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이지 슬레이어-46화 (46/279)

10. Bookmaker ( 2 )

*

델로른은 환락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게, 이런 마을이, 아니었는데..."

다나는 델로른에 도착하자마자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델로른이 너무나도 괴이쩍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디악, 그들의 소행이 틀림없었다.

사과를 보관하는 창고는 레버넌트가 머무는 쉼터로, 뒤뜰에서 뜨신 샘이 쏟아져나오던 사과 양조장은 목욕탕을 겸한 윤락업소로 변했고, 거리마다 빛나던 밝은 색조의 가로등은 퇴폐적인 홍등으로 대체되었다.

조디악, 그들이 이 땅에 임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길게 잡아도 몇 개월이 되지 않을텐데, 그 몇 개월은 수백 년의 전통을 이겼다. 델로른의 전통 아래 쌓아온 모든 건물과 생활양식의 소산이 부서져, 그들의 물신을 섬기는 신앙을 위한 이형(異形)의 신전처럼 재구성되어가고 있다.

그 신전의 주춧돌이 무엇인지는 멀리서 보아도 명확했다. 도박장이다.

원래는 마을의 회관이었던 곳. 조합원과 주민이 모여 중요한 결정을 의론하는 장소이자, 또 교회의 역할도 겸했던 건물은, 지금 도박장이 되어 있었다. 황달증 환자의 낯빛보다도 샛노란 황금을 잔뜩 쳐발라 높다랗게 지어놓은 도박장.

"소니아... 아바키렌."

황망한 얼굴로 너무나도 낯설게 변해버린 델로른을 헤매던 다나, 그리고 그 뒤를 묵묵히 쫓아다니던 아이는, 그 도박장에 도달하고서야 이 모든 사태의 흑막이 누군지 깨달았다. 다나는 한 동상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탄식했다.

그 도박장의 문 앞에는,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아름다운 여인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니아 아바키렌의 흉상. 다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흉상이었다. 다나는 중얼거린다.

"이 흉상은 조디악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는 곳에만 설치하는 흉상이에요."

그 흉상의 가슴팍에는 스스로의 꼬리를 먹는 검은 뱀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두냐의 암살단의 표식이었다. 이 도박장이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흉상은 백 개까지 세울 수 있는데... 이 흉상이 설치된 지역에서 분란이 일어나면, 두냐의 암살단이 그걸 처리하죠. 암살단은 오직 하나의 의뢰주하고만, 50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지금의 계약 대상은 조디악이고요."

두냐, 파괴의 학파. 원시적인 힘 숭배, 토테미즘과 애니미즘에 가까운 신앙을 가진 그들은, 다른 학파들과 달리 자신들의 사상을 종이 위에 서술적으로 펼쳐놓지 않았다. 그저 힘을 펼쳐 암살행에 나섬으로써 증명할 뿐이었다.

고로 사회에서 권력을 취득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기가 어려운 그 한계 때문에 세력의 양은 크지 않았으나, 반대급부로 은밀함과 결속력 그리고 살행의 질은 매우 높았다.

큰돈을 주고 고용한 그 암살단을 이곳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건 이 도박장이, 그리고 델로른이 조디악의 특별관리지역이라는 확실한 증명이었다.

"들어가죠. 정확히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했는지는 한 번 시찰을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다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도박장에 들어가기 전,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리고 머리의 꽃을 잡아뽑았다. 율사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물끄러미 다나를 쳐다보았다. 보기 드물게, 가식 없는 슬픈 표정이었다. 아이는 이 델로른이 과거 어떤 지역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다나가 지금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다나는 어둡게 입술을 짓씹었다.

비 오는 날의 하늘처럼 어둡기만 한 그녀의 유년시절을 통틀었을 때, 좋은 기억은 몇 없었다. 그 몇 안 되는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감동하기도 했고, 즐겁게 아무도 해치지 않는 보람찬 노동을 하며 어린아이 대접을 받기도 했다.

신분을 세탁했기 때문에 내색할 수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나는 내심 그 어린 시절의 은인들과 만나기를, 금의환향 비슷한 귀환을 하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너무나도 변해버린 델로른의 모습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고 있었다.

"윽."

도박장을 지키는 레버넌트들은 아이와 다나의 차림을 보고 무신경하게 통과시켜주었다. 그 문을 열자마자, 매캐하게 쏟아지는 싫은 냄새. 담배의 연기 때문에 아이는 코를 틀어막았다. 도박장의 안은 자욱한 연기 때문에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어느 테이블에선 카드놀이를, 어느 테이블에선 주사위를, 어느 테이블에선 내기 바둑을 두고 그 한켠에서는 헐벗은 무희가 춤을 추고 있다. 그린 듯한 퇴폐의 풍경이었다.

그 도박장의 한 가운데는 움푹 패여 있었다. 마치 투기장을 연상시키는 달걀 형태의 공동이었다. 아니, 이건 명백히 투기장이다. 그 움푹 패인 곳을 둘러치고 객석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명확했다.

"어이, 거지새끼! 한 시간만 버티라니까 그것도 못 버티나, 썅!"

"자네는 돈을 잃으려고 베팅을 하는 것 같다니까. 배당률을 고정해놓는 이유가 뭐겠나? 연동식으로 하면 백대 일, 천대 일까지 올라갈테니 그러는 것 아닌가.

그 투기장을 바라보며, 한 손에는 술을 다른 손에는 마른안주를 들고 소리지르는 사람. 아이와 다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밑을 바라 보았다. 그 밑에선, 황금 가면을 쓴 소 형상의 괴물에게 척 보기에도 빈약한 무장을 한 사람이 흠씬 두들겨 맞고 있었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두들겨맞아 축 늘어지고 정신을 잃자, 변사의 역할을 맡은 듯한 자가 장내에 선포한다.

"이쯤하면 이놈 때문에 돈을 잃으신 신사 숙녀 여러분들도 분이 풀렸는지요?"

"아니! 안 풀렸다! 죽여!"

"저놈 강간하고 죽여!"

"미친 놈. 남자인데?"

"그래서 더 좋잖아!"

"으윽, 내 옆에서 꺼져 이새끼야!"

왁자지껄한 웃음. 아우성. 저 남자는, 방금 전까지 돈이 있을 때에는 이 도박장의 손님이다가, 돈을 잃고 빚을 지자마자 이 끔찍한 지하 검투장의 노예로 끌려가 경마의 경주마와 같은 신세가 된 모양이었다. 죽여! 그런 아우성이 도박장 가득 울려퍼진다.

그 손님의 면면은 다양했다. 확실한 건 이 동네의 토박이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방랑자, 인근의 귀족, 상인, 관광객. 그런 이들이었다. 변사는 씨익 웃더니 품에서 황금 가면을 꺼냈다.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죠! 이 자는 앞으로 고객 여러분을 모시는 우리의 동료가 될 예정입니다."

척 보기에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을 레버넌트로 만드는 가면이었다. 변사 역시 마술사인 모양인지 간단한 주문을 읊어 가면을 활성화시켰다. 가면의 테두리를 따라 흉측한 붉은 송곳이 튀어나온다. 그 송곳을 억지로 얼굴에 찔러넣으면 이 남자는 레버넌트가 되고 마는 것이다.

거기까지 본 다나와 아이는 델로른이 이 꼴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자들은 목가적인 델로른을 돈으로 짓밟아 부쉈다. 이렇게 도박장을 세우고 마을 전체를 환락가로 만들어, 귀족들의 노리개를 보관하는 개집이자 망령을 생산하는 막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도박장은 그 음모의 심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도박장을 세우지 않고 굳이 델로른의 사과를 전부 짓밟아 그 농부들을 이 환락가에 몰아넣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만의 생산 기반이 있으면 쉽게 타락의 길에 빠져들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 도박장과, 관련 윤락 산업에 접하며 그것에 종사해서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들의 손 아래 농부는 건달과 창녀가 되었다가 곧 망령이 되었다.

"그만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투기장으로 뛰어들려 했다. 사람이, 아무리 도박 빚이라지만, 빚 때문에 존엄을 잃고 하나의 망령이 되는 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였다. 이목이 쏠린다. 그 이목 중에는 적대적인 눈빛이 절반이었다. 그런 아이의 입을 막는 하얀 손이 있다.

"으이구, 그러니까 쟤 말고 다음에 좀 더 건강해보이는 애한테 걸자니까, 오빠. 왜 저딴 비실비실한 놈한테 걸고 그래? 내 반지 살 돈 다 날아갔잖아."

속 없는 연인처럼 달라붙어 칭얼거리며 목을 토닥이는 다나. 아이는 흉험한 기세로 다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다나의 표정은 매우 절박했다. 다나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쨌든 이 자들의 행동은 법을 뒤틀린 방식으로나마 준수하고 있어요. 약식으로 기소한다고 어떻게 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저기 달려들어서 개입하면 두냐의 암살단이 움직일 거고, 죽을 거에요. 우리 둘 다."

"움직이라고 해요! 다 죽여줄 테니까!"

"쉿! 죽고 싶어요? 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에요. 나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의 의지를 도울게요. 지금은 참아요."

다나의 연기 때문에 돈을 잃은 사람의 분노인 줄 알고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다나는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투기장으로 뛰어들 것 같은 아이를 붙잡고, 애를 써가며 객석에서 내려오도록 시켰다. 아이의 눈에는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린다.

"마술사라는 놈들은... 이용할 수 있는 것만 보이면... 다 이렇게, 끔찍하게, 망가뜨려서..."

"왜, 왜 이런 걸로 울고 그래요. 여기는 당신이랑 연관있는 곳도 아니잖아요. 진짜 울고 싶은건 나인데."

타박하며 어떻게든 아이를 달래 끌고 가는 다나. 진정하기 쉽도록 테이블에 앉힌다. 아이는 그 한구석에 마련된 카드놀이 테이블에 분을 삭히며 앉아 있었다. 가장 최소 베팅액이 낮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테이블이었다.

"어이, 언니 오빠. 무슨 사랑싸움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두 사람 때문에 지금 다 좆빠지게 기다리는 거 안 보여? 빨리 패 좀 까고 시작 좀 하지?"

그냥 눈속임을 위해 앉은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리에 앉고도 게임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 탓에 게임의 진행이 막힌 모양이다.

"여기가 무슨 여관인 줄 알고 들어온 거야? 사랑싸움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우리 집 창고 빌려줄까?"

"미안합니다. 놀이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포기할게요. 합석 비용은 나눠 가지세요."

다나는 아이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넣어 일으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꺼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다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는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어, 어!"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눈깔 뽑아버리기 전에 치워. 기분 나쁘니까."

말 갈기처럼 굽슬굽슬하게 자란 적금발을 늘어뜨린, 검은 눈의 여자. 애써 성숙하고 사나운 척을 하고 있지만 그 나이는 다나보다 한 살 어렸다.

그녀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다나를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지만, 다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다나를 언니처럼 따랐던 여자아이였다. 예쁘진 않지만, 구김살 없이 웃는 모습 하나만큼은 활기차고 아름다웠던 여자아이다. 다나가 신세 졌던 사과 농장의 소작농 집안의 딸.

"이리나..."

"응?"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못 본 사이에 그 사과 농장의 딸은 어린 타짜가 되어 있었다.

*

"그러니까 댁들은 여기를 감찰하라는 명령을 받고 찾아온 율사랑 그 집행관이란 말이지? 그리고 고귀하게만 자라다가 여기 돌아가는 꼬라지 보고 놀라서 그렇게 질질 짰던 거고?"

퉤, 침을 뱉는 이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마술사에 대한 짙은 경멸이 배여 있었다.

"그래서 무슨 협력할 만한 사람 리스트를 줬는데, 하필 내가 거기 들어 있어서 알았다고? 나 같은 촌부를 왜?"

"그러게요. 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여신님의 뜻이겠지요."

"여신은 개뿔. 여신다운 짓거리를 해야 여신이지, 남자들이 여신이라고 불러준다고 여신인가. 그럼 저기 저 창관만 가도 널린 게 여신이더라."

또 퉤 침을 뱉는 이리나. 그 말에는 아주 동의했지만, 다나는 짐짓 딱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성모독인가? 나 벼락 맞는 거 아니야? 이리나는 살짝 쫄아서 조금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두 사람은 이리나를 알아보자마자 그 손을 붙들고 도박장에서 나왔다. 다나는 자신과 아이의 신분을 밝히고, 이 델로른을 망가뜨리고 있는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파견되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처음에는 조금 놀란, 그리고 들뜬 표정으로 그 말을 경청하던 이리나는, 다나가 1위계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급격하게 실망해서 경멸로 돌아섰다.

고작 1위계 따위가, 조디악의 총수이자 사소필렌의 5위계 마술사인 소니아 아바키렌이 직접 관리하는 이 지역을 어떻게 깨부술 건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완전히 기대를 접진 않은 모양인지, 고발을 위한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하자 우선 자신의 집에 가서 얘기하자며 이렇게 앞장서 걷고 있었다.

"당신의 춘부장.. 음, 뢰프 씨께선 잘 계신가요?"

"춘부장은 개뿔. 못 뒈져서 살고 있지."

씩씩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이리나. 다나는 아연했다. 원래 이리나는 어머니보다도 아버지를 좋아해서 매일 목말을 태워달라고 조르던 귀여운 딸이었다. 뢰프도 그게 어울리는 순박한 시골 아저씨였다.

그에 관한 따뜻한 기억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아이의 생일에 밝은 척 하다 혼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다나에게 다가와, 계란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네주곤 쉿, 하고 손가락을 세우던 기억. 그 순한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사람한테 왜 저러지, 반항기인가? 그래도 좀 심한데. 한 마디 하는게 좋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이리나의 집에 도착했다. 다나가 보았던 몇 년 전보다도 확연하게 추레해진 집이었다. 이리나는 벌컥 문을 열며 소개했다.

"들어와. 더럽다고 엉덩이 빼면 죽여버린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

집 안에서는 레버넌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레버넌트는 이리나가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리나의 목을 잡아채고는, 그 목에 사슬 목걸이를 씌우려 들었다. 이리나는 버둥거렸다.

"빚, 빚 상환 기한은 아직 남았잖아! 뭐, 뭐야!"

"ㅡㅡㅡㅡㅡㅡㅡㅡ!!!"

목을 조여오는 손아귀. 질식할 것 같은 압박이 기도로 전해졌다. 이리나가 그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려는 순간,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에게 선고한다!"

"인간의 존엄한 권리는 그 인신을 채무해결을 위한 재산으로 설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대는 지금 인신매매의 죄를 행하였으며, 그것을 질서의 회복을 바라는 율사의 앞에 드러냈으니, 그 사지를 포박당해 쓰러지는 벌이 합당하다!"

"ㅡㅡㅡㅡㅡ!!"

다나의 선고가 문자열을 이루어 레버넌트를 휘감는다. 이리나의 목에 초커를 씌우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울부짖던 레버넌트는, 이윽고 날아든 아이의 새빨간 환도에 조각나 바닥으로 쓰러졌다.

"윽, 윽, 흐으으윽..."

졸지에 레버넌트에게 끌려가, 창관의 노예가 될 뻔한 이리나는 눈물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요?"

"괜, 괜찮아, 고마워, 그, 그보다."

이리나는 벌떡 일어나, 방 안을 향해 고함쳤다. 그 고함에는 어찌할 수 없는 악에 대한 울분과 저주가 깃들어 있었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너 또 어디서 빚을 진 거야!"

다나는 그 고함이 향한 대상을 보고 할 말을 잃어 입을 가렸다. 그 고함의 대상은, 한때는 누구보다도 선량하고 순박했던 농부. 뢰프였다.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독한 술을 마시며 낄낄대며 웃고 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팔이었다.

그의 한쪽 팔은 텅 비어 있었다.

도박에서 사기를 치다 잘린 것임이 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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