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영생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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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크투차가 축일.
그것을 명분으로 카사노는 대량의 흡혈귀를 죽여 축양을 하려 했다. 동쪽 교회가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 역시 그 사냥감이었다. 그래서 아이와 아셀라이가 그 날까지의 호위를 약속한 것이었건만, 그 날 전날까지의 일주일은 이렇듯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평화가 계속될 리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평화의 끝은 축일 전날. 그날 밤이었다.
'어린 순례자야.'
"쉿. 알고 있어."
우유 찌꺼기와 돼지 피를 받아 돌아오는 심부름. 그것을 하기 위해 밤늦도록 나사렘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숲을 가로질러 돌아오던 아이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매복이었다. 신기, 그리고 적의를 가진 자들이 조용히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수는 셋. 아니, 넷. 아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십 명이 투입되어 아이의 행방을 찾다가, 발견하고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포위하듯이.
"아! 맞아, 목욕물 땔 장작이 필요했는데. 장작 좀 더 구해서 가자!"
아이는 들으라는 듯 크게 혼잣말을 했다. 위장이었다. 그다음부터 아이는 슬쩍 방향을 틀어, 동쪽 교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속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꽤나 그럴듯한 연기였다.
미행하는 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나무 뒤, 나뭇가지 위, 그리고 풀숲 속. 숨소리조차 죽인 채 은폐물을 건너 타며 쫓아온다. 그렇게 조여오는가. 아이는 애써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검푸른 달밤이었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숲바람이 가지를 뒤흔들고, 창백한 반달에서 쏟아지는 빛은 잎을 두드려 바닥에 녹음을 드리운다. 고요하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이 정도면 용 사냥도 할 수 있겠는데. 아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를 원형으로 포위하며 미행하는 그 무리는 어느새 서른을 헤아리고 있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더 깊은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뚝. 아이가 멈춰 섰다. 어두운 검녹색 그림자로 가득한 숲, 그 한중간에 둥그렇게 뚫린 공터에 도착했다. 탁 트인 하늘로 달빛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무대의 주연을 비추듯. 아이는 그 달빛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가 괜찮겠어. 쿵. 하얀 검사는 손에 들고 있던 항아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덤벼."
그것이 신호였다.
"죽어라, 부정한 것!"
고함. 그리고 왼쪽 뒤의 나무에서 한 개의 검이 짓쳐들어온다. 성기사였다. 나사렘 특유의 사냥꾼 복장을 한 성기사. 카사노의 수족들, 그들이 방해꾼을 배제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역시. 아이는 재빨리 대응한다. 내려놓았던 항아리를 집어 들어 검을 막고, 그 머리에 항아리 밑단을 내려찍었다. 퍼서석! 항아리가 깨진다. 녀석의 코뼈, 그리고 이빨도 깨졌다. 항아리에 가득하던 돼지 핏물이 터져 나와 놈의 시야를 가린다. 허우적대는 성기사. 그의 은제 롱소드를 빼앗았다. 콰직! 심장에 꽂아넣고, 뽑는다. 분수처럼 샘솟는 피. 성기사는 뒤로 쓰러졌다. 일격에 절명한 것이었다.
은제이기 때문인가. 롱소드는 달빛을 유난히 밝게 반사했다. 그 검면에 아이의 얼굴이 비친다. 그 표정은 무겁고도 진중했다. 아이는 그 롱소드에 신기를 밀어 넣고 자세를 취했다. 예상대로 추적자는 아탕칼리, 그중에서도 서쪽 교회였다.
이제 모습을 숨기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숨어있던 성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둥글게 뚫린 공터의 윤곽을 감싸듯 하나둘씩. 절반은 석궁을 들고 있고, 절반은 검을 차고 있다. 그 눈에는 적의 그리고 광기가 가득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의 눈에서 흔히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대화할 생각은?"
아이는 중얼거렸다. 물리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화살이었다. 아이는 재빨리 쓰러진 성기사의 시체를 주워들어 화살을 막는다. 푸슉! 볼트가 성기사의 가죽 갑옷에 틀어박혔다. 분노에 찬 음성이 터졌다.
"이, 개 같은 자식! 유해를 욕보이다니!"
"그건 당신이 한 짓 아닌가요?"
피식 웃으며 반박하는 아이. 할 말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화살의 비가 대답을 대신했다. 아이는 시체를 들어 방패처럼 그 화살비를 막고, 빠르게 돌진했다. 무수한 볼트 중 하나가 성과를 거두었다. 아이의 뺨을 길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뺨에 붉은 선이 생겨 핏방울이 떨어진다. 하지만 아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느새 기사들이 지척에 다가왔다.
"흡!"
그들에게 시체를 집어던지는 아이. 그러자 대응이 갈렸다. 몇 명은 엉거주춤 그것을 받아들려고 했고, 몇 명은 여전히 석궁을 쏘려고 했다. 큰 빈틈이었다. 아이는 그 빈틈의 사이에 대검을 꽂아넣는다.
"림, 레바테인!"
고함, 그리고 솟아나는 참마의 대검. 바웅! 대포를 쏘는 것 같은 굉음이 터진다. 크게 포효하며 둥글게 회전하는 레바테인. 그 일격은, 단번에 성기사 넷의 갑옷을 부수고, 석궁을 박살내고, 흉골을 쪼개고, 목숨을 빼앗았다. 햇빛을 받지 못해 싯누렇게 말라죽은 잔디, 그 위에 뿌려지는 붉은 피. 아이는 그 피를 짓밟고 다시 레바테인을 곧추세웠다. 그 참극을 본 성기사들 사이에서 새된 비명과 분노가 터진다.
"이 개자식, 틀림없는 악마의 자식이구나!"
"개자식인지 악마의 자식인지 한 가지만 하시죠."
덮쳐! 이어지는 고함. 이미 한 데 뒤엉켰기 때문에 더이상 화살을 쏠 순 없었다. 석궁수들도 각자 검을 뽑아든다. 난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난전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전투 형식이었다.
거대한 레바테인, 그 검은 둔기이자 방패이자 도검이다. 검날로 막고, 롱소드를 부러뜨리고, 목줄기를 찌르고, 명치를 꿰뚫어 큰 구멍을 뚫고, 상반신 전체를 으깨버리고. 순식간에 넷이 또 쓰러졌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난전이 이어진다.
"멸하소서!"
무엇을? 반문할 새도 주지 않고, 한 놈이 소리를 지르며 등줄기를 덮쳐왔다. 슬쩍 옆으로 피하고 그 가슴에 돌려차기를 먹인다. 칼을 떨어뜨리고 주춤하는 성기사. 그 멱살을 붙잡아 내던진다. 바닥에 메다 꽂혀 정신이 없는 사이에, 둥글게 레바테인을 휘둘러 그 목을 베어낸다. 또 잔디는 피로 목을 축였다. 그 자는 죽기 직전 작게 어머니를 불렀다. 주가 아니라.
"왜 더 달려들지 않죠?"
얼마 지나지 않아, 반수의 성기사가 죽었다. 그러자 맹렬하게 달려들던 저들의 기세도 꺾였다. 살점과 뼛조각 따위가 달라붙은 레바테인을 휘휘 휘둘러 털어냈다. 그리고 조용히 뇌까렸다. 성기사들은 칼을 뽑아든 채 주춤하고 있었다. 그들 중 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말을 꺼낸다.
"대화하자."
"이제 와서 말입니까?"
피식 웃는 아이. 비웃음이었다. 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고함쳤다.
"나는 이미 주에게, 그리고 그 신실한 대리인에게 너와 네 끔찍한 동행인의 진짜 정체에 대한 말을 들었다! 들어라, 육은 육을 살찌우기 위해 움직일 때 제일 피로한 법이며 영 없는 육을 가진 악마는..."
무언가 길고 공허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대장. 불안한 연극조였다. 필요 없는 살생을 더 하기 싫어 잠시 그 말을 듣던 아이는, 곧 그 말 뒤에 숨겨진 의도를 깨달았다.
"시간을 끌려는 겁니까?"
"무, 무슨 소리냐!"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붉은 깃털을 모자에 단 사람이 보이지 않는군요. 지원군을 요청하러 떠났습니까."
그 짧은 사이에 수십 명이나 되는 적의 인상착의를 모조리 파악했단 말인가? 놀라서 입을 벌리는 대장. 그 말대로였다. 대장은, 그리고 여기 모인 성기사들은 카사노의 명을 받아 파견된 이들이었다. 중요한 명령이었다. 크투차가 축일 전까지, 반드시 방해꾼을 없애야 한다는 명령. 처음부터 대화할 여지 따윈 없었다.
"제기랄, 덮쳐!"
의도를 들키자 솔선해서 칼을 뽑고 돌진하는 대장. 아이는 둥근 참격으로 받아주었다. 레바테인은 붉은 검영을 남기며 그 얼굴을 베어낸다. 고함을 내지르기 위해 입을 벌린 채로, 앞으로 거꾸러져 죽었다. 고로, 덮치라는 것이 마지막 명령이 되었다. 이제 타협할 길은 없다는 뜻이었다.
성기사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덮쳐왔다. 그 마지막 명령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스스로의 목숨을 도외시한 광신, 그것을 멀리서 본 일은 많았으나 그 광신이 자신에게 향한 것은 처음이다. 아이는 입술을 굳세게 깨물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
한 놈이 달려든다. 솜털도 벗겨지지 않은 어린 기사였다. 희생을 결의한 눈이다. 저 마검만 치우면 승산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인가? 그는 아이를 노리지 않고 레바테인을 노렸다. 온 몸이 레바테인의 검날에 베이는 것도 도외시하고 대검을 끌어안는다. 아이의 손에서 레바테인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인 것 같았다.
"덮,크학, 덮쳐!"
아이가 레바테인을 휘둘러도, 온몸을 베여가면서도 레바테인을 놓지 않는 기사. 그 틈을 노리고 다른 기사들이 덮쳐온다. 아이는 그냥 레바테인을 내던졌다. 다른 검을 불러내면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일이었으나, 그 제 딴에는 숭고했을 희생을 능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또 시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이는 레바테인을 내던지고 단검을 뽑아들었다.
아이가 있는 곳을 노리고 날아드는 정직한 찌르기. 아이는 슬쩍 옆으로 몸을 숙여 그 찌르기를 피했다. 드러난 목덜미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성기사. 다시 다른 성기사가 손도끼를 들고 덮쳐온다. 아이는 그 도낏자루를 붙잡고 잠시 힘겨루기를 했다. 그 힘겨루기를 끝낸 것은 단검이다. 계속 해왔던 어검술의 연습, 그 성과였다. 목줄기에 틀어박힌 단검을 탈라사로 꺼내 새로운 성기사의 목에 쑤셔 넣었던 것이다. 촥! 피가 튀어오르고, 눈이 하얗게 뒤집힌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또 하나의 롱소드가 날아든다. 누군가 붙잡고 움직이는 듯 허공에 뜬 단검이 그 롱소드를 쳐내, 궤도를 빗나가게 만들었다. 아이는 몸을 숙이고 그 놈에게 쏜살같이 접근했다. 바닥에 깔아뭉개고, 떠 있는 단검을 붙잡아 목에 쑤셔넣었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른 명의 성기사들은 결국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후우우욱."
아이는 마지막으로 절명한 놈의 눈구멍에 박혀 있는 단검을 뽑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뺨에, 팔에, 온 몸뚱이에 놈들의 피가 묻어 있었다. 찐득한 혈향이 콧속에 가득하다. 갈고리를 콧구멍에 쑤셔 넣은 듯 거북스러웠다. 고개를 저어 그 핏내를 떨쳐내고, 걷기 시작했다. 유일한 생존자를 향해서.
"켈록, 크헉, 흐윽..."
레바테인을 끌어안고 누운 어린 성기사. 그는 혼자만 살아남은 지금까지도 검날을 끌어안고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고통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야가 혼탁해진 것인가, 아이가 접근하는데도 흐릿한 눈으로 레바테인을 끌어안고 있다.
"죽, 죽였습니까? 정화는, 끝났습니까?"
물어보는 성기사.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는 조용히 그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그 목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개구리처럼 경련하던 그는, 잠시 후 축 늘어졌다. 어쩐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감상주의였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런 정서는 독이라는 것을.
왜냐면.
"ㅡㅡㅡㅡㅡ!!!"
삶은 투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투쟁을 원하지 않는 자에게도 그렇다. 아이는 홱 고개를 돌렸다. 철판을 긁는 듯한 소리, 그것이 짐승의 울음과 섞인 소리. 그것이 울리는 방향으로.
"도착했군."
이 자들이 목숨을 바쳐 시간을 끌면서까지 기다리던 것. 원군. 그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땅바닥에 놓인 레바테인의 손잡이를 집어 힘차게 들어 올렸다. 피에 젖은 그 검날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난다. 그 예리한 검의 선을 따라 한 방울의 피가 똑, 똑 바닥에 떨어진다.
"나와."
맹수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 말에 응해서, 숲의 그늘진 그림자에서 몸을 드러내는 적들. 그 모습은 아이가 익히 아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기도 했다.
'이런... 이 무슨.'
신음하는 림. 경악한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원군이란, 아탕칼리의 성기사들이었다. 저번에 서쪽 교회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아이에게 제압되었던 놈들. 그러나 전에 보았던 형태는 아니었다.
"저게, 뭔지, 알아?"
그들은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 살갗에서 끊임없이 부글거리는 살점. 세상의 모든 피부병과 역병을 모아 동시에 앓게 하면 저렇게 될까. 그 반신은 끔찍하게 왜곡되고 뒤틀려 있었다. 그 왜곡된 살점은, 또 동시에 그것이 인간의 기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기에 더 섬뜩했다. 저건 융털인가? 하나하나가 실지렁이 같은 섬모 다발이 팔에서 부글거리고, 커다란 심장은 뺨에 붙어 불끈거린다. 허벅지에 붙은 창자는 진녹색 점액을 바닥에 토해내고 분홍색 주름은 몸을 뒤튼다.
그 주변에는 검은 기운이 서려 있다. 어둡고 혼탁한 기운이. 그들의 눈은 새빨갛게 핏발이 서 검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괴물, 그 두 글자로 담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괴물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무너질 것 같다.
림은 신음하듯 대답했다.
'저건 삿된 존재... 외신이다. 외신을 강제로 인간에게 강신시킨 것이다.'
예전에, 카나기의 잔당 바우얀 아이신고르가 사용했던 금술. 외신의 힘을 빌리는 마술. 카사노는 그것을, 자신의 패잔병 성기사들에게 사용했던 것이다. 패배한 자들에 대한 징벌이자, 또 약한 자를 유효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이것이 성직자를 자처하는 자가 할 짓이란 말인가? 아이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끔찍한 참상에 놀라, 더듬거리며 묻는다.
"하지만, 네가 준 칼이나, 그 검은 개는, 외신의 힘을 빌려도 저런 모습이..."
'아니었지. 그건 너와 그 마술사가 강인하기 때문이다. 강인하지 못한 자가 함부로 그 허무에 손을 대면 저런 꼴이 된다.'
딱 잘라 말하는 림. 아이는 그제서야 림이 왜 그렇게 외신의 힘을 전해주는 것을 망설였는지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되새길 시간도 주지 않고.
"ㅡㅡㅡㅡㅡ!!!"
그것들은 달려들기 시작했다. 괴물이 되기 전 가졌던 기술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능숙하게 검을 휘둘러온다. 그 검에는 새까맣고 짙은 신기가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흉맹한 일격이었다. 아이는 이를 악물고 레바테인을 휘둘러 그에 맞섰다.
쾅!
검과 검이 부딪히고, 그 바람과 열풍이 피에 젖은 잔디를, 공터를 뒤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