미호가 필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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