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증명 ( 2 )
치타처럼 자세를 낮춘 시무스는, 곧 당겨진 활이 튀어나가듯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 끝에선 레이피어의 송곳 같은 검 끝이 반짝이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아이의 심장.
하지만 아이는 평온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아이는 유혼을 두 손으로 쥐고 선언한다.
"진짜 기나센의 검은,"
그리고, 풍차를 돌리듯 위로 크게 올려쳤다.
"이렇게 묵직하게 휘두르는 겁니다."
쨍! 위로 올려쳐진 유혼은 금빛으로 빛나는 레이피어를 간단하게 양단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시무스의 배부터 턱끝까지를 깊게 베어냈다.
"크륵!"
피거품을 물며 바닥에 쓰러지는 시무스. 윈드밀을 검으로 바꾸어 시전한 일격, 그 일격을 맞고 단번에 절명해버린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너는 무어냐! 무슨 괴물이냐!"
"괴물? 글쎄요. 괴물은 당신 아닐까요."
아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유혼을 한 손으로 든 채로, 천천히 율사에게 다가갔다. 그 기세에 눌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진 율사는, 아이를 보며 턱을 덜덜 떤다.
"밀수 방조, 인신매매 묵인, 단순한 쾌락 살인마를 부자라는 이유로 돈을 받고 풀어주기, 이게 인간이 할 짓입니까?"
"히이이익!"
"스스로를 변호할 말 한마디는 허락하죠. 없습니까?"
"돈, 돈이라면 줄게, 아, 명예도 지위도 주겠다. 살, 살, 살..."
참으로 한심한 애걸이었다. 아이는 일고할 가치도 없다는 듯 유혼을 높게 쳐들었다.
내리꽂힌 유혼. 그것이 율사의 옷자락을 뚫고, 계단의 난간에 처박힌다. 그는 곤충 박제처럼 난간에 꽂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게 검을 꽂아넣은 아이의 어깨를 두터운 손이 붙잡는다.
"어이, 잠깐만! 죽이지는 말라고 했다고. 저래도 율사니까, 죽이면 제도에 신호가 가서 곤란하단 말이야."
애꾸눈의 용병. 그가 친한 척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린 것이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검 손잡이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 그럼 혹시 단검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단검? 얼마든지 빌려주지. 아, 결국 자네 혼자 다 처리했어. 자네 덕분에 몇백 루덴을 꽁으로 벌었군. 영물이야, 영물."
애꾸눈 사내는 환하게 웃으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걸로 무엇을 하려고 그러지? 그런 의문은 추호도 갖지 않은 채.
그 대가는 컸다.
"크허어억!"
목에 신기가 시뻘겋게 넘실대는 단검을 찔려, 바닥으로 쓰러지는 애꾸눈. 자신의 단검에 자신이 죽은 것이었다. 싸움이 끝난 줄 알고 느슨해져 있던 용병은, 그 뜬금없는 배신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뭐 하는 거야?"
"이봐! 우리는 같은 편이라고!"
맨손으로 저벅저벅 용병 무리에게 걸어가는 아이. 그 눈에서는 살기가 흉흉하게 빛난다. 아이는 처음부터 이 흉악한 범죄자로 가득한 용병들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미친, 덮쳐!"
플레일을 든 용병이 그 낌새를 알아채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 엉거주춤 플레일을 휘둘렀다. 사슬에 묶인 철퇴머리가 아이의 얼굴을 노리고 덮쳐드나, 너무 느렸다. 아이는 그 사슬을 붙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어, 어!"
그러자 힘없이 딸려오는 용병. 아이는 그대로 플레일을 빼앗아들고, 플레일에 신기를 담아 그 머리를 후려쳤다. 계란처럼 퍼서석 머리가 부서지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저, 저 자식!"
"우릴 다 죽일 셈이야!"
"왜, 왜?"
"몰라 씨발, 그냥 다 같이 덮쳐!"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 봤자 전부 추적당해 죽을 것이다. 용병답게 그런 정도 판단은 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들은 수가 줄어들기 전에 총 공세로 나서는 길을 택했다. 또 하나의 장검이 아이를 노리고 사방에서 짓쳐 들었다.
그러나 신기가 실려 있지 않다. 그러면 아이를 해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아이는 허리를 깊게 숙여 횡으로 휘둘러진 검격을 피하고, 그것을 휘두른 검사에게 덮쳐들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형편없이 쓰러지는 용병. 아이는 재빨리 그의 손에서 장검을 빼앗아 들었다.
"잘 가라."
쿡! 장검이 주인의 목줄기를 꿰뚫는다. 그 순간, 또 다른 검격이 아이의 뒤통수를 노린다. 아이는 여유롭게 그 검날을 붙잡았다.
"뭐, 뭐야!"
그리고 두 손으로 검날을 붙잡고, 힘을 가득 담아 위로 올려쳤다. 아이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이기지 못하고 손잡이가 그 주인의 손에서 빠져나와, 폼멜이 그 코를 후려친다.
"끄아악!"
코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선 사이, 아이는 검을 위로 던졌다. 빙글 회전하고 떨어지는 검. 그 검의 손잡이를 붙잡아 받는다. 그 후, 크게 검격을 휘두른다.
"흐으윽!"
그 한 번의 검격은 황급히 그 검을 막으러 날아든 원형방패, 메이스도 깨부수고 원래 주인의 가슴팍을 깊게 도려냈다. 그 자는 심장을 베여 즉사한다. 그것을 확인하자, 아이는 다시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무기가 멀쩡한데도.
그리고 맨 손으로 걸어온다. 또 무기를 빼앗으려는 듯이.
"너, 너..."
그제야 이들은 아이의 목적을 알았다. 아이는 계속해서 무기를 빼앗아서, 그 무기로 원래 주인을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최대한 많은 무기에 살상의 흔적을 남겨서, 세력과 세력 간의 난투극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
"미친 자식! 덮쳐!"
날아드는 수십 개의 병장기. 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눈앞에 두고서도, 마치 상점에서 무기를 고르는 듯 평온한 눈길로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크아악!"
이번에는 메이스를 빼앗아 그 주인을 죽였다. 솟아오르는 비명. 계속해서 비명이 이어진다.
"미쳤어, 미쳤어..."
유혼에 꿰인 율사는, 실성한 듯 턱을 덜덜거리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오십여 명에 달했던 용병은 전부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이걸로 끝이군."
콰직. 커다란 미늘창을 바닥에 박아넣으며 손을 터는 아이. 죽은 자들의 피가 온몸에 튀어 피칠갑을 한 것만 제외하면, 산책이라도 다녀온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런 참극이 끝날 때까지도, 고용주는 법문에 묶여 태평하게 정신을 잃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 그 자에게 다가가, 머리를 후려쳐 깨웠다.
"음, 커억! 무슨 일이냐! 놔, 놔줘!"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게 누구인지 몰라 벌벌 떠는 고용주. 아이는 그 손에 단검을 들려주며 말한다.
"모든 일이 잘 끝났습니다. 당신이 한 가지만 해 주면 돼요."
"그, 그래? 그렇습니까?"
율사가 공포에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고용주를 구속한 마술은 어느새 풀려 있었다. 아이는 엉거주춤 그를 일으킨 다음, 뒤에서 두 손을 붙잡고 저벅저벅 걸어가게 시켰다. 쓰러진 율사에게로였다.
"집행관의 확인사살을 부탁합니다. 당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책임을 감당키 힘드니까요. 장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오오, 그렇지. 그렇고말고."
허세. 안전해졌다는 판단이 들자 다시금 치솟은 허세가, 그 말의 이상함을 눈치채지조차 못하게 했다. 그는 아이의 손에 붙들려 엉거주춤 움직이다, 자신도 모르게 율사의 목을 꿰뚫었다.
"컥,커허억..."
부패한 율사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금색의 문자가 파도처럼 치솟아, 허공에 둥글게 모이더니 창 밖으로 퍼져나갔다. 제도에 신호가 갔다는 뜻이었다. 이 고용주가 율사를 죽인 것을 전하는 신호가.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눈이 멀었으나 낌새로 뭔가 심상찮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고용주. 그러나 너무 늦었다. 아이는 그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아, 고용주의 급소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크허억!"
외마디 비명.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그것을 끝으로, 이 저택에는 이제 남은 사람이 아이밖에 없게 되었다.
'제법 책략가가 되었구나, 어린 사도야. 이렇게까지 무대를 만들어두었고, 평소부터 이 둘은 깊은 원한관계가 있었다. 이러면 조사하러 파견된 자들은 두 세력이 이권을 두고 다투다 양패구상한 것으로 생각하겠지.'
"배운 게 있으니까."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율사의 시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지금 제국을 가로질러 기나센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일부러 그 경로를 매우 험지를 관통하는 것으로만 잡았다. 이 도시처럼, 반역향으로 찍혀서 무법지대가 된 도시라거나, 아지프가 실험체를 공급하기 위해 일부러 황폐화시킨 곳이라거나.
카나기에게 공적으로 쫓기는 몸이자, 아나테마인 걸 들키면 척살 당하는 몸. 그런 몸으로 치안이 제대로 잡힌 건실한 지역을 지나다니면, 불시에 검문당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마레와 아우렐리우스 덕분에 카나기로부터의 추적은 이미 끊긴 상태였지만, 아이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험지에는, 반드시 부패하고 사악한 마술사가 그 험지를 만드는 주역으로 끼어 있었다. 이런 부패한 율사 같은 자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마술사 살해의 신에게 서원한 몸으로서. 아이는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북서 자치령에서 4개월을 지나면서, 아이는 이제 이렇게 계획을 세워 마술사를 사냥하는 법을 배운 상태였다. 그들을 처리하면서도, 뒤탈이 없도록. 훌륭한 계획을 세워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림이 흐뭇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럼 공양해볼까."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율사의 심장에 유혼의 검날을 처박는다. 또 공양의 주문을 외운다. 이 자는 라달라리아의 2위계 율사였던 모양이었다. 림에게 흘러들어가는 힘이 맥동하며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라달라리아의 율사를 죽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 너에게 새로운 검을 내려줄 수 있다.'
그 향을 음미하며, 조용히 선언하는 림.
'그 검의 이름은 정명(正名)의 검 클리브 솔리스. 부당한 선고를 찢는 검이다. 라달라리아의 고위 율사들은 억지를 써서 법을 어기지 않은 자, 진실하고 정직한 자에게도 누명을 씌울 수 있지. 그렇게 형성된 법문을 깨부수고 징벌을 취소하게 만들 수 있는 검이다.'
"그럼 부당하지 않은 마술은 못 부숴? 법을 어겨서 내려진 선고 같은 거는?"
'부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지. 네가 너 자신의 윤리에 충실하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림의 권유에 따라, 클리브 솔리스를 만들어보았다.
"뭐야, 이거."
클리브 솔리스는 장검이었다. 장검인데, 실전성이 없는 장검. 검의 중간을 길게 파내고, 무슨 색유리 같은 것을 화려하게 채워 넣었다. 그 색유리는 여러 꽃의 문양을 이루고 있다. 사람의 살과 갑옷을 베는 검이라기보다는, 기사 서임식에 쓰는 장식용의 검처럼 생겼다. 그 날을 만져보니, 날이 하나도 서 있지 않았다.
"이거 과일도 못 깎게 생겼는데."
'어린 순례자야, 이 검의 용도는 다른 데에 있다. 선주는 6위계의 율사 셋에게 덮쳐져 백아흔 개가 넘는 죄목으로 칭칭 감겼을 때, 이 검을 한 번 휘둘러 그 위기에서 빠져나갔다. 그런 용도의 검에 과일 깎는 걸 기대해서 되겠느냐.'
대단한 검을 만들어주었는데, 그다지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라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아이는 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뭐야, 삐졌어?"
'내 어린 사도야! 격의 없는 것과 불경한 것을 구분할 줄 알면 좋겠구나.'
"미안해. 다음에 큰 도시에 들리면, 맛있는 거 공양해 줄게. 풀어."
'그렇게 성의를 표시한다면 사죄를 못 받아줄 것도 없지만 말이다.'
아이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저택 밖으로 멀어져갔다.
*
그렇게 둘이 사라지고, 낭자한 유혈과 시체만이 가득한 저택.
30여분 쯤이 흘렀을까, 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확실해졌을 때. 저택 한구석에 놓인 책장이 옆으로 밀려나고, 한 사람이 빠져나왔다.
"헉, 허억, 허억. 갔나, 갔나?"
죽어서 클리브 솔리스가 된 부패한 율사, 그와 똑 닮은 남자였다. 그는 율사의 아들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달은 율사가, 자신의 아들을 몰래 숨겨놓았던 것이었다. 그는 머리가 좋지 못하고 방탕하여 율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술사가 아니었고, 그렇기에 림조차 찾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미친, 저건 괴물이야, 그래, 괴물!"
비명을 지르는 아들. 그는 몸을 붙잡고 부르르 떨다가, 해야 할 행동을 정했다. 저 괴물 같은 자를 고발키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정하고 저택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어이쿠, 그건 안 되지."
갑자기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 뒷덜미를 붙잡고 허공에 들어 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어떤 이의 앞으로 움직인다.
"뭐야, 뭐어야!"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긴 금발을 이마가 드러나게 늘어뜨린 여기사였다. 백색 옷에 새겨진 푸른 십자가로 보아서, 아탕칼리의 성기사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이었다. 아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당신은, 인마궁... 케이론? 아셀라이 클라릿체?"
부자들을 위해 발행되는, 유명인의 초상화를 모은 화첩. 거기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이 기사가 외팔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확신하게 했다. 아셀라이는 율사의 아들을 허공에 붙들어 매고, 아이가 만들어놓은 현장을 서성거리며 중얼거렸다.
"열여섯이라고 했는데, 솜씨나 머리나 쓸만하잖아. 감탄이 나오는걸. 왜 아우렐리우스께서 눈독을 들였는지 알 것도 같군. 하지만, 마지막 뒷처리가 부족해. 이런 걸 남겨놓다니 말이야. 소년, 벌써 나한테 빚 하나 졌군"
인마궁 아셀라이. 아우렐리우스의 명에 따라 아이를 시험하기 위해 파견된 그녀는, 이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감탄하고 있었다. 고작 열여섯인 소년이 해치운 일에 대해서.
그러나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아들은,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온몸을 뒤틀며 말한다.
"성, 성스러운 기사에게 부탁할 것이 있소! 저 자는 괴물이오! 괴물이 내 가족을 죽였소! 처단해 주시...크어어억!"
투명한 인간이 휘두르기라도 한 듯, 바닥에서 뽑혀 나온 검 한 자루가 아들의 시끄러운 입을 꿰뚫었다. 아셀라이는 그 눈을 바라보며 씹어뱉듯 말한다.
"닥쳐라. 저 녀석이 나서지 않았으면, 내가 나서서 네놈 일가를 처리했을 거야. 오히려 저 소년 손에 죽어서 편안하게 간 걸 다행으로 여겨라."
다시 한 번, 바닥에서 장검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아들의 배를 꿰뚫는다. 아셀라이는 분노에 찬 얼굴로 율사의 아들과 눈을 맞추었다.
"너희 부자는 어린아이를 건드리는 취미가 있다고 들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십자가에 묶어서 화형을 선사했을 거다."
"오...오해..."
"주님의 뜻에 오해 따윈 없어."
단언하고, 품에서 스틸레토를 꺼내 아들의 목에 꽂아넣는 아셀라이. 아들은 온 몸을 떨다가, 축 늘어졌다. 그제서야 그를 허공에 속박한 어떤 힘이 끝나고, 시체는 바닥에 힘없이 툭 떨어졌다.
아셀라이는 그것을 경멸스럽게 쳐다보곤, 등을 휙 돌려 문을 향했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 깔끔한 솜씨에 괜찮은 실력. 첫인상은 합격이야. 그럼 두 번째, 세 번째는 어떤가 볼까?"
그녀는 일주일 전부터 해왔던 대로, 아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