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동료 ( 7 )
호숫가는 부패한 기름처럼 어둡고 또 고요했다.
썩은내와 아릿한 냄새를 품은 연기가 농밀하게 부풀어올라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전진했다. 드미트리가 남긴 쪽지에 있던 장소, 소니아가 숨어 있을 것이라 지목된 호수는 이제 지척이었다.
"숨을 쉬지 않는 게 좋겠다."
빌헬름이 코를 막으며 툭 던졌다. 아이도 숨을 참으며, 자그맣게 물어보았다.
"이 안개에 무슨 주술이라도 걸려 있는 겁니까?"
"아니. 그냥 네가 호흡곤란으로 죽었으면 해서."
"지금이 농담할 때입니까."
그 때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쿠르릉, 세상 전체를 떨쳐 울리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물소리, 절벽이 무너지는 소리, 둔탁한 충격음, 온갖 굉음이 그 뒤를 따라 해일처럼 몰려왔다. 윽, 아이는 신음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앞머리가 미친 듯 휘날리는 게 느껴졌다. 눈을 떴을 때, 짙은 안개는 걷히고 낯선 무언가가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악처럼.
"젠장,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빌헬름이 입에 문 담배를 뱉으며 외쳤다. 아이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호숫물을 헤치고 일어나 거체를 드러낸 것, 그것의 정체는 분명했다. 컨쿼러였다. 날렵한 유선형의 외피를 이어붙여 만든 웅장한 동체가 이 멀리서도 선명히 보였다.
"저건 사소필렌의 성물이냐?"
빌헬름은 아이를 보고 툭 던졌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디악이 컨쿼러를 훔쳤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사실도 있었다. 지금 저 컨쿼러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기이한 살점이 그 금속의 동체 곳곳을 휘감고 꿈틀대고 있었다. 그 살점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생명처럼 촉완을 옹송그리고, 그 살결마다 기이한 떨림이 새겨져 각자의 방향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폭주한 레버넌트의 얼굴에서 보았던 바로 그 현상이었다.
"레버넌트만으로, 그런 계획을 세웠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믿는 구석이 저거였군요."
아마도 소니아는 모종의 방법으로 컨쿼러를 장악한 뒤, 그 힘을 이용해 승천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빌헬름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스릉, 두 사람은 칼을 빼들고 절벽처럼 우뚝 선 컨쿼러에게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비척이며 걸음을 옮기던 컨쿼러는, 갑자기 자신의 심장께에 커다랗게 자라난 살점을 잡아 뜯고 크게 울부짖었다. 자해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쿵, 그 팔꿈치에 얻어맞은 절벽 일부가 부서져 흙먼지를 날렸다. 빌헬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장악이 완전하진 않은 건가?"
"그렇다는 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겠군요."
"그래. 그리고 장악이 끝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뜻이고."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흘러든 호숫물로 발 밑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철벅대는 소리가 발 밑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순식간에, 컨쿼러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쿵, 거대한 주먹이 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내려찍었다. 물보라가 몰아치며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옆으로 굴러 피한 아이는, 그대로 도약해 그 주먹 위로 올라탔다. 기이잉, 관절이 마모되는 금속음을 들으며, 주먹을 타고 팔 위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레바테인!"
덮쳐드는 검붉은 촉수. 레바테인을 불러낸 아이는 크게 휘둘러 살점을 토막내고 피를 뿌렸다. 기둥만한 살점은 떨어져 바닥에서 박살나는 순간까지도 꿈틀거렸다. 그 순간, 또 다시 컨쿼러가 크게 울부짖으며 어깻죽지에 돋은 살점 하나를 뜯어냈다. 이게 방법인가?
"우선 이 살점을 전부 도려내죠! 이걸 박살낼 수록 소니아의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빌헬름은 도끼날로 팽이버섯처럼 다발로 돋은 촉수를 뿌리째 베어내고 있었다. 말을 따라줄 생각인 듯했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다음 목표를 찾았다. 목 근처에, 거대한 원통형의 살점이 자라나 컨쿼러의 목을 뱀처럼 휘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레바테인을 두 손으로 세게 쥐어잡은 채로, 아이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컨쿼러도 그냥 보고만 있진 않았다. 그 육중한 몸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주먹이 날아와 아이를 덮쳤다. 아이가 서 있던 곳이 모두 쓸려나갈 정도로 거대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휩쓸리지 않았다. 도약해 주먹을 피한 아이는, 날아든 주먹의 끝에 레바테인을 쳐박고, 위태롭게 매달려 허공에 떠 있었다
"하나, 둘..."
레바테인을 지지대 삼아 몸을 흔들며 아이는 도약의 준비를 했다. 목표, 컨쿼러의 목에 자라난 거대한 살점을 똑똑히 주시하면서.
"셋!"
휙, 뛰쳐나간 아이의 허리가 활처럼 굽었다. 길따란 레바테인 위에선 신기가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어서, 멀찍이 떨어진 빌헬름의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잠시 후면 저 참격으로 목의 살점 전체를 베어낼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상이 보였다. 빌헬름의 눈이 딱딱하게 굳었다.
"얼간아, 옆이다!"
힐끔, 고개를 돌린 아이의 표정도 굳었다. 옆구리에서 솟아난 쐐기 같은 촉수가 공중에 떠 무방비한 아이를 노리고 덮쳐오고 있었다! 이미 허공에 떠오른 마당이었다.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촉수는 잘려나가 바닥에 힘없이 추락했다. 빌헬름이 사자궁을 던져 촉수를 토막낸 것이었다.
쾅! 그 덕분에, 레바테인은 무사히 그 질주를 끝마칠 수 있었다. 두꺼운 살점이 신기에, 그리고 검날에 부딪혀 반으로 쪼개지며 울컥울컥 피와 살점을 사방에 흩뿌렸다. 핏기를 잃어버린 살점은 급속히 새까맣게 쪼그라들며, 사방에 더욱 더 콸콸콸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는 바닥에 추락하며 핏물과 물보라 속을 뒹굴었다. 두어 바퀴 구른 후 몸을 일으켰다. 림은 날개를 펴고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냐?'
"괜찮아, 쿨럭."
머리카락과 옷이 젖고 생채기가 나긴 했지만, 괜찮았다. 한쪽 무릎을 짚고 일어선 아이는 고개를 들어 컨쿼러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컨쿼러는 생물처럼 마구 사방에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그 뿔 달린 머리와 부딪힌 절벽이 부서지며 바위와 돌덩이, 뿌리채 뽑힌 나무를 사방에 흩뿌리는 것이 보였다. 끝난 건가? 아이가 느슨하게 손에서 힘을 뺄 때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까지 컨쿼러가 내질렀던 어떤 비명보다도 더욱 짙고 깊은 비명이 터졌다. 용광로 밑바닥에서 외치는 듯, 금속성의 낮은 떨림이 섞인 비명이었다. 아이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컨쿼러를 노려보았다. 그 모든 관절부와 이음새에서, 살점이 끓어오르듯 치솟고 있었다.
"장악이... 끝난 건가?"
옆에 선 빌헬름이 중얼거렸다. 저 살점을 베어내기 직전, 소니아가 장악을 끝낸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 증거가 드러났다. 둥그렇게 뚫려 있던 컨쿼러 중앙부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이는 다급하게 소리질렀다.
"엎드려요!"
빌헬름에게 외친 소리였다. 륜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영핵을 자극해 엄청난 파동을 원형으로 방사하는 것, 정화의 불길. 저건 컨쿼러의 비기였다. 저 빛의 파동에 맞으면 웬만한 인간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저걸 소니아가 사용했다는 것은, 컨쿼러의 장악이 완전히 끝났다는 소리였다.
쾅! 눈이 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밝은 빛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컨쿼러의 가슴에서 원형의 파동이 생겨나 사방을 짓부수며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휘말린 절벽도, 호숫물도, 목탑도 부서져 가루로 흩어지는 게 슬몃 눈에 들어왔다.
"젠장맞을, 저걸 어떻게 죽이라는 소리야!"
머리 끝이 까맣게 그슬린 빌헬름이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씹어뱉듯 외쳤다. 사소필렌의 성물답게, 정화의 불길의 위력은 대단했다. 깎아지른 절벽이 감싸고 있던 이 일대는 그 한방으로 평평하고 너른 공터로 변해 있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빌헬름은 흘깃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의 오른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건 뭐야? 아이는 지금까지 들고 있던 불길해 보이는 대검을 내던지고, 검이라기보단 예술품 같아 보이는 환도 하나를 정갈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건 용광이었다.
"뭐냐?"
"잠시 동안만 절 지켜 주시죠."
마치 예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이는 자세를 가지런히 하고 용광을 세게 쥐어잡고 있었다. 어떡할까. 금세 결론은 났다. 빌헬름은 한숨을 쉬며 그런 아이의 앞을 막아섰다.
"또 저게 날아오면 난 30초도 못 버틴다. 알아서 끝내라."
저 멀리서 하얀 빛이 응집하는게 보였다. 두 번째 정화의 불길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빌헬름은 신기를 사자궁에 집중하며, 그 빛을 응시했다. 같은 편이 되었을 때에는 의외로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저 사람을 보내준 건, 분명히.
아이는 사자궁의 등을 응시하면서, 조용히 떠올렸다. 아직 그 어깨에는, 드미트리가 남기고 간 떨림이 묻어 있었다.
"동료가 될 수 있었느냐고, 물었죠."
용광의 검날 가득 찬란한 황금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멀리서, 컨쿼러의 정화의 불길이 터진 건 그와 동시였다. 쾅! 순식간에 지척까지 다가온 파동을, 빌헬름은 온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었다. 소매가 찢겨나간 그의 오른 팔뚝에 굵은 힘줄이 맥동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이제 한계다!"
빌헬름이 그렇게 외치고 엎드렸을 때였다. 아이는 그 빛을 똑바로 노려보면서, 용광을 휘둘렀다. 바닥에 엎드린 빌헬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컨쿼러가 내뿜는 정화의 불길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휘황한, 아니 어쩌면 더 밝은, 황금빛이 용광의 검날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시야는 하얀 빛과 황금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승패는 명확했다.
기우뚱, 용광의 빛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컨쿼러가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대체 어떤 노릇인지, 그 몸체를 점하고 있던 기분 나쁜 살점들만 말끔하게 지워진 상태였다. 누군가의 순수한 선의를 빌려서, 삿된 괴물을 정화하는 검. 용광의 효과였다.
"이게 대체 무슨 재주냐?"
빌헬름이 돌아보았을 때, 아이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저 멀찍이서, 컨쿼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발을 절며, 아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대답이 되었을까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하늘은 야속하도록 맑았다. 저 먼 발치에서는, 어스름이 풀려가며 새벽녘의 태양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스름이 걷힌 지평은 연한 하늘빛으로 물들어갔다.
*컨쿼러의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생물의 아가리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가슴의 구멍을 열고 안에 들어선 아이는, 뜨거운 입김 같은 공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도오오...."
그리고 그 끝에서 적은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소니아였다. 그녀도 용광에 당한 것인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황금 의자에 앉아 사지를 긁어대고 있었다. 불쾌함을 참고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이것과 자신이 반쯤 동족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불쾌했다.
"림, 미제리코드."
아이의 손에 십자형의 단검이 솟아났다. 멱살을 움켜쥐고, 그 목줄기에 미제리코드를 꽂아넣으려 할 때였다.
"도오오..."
"할 말이 있나. 해봐."
소니아의 붉은 입술이 애원하듯 달싹였다. 아이는 뇌까리듯 말했다. 그것은 아이의 팔을 붙잡고 더듬더듬 말했다.
"도온은... 생의... 양도된... 본질이다..."
"그래서."
"네가 바라는... 이상... 이루어주겠다... 어떤 이상이건... 돈은 언젠가 이루어 준다... 모든 가치는... 양도되어 있기 때문에... 그게, 네 친구의, 의지, 아닌가..."
마레를 팔아서 어떻게든 살 궁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것 대신 타인의 사상을 주워섬기는 건가. 아이는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고, 그 목줄기에 미제리코드를 꽂아넣었다.
"왜... 왜?"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는 소니아에게 아이는 씹어뱉듯 말했다.
"미안하지만 양도될 수 없는 것도 있다. 너한텐 없곘지만."
푹, 미제리코드를 뽑자, 독에 물든 검은 피가 샘솟듯 터져나왔다. 깔끔한 절명이었다. 콧 속을 후벼파는 듯한 피내음이 가득 몰려왔다. 현기증이 뒤따랐다. 어지러워진 아이는 검을 지지대 삼아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많이 약해진 모양이군?"
척, 서늘한 감촉이 목에 닿았다. 고개를 드니 빌헬름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사자궁을, 그 거대한 도끼를 망나니처럼 붙잡은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이 도끼를 휘두르면, 너는 손쓸 방법도 없이 죽겠지. 안 그런가?"
빌헬름은 비꼬듯 그렇게 말하며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은 투명했다. 어떤 두려움도, 증오도 엿보이지 않았다. 3분여가 흘렀다. 말없이 대치하던 빌헬름은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망설이고 있는 건가.'
아까 보았던 눈물 때문일까, 아니면 함께 싸웠던 기억 때문일까. 죽이고 싶지 않았다. 이 녀석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서는 안될 것 같다는 예감이 척추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한숨을 깊게 내쉰 빌헬름은 아이의 목에서 사자궁을 거두어 척 어깨에 올려놓고 뒤돌아섰다.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지. 그 때까지 그 목은 네 머리 위에 붙여두지. 하지만 명심해라."
이미 아침이었다. 컨쿼러 바깥에선 아침햇살이 쏟아져들어오고 있었다. 역광으로 빌헬름의 뒷모습은 검게만 보였다.
"네가 저 꼴이 된다면, 그 목은 내가 가져가마."
"부디. 저도 부탁드리고 싶군요."
"말은."
픽 웃으며, 빌헬름은 그렇게 떠나갔다.
길고 길었던 컨쿼러 쟁탈전은 이 불길한 약속을 남기고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