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이지 슬레이어-117화 (117/279)

21. 귀향 ( 6 )

금지된 숲은 중심으로 갈수록 위험해졌다. 이따금씩 벌목꾼이나 땅꾼이라도 발길을 들이미는 외곽과는 다르게, 중심부는 어떤 손길도 닿지 못해서 풀이 무성했다. 길게 자란 풀들은 묵은 눈을 머리에 이고 얼어붙은 땅 깊숙히 뿌리를 뻗었다. 아이는 그 풀을 짓밟으며 달렸다.

"윽."

한 구의 시체가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먹기 좋은 순서대로, 몸의 일부분이 뜯겨나가 있었다. 개과 짐승의 이빨자국이 보였다. 눈늑대의 소행이 틀림없었다. 그 늑대들은, 북서 자치령의 시커팩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길들여지지 않는 맹수였고 사람 고기를 먹는 것을 즐겨서 먹고 남은 시체를 저렇게 나무에 걸어두곤 했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돌아보면, 저렇게 나무에 걸린 채로 썩어 하얗게 뼈가 드러난 백골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금지된 숲이 중심으로 갈수록 위험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눈늑대들이었다. 중심에는 그 늑대들의 소굴이 있었다. 시험의 내용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 아마도 그 대장 늑대의 위장 속에 증표가 있을 것이라는 수군거림이었다. 그래서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숲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저렇게 나무에 걸린 시체가 되었을 것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긴 포효가 울렸다. 비명은, 그리고 포효는 더 깊은 중심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아이는 달리는 발에 속도를 더했다. 진심을 다해 달리는 아이는 거의 마차에 버금갈 정도로 빨랐다. 사방의 풍경이 흐리게 뭉개져서 휙휙 지나갈 정도였다. 이윽고 아이는 그 비명의 진원지에 도착했다.

"응?"

그리고 놀랐다. 아마도 백여 년은 전부터 늑대의 소굴이었을 곳. 늑대털과 보푸라기 따위가 마구 뭉쳐 있는 공터가 비명의 진원지였다. 거기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것은, 늑대의 시체였다.

"뭐야, 이거?"

대장 늑대. 집채만한 몸집을 한 늑대가 머리와 무릎이 으깨져서 죽어 있었다. 멀리까지 들려왔던 늑대의 포효, 그건 포효가 아니라 죽어가는 비명이었던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

아이는 아연해서 중얼거렸다. 눈늑대의 대장, 그건 척 보기에도 4위계 이상은 되어야 상대가 가능할 듯했다. 에페 바체 시험자들은 대부분이 열여섯에서 스무 살 사이였다. 아이가 말하기엔 멋쩍지만, 그들 가운데에 저 괴물을 저렇게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 시체의 주변에는 여러 명의 시험자들이 널브러져서 숨을 헥헥대는 것이 보였다. 다들 부상이 심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패배자의 무기력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아이는 황급히 그들에게 다가가 응급 처치를 도와주었다.

"쿨럭, 감사합니다."

부상자들 중 하나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꿇은 채 물을 마셨다. 한 줄기의 물이 입술과 턱을 지나 목을 따라서 흘러내렸다. 아이는 그가 기력을 되찾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부상자는 횡설수설하며 상황을 들려주었다. 예상대로 이 자들은 막무가내로 증표를 찾아 숲 중심으로 들어온 시험자들이었다. 눈늑대는 영악했다. 지는 척 시험자 무리를 깊은 중앙으로 유혹했고, 일순 덮쳐왔다. 시험자들은 대형을 갖추어 저항했으나, 저 대장이 등장하고 나서 낙담했다.

"그런데... 우리들 중, 한 사람이..."

어수룩해 보여서 별 기대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잠시 떨어져 있던 그가 본대에 합류하면서, 전멸 직전이었던 자신들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게 누굽니까?"

"몰라요. 모릅니다. 얼굴을 빈틈없이 가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를 뒤쫓아서 또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그자를 덮치더군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무슨 말이었죠?"

"가짜 녀석, 통령의 이름 아래 죽어라. 뭐 이런 말을..."

그는 아마도 레테의 동료, 숨어든 시험관일 것이었다. 아이의 안색이 딱딱해졌다. 이 자의 말을 요약하자면 그것이었다. 가짜 중에 눈늑대의 대장을 단신으로 무찌를 정도로 강한 가짜가 있다. 그리고 그를 의심하던 시험관에게 들켜서, 싸우게 되었다. 아이는 황급히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죠?"

"그자가 달아났어요. 우리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아마 주변에 피해가 가는 걸 삼간 것이 아닐까요. 부디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축을 받은 부상자는 엉거주춤 일어나며 먼 숲을 가리켰다. 아이의 심경은 복잡했다. 시험관이 그토록 확신을 가지고 주장했다면, 그는 분명 가짜 에페 바체일 것이었다. 그런데 그자의 행적은 전혀 악하지 않았다. 눈늑대 무리로부터 경쟁자들을 구해주었고 또 피해를 염려하ㄱ까지 했다. 왜?

그 해답은 이 부상자가 가리킨 쪽에 있을 것이었다. 가볍게 목례한 아이는 다시 달려나갔다.

"쿨럭, 쿨럭."

그가 가리킨 장소에는 한 명의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시험관이었다.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듯, 여기저기 풀이 꺾여 즐비했고 나뭇가지가 부서져 눈에 파묻혀 있었다. 아이는 빠르게 달려가 그 시험관의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그는 레테 뒤에 서 있던 남자 시험관이었다.

"괜찮습니까?"

그는 연신 기침을 할 뿐 대답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치명상은 없었다. 이모저모를 살펴보니, 이 자와 싸운 가짜가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 확 느껴졌다. 갑옷 여기저기에 뭉툭한 검흔이 남아 있었는데, 그건 칼등으로 쳐서 생긴 상처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당신이군. 쿨럭, 관저, 관저로 갑시다. 사태가 위중하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시험관은, 아이의 얼굴을 보더니 중언부언했다. 아이는 그의 말을 따랐다. 노끈으로 짐짝을 묶듯 그를 등에 묶어서, 나무 꼭대기와 꼭대기를 뛰어서 숲을 벗어났다.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더욱 더 복잡해진 의문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특무국의 요원, 거기에 눈늑대의 대장을 이렇게 어린애 다루듯 쳐부술 수 있는 가짜. 그게 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그런 사람이 조디악의 가짜 흉내나 내고 있는 것일까. 그런 주제에 또 왜 여기저기서 순선함이 느껴지는 어설픈 짓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고개를 떨쳐 그런 의문들을 흘려보내고, 아이는 등 뒤의 시험관이 가리키는 대로 관저로 향했다. 그 의문의 끝에 찾아온 것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예감이었다.

그 가짜야말로, 이제 끝에 다다른 십칠야. 용과 천사와 괴물들을 무찌르며 지새운 밤의 끝자락에서 기다리는 숙적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

시험관이 알려준 관저는 일종의 안전 가옥이었다. 은퇴한 노 용병의 별장처럼 꾸며진 그 곳은, 소렌에서도 외딴 곳에 허름하게 서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고운 안색의 노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등에 업힌 시험관을 보고 안색을 굳히더니, 깊은 방 안으로 아이를 안내했다. 방 안에서는 레테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보고는 밖에서 받기로 했는데."

그녀는 황망한 표정이었다. 등에 업힌 시험관을 내려놓자마자, 그녀는 더욱 창백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연신 밭은기침을 토하는 시험관은 한참이 지나서야 기침 외에 유의미한 언어를 목에서 꺼냈다.

"눈표범, 눈표범이 정체를 드러내서... 덮쳤고, 패퇴했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 한 마디를 건네주려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듯싶었다. 이윽고 몰려온 하인들이 정신을 잃은 남자를 업고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아마 치료를 받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들것에 그가 실려 나가고 난 후, 방 안에는 레테와 아이 그리고 아까 문을 열어주었던 노인만이 남았다.

"결국, 예상대로군, 예상대로야."

레테는 그런 말만을 중얼거리며 서성였다. 눈표범, 아마도 그게 그 가짜를 가리키는 말인 듯싶었다. 그런 자는 아이에게 건네준 명단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참을 수 없어진 아이는 명단을 꺼내고 말했다.

"저에게 숨기는 것이 있습니까?"

"뭐?"

레테는 눈을 껌뻑였다. 아이는 줄이 그어진 명단을 보여주며, 자신이 그 명단에 적혀 있던 사람들을 모두 처리했음을 말했다. 부탁하고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인 듯, 레테의 눈이 잠깐 기쁨으로 빛났다. 그러나 그것은 곧 당혹으로 변했다.

"저는 진심으로, 이 기나센의 순수함을 지키고 싶어서 당신들에게 협력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노력해서 성과를 이루었고요. 그런데 당신들이 제가 보여준 성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언가를 숨긴다면, 저는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끄러운 말이었다. 레테는 침묵하고 아이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계속해서 추궁했다.

"이 사람들을 처리하면서, 명단에 없는 가짜를 하나 보았습니다."

아이는 그 시사이드의 소녀와, 가짜 크레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크레든의 이름을 꺼내자 레테는 흥분하며 일어서서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자는 어떻게 되었나?"

"죽었습니다. 정당하게."

"그렇군, 그랬군."

아이는 이어서, 그 크레든의 죽음으로 떠올린 의심을 들려주었다. 이 허술한 가짜들은 눈을 돌리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고, 그 크레든과 같은 정교한 가짜들이야말로 핵심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레테는 입을 다물었다. 아이는 이어서 물었다.

"처음에는 당신들도 그 정교한 가짜들에 대해서는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시험관의 태도를 보니 또 다르더군요. 저는 이미 제 진심과 성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더 협력하는 걸 원하신다면, 그 쪽에서도 숨기는 것이 없기를 바랍니다.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단도직입적인 요구였다. 아까 들었던 예감, 그 강력한 가짜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예감이 이런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의문의 해답을 얻고 싶었다. 레테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짚고, 설득을 하려 들었다.

"너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내 권한 밖의 일이야. 극비 중의 극비라서, 알아서 서로 좋을 일이 없..."

"들려주게."

에둘러 거절하려는 레테의 말을 끊은 것은, 집사처럼 조용히 서 있던 노인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여름의 종소리처럼, 맑고 잔잔하지만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홱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들려주게. 아무래도 이 청년은 자네의 보고 이상으로 현명한 모양이군. 무슨 의도가 되었든, 현명한 자에게 사실을 숨기려 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네."

"하지만, 통령님..."

통령? 아이는 속으로 경악하며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길게 늘어진 하얀 수염을 뜯어내고, 품에서 외알 안경을 꺼내 걸쳤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일변했다. 단순히 겉모습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품고 있는 기세 자체가 조용한 노인의 것에서 풍파를 견딘 노장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해야겠군. 여기 앉게나."

기나센의 통령. 지금 기나센의 막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음모를 경계해서, 변장하고 이 안가에서 의논을 하던 그가 정체를 드러낸 것이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그 깊은 눈은 흥미를, 동시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아이는 그 눈을 마주보며, 천천히 가죽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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