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이지 슬레이어-41화 (41/279)

9. 두 번째 동행 ( 1 )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다나 아니스는 거의 성녀였다.

"이 시커팩 개의 이름은 레오라고 해요. 레오. 레오는 제가 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개백정에게 끌려가 한 그릇의 고기수프가 될 예정이었죠. 잡종이라서 힘이 약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7개월이나 아무도 레오를 사지 않았거든요."

분홍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리는 시커팩 개, 레오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다나. 그녀는 다이너의 화구에 불을 지펴 팬케잌을 굽고 있었다.

다나는 가난한 가정 형편임에도 월반, 수석 졸업이라는 영예를 이뤄내고 추천장을 받아 1위계 율사로 임명을 받고 이곳에 파견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부유한 집안의 영애인 다른 율사들과 달리 너무도 가난해서, 이곳에 체재할 돈도 순례할 여비도 없어서. 직접 다이너를 이끌며 장사를 해서 돈을 모으며 순례를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7개월이나 자랐으면 이제 새 주인에게 가도 정을 못 붙이고 말을 안 듣는다고, 오늘까지만 싸게 팔고 내일은 도살해버릴 거라고 하길래,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샀죠. 그리고 후회하지 않아요. 결국 레오가 제 목숨을 구했으니까요, 그렇지?"

밝게 웃으며 레오를 쓰다듬는 다나. 레오는 그 분홍 손톱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하얀 손가락을 마구 핥았다. 아이는 감명 깊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뜩잖게 그 모습을 보던 림이 한 마디 던졌다.

'결국 그냥 싸니까 샀다는 거 아닌가.'

"림, 산통 깨지 마."

다나는 뒤집개로 철판에서 익어가는 팬케이크를 솜씨 좋게 꺼내서 접시 위에 올려놓고 두 사람에게 대접했다.

"자, 식기 전에 드세요. 목숨을 구해 주신 보답이라고 하기엔 약소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요리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개 한 마리와 함께 다이너를 이끌고 다니며 성명서를 모으다가, 카나기의 패잔병에게 걸려 붙잡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 성에서의 혈투 이후 이틀이 지났다. 취할 것을 취하고, 수습을 마친 세 사람은 우선 인근의 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다. 전리품을 정리해야 했고, 재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마을로 가는 길목의 한중간에서, 자신의 다이너를 되찾은 다나가 다이너의 요리 도구들을 사용해서 두 사람에게 감사의 식사 대접을 하는 중이었다.

"어디..."

또래의 여자가 손수 한 요리를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는 기대 섞인 포크질로 팬케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안색이 새파래졌다. 더럽게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굉장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 진흙 쿠키까지 먹어본 아이는 정말로 맛이 없지 않으면 음식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때요?"

빙긋 웃으며 물어보는 다나.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아이는 어찌할 줄 몰라했다.

아이는 미담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담의 주역인 라달라리아의 율사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 웨스벤에서 그 실체를 알아채고 실망해 있던 차에, 정말로 그 미담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에 아주 기쁜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소금에 절여 불태운 돼지가죽 같은 맛이 나는 그 팬케이크를, 그 생각 하나 덕분에 간신히 삼킬 수 있었다.

"더럽게 맛없는데. 이봐, 아가씨. 대체 이딴 걸로 어떻게 장사를 할 생각을 했어?"

마레는 달랐다. 손수건을 대고 입에 넣은 것을 뱉더니 질린 표정으로 말한다.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다나. 하나 쿡 찍어 먹더니 울상이 되어 말한다.

"이상하다, 제 입맛에는 맛있는데..."

"이게? 사흘 굶은 똥개도 이거랑 똥이 같이 놓여 있으면 똥부터 먹은 다음 이건 안 먹고 버릴 맛인데."

독설. 그러나 맛에 어울리는 합당한 독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깜짝 놀라서, 안절부절못하며 검집으로 마레를 통통 때렸다.

"아니에요! 이건 충분히 맛있어요. 그건 말이죠, 당신이 식전에 담배 같은 걸 피니까 맛있는 것도 맛없다고 느끼는 거에요."

"그만 때려! 무슨 담배. 난 오늘 한 개비도 손 안 댔는데."

"거짓말! 아까부터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하는 데요. 몰래 숨어서 폈죠?"

"안 폈다니까. 나 말고 저 아가씨가 폈을 수도 있잖아."

"헛소리하지 마세요!"

움찔. 갑자기 어색한 미소를 짓는 다나. 아이는 여전히 검집으로 마레의 머리를 때리며 말을 이어갔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요. 담배 피는 사람은 다 인간쓰레기에, 멍청이에, 똥고집 강하고, 왕따에, 허무하게 죽는 바보예요. 그러니까 이런 맛있는 요리도 맛없다고 느끼는 거에요."

"그만, 그만, 알았다, 알았어!"

두 사람이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엄청나게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던 다나가 치마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 잠시, 꽃 좀 따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뒤적뒤적 뭔가를 뒤져 챙기더니 사라진다. 마레와 드잡이질을 하느라, 아이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눈을 멀뚱멀뚱 뜨고 물어본다.

"꽃 딴다는 게 뭐에요?"

"화장실 간다고."

"그렇구나. 마음이 예쁜 사람은 말도 예쁘게 하는구나."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는 아이. 그 말을 들은 마레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팬케잌 같지도 않은 뭔가를 바닥에 던졌다. 레오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것을 먹으러 다가왔다. 마레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조용히 말한다.

"앞으로 고생 좀 하겠구나."

'동감이다. 내가 마술사의 말에 동감을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림은 한숨을 내쉬며, 들리지도 않을 공감을 표했다.

*

라그엘을 되찾은 마레는 더 이상 호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잠시 작별이구나."

새장을 쩔렁거리는 라그엘을 옆에 두고, 미소지으며 말하는 마레. 아이는 그 앞에 서서,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었다.

마레는 바우얀의 정신과 감응하면서, 살짝 자신의 흔적을 심어두었다. 정신을 아주 강하게 집중하면 그 흔적을 단서로 바우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아이가 있으면 너무 커다란 기운이 굉음처럼 울려 퍼지기 때문에 추적하기 힘들어, 따로 다니는 것이 좋다는 말도 더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갈라져서, 따로 행동하기로 했다. 아이는 지금까지처럼 북서 자치령을 돌아다니며 마술사를 사냥하기로, 마레는 바우얀을 추적하기로. 애초에 호위의 계약도 끝났으니 더 이상 동행할 명분도 없었다.

"저 엉큼한 아가씨한테도 작별 인사 전해줘라. 다음에 볼 때에는 저 아가씨랑은 안 봤으면 좋겠군."

"왜요?"

"왜인지는 이제부터 네가 뼈저리게 알게 될 거다."

피식 웃는 마레. 지금 다나는 꽃을 따러 간다고 사라져서 20분째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마레는 하필 다나가 없는 때를 골라 여기서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바우얀을 찾으면 웨스벤의 그 주점에 전갈을 남겨준다고 했죠? 믿을게요."

"그래. 증거는 없지만 믿어라. 어쩌면 내가 그 벼멸구를 찾아서 그냥 족친 다음, 의뢰주한테 이 막대한 돈을 받고 팔아넘길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마지막까지 위악인가. 아이는 마주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절대."

"절대? 세상에 절대가 어디 있느냐. 결국 2개월간 나를 공짜로 지켜줬구나. 이용당하고 말았지? 자기는 호구가 아니라더니."

"아니오. 공짜가 아니었어요. 이것저것, 당신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이. 마레는 잠시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라그엘을 거둬들였다. 새장을 들고 쩔렁거리던 라그엘이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혹시나 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아니었군."

"예?"

"이 멍청아.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방금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어. 하필 그 아가씨가 없던 때를 골라서 헤어지려고 했던 것도, 그 아가씨가 휘말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염려했기 때문이었고."

"무슨... 소리에요?"

"왜 살인멸구를 안 하려는 거냐?"

"예?"

눈을 껌뻑거리는 아이. 마레는 아주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 고한다.

"너 아나테마잖아."

'호오?'

눈을 크게 뜨는 림. 언제라도 레바테인을 건네줄 수 있도록 아이의 옆에 붙는다. 마레는 신경질적으로 자기 머리를 흐트러뜨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탕칼리는 마술사뿐만 아니라, 온갖 부정한 존재나 삿된 존재, 그들의 힘을 빌린 범죄자를 사냥하는 업도 짊어지고 있지. 그 사냥의 대상 중에는 아나테마도 있다. 뭐 그건 구마사제라던가, 그런 다른 직종의 역할이지만, 나도 그 최소한의 소양은 가지고 있단 말이야. 넌 자기가 아나테마라고 아주 광고를 하고 다니는 수준인데 내가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나."

"어...어?"

"리무, 아니면 림? 뭐 그런 이름의 신인가? 그런 신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맨날 그런 소리를 하면서 정연한 혼잣말을 하지 않았나. 아나테마를 돌보는 잊혀진 신은 그 신격을 영체처럼 둥둥 띄워서 항상 자신의 사도를 따라다닌다고 하지. 너는 혼잣말을 한 게 아니라 그 신과 대화를 한 것이겠지. 내 눈에는 그 신이 보이지 않으니 혼잣말로 보인 것이고. 그래서 혼잣말을 자주 하는 자를 보면 주의하라는 지침이 첫 번째 지침이다."

"두 번째 지침은 근거 없이 강한 자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완전히 확신한 건, 저번 카나기의 성에서 일어난 전투 때문이었어. 네 힘은 명백히 정상적인 범주를 이탈한 수준으로 강력해. 심지어 반쯤은 아나테마나 다름없는 두냐의 베들렘보다 강하다. 7종파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 어디, 이쯤에 있나?"

휘휘 엉뚱한 곳에 손을 내젓는 마레. 그는 익살스럽게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신이랑 악수 한번 해보고 싶은데. 평생 자랑하게."

"여기에요."

무의식적으로 림의 손을 붙잡아 마레의 손에 가져다 대는 아이. 마레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것으로 완전히 인정해버렸군. 이 순진해 빠진 녀석아."

"아!"

늘 그랬듯이, 확신하지 않았으면서 확신한 척해서 유도신문을 한 것이었다. 아나테마는 성장이 끝나면 제국에 말도 안 되는 혈겁과 재앙을 일으켜왔다. 그래서 그들은 제국의 공적이었다.

이렇게 허술하게 아나테마임을 드러내고 다니는 아이는, 북서 자치령을 벗어나 제국에 들어서자마자 체포당해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당장도 마레가 돌아서서 그냥 교구에 아이를 고발했다면 아이는 죽었을 것이다. 마레가 처음 했던 선언은 그런 뜻이었다.

마레는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면서 말을 이어갔다.

"뭐, 걱정하지 마라. 애초에 이대로 본단으로 달려가서 널 고발하고 죽여버릴 생각이었다면, 이런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야."

"그, 그럼..."

"어차피 나는 신앙심도 뭣도 없는, 교구에서도 버린 몸이다. 너처럼 착한 놈을 사냥감으로 갖다 바칠 의리 같은 건 없어. 다른 의리는 있지. 자, 받아라."

마레는 자신의 귀에서, 황금 십자가 귀걸이를 떼서 아이의 귀에 달아주었다. 따끔한 감촉이 귀에 번지도록, 아이는 멍하니 마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아탕칼리의 고위 수도사가 자기가 인정한 신자에게만 선물하는 물건이다. 말했다시피 아탕칼리는 아나테마를 사냥하는 주적이지. 설마 아나테마가 이런 걸 달고 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야."

"이, 이런 걸 받을 순 없어요..."

"그래? 그럼 이것도 받아라."

자신의 손에서 팔찌를 떼서 채워주는 마레. 그 팔찌를 옆으로 돌리자, 허공에 글자가 떠올랐다. 그들의 성경 내용이었다. 이 팔찌는 아무래도 그들의 성경을 기록한 마법 팔찌인 듯 했다. 굉장히 값비싼 물건일 터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건네 주곤, 침을 발라 마법의 페이지를 넘겨 한 구절을 읽어 주는 마레.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거만 외워둬라."

"예?"

"우리의 상징적인 기도문이야. 이거만 술술 말할 줄 알면 대부분 아탕칼리의 신자라고 생각하지. 앞으로는 아탕칼리의 신자인 척하라고. 그렇게 위장해야 아나테마라는 의심을 안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는 오직 순선한 선의로만 뭉친 아이에게, 거짓말로 무장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언제부터 생각한 걸까, 아나테마임을 숨기기 위한 대책이 그 입에서 술술 쏟아져나온다.

"네 그 이상한 마검들. 그것도 아마 신이 내려준 권능이겠지? 그건 망자의 땅에서 출토된 성유물이라고 해라. 아주 옛날엔 그 땅에도 거의 제국에 맞먹는 번영한 나라가 있었다고 하니까 말이야. 거기서 출토된 자유자재로 꺼내 쓸 수 있는 성검이라고 하면 의심할지언정 아나테마라는 생각까진 못 할 거야."

"안 돼요. 가져가세요. 이런 걸 다 받을 순 없어요."

"받아라. 나를 이끌어 너와 만나게 한 것도, 다 주의 뜻이다. 가만히 놔뒀다간 길을 잃고 부서질 너라는 별이 무사히 하나님 나라에 당도하도록 이렇게 인도하라는 뜻이겠지."

"난, 난 처음에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리고 지켜주기도 하지 않았나."

황망한 표정으로 마레가 건네주는 선물들을 보며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아이. 너무 고맙고, 동시에 부담스럽고, 또 미안했다. 마레는 그 어깨를 붙잡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너와 함께한 2개월은, 그 종교재판에서 힘없이 추방당하고 십자가에 못질하며 광야를 헤매기 시작한 이래로, 그 어떤 시간보다도 나한테 영감을 많이 준 2개월이었다."

"네가 나에게 선물한 그 영감의 대가라고 생각하거라."

그 진지함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구에게 했던 것보다도 깊은 인사를 했다. 스승에게 하는 것과 같은 인사였다. 마레는 피식 웃으며, 한 줄기의 담배 연기를 흘리며 뒤돌아섰다.

"2개월 후에 웨스벤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럼."

흰 것 같기도 한, 잿빛 같기도 한 연기를 길게 흘리며 사라져 가는 마레. 아이는 그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하다가, 자신의 옆에 있는 림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봐봐. 착한 마술사도 있잖아. 지금 안 죽이길 잘했지? 저런 사람은, 나쁜 마술사를 다 죽인 다음에... 죽일 거야."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한다만 말이다."

림은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또 다른 담배 연기가 솟아오르는 먼 숲속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의 안력을 가진 림에게는 손에 잡힐 듯 똑똑히 보였다. 깊은 숲속에서, 다나는 속옷이 보일 정도로 쩍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는 입에 담배를 털어 넣고 있었다.

"휴. 저 녀석이랑 다니면 앞으론 못 필것 같으니까. 가진 거 오늘 다 처리해야지. 이거까지만 피고 가자. 이건 돗대니까. 돗대는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연기를 맡고 달려온 너구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다. 그래서 30여 분째 저러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우우....'

'정말로 서로 못 알아보는 건가? 아니, 못 알아보는 게 어쩌면 다행이다만...'

림의 입에서도 담배 연기만큼이나 진한 한숨이 나오는 쏟아지는 듯 했다. 이 두 사람은 흡혈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신분을 입고 나타난 것 때문에, 또 자신의 동생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 중 누구를 가져다 놓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오직 신인 림의 속만 썩어갈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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