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이지 슬레이어-87화 (87/279)

16. 박애 ( 1 )

한 박애주의자가 있다.

야만인이었다. 어머니는 문명인이었다. 어머니는 그 야만인에게 문명을 가르쳐주려 애썼다. 가진 교재라고는 성서뿐이었다. 움막, 짐승의 가죽과 내장으로 천막을 두른 자그마한 움막은 교회가 되었다. 그 작은 교회는 단 한 사람의 교인을 위해 세워졌다.

그리고 그 교회는 큰 교구의 휘황하게 치장한 교회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이루어냈다. 성인을 배출한 것이다. 그 야만인의 이름은 크투차가. 후에 시성을 받아 성 크투차가라고 불리게 될 자였다.

삿된 것, 야만인의 땅에 들끓는 이형의 존재들. 그들을 무찌르러 내방한 한 무리의 십자군은 야만인의 땅에서 이 자연 발생한 신도를 만났다. 당황했다. 사막에서 얼음을 발견한 것보다 뜻밖이었다. 이 자는 평생 성서 한 권만을 읽었고, 그게 접촉한 문명의 전부였으므로, 걸어 다니는 성서 같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길잡이를 자처했다. 그는 야만인이기도 했으므로, 외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요소가 그 정신 안에선 화해한 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강대한 외신이 있는 곳으로 십자군을 안내했다. 그리고, 그들은 패배했다.

패배했고, 보급을 잃어버렸다. 한 줌의 패잔병만이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만성적인 결핍과 기아에 시달리는 야만인의 땅에서, 식량을 조달할 방법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었다. 크투차가는 울었다. 울며 울다 어딘가로 사라졌고, 돌아왔다. 품에는 한 아름의 고기를 들고 있었다. 십자군을 먹일 고기였다. 백 사람이나 먹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어디서 이 고기를 얻은 것인가? 크투차가는 사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투차가가 사냥해온 고기를 먹으며 그들은 귀환했다. 기껏해야 주머니쥐나 방울뱀 말고는 사냥감도 없는 야만인의 땅에서, 그는 계속 백인분의 고기를 마련해왔다. 놀라운 일이었다. 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게 마흔네 번 반복되자, 드디어 이상한 일이 되었다. 대체 어디서 이 고기를 조달해온단 말인가?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귀환 직전이었다. 누군가 먹던 고깃국에서 해괴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손톱이었다. 사람의 손톱.

대경한 성기사 하나가 크투차가를 미행했다. 그리고 그 사냥의 진실을 목격했다. 울었다. 크투차가, 그 야만인은 외신과 계약했던 것이다. 끊임없는 재생력을 주는 외신과 계약하여, 스스로의 영혼을 더럽히고는, 자신의 팔을 잘라 고기를 만들어 십자군을 먹여왔던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 그것을 숨겼다. 징벌이나 화형이 아니었다. 친우들이 자신의 희생에 괴로워하는 것,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마침내 그 패잔병의 무리는 문명의 땅에 당도했다. 돌아가면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주마, 정원이 딸린 집을 주고 지위를 주고 연금을 주마. 대장은 크투차가를 그렇게 위로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야만의 땅에서 평생을 살았던 크투차가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는 조용히 웃었다. 다음 날, 그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재생을 막기 위해, 사지에 불을 붙인 채로 투신했던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의 일을 다 마쳤다는 듯.

다음 해 몇 명이 그를 추모하러 그 투신한 자리에 들렀다. 그 자리에는 한 무리의 꽃잔디가 피어 있었다. 누군가 그 꽃잔디를 붉은 비단으로 휘감았다. 성인의 증표였다. 그는 성인이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야만인 성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사렘. 그를 기리는 축일.

한 수레의 꽃잔디가 구릿빛 포석이 덮인 교량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타오르기 위해서였다. 성 크투차가, 그를 기리기 위한 방법이 그것이었다. 고기와 꽃을 불태우는 것. 그리고 그것은 지금 기이하고 악의적인 해석과 마주했다. 시체 그리고 흡혈귀를 태우고, 그 향을 지우기 위한 향초를 사르는 것으로.

수레를 끄는 자는 성기사였다. 가슴에는 표식을 새기고 있다. 카사노가 주교로 있는 교회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표식이었다. 그 꽃수레 안에는 불길한 것도 함께 잠자고 있었다. 흡혈귀의 시체였다. 카사노는 이것에 살짝 외신의 힘을 주입해, 괴물로 만들고, 그것을 뭉쳐 불태울 생각이었다. 그것이 축양의 방법이었다.

아침부터, 이런 수레 수백 개가 나사렘의 중앙 교회로 향했다. 그렇게 꽃과 시체를 쏟아붓고 불을 지를 생각이었다.

축양이 아닌가?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그저 그 가엾은 야만인 성인을 기리기 위해, 외신마저 곁들여 공양한 것일 뿐이라고. 누가 반박할 수 있을 것인가?

수레는 마지막 터널에 진입했다. 이 터널만 지나면 교회였다. 나사렘 중앙에서, 개미집처럼 증축과 증축을 거듭해 휘황하고 또 어둡게 빛나는 교회. 그곳이 축양의 장소였다. 잔디꽃의 연보랏빛 위로 짙은 음영이 드리운다. 터널 안에는 보는 사람이 없었다. 기회였다.

"윽!"

꽃수레 안에서, 팔이 튀어나왔다. 팔은 멍하니 수레를 밀던 성기사의 목을 잡아채, 수레 안으로 끌어들인다. 아이였다. 두 팔을 성기사의 목에 휘감아 조른다.

아이는 카사노가 축양과 더불어 이상한 짓을 하지 않나, 감시하기 위해 잠입하려 하고 있었다. 그 장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성기사로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

"컥, 커억, 허어억!"

비명, 그리고 몸부림. 잠시 후 그는 축 늘어졌다.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아이는 그를 발가벗겼다. 성기사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발가벗은 성기사는 칭칭 묶어 던져두었다. 내일까진 발견되기 힘들 것이다. 투구를 써서 얼굴을 가린다. 림은 웃으며 말했다.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과찬이야."

수레의 손잡이를 붙잡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터널이 끝나자 광장이었다. 등롱을, 기도하는 석상을, 석제 난간을 지나 연단으로 향한다. 산처럼 수북히 꽃과 시체가 쌓여 있는 단상으로. 자신 외에도 여러 성기사가 수레를 이끌고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잠깐!"

우뚝. 가로막혔다. 자신이 아니었다. 바로 앞에서 수레를 끌던 성기사였다. 뭔가 엉성한 복장을 하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너, 신분과 성명을 대라!"

그 차림 때문에 의심을 산 것 같았다. 그 성기사는 우물쭈물하다 대답한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한껏 낮춰서 남자 흉내를 내려고 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흉내였다.

"신분? 성명이 뭐야? 아니, 뭐에요? 아니 아니, 뭡니까?"

익숙한 목소리였다. 자세히 보니 잿빛에 가까운 은색의 머리털이 비죽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빠진 대답을 들은 성기사가 눈초리를 더욱 곤두세운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팔을 움켜쥐었다.

"이 자식, 무슨 좀도둑이냐! 겔슨을 어떻게 했어!"

"들켰다! 왜 들켰지?"

아주 발표를 해라. 아이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하지만 그 물리적 대처는 어수룩하지 않았다. 그 팔을 부여잡고, 재빠르게 꺾더니 바닥에 내려쳤다.

"흐어억! 읍!"

입을 막고 목을 우두둑 꺾는다. 기절하는 성기사. 그것을 영차 들어서 꽃수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홱 고개를 돌렸다.

"봤지?"

그 난리통 때문에 머리에 뒤집어쓴 두건이 벗겨져 있었다. 금색의 눈이 드러난다. 고양이 같은 인상의 여자. 에바였다. 그녀도 수레를 나르는 성기사 하나를 쓰러뜨려 변복하고 이렇게 잠입한 듯싶었다. 이빨을 세운 그녀는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을 내뻗는다.

턱!

그 주먹을 붙잡고, 얼굴을 보여주었다. 에바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 했다.

"너, 너! 왜 여기에 있는, 흡!"

"그만. 여기저기 다 떠벌리고 다닐 셈이야? 조용히 수레나 날라. 같은 처지인 것 같으니까."

에바는 항변하듯 금빛 눈을 치켜뜨고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은 듯, 자신의 수레로 돌아갔다. 아이는 수레의 머리를 에바의 수레와 맞추었다.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

왜 그녀가 몰래 여기에 잠입했는가.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 것인가. 아이는 은근슬쩍 캐물으려 들었다. 하지만 에바는 쉬이 대답해주지 않았다. 알아낸 사실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니까, 그 대장 흡혈귀, 칼라일인가 뭔가가 너는 오지 말라고 해서 이렇게 몰래 숨어들었다 이거지?"

"그래!"

가슴을 펴고 말하는 에바. 그리고 눈을 사납게 뜨고, 아이를 노려보며 말한다.

"오늘 여기서 일어날 일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박해받는 모든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야.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일이고. 그런데 나한테 빠지라고 하잖아. 싸워야 하는데."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오늘 카사노가 이 자리에서 축일을 틈타 축양을 하려 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렇기에 에바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커넥션도 관계가 있단 말인가? 아이는 반문했다.

"축양이? 흡혈귀에 이상한 소스를 발라서 정신 나간 주교가 먹어치우는 게?"

"흐흥, 뭐야. 넌 그렇게만 알고 있었구나?"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에바. 그리고 으스대며 말한다.

"바보구나. 어린애구나. 아니, 그럼 설마, 너 축양을 방해하려고 여기 온 거야!"

"쉿! 목소리 낮춰!"

자문자답하다가 화를 내는 에바의 입을 붙잡는 아이. 정말로 종잡을 수가 없는 바보였다. 에바는 그 손가락을 깨물었다.

"윽!"

"방해하지 마! 너도 우리의 동족이잖아? 그럼 잠자코 지켜보고 있어! 아, 나중에 때가 되었을 때 싸움에 참가하는 것 정도는 봐줄게."

"동족은 무슨."

"동족이야! 대장이 그랬단 말이야. 밤에 일어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다 친구라고."

그리고 그는 대장에 대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칼라일에 대한 말을. 아이가 슬쩍 관찰한 것, 그리고 주워들은 것과는 전혀 다른 말들이었다. 이 바보는 그 흡혈귀를 무슨 민족 독립의 영웅처럼 여기고 있었다. 부당하게 박해받는 사람들을 대변해줄 비극적인 혁명가로.

그 혁명에 대한 헌신과 감동으로, 에바는 두냐와 조디악의 명도 거스르고 여기 체류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가 생각하는 칼라일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었다. 아이가 보기에 그 커넥션은, 또 흡혈귀의 수장이라는 직위는 그저 여흥이었다. 붕괴하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한 여흥. 증거도 있었다.

"글쎄? 그런 사람이 자기 동족 수십 명을 그냥 버림 패로 쓰고 달아나나?"

"윽. 그건."

얼굴이 어두워지는 에바. 얼마 전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그녀도 의혹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고개를 저어 물리치고 말한다.

"아무튼 방해하지 마! 오늘 있을 일은, 너 같은 바보 멍청이는 이해 못 할 배경이 있으니까. 나도 한참 들어서 알았단 말이야. 결과만 좋으면 돼. 오늘이 지나면 나사렘의 모든 흡혈귀는, 그리고 변신 인간들은 자유로워질 거야. 더 이상 저기 매달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거야. 네가 그걸 방해하게 두지 않겠어."

카사노의 축양이? 왜 그런 의미를? 아이는 반문하고 싶었으나 결연한 에바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어젯밤 카사노가 보였던 태도. 그것이 어쩐지 매우 연극적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광인이라기보다는 광인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셀라이에게 건넨 제안에도 무언가 희미한 감정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악의에 예민한 아이에게는, 그것이 악의로만 보이질 않았다. 거기에 에바가 이렇게 확신에 차 있다니. 곱씹었다. 대답한다.

"글쎄. 두고 보자구."

우선은 에바의 말대로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선언이었다. 뎅! 하늘 높이 치솟은 교회. 그 종루에는 자동으로 종을 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이 종을 울린다. 시간이 되었다. 축일의 행사를 시작할 시간이.

"아! 온다."

에바가 가리켰다. 교회 안에서부터, 한 무리의 마술사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필두에는 카사노가 있었다. 등에 커다란 십자가가 새겨진 붉은 법의를 입고, 목에는 그 끔찍한 목걸이가 달랑댄다. 그는 곧 산 앞에 도착했다. 흡혈귀의 시체와 잔디꽃이 잔뜩 쌓여 형성한 산에.

그는 그 앞에서 눈을 감았다. 눈이 부신 듯. 그 연단의 아래에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운집해 있었다. 축일의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었다. 사람의 살이 타는 것을 구경하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었으나, 도리가 없었다. 흡혈귀로 의심받기는 싫었으므로.

카사노는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체와 꽃을 거듭 밟아 솟아오르며 그 정상에 선다. 치렁하게 사슬을 늘어뜨린 알다리엘이 그 옷자락을, 십자가가 새겨진 등을 뒤따랐다. 마침내 그 정상에 올라선 카사노는 눈을 떴다.

하늘을 쳐다본다. 슬슬 노을이 찾아올 저녁이었다. 하늘 가득한 검은 먹장구름 사이로, 장작불 같은 주홍빛이 드문드문 타오르고 있었다. 불을 못 견뎌 부서진 화덕 같군. 카사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희들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다."

운집한 시민. 그들에 대한 비난이었다. 그 터무니없는 비난은 계속되었다. 들을 가치도 서술할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위대한 자를 꿈에서 만났고 자신이 마음과 영혼을 꿰뚫어보는 힘을 얻게 되었다. 위대한 자가 여기의 3할은 괴물이라고 말했고 오늘 보니 과연 그러하다. 그런 헛소리.

시민들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들어 카사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것은 마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카사노와 함께 중앙 교회에서 나온 마술사들조차, 미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카사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언은 더 미친 선포로 끝을 맺었다.

"그러니 너희들 중 3할을 오늘 여기서 같이 불태워야겠다. 이것을 뒤집어씌워서."

작은 크리스탈 병을 꺼낸다. 꿀렁이는 담즙 같은 것이 들어차 있었다. 익숙했다. 카나기의 잔당이 시커팩 로드에게 뿌려, 외신을 만들어냈던 그 액체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주교! 당신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그리고 발밑에 놓인 시체, 흡혈귀의 시체에 그것을 뿌린다. 그 썩어가는 살이 변이하며, 수포와 낭포 그리고 종양으로 뒤덮인 생명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흐느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알다리엘이 사슬로 그것을 포박한다. 그 사슬이 타오르며 외신을 짓부순다. 그것은 마력이 되어 카사노에게 흘러들어갔다. 명백한 축양이었다.

"닥쳐라! 이것은 신성한 제물 의식이다! 네가 변이하고 싶은 것이냐!"

소리지르는 카사노. 이제는 대부분의 마술사가 카사노를 흉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카사노는, 흡혈귀가 아니라 무고한 시민을 붙잡아 외신으로 만들어 축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운집한 시민 중 무려 3할을 붙잡아서.

그렇다면 그가 지금 하려는 행위는, 축양 말고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대학살이었다. 불안했던 것인가? 흡혈귀만으로는 6위계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 것인가? 그래서 무고한 시민까지 붙잡아 괴물로 만들어 먹어치우려는 것이라면.

흡혈귀의 축양에 대해서는 눈감으려고 했던 카사노의 측근들도, 이 광포한 폭거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정면으로 이 미친 주교에게 반기를 들지는 못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그만 하십시오!"

그웬돌린이었다. 이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초라한 교회의 주교였다. 그녀는 광장의 선두에서 민중을 헤치고 분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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