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순례 ( 1 )
아이가 왕궁에서 탈주한 뒤로부터 1년 후.
카나기의 영토와 인접한 사막 근처의 주점에서는, 술꾼들의 이야기가 한참이었다. 찐 렌즈콩과 비쩍 마른 고기 따위의 안주는 내버려두고, 그들은 술을 들이키며 별 것도 아닌 얘기들을 세상의 비밀인 양 떠들고 있었다. 주된 안줏거리는 그 사건이었다. 1년 전에 있었던, 왕궁의 혈사. 미친 왕의 소문이었다.
"뭐, 싸움의 후유증으로 미친 거라던데?"
"그나마 정식으로 대관식을 받기 전에 주교님들께서 처리하셔서 다행이야. 그대로 왕 자리에 앉았다간 큰일 날 뻔 했어."
그들이 떠드는 내용에는 아우렐리우스가 발표하기로 한 포고문과, 세간의 소문이 기묘하게 섞여 있었다. 검붉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는, 술을 기울이며 조용히 그들의 말을 엿듣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온 세상을 방랑하고 있다면서? 목적이 뭐라던가?"
"이 이야기는 극비인데 말일세..."
술꾼은 목소리를 낮추고 짐짓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흉내를 냈다. 사실 자신도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였지만, 흉내만은 첩자도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검에 미쳤다는 얘기가 있던데."
"검에?"
"그 이후, 대륙 이곳저곳에 은거하고 있는 성도 8궁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더군. 이미 두 명이 결투 끝에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던데. 요상하게도 무기는 남은 게 없다 이 말이지. 그런데, 알다시피 성도 8궁은 자격 없는 자가 손에 쥐면 그 자를 불태우지 않나."
"그렇지."
"그러니 그걸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그 미친 왕 뿐이다, 이런 가설이지. 그럴듯하지 않나?"
여기까지는 널리 퍼진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특별했다.
"그럼 이 근처 사막에서 헤매고 있을 지도 모르겠군?"
"무슨 소리인가?"
"카나기가 숨기고 있던 쌍어궁의 주인이, 카나기를 탈주해서 이 근처에서 은거하고 있지 않나. 이름이 분명, 쿠르누이랬나, 뭐랬나..."
"잠깐."
대화를 나누던 두 술꾼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 때문에 말을 멈추었다. 경계하는 표정을 짓던 술꾼들은 그 남자가 건네온 고급 담배에 얼굴을 풀었다.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겠나?"
술꾼들 옆으로 다가선 남자는 후드를 벗으며 그렇게 말했다. 짧게 친 금발과 녹색 눈이 드러났다. 입 주변에는 거칠게 깎은 수염이 남아 있었다.
"뭐가 듣고 싶은가, 잘 생긴 양반?"
"그 쿠르누이라는 사람이 사는 장소에 대해서. 너희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어떻게고 자시고, 매주 조각상을 깎을 나무를 사러 마을에 오니까 알 수밖에 없는데. 뭐야, 질문은 고작 그게 단가?"
그 말에 남자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 남자는, 마레였다. 긴 휴직계를 제출하고, 몇 달째 아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참이나 술꾼들과 이야기를 나눈 마레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고 술집을 나섰다.
*아이는 입 안 가득 텁텁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입천장부터 목구멍까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래가 느껴졌다. 쿨럭거리며 모래를 토해낸 아이는, 멍하니 사방을 돌아보았다. 희고 고운 모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로, 점점이 자신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이 보였다. 절뚝이면서 찍은 듯, 발자국은 일정한 각도로 흐트러져 있었다.
"여기까지 움직인 건가."
아이는 사막을 헤매고 있었다. 이 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쌍어궁의 주인. 쿠르누이 보르지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잠든 동안에는, 길 아잘록이 대신해서 사막을 걸어주고 있었다.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어째서인지, 륜의 심장을 찌른 이후부터, 늘어만 가던 기면증의 빈도와 수면의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쿨룩, 켈록."
밭은기침을 뱉은 아이는 왼쪽 부츠에 가득 고인 모래를 털어냈다. 절뚝거리며 걷는 아잘록의 습관 때문에 한 쪽 부츠에만 모래가 가득 들어가 있었다. 의관을 정비하고, 아이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칼집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라난 천갈궁은 등 뒤에 비끄러맨 채였다. 사막의 뜨거운 햇살이 천갈궁의 칼날에 부딪혀 찬란하게 반짝였다.
아이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열사의 사막 위로 아지랭이가 피어올랐다. 흰 곡선을 그리며 어지럽게 피어오른 아지랭이들은 곧 하나로 뭉쳐서 사람의 형상을 그려냈다. 환영이었다. 돋아난 수십 개의 환영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에워싼 채, 차가운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열풍을 머금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쳐 아이의 머리칼을 휩쓸었다. 아이는 그 행렬 사이를 걸었다. 꽂히는 시선은 칼날처럼 아이를 헤집었다. 그 행렬은, 그리고 행렬 사이의 행진은 몇 시간을 이어졌다.
"아."
그렇게 끝없이 사막을 걷던 아이는 잠시 멈춰섰다. 거대한 하늘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지상에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후에야, 그것이 하늘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임을 깨달았다. 들은 적이 있었다. 사막에서 형성되는 소금 호수는, 너무 깨끗해서, 하늘을 그대로 비춘 것처럼 보인다고. 아이는 그 하늘과 땅의 경계가 소멸한 대지를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철벅이는 무거운 질감과 함께 소금물은 아이를 휘감았다. 멍하니 걸어가던 아이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흰 버터를 펴바른 듯한 새털구름이 짙푸른 화폭에 담겨 있었다. 그 짙푸른 화폭은 너무 깨끗해서, 또 끝이 없어서, 그 한 가운데에 서 있자니 세계에 혼자만이 서 있는 기분이었다.
혼자만이 있는 세계. 어떤 악의도, 죄업도 범할 수 없는 그 공간에 아이는 한동안 멈춰서 있었다. 물을 칠한 듯 깨끗한 사막의 하늘 위로 노을이 저물어서, 두 개의 하늘이 모두 따스한 주홍빛으로 물들 떄까지도 그랬다. 아이의 그림자가 호수 위로 길게 늘어졌다. 아이는 그 석양을, 옅게 피어오르는 어스름을 응시했다. 어스름의 뒤안길로 까만 밤이 떠올랐다. 그 까만 밤처럼, 아름다운 머리칼을 한 여자가 있었다.
"아, 아."
륜이었다. 노을 속에서, 그녀의 형체가 선연하게 떠올라 있었다. 웃으면서, 팔을 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아이는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마침내 그 자그마한 몸 앞에 다다랐을 때, 노을은 완연히 세계 너머로 넘어갔다. 그와 함께,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아이는 잠시 멈춰섰다. 한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지난 일년간, 벌써 몇십 번은 본 환영인데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가자."
그 때마다 아이는 어떤 주문을 중얼거렸다. 읊조림을 마치고, 아이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금 호수를 가로지르자 널따란 암벽의 터가 나왔다. 황토와 무른 암석으로 이루어진 이 터전은, 초입부터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기괴한 암각상이 숱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암각상 중 하나를 바라보며, 아이는 중얼거렸다.
"불상, 이라는 건가."
사라진 고대의 종교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들었다. 이 터전의 초입부터 시작된 불상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또 숱하게 늘어났다. 점점 더 이계의 신을 모시는 신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곧, 커다란 동굴이 드러났다. 돗자리를 베일처럼 달아서 입구를 막은 동굴이었다. 돗자리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불어온 바람에 촛불이 일렁거렸다.
동굴 안 역시 불상에 점령당해 있었다. 이 동굴 안에 가득한 것은, 목조상이었다. 이 불상들은 그러나 좀 달랐다. 사람의 형상을 한 것도 있었고, 짐승의 형상을 한 것도 있었다. 그들 모두가 불편한 자세를 하고 앉아서, 하나의 소원을 기원하는 양 팔을 모아 제를 올리는 중이었다.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는, 곧 쩡 소리를 들었다. 끌로 조각을 깎아내는 소리였다.
쩡 소리는 발걸음마다 거세졌다. 아이는 곧 그 소리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촛불로 밝혀진 불전 앞에, 등을 지고 앉아서, 나무조각에 정을 내리치는 남자가 있었다. 그 등은 무사의 등처럼 넓고 단단해 보였다. 아이는 그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쿠르누이 보르지아. 쌍어궁의 주인."
그 자가 틀림없었다. 레고르 보르지아의 양아버지이자, 카나기가 숨기고 있던 성도 8궁. 그는 양아들의 잔혹한 손속과, 학살에 반발하며, 비밀을 깨고 탈주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불상을 조각하며 은거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 번 정을 움직일 뿐이었다.
"쌍어궁을 걸고, 당신과 승부를 벌이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아이의 말에도 쿠르누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 말을 하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불전에 새겨진 조각들은 특이했다. 모두가, 한 사람의 형상을 기괴하게 닮아 있었다. 길다란 머리카락, 미인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이목구비, 하지만 너무나도 잔혹한 눈초리. 레고르 보르지아였다. 모든 입상을 조각해온 것이 레고르를 조각하기 위한 연습인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저는, 레고르 보르지아의 사제입니다."
우뚝. 그 말에 정을 내려찍던 쿠르누이의 팔이 멈추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낯빛은 초췌했다. 듬성듬성 자란 수염이 그의 고생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잠시 물끄러미 아이를 쳐다보던 쿠르누이는, 정을 내던지고 말을 걸어왔다.
"술이나 한 잔 하며 이야기나 하지."
그리고, 사기병에 담긴 쌀로 빚은 술을 꺼내왔다. 아이는 조용히 그 앞에 앉았다.
*"조각은 좋은 취미일세."
왜 이렇게 조각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에 쿠르누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작은 술잔을 들이키면서, 그는 또다시 말했다.
"특히, 자네처럼 살생의 업을 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좋지."
"살생의, 업이라면."
"환영을 보고 있지 않나. 자네가 죽인 사람들의."
아이는 동요했다. 쿠르누이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마술도 뭣도 아니야. 그저 너무 쌓인 살생의 업을, 여린 영혼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 뿐일세. 나도 그것을 보았기에 전장에서 은퇴하고, 사냥꾼으로 살아가려 했지. 그저, 무술서나 집필하면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죽인 자들의 얼굴을 조각하며 공양을 올리면,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지만 말이야. 그 환영이 조금 잦아든다네."
그제서야 아이는, 지금까지 쌓여 있는 이 수많은 조각상들의 얼굴이 다 달랐던 이유, 그리고 그토록 생생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환영에서 보았던 자들을 조각한 불상이었기에 그랬던 것이었다. 쿠르누이는 술을 한 대접 더 들이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결국 다시 칼을 잡게 될 줄은 몰랐지."
"아드님 때문입니까."
"내가, 그 녀석을 아들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술을 들이키고, 쿠르누이는 쓰게 말했다.
"그 녀석은 미쳤다. 사제라면, 자네도 알겠지만."
아이는 조용히 말을 삼켰다. 쿠르누이는 말했다. 그 어조에는 달랠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목숨을 끊어 주는 것이 아비 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이 곳에서 검을 닦고 있었다. 하지만, 쉬이 마음이 잡히지 않더군."
"그래서..."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 곳에서 이렇게나 레고르의 조각상을 깎고 있었던 것인가. 레고르를 그저, 자신이 죽여온 환영들과 동일시하기 위해서.
"내가 보기엔, 자네도 목적이 비슷해 보이는데. 아닌가?"
"예. 사형은... 강합니다."
지금 아이가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힘이라곤, 천갈궁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는 이미 에단의 힘에, 백양궁까지 그러쥔 레고르를 이기지 못했다. 아마도 쿠르누이 보르지아 역시 비슷할 것이었다.
"그래서 베루스의 파편을 모으고 있었나. 다섯 개를 감당해내다니, 역사를 새로 썼군."
쿠르누이는 쓰게 웃으며 마지막 술잔을 들이켰다. 옷소매로 흘러내리는 술을 닦아내고, 그는 자신의 애검, 쌍어궁을 쥐었다.
"그래서 노리는 것은, 이 검인가?"
"예. 아드님을 죽이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쿠르누이는 크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쌍어궁을 가볍게 휘둘렀다. 일어난 검풍에 불전의 촛불이 위태하게 흔들려서, 쿠르누이의 얼굴에 기묘한 음영을 그려댔다.
"승부하지. 서로, 언제 누구에게 죽어도 원망할 수 없을 만큼 업을 쌓은 몸. 승자는 남은 베루스를 들고, 그 놈에게 안식을 주는 것으로. 됐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갈궁을 뽑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촛불은 아이의 그림자도 더없이 길게 늘어뜨렸다.
*승부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 승자는 물론 아이였다. 다섯 개 분량의 베루스를 합친 천갈궁의 압력을, 쌍어궁은 단독으로 견뎌내지 못했다. 허리를 투포환처럼 굽혀 날리는 쿠르누이의 절기가 아이의 눈에 너무나 익었던 것도 그 원인이었다. 오히려, 패배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버텨낸 것이, 쿠르누이가 뛰어난 검사였다는 사실의 증명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훌륭하군."
가슴을 비스듬히 베인 쿠르누이는, 조용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등뒤에 서 있던 아이는, 조용히 천갈궁을 납도하고 뒤돌아섰다. 쿠르누이의 유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방 안은 후덥지근했다. 싸움에 휘말려 망가진 불상에 촛불의 불이 옮아서, 불씨가 타닥이고 있었다.
"가지게. 그리고, 꼭 완성해주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표했다. 쿠르누이는 가물한 눈으로 그것을 보더니, 피식 웃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부탁 하나 해도 괜찮겠나."
"얼마든지요."
"나는, 이렇게나 많은 살생의 업을 품고도... 생명은, 어머니를 업고 천리길을 걸어온 어린아이 하나 품지 못했다."
쿠르누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날, 레고르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맡아서, 책임지고 길렀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지금까지 쿠르누이를 붙들고 있었다.
"무서웠던 거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무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죽이는 것밖에 없었던 듯 싶군."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쿠르누이의 고민은, 어쩐지 자신의 고민과 닮아 있었다. 쿠르누이는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내어, 유언을 전했다.
"혹시 녀석을 만난다면, 전해줄 수 있겠나. 미안했다고. 아버지가 되어 주지 못해서."
"예. 반드시."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대답을 마치고 쿠르누이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이미 절명해 있었다.
"아."
불상에 옮겨붙은 불은 어느새 불전 전체를 집어삼켜, 홍염을 토하며 타닥거리고 있었다. 아이는 그 불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합장을 했다. 아이는 쌍어궁을 들고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천갈궁에 쌍어궁을 겹치자, 쌍어궁의 유연한 검날은 순식간에 천갈궁에 흡수되었다. 이것으로 여섯 개 째.
"이제, 남은 8궁은."
아셀라이의 인마궁. 그리고 레고르의 백양궁. 두 개만이 남았다. 아이는 조용히 읊조리며, 천갈궁을 납도했다. 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