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별이 되고 싶은 소망 ( 3 )
인골귀는 강하다. 그 하나하나가 장검병 둘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말도 안 돼, 스, 스물. 해골 스무마리를 한 번에 날려버린다고?"
그러나 지금 아이 앞에서는 수수깡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경악으로 새파란 입술을 떠는 여마술사. 그녀는 당황해서 마구잡이로 지휘를 시작했다.
"죽여! 감싸, 감싸서 덮쳐!"
아지프의 마술사들은 4위계부터는 전쟁 발발시 종군해야 하기에 기초적인 군사학을 교육받는다. 이 탈주 마술사는 3위계. 그런 것을 교육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전력을 다루는 법이 조잡하고 지리멸렬했다.
"흡!"
비스듬한 참격. 대검의 칼날은 검은 뼈를 부수고, 한 번에 일곱의 인골귀를 깨부순다. 마름모꼴의 날카로운 결정으로 부서지는 뼛조각을 뚫고, 아이는 마술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술사는 당황해서 소리 지른다.
"막아! 힘을 끌어내라!"
인골귀의 관절과 관절의 이음매마다 달라붙어 있는 찐득한 검은 점액질이, 그 명령을 받자 기괴하게 끈적이며 뼈를 감싼다. 인골귀의 지속 시간을 희생해 힘을 끌어내는 마술이었다. 온 몸을 던져 진로를 가로막는 인골귀.
"비켜!"
그러나 그것 따위로 분노한 검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달리던 힘을 전부 실어 앞차기를 갈긴다. 뻑! 흉측한 소리가 울린다. 가슴뼈를 걷어차인 인골귀는 공처럼 날아가 여마술사를 덮쳤다.
"히이익!"
간신히 몸을 빼 그걸 피하는 마술사. 발차기를 맞고 날아간 인골귀는, 불타는 벽에 쳐박혀 떨어지는 벽돌을 맞고 완전히 부서졌다. 이 자식은 뭐야? 이게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인가? 마술사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덜덜 떨면서 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찍!찍찍!"
제물을 담아두는 유리병. 그 유리병 속에는 회색 털의 쥐가 들어 있다. 위험을 감지하고 미친 듯 찍찍댄다. 쿡! 제물용의 단도를 찍어 그 쥐를 죽이고, 마술사는 주문을 외웠다.
"혈염포!"
그 손끝에 핏방울을 뭉친 듯 농밀한 혈홍색의 기운이 어리더니, 둥근 원기둥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어렸을 적, 버려진 예배당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마술이다. 아이는 가볍게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은백색의 칼날이 붉은 빛무리에 닿고, 꿰뚫고, 깨부수어 버렸다.
"이, 이건 또 뭐야! 너, 그, 그 칼은 뭔데!"
마술을 깨부수는 칼이라니, 그녀의 일천한 경험으로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귀물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작하듯 남은 인골귀를 모아 아이에게 덮쳐들게 하는 마술사. 아이는 무심하게 레바테인으로 만월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둥근 참격을 가해 답했다.
"끼이이이익!"
남은 인골귀가 전부 몸을 꿰뚫려 부서지고, 그 여파는 마술사의 뒤에 있던 헛간의 벽에까지 닿았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헛간. 아이는 레바테인을 던져 림이 회수하게 만들고, 저벅저벅 여마술사의 앞으로 다가간다. 여마술사는 눈앞에 나타난 초월적인 강함에 놀라, 처음에 보여줬던 오만한 자세를 전부 잃어버린 채 벌레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오지, 마, 죽이지 마, 살려줘!"
"안 죽일 거야."
그 머리채를 붙잡아 벽에 쾅 쳐박는 아이. 그녀의 눈이 하얗게 풀리고, 감긴다. 충격을 견디지 못해 혼절한 듯 보였다. 아이는 차가운 분노가 어린 눈으로 그 마술사를 짐짝처럼 집어 들고, 불타 무너지는 마을의 바깥을 향해 걸어나갔다.
"편안하게 죽는 건, 너한테는 사치니까."
*
슥, 슥슥.
무언가를 곱게 가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마술사는 어지러움 속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부릅떴다.
"뭐,뭐야?"
나무를 통째로 부숴 만든 간이 십자가. 자신은 그 십자가에 붙들려 있었다. 사지를 마구 흔들어보았지만 요지부동이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 사이, 이 십자가를 만들고는 자신을 여기 묶어버린 듯했다. 엄청난 완력이었다.
"이, 이 새끼, 당장 안 풀어!"
사지를 뒤트는 여마술사. 그 앞에서, 아이는 정좌하듯 앉아 십자 모양의 단검으로 무언가를 깎고 있었다. 말뚝이었다. 송곳 같은 나무 말뚝.
아이는 지금 이 여자를 심문하려고 하고 있었다. 마레가 했던 그대로.
"이 더러운 새끼, 지금 네가 누구한테 감히 손을 대고 있는지 알아? 당장 풀지 않으면 이... 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마술사. 신기가 어른거리는 나무말뚝이 자신의 팔을 뚫고 십자가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피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말뚝을 박아넣은 아이는, 음산한 표정으로 한 단어만을 말했다.
"존댓말."
"뭐?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끄아아아악!"
이번엔 말조차 하지 않는다. 또 말뚝을 하나 선물 받고 나서야, 이 여마술사는 눈앞의 이 자가 그 외모처럼 그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조용히 입을 닫는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심문 대상이 이런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했더라.
아이가 특히 이 여자를 심문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 여자가 했던 혼잣말 때문이었다. 이 여자는 누군가에게 보상을 받기로 약속하고, 조직 체계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그럼 동료도 있겠지. 이유는 뭘까. 고심하던 끝에 할 말을 정했다.
"이미 너 같은 녀석들은 두 명이나 잡아서 심문했어. 아탕칼리의 인장을 받은 마을을 습격하는 대가로, 돈을 받기로 했다는 것까진 들었다. 그리고 의뢰주의 이름을 들었는데, 두 사람이 다른 말을 해서 말이야. 너한테 확인을 받아야겠어."
아이가 머리를 굴려 짜낸 추론에 살을 더한 거짓말이었다. 이 마을이 갑자기 이렇게 밉보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 북서자치령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세력은 뭘까. 두 가지를 종합해 만든 가설이었다.
조디악, 그들이 자신들은 손댈 수 없게 된, 아탕칼리의 인장을 받은 마을을 탈주 마술사를 동원하여 정리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이 추론이 틀렸을 때를 대비해서 의뢰주의 이름이 두 개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레가 하는 심문의 방법을 계속 지켜보며 학습한 결과 만들어낸, 깔끔한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일부러 고개를 틀어, 귀에 매달린 아탕칼리의 십자가 귀걸이를 보여준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착각을 시작했다.
"뭐, 뭐야, 그럼 너는 아탕칼리의 마조히스트 따까리냐?"
올바른 방향으로 착각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는 눈을 부릅뜨고, 새 말뚝을 집어 들며 짐짓 엄숙하게 중얼거렸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뭐, 뭐야, 그 말뚝, 내려놔!"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끄아아아아악!"
네 개의 말뚝을 몸에 박고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여마술사. 그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애절하게 중얼거린다.
"알았어, 말할게요. 전부 말할 테니 제발 좀 풀어주세요. 말하는 것만 아니라 더 이상도 해 드릴게요, 네?"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고혹적인 유혹이었다. 아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새 말뚝을 만들기 시작한다.
"얘기해봐. 먼저, 넌 무슨 목적으로 여길 쳐들어온 거야?"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조금이지만 자신이 있었다. 남자라는 생물을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이렇게 순종하고 몸을 바친다면, 살려줄 확률이 꽤 높다는 것도. 그녀는 그것을 믿고 계속 중간중간 추파를 섞어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려고 애쓰면서 아이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그럼 이 정도면 질문할 건 다 끝났네. 그럼 작별이다."
"예? 작, 작별이라면."
스릉, 품에서 환도의 칼날을 꺼내 드는 아이. 달빛을 받아 환도에 새겨진 검은 용이 섬뜩하게 빛난다.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통을 참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다.
"변호할 말이 있으면, 한 마디 정도는 하게 해 주지. 해 봐."
"살, 살려주세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론 다신 안 그럴게요. 나는 열 살때 이미 부모님을 잃고 삼촌에게 팔려서 열두 살에 마탑에 억지로 들어가서 매일 선배와 학우들에게 따돌림받고 이용당하다..."
"너무 싸구려야."
그녀가 저지른 커다란 학살에 갈음하기엔, 너무나 하찮은. 들을 가치도 없는 자기연민이었다. 아이는 방언이 터진 듯 중얼거리는 그녀의 심장에 환도를 꽂아넣는다.
푹! 심장이 칼에 꿰뚫리고, 그 피가 아이의 얼굴에 한 방울 튄다. 스윽 문질러 닦으려다, 오히려 길게 피칠을 하게 되어버렸다. 아이는 공양의 주문을 외워, 그 심장에 불을 일으켰다.
그 심장에서 시작한 불길은 곧 십자가로 번져, 십자가 전체를 이글이글 타오르는 염화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사람이 타는 불길. 전장터의 불길 같은 그 주홍빛 열기를 바라보던 아이는, 홱 고개를 돌렸다. 그 뒤에선 다나가 다이너 밑칸에 숨어 쭈그려 앉은 채로 아직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당, 당신, 어떻게, 여자를 그렇게 잔혹하게..."
"이 여자는 여자이기 이전에 마술사입니다. 그리고 마술사이기 이전에 살인자죠. 저항할 힘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아주 끔찍하게 죽인 쓰레기같은 마술사."
차가운 증오가 깃든 말을 던지는 아이. 다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어쩐지 그 말은, 자신의 심장도 비수로 찔러대는 듯 아릿했다.
"거기다 마지막까지 자기를 변호하는 말이 나도 불행했다, 이 따위 신파라니. 더 이상 지켜볼 이유조차 없죠. 라달라리아의 법률로도 무조건 사형 아닌가요? 제 기준으로도, 이런 자는 제일 먼저 죽어야 합니다."
"그, 그래도, 반성하는 것처럼..."
"반성하는 척이죠. 선의도 정의도, 망망대해를 항행하는 범선의 물독의 물, 그와 같은 겁니다. 쓰고 짠 물에 섞이지 않도록, 바다의 끝에서 끝까지, 한 줌의 단물을 옮기려면 한 척의 배가 필요한 거죠."
심호흡을 하고 선언한다. 자신이 깊게 새겨듣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충고를.
"이런 물살도 무심히 가르지 못해서야 어떻게 고해를 건널 수 있을까요."
낯익은 얼굴에서 들려오는 생경한 선언. 그 대상이 아지프이기에 더 싸늘한 선언이었다. 다나는 아이가 마술사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까지 단호할 정도로 혐오하는지는 몰랐다. 그녀는, 아이가 헤헤 웃으며 저 여자도 어떻게든 살려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죠. 이놈들은 조디악에게서, 아탕칼리의 인장이 박힌 마을을 전부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뼈로 군사를 일으켜서 다음 달까지 웨스벤으로 합류하라는 게 지침이더군요. 이런 놈들이 세 명, 4위계가 한 명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자신이 얻어낸 정보를 전달하는 아이. 십자가의 불길이 일으키는 역광 때문에, 그 평온한 어조는 어딘가 굉장히 공포스럽게 보였다. 눈이 탁 풀려서 덜덜 떨던 다나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몸을 떨었다.
"이, 이런 게, 네 명이나 더 있다구요?"
"예. 그리고 이놈들이 다음으로 목표하고 있는 건, 제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마을이에요. 빨리 가서 대비를 시작해야 학살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환도를 얻은 마을. 그 꼬마와 바둑을 잘 두는 촌장이 있던 카나기 후손들의 마을이었다. 유난히 예쁘고 아스라한 별하늘 아래 서 있던 마을.
아지프의 마술사는 혼자 다닐 때에는, 그 대인전 능력은 아탕칼리나 카나기, 두냐에게 모두 밀려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들은 모였을 때 강하다. 모여서 집단이 되고 군대를 이루면 어떤 마술사도 이룰 수 없는 학살과 공포의 재능을 발휘한다.
한 명의 3위계 마술사가 지휘할 수 있는 인골귀의 수는 50, 4위계는 200을 헤아린다. 지금 3위계 셋과 4위계 하나는, 지휘관의 소양을 교육받은 4위계 밑에 뭉쳐 있다. 즉 그들은 지금 군대였다. 합계 350명의 귀신으로 이루어진 군대. 일개 마을 따위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학살당해 그들의 병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어서 가서 그놈들을 막아야 해. 지금 아이의 머릿속엔 그것밖에 없었다. 다나가 왜 저렇게 덜덜 떨고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고, 피가 묻은 뺨으로 천천히 걸어가 다나의 손을 붙잡는다.
"가죠, 성녀님."
아이 딴에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띄워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다나는 지금 아지프의 마술사가 넷이나 모여 있다는 말을 듣고 트라우마가 터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가다니요, 가다니요, 어딜 가요?"
"가엾은 민중을 구하러요. 몸을 바쳐서 아지프의 마술사를 죽이고, 그들의 땅을 지켜줘야죠. 그러기로 했잖아요?"
그리고 억지로 다나를 일으키려고 한다. 그 뒤에 보이는 건, 마지막으로 크게 불타올라 재로 스러지는 십자가. 다나는 그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거 놔! 이 괴물!"
조용한 밤 언덕에 울리는 비명 같은 비난. 그 말은 말꼬리와 반향을 남기며, 길게 메아리친다. 아이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다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