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순수 ( 4 )
생육의 천사는 삶을 반추하고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카사노의 것이었다. 그가 이 나사렘에 막 부임했을 때, 고기를 질겅이며 자신을 맞던 배불뚝이 주교를 생각했다. 그는 트름을 하며 카사노를 내쫓았다. 그는 추위에 약했고 돈을 탐했다. 흡혈귀 무리와 손을 잡아서 뇌물을 받았고 그 뇌물로 난방 설비를 들였다. 벽난로와 구들장을 들였고, 그 구들장에서 칼을 찔려 죽어서 벽난로에서 뼈가 불탔다. 즉 그 자는 자신의 평생을 난로 몇 개와 맞바꾼 셈이었다.
죽인 것은 카사노였다. 젊은 날의 카사노. 그 금빛으로 번쩍이는 어금니를 뽑아 첫 번째 목걸이를 만들었었다. 아아, 그랬다. 그 다음부터 교회는 계속해서 조금 다른 방식의 난방을 겪게 되었다. 번제가 재개되었다. 새로운 젊은 주교에 의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만신창이로 피를 흘리던 천사의 혈관, 그것이 갑자기 주홍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박애의 아이킬로스, 그 외신이 깃든 카사노의 몸. 그 몸에서 기억을 되새길 때마다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그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 꺼진 난로를 바라보았던 젊은 날을 떠올리자, 온 몸에 용암 같은 불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천사는 그 불길이 이는 주먹을 휘둘렀다. 선주에게.
"느려."
그 말대로였다. 느렸다. 선주는 가볍게 허리를 빼 일격을 피하고, 빙글 돌아서 유혼을 내리찍었다. 검은 대나무를 쪼개듯 천사의 날갯죽지를 찢고 옆구리를 쳐부수며 빠져나왔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선주는 유혼을 천사의 얼굴에 내던졌다. 눈구멍에 칼날이 찍혀 울부짖는 사이, 길게 늘어진 사슬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흡!"
가벼운 기합. 그러나 그 결과는 무서웠다. 사슬을 들고 천사를 집어든 것이다. 괴력이라는 두 글자로 온전히 담기 힘들 정도의 괴력이었다. 빙글빙글 돌고 내던진다. 생육의 천사, 그 거대한 육체는 피와 불을 흘리며 교회에 처박혔다.
쾅!
굉음. 그리고 교회의 전면부를 덮던 색유리가 깨져, 천사에게서 흘러나온 피와 불과 뒤섞여 요사한 빛을 사방에 뿌린다. 선주는 아주 가볍게 생육의 천사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자랑스럽게 펼친 날개 넷 중 셋이 잘려나갔고, 천사의 공격은 생채기 하나도 입히지 못했다. 선주는 검게 빛나는 머리를 길게 흩날리며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유령처럼.
"애초에 잘못된 검을 들었군."
아무리 베어내도 상처를 입을 뿐 죽지 않는 천사. 그것을 보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선주는 유혼을 바닥에 쩔그렁 떨어뜨렸다. 다른 검을 청원한다. 레바테인이었다. 은백색의 칼날이 어둠을 찌르며 손 가득 솟아올랐다.
"왜 이런 모습인 거지?"
눈살을 찌푸리는 선주. 그리고 레바테인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손잡이 끝에서 검은 빛이 넘실거리며, 크로스가드를 타고 날밑을 기어올라가 검 전체를 거무튀튀한 빛으로 물들였다. 휙, 가로로 휘둘렀다. 검에 가득한 안개 같은 기운이 사라진다. 그 기운이 사라진 레바테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날은 불꽃처럼 구불거렸고 그 빛깔은 내장의 빛깔 같은 적갈색이었다.
'그 모습은...'
아연해 말하는 림. 그 모습은 선주가 가장 강력했던 때에, 아지프의 7위계 마술사까지 무찔러 그 심장을 공양해 만든 것이었다. 심장을 공양하고 또 공양해 최후까지 벼려낸 진정한 모습이었다. 선주가 일시적으로 레바테인을 강화해 그 모습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선주는 자신의 손에서 심장처럼 불끈거리는 레바테인을 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이 육체는 아직 많이 약하군. 그냥 잠시 꺼낸 것만으로도 이렇게 버겁다니."
선주 그 자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아이의 몸을 빌려 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그 힘은 천 년 전의 선주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저 천사를 무찌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무렇게나 레바테인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휘두른다. 비스듬한 참격이었다. 그 참격은 소리없이, 그러나 커다랗게 천사를 덮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미 힘이 빠진 천사는 속수무책으로 그 일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베어냈다기보다는 지워버린 것처럼, 너무나 가볍게 왼어깨부터 치골까지가 잘려나가며 핏물이 튀고 살점이 사방에 쏟아졌다. 청록빛 창자가 끊어져 길게 늘어졌다. 조금만 더 일격이 깊었다면 몸뚱이가 반쪽이 났을 것이다.
공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령 같은 걸음으로 천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선주는, 어깨 위로 레바테인을 올려잡았다. 푹, 심장을 찔렀다. 접시에 올려진 고기라도 찌르는 듯 태연한 일격이었고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의 모든 일격은 하나하나가 유령의 몸짓 같았다.
울컥!
심장 가득 솟아 있던 눈, 그 흰 유리체가 깨져 흘러나오고 그 눈물을 피가 덮는다. 피눈물은 땅바닥에 길게 흘렀다. 드디어 최후인가? 천사는 지금까지의 모든 비명과 고통을 다 합친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쾅! 가슴에 칼이 꽂힌 채로 마구 난동을 부린다. 사슬을 휘둘러 사방을 후려치며 머리를 벽에 들이받고 어떻게든 가슴에 꽂힌 검을 뽑으려 들었다. 화르륵, 천사의 온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 핏물을 기화시켜 붉은 피안개를 사방에 흩날렸다.
"흠."
그러나 선주는 평온했다. 재빨리 뒤로 물러서서, 가지를 연달아 올라타고 아름드리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섰다. 그 높은 가지에 표범처럼 걸터앉는다. 림은 깜짝 놀라 말을 걸었다.
'사도여, 왜 마무리짓지 않고 물러서는 것이냐?'
"저렇게 마지막 발악을 하는데, 저기 어울려줄 이유는 없지 않나. 난동을 부리다 힘이 빠지면 제압해야겠지."
'하지만, 아직 바닥에는 네 동료들이...'
"동료? 연자여, 못 본 사이에 농담이 많이 늘었군. 마술사가 동료란 말인가?"
차가운 반문. 림은 입을 다물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며 림의 심경도 많이 변화한 것인가. 선주는 정말로 농담을 들은 것처럼 피식 웃고 있었다. 이 자를 이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었고 자신을 이 형태로 만든 것도 선주였으므로, 림에게는 더 이상 첨언할 권리가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너는 진멸하라!>...<너는...하라>....<너는>...."
한참이나 난동을 부리며 가슴에 난 입을 뻐끔거리던 천사. 그 입에서 다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사노의 목소리였다.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그 목소리는 갑자기 팍 늙어 있었다. 영겁의 세월이라도 지난 것처럼.
"<너는>...<너는>..."
고장난 오르골처럼 계속 언어의 파편을 읊조리며 사방을 헤맨다. 그 헤매던 손이 어딘가에 닿았다. 그웬돌린이었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웬돌린. 천사의 육체는 허기졌다. 레바테인이 꽂혀 피가 흐르는 입을 쩍 벌리고, 그웬돌린을 움켜쥐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먹이를 발견한 기쁨. 피로와 상처 속에서 그것을 발견한 천사는 두 손으로 그웬돌린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심장은 불끈거리며 새 살점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심장에 가득 돋아 있던 눈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웬돌린의 얼굴을.
"응?"
저것을 먹기 시작하면 덮쳐서 목을 베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던 선주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천사가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그 눈이 부르르 떨면서, 그웬돌린을. 그 흐린 안개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추하고 있는 건가?"
고개를 갸웃하는 선주. 저것은 과거를 되새김질해서 깃든 육체의 힘을 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카사노의 삶 중에서 정열적인 것은 다 회상해냈을 터였다. 너무 상처를 많이 입은 탓에, 억지로라도 기억을 짜내려고 하는 것인가? 그럼 저것은 무엇을 회상하고 있단 말인가?
"<너는>.... 너는... 나는... 크고...."
뻐끔거리며, 늙고 지친 음색으로 언어를 더듬는 천사.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그 뒤틀리고 짓밟힌 육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몸을 일으킨 카사노의 영혼은, 회상을 하고 있었다. 그웬돌린과 해후했던 때를. 오늘의 파멸을 이끌어낸, 엉망진창인 대속을 계획한 날을.
장소는 이 교회였다. 그날 늙은 카사노는 손주와 놀아주고 책을 읽혔으며 새로 옷을 지어주었다. 손주는 할아버지를 존경했고, 적어도 존경하는 것처럼 보였고, 카사노는 웃으며 너도 나와 같은 옷을 입을 것이라 말해주었다.
저녁에 그웬돌린이 찾아왔다. 둘은 말로 싸웠다. 번제의 영구적인 폐지를 요구하며 터무니없는, 하지만 너무나 터무니없기에 위대하게 느껴지는 구상을 내세우는 그웬돌린에게 카사노는 궤변과 스스로도 믿지 않는 교리로 맞섰다. 맞섰고, 패배했다. 말 속에서만 말이 될 수 있는 헛소리를 지껄이면, 그웬돌린은 가만히 손에 손을 포개고 자신을 응시했다. 그러면 카사노는 스스로 부끄러워 내세운 말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논쟁이 멈추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자신은 어린 것만을 기억한다고. 그래서 그것으로부터 성숙한 모습을 상상하며, 태어난 것에게 죄는 없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악은 태어날 때부터 악이며, 나무가 씨앗에서부터 나무로 되는 것이 결정지어졌듯 악도 그러하다고 되받았다. 그러나 가슴 속에선 여전히 불길이 치솟았다. 어떻게든 저 말을 짓뭉개야만 한다, 그런 분노와 강박이 창자를 그을리고 심장을 태운 뒤 신음으로 새어나왔다.
그 눈에 문득 교회가 들어왔다. 구들장이 들어왔고 화려한 벽난로가 들어왔고 그것들이 모여 지어진 이 교회가 들어왔다. 이것은 증거물이다! 수백 년간 나와 같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쌓아올린 위대한 증거물이었다. 오직 진멸되어야만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순수악, 그런 것이 있다는 증거물. 그 안에 들어앉은 그웬돌린의 몸뚱이는 작디 작았다.
카사노는 의기양양하게 이 교회를 보라고 말했다. 그 장엄함을, 화려함과 조각상과 색유리와 선대 주교들의 손자국을 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웬돌린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고 그녀는 말했다. 카사노는 멍하니 침묵했다. 침묵하며 그 안대를 바라보았다. 대답했다.
"크고... 크며.... 크지."
그게 끝이었다. 벽난로, 구들장, 이 방에 자랑스러운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말 밖에서 그 말은 너무나 왜소했다. 그웬돌린은 또 조용히 손에 손을 포개고, 인사를 하곤 물러섰다. 찬 방에 늙은 주교 홀로 남았다. 남아서, 벽난로의 불이 꺼질 때까지. 추위와 어둠만이 방에 가득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크고.... 크고...."
그 회상의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던 선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사는 울고 있었다. 두 눈에, 심장에 종기처럼 가득 돋아난 눈마다 눈물을 흘린다. 피눈물과 다르게, 하얗고 맑은 눈물이었다. 그것은 조용히 그웬돌린을 땅에 내려놓고는, 성호를 그었다.
"인간의 정신이 되돌아온 것인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외신, 그 허무가 정신을 파먹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는 선주였기에 더욱 더 의아해했다. 천사는 그웬돌린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개미집처럼 거듭해서 증축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교회를. 그 등에서는 아직도, 아직도 붉은 법의가 금빛 십자가를 펄럭이며 나부끼고 있었다. 무언가에 내건 깃발처럼.
"고오오오...."
입으로 신음을 흘리며 교회를 기어올라가는 천사. 그 피흘리는 몸뚱이 속에서 카사노는 아직도 회상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의 회상을.
그 방에서, 카사노는 그웬돌린의 말을 따라보기로 했다.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보였다. 영혼이 보였다. 흡혈귀에게 부모를 잃고, 눈물을 흘리며 상여를 메던 소년의 영혼이 보였다. 그 영혼은 손에 피를 묻히고, 이빨을 잡아뜯고, 살과 살에 불을 지르며 점점 더 커져갔다. 종양처럼 살쪄갔고 또 늙어갔다. 그건 악령이었다. 그 악령은, 지금 주교복을 입고 교회 속에 앉아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완전히 자라난 그 종양 같은 악령은, 오늘 낮에 자랑스레 웅얼거렸다. 손자에게 그것을 물려주겠노라고. 이제 늙고 지쳐 쓸모없는 육신을 버리고 빠져나와 다음 세대에게로, 또 그 다음 세대에게로 숙주를 옮기려 하고 있었다. 카사노는 눈을 떴다. 그 늙은 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모를 잃은 후 처음 흘려보는 눈물이었다.
"고오오오오..."
눈 끝에는 교회의 첨탑이 들어왔다. 날카로운 첨탑이었다. 끝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멸해야 할 악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 때의 결심이 몸에 가득 들어찼다. 심호흡을 하고, 그 첨탑에 심장을 내던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콰직, 터지는 심장. 핏물과 불이 섞여 교회로 흘러내려, 수백 년간 이 나사렘의 중심에 말뚝처럼 박힌 교회를 집어삼킨다. 후두둑 불이 붙어 무너지고 창문은 연기에 그슬린다. 교회는, 그것을 끝으로, 천천히 무너져내려갔다. 생육의 천사는 죽었다. 카사노에게.
그리고 교회도 끝이 났다. 수백 년간 시체의 연기를 흠향하며 몸을 쌓아올린 교회는, 한 명, 어쩌면 두 명의 주교에게 부서져 하룻밤만에 폐허로 변했다.
쿵!
마침내 바닥에 떨어진 고깃덩이. 그을리고 썩어가는 고깃덩이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선주였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천사의 고깃덩이를 바라보다, 그 가슴에 뻥 뚫린 심장에 올라탔다. 그리고 레바테인에 손을 붙잡고, 외웠다. 공양의 주문을.
"좋은 녀석이었군."
'뭐? 그게 진심이냐, 나의 사도야?'
깜짝 놀라 중얼거리는 림. 그는 단 한번도, 선주가 마술사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선주는 공양을 마치고 레바테인을 우렁차게 뽑아내며,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자살을 택했으니 좋은 녀석이지. 마술사는 언제나 죽은 쪽이 좋아. 본인에게든, 세계에게든."
변한 것은 없었다. 불타오르는 외신의 시체, 이제는 카사노의 시체가 된 그것에게서 훌쩍 뛰어오른 선주. 발에 붙은 불길은 핏물에 젖자 금세 꺼졌다. 그는 레바테인을 휘휘 휘두르며 말한다.
"이 녀석은 얼빠져서 아직 아탕칼리의 검이 없던 모양이던데. 연자여, 이제 나에게 줄 수 있겠나?"
지극히 그다웠다. 이런 때에도 힘과 수단을 우선해서 생각하는 것이. 림은 방금 만들어낸 검을 건네주었다. 5위계의 마술사, 강력한 마술사인 카사노의 심장을 공양받았기에 금세 만들어낼 수 있었다.
"코람 데오... 이건 천 년 전의 모습 그대로군."
날개와 같은 장식이 달린 장검이 그 손에 솟아났다. 코람 데오, 세 번째 공격마다 환상과 영체를 베어낼 수 있는 검이었다. 선주는 천 년 전에 이것으로 6위계의 천사 넷을 죽이고, 아탕칼리의 교구 하나를 혼자 몰락시킨 일이 있었다. 환술과 천사를 다루는 아탕칼리를 죽이는 데에 완전히 들어맞는 검이었다.
"하지만 아직 약해. 심장이 더 많이 필요하겠는데."
홱. 고개를 돌린다. 그 끝에는 아직도 죽은 듯 누워있는 그웬돌린이 있었다. 선주는 코람 데오의 날을 매만지며, 천천히 그웬돌린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어둠 속에서 코람 데오의 유백색 칼날이 섬뜩하게 빛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