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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30화 (31/270)

30화

일곱 명의 남자들 가운데 사나운 눈매를 가진 사람의 이름은 초서복이다.

장백파(長白派)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검을 배워 젊은 나이에 일류 고수에 접어들 만큼 실력이 뛰어나 후기지수로 거론이 되기도 했고, 무림맹에서도 기대를 받아 제법 중요한 임무를 맡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절정의 고수에 들어서기 전 뇌물을 받고 사혈련에 정보를 판 것이 발각되어 도망자가 된 지 벌써 칠 년.

그는 쫓기고 도망 다니는 생황에 지쳐 몸을 의탁할 곳을 찾았다.

칠 년간의 도피 생활은 그만큼 괴롭고 삶을 피폐해지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던 중에 초서복은 흑도 조직인 미흑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흑도 조직으로는 중원에서 가장 크고 막강한 힘을 가진 곳.

전국에 지회를 가지고 있고, 단원들의 수가 삼천에 달한다고 하였던가.

미흑천보다 몸을 의탁하기에 더 좋은 곳은 없음을 눈치챈 초서복은 각고의 노력 끝에 천주 강일택을 만나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무림맹으로부터 몸을 지켜 줄 곳이 그곳뿐이었으니, 초서복은 미흑천에 들어가기 위하여 강일택에게 사정을 하였다.

“천주님, 제가 가진 모든 것과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저를 지켜만 주신다면 그 어떠한 일이라도 해낼 것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자들은 많다. 그러나 혀로 맹세하는 충성은 믿지 않는다. 만약에 네가 미흑천의 본문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거라.”

“제가 어찌하면 증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항주에 낙원촌이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곳을 접수하고 항주의 외곽 무뢰배들과 상납금이 밀리고 있는 삼천흑룡이라는 패거리를 흡수하여 지회로 만들 거라. 그리하면 내가 너를 중용할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천주님께 바치겠습니다.”

천주 강일택의 조건은 세를 불리고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미흑천의 하부 조직인 지회가 아니라 본문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초서복은 기세 좋게 길을 나섰다.

일류 고수의 끝자락에 있는 초서복은 항주 외곽의 동네 무뢰배들을 수하로 만드는 일이 세상 쉽게 느껴졌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고 있는 월영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월영은 분명히 같은 일류 고수였다.

검을 주로 쓰는 것도 똑같았다.

그러나 월영은 이상하게도 초식을 이어 붙이는 실력이 절정의 고수만큼이나 대단했다.

초서복도 장백파의 검술인 천환검(天環劍)의 고수였고 힘도 월영보다 훨씬 좋았지만, 무당파인 월영의 태청검법(太淸劍法)은 초서복의 검을 무참히 부수고 파훼했다.

“아니! 왜! 무당의 도사 새끼가 무뢰배들의 뒷골목에 살고 있어!”

월영에게 번번이 패하자 초서복은 자존심이 상하여 열흘 밤낮을 술로 지새웠다.

꼴에 도사라고 자신을 죽이지 않는 것도 화가 났다.

그러나 여기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무림맹의 매서운 추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초서복은 일단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삼천흑룡의 단주를 죽이고 지회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나섰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삼천흑룡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흔적을 찾던 중에 초서복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니! 왜! 삼천흑룡이 없어진 거야! 그놈들이 전부 다 잡혀가면 어쩌라는 거냐고!”

미칠 노릇이었다.

삼천흑룡을 접수하면 일단 지회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데다가 미흑천의 천주 강일택의 명령이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전부 잡혀 들어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초서복은 환장하는 마음을 겨우 다스리고 바로 낙원촌을 노렸다.

못 먹고 굶주린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곳에 미흑천의 지회를 만드는 것은 항주 외곽을 접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초서복이 낙원촌으로 갈 때쯤, 객잔 별유천지의 주인이 갑자기 낙원촌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날 대로 난 초서복은 별유천지 주인의 미모가 아깝기는 하나 죽여야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검을 빼어 들었다가 즉시 다시 집어넣었다.

“아니! 왜! 객잔 주인 주제에 뭔 저런 놈을 데리고 다녀!”

객잔의 여주인과 같이 있는 남자는 훤칠한 키의 건청이라는 놈이었는데 초서복의 무공을 아득히 앞지르고 있었다.

초서복은 건청을 보는 순간 오금을 지렸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뺐다.

칠 년 동안 도망만 다녔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출중했는지, 초서복은 건청을 보는 순간 고수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즉시 걸리면 죽는다는 것도 눈치챘다.

초서복은 다시 술독에 빠져들었다.

원래였으면 쉬웠을 일이 꼬이고 얽혀서 풀어지지 않는 것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무슨 인생이 이렇게 재수가 없는지, 무림맹이고 객잔 주인이고 월영이고 다 죽여 버리고 싶었고, 울분을 술로 풀었다.

그러던 중 초서복은 술이 떨어져 밥도 먹을 겸 아무 객잔에 들어섰다가 별유천지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객잔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거다!’

잘만 하면 손도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초서복은 즉시 수하들을 데리고 계획을 짰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초서복은 또다시 의탁할 곳 없이 도망 다녀야 하는 인생이었으니, 좋아하는 술까지 끊고 매달렸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요. 별유천지만 없어지면 발 뻗고 살 수 있지 않소?”

“허나…… 그 사람을 죽이는 일은…….”

“우리가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하지 않았소. 은자 스무 냥만 내면 모든 일이 깨끗하게 끝날 것이오.”

“새…… 생각해 보겠소.”

여명 객잔의 주인 성강춘은 초서복 앞에서 벌벌 떨었다.

며칠간 찾아와 준 고마운 손님들이 이렇게 돌변한 것도 무서웠지만, 아무리 별유천지 객잔이 미워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손을 댄다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어허…… 팔두야, 그거 이리 꺼내거라.”

“네.”

초서복은 객잔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내 들었다.

종이에는 빽빽하게 객잔들의 이름과 함께 무엇인가가 적혀 있었다.

“어디 보자…… 용호 객잔, 마천 객잔, 와룡 객잔, 승룡 객잔…….”

“그…… 것이 무엇이오?”

“무엇이긴, 다들 별유천지의 주인을 죽여 달라고 은자를 스무 냥씩 낸 객잔 명단이지.”

“그…… 그것이 사실이오?”

“살막 중에서도 최고수를 부를 것인데 뒤탈이 있겠소? 그러니 이렇게 돈을 내는 것이 아니오. 또한 돈을 내지 않고 별유천지의 주인이 죽어 득을 보는 객잔 주인이 있어서도 안 되지. 돈을 안 내면 당신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오.”

초서복은 왼쪽 손가락을 돈 모양으로 구부려 탁자를 두드리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잡았다.

협박을 하여 돈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성강춘처럼 유독 날려 먹으려 드는 놈들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다.

물론 일이 끝나면 손에 들고 있는 명단을 바로 현청으로 넘겨서 모조리 다 참수당하게 할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알겠소……. 나도…… 내겠소.”

“이것으로 열다섯 개의 객잔이 모두 돈을 내었구려. 금화가 석 냥이니 초절정 고수의 살수를 데려오는 데 문제가 없소.”

초서복은 은자를 받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미흑천으로 돈을 보내고 살수를 보내 달라고 하면 그만인 일이다.

어려운 난관을 처리한 그의 능력도 미흑천에서 알아주고, 미웠던 놈들도 다 죽여 버리니 일석이조였다.

월영, 건청, 객잔 주인, 모두 자신을 힘들게 한 대가로 비명횡사하게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초서복은 마지막으로 객잔의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며 성강춘에게 한마디 던졌다.

“며칠 동안 여기에서 밥을 먹어 봤는데 별유천지에 비하면 쓰레기였소. 잘 생각한 것이오.”

객잔 밖으로 나온 서초복의 등 뒤로 성강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건청과 단옥은 다른 사람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매일 늦은 밤까지 객잔의 일을 마무리하고 문을 닫았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유난히 손님들이 많았던 탓에, 건청과 단옥은 평상시보다도 늦게 객잔을 나섰다.

불이 꺼진 밤거리는 많은 비로 인해 더욱 스산해 보였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원했던 단옥은 건청의 옷깃을 슬쩍 잡으며 얼굴을 붉힌다.

건청과 단둘이 남는 이 시간이 단옥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가 많이 오네요?”

“집에 바래다줄게. 가자.”

“아니에요. 피곤한데 들어가서 쉬세……?!”

건청을 향하던 붉어진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단옥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간다.

객잔 앞에 아까 왔던 여자 손님이 비를 맞으며 홀로 서 있었던 것이었다.

한 시진 전쯤에 객잔으로 들어와 여자의 몸으로 혼자 마파두부와 어향육사, 그리고 매채구육과 향고유채까지 모두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여 기억에 남은 사람.

그러나 어쩐지 조금 무서운 느낌 때문에 소름이 끼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손님? 혹시 객잔에 볼일이 남으셨나요?”

“…….”

단옥의 말에 여인의 고개가 이상하다는 듯 오른쪽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그리고 크게 입이 벌어지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짓는다.

쩍 벌어진 입안으로 빗물이 들어가며 새까맣게 변한 이빨 사이로 흐르는 모습.

그것을 보자마자 건청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며 다급하게 단옥의 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꺅!”

건청의 심장이 미친 듯 떨린다.

새까맣게 변한 이빨은 독과 암기를 다루는 살막의 특징.

독을 시험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에 독을 주입하는 습성 때문에 팔목은 전부 짓무르고 이빨이 온통 시커멓게 변하는 것이 특징인 자들이다.

칼밥을 먹었던 건청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둘 다 죽은 목숨이라는 것과 온몸이 암기와 독이라 접근조차 할 수 없다는 것도.

“젠장.”

건청이 다급하게 단옥의 손을 잡아채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최대한 저 여자와 멀어져야 했으니까. 자신은 죽는 한이 있어도 단옥만큼은 이 자리에서 피신시켜야 했다.

체력이 달리는 암기술사(暗器術師)를 상대로 한 수를 둔다면 방도는 삼십육계 주위상(走為上). 오직 도망뿐이었고, 거리만 멀어진다면 단옥 혼자서도 도망을 갈 수 있을 터다.

퓻! 퓻! 퓻!

그러나 건청의 속내를 이미 아는 듯, 단옥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건청의 등 뒤로 기관 장치의 소름 끼치는 소리가 따라온다.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비침(飛針)의 날아드는 소리가 건청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작은 비침이 아니었다.

기관 장치의 소리도 이렇게도 클 정도라면 이것은 손으로 잡아낼 수 있는 크기.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눈치챈 건청이 단옥을 밀어내며 곧바로 몸을 돌렸다.

절박한 마음이다.

만약에 비침을 놓친다면 단옥은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터.

파파팟!

“흐응……?”

여인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오른다.

절정의 고수 나부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비침을 손으로 잡아낸다.

건청이 독침을 손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여인의 고개가 신기하다는 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이 쩍 벌어지며 검은 이빨을 드러내며 또다시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실력은 있으나 네 번째 비침은 잡지 못한 모양이구나.”

“네 번째……?”

건청의 고개가 단옥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단옥의 이마에 박혀 있는 작은 비침 하나.

세 개의 비침은 그 존재를 알리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다.

실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무인이라면 잡아낼 수 있는 비침.

그것을 날리고 네 번째에 소리도 나지 않는 아주 작은 비침을 섞어서 단옥의 이마에 박아 넣은 것이었다.

“다…… 단옥아.”

단옥의 눈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이내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고, 콧구멍과 입에서도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건청…… 오라버니……. 쿨럭, 쿠에에엑!”

단옥의 입으로 막대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무너진 신형이 땅바닥으로 쓰러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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