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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96화 (97/270)

96화

뿌득.

당강용은 이를 갈았다. 당왕귀의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정체. 바로 삼 분가와 오 분가의 분주다.

그들은 협력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반대로 당용택에게 반란을 고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당왕귀를 폐관 수련에서 밖의 세상으로 불러온 것이었다. 본가의 편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으로서는 최악의 패를 꺼낸 것이다.

당왕귀가 어떠한 사람인가.

새로운 독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시험을 하고 그들을 죽였다.

죽은 자들의 시신이 당왕귀의 거처에 가득 차도, 그는 시신이 썩어 가며 흘러내리는 오장육부와 신체를 가지고 또 다른 시험을 한다며 즐겁게 웃었다.

살아서 죽고, 죽어서도 시신을 능욕당하여 두 번 죽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 사람들. 하지만 당왕귀에게는 딱히 별일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사람의 목숨을 땅에서 기어 다니는 지렁이만큼도 못하다고 여겼으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며 살아오던 당왕귀는 갑자기 십오 년 전 아들 당용택에게 문주의 자리를 넘기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사천당문의 가장 외진 곳에 땅속으로 거대한 굴을 뚫고 스스로 들어가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

그 바위는 사천당문에서 오직 당왕귀만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고, 한 달에 한 번 사천당문에서 음식과 술, 그리고 여자를 내려보낼 때만 열렸다. 그리고 한번 내려간 여자는 다시는 돌아오는 법이 없었다.

쿠웅.

당왕귀의 등에 매인 검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원래 사천당문에는 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데 어째서 당왕귀가 도를 가지고 있는가. 다름 아닌 당왕귀가 폐관 수련에 들어간 것은, 잃어버린 무공을 찾는다는 것과 도법을 만들어 사천당문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당왕귀는 그런 사람이었다. 제멋대로 행동하고 협과 도리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비록 중원 십육대 고수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는 강했다. 그렇게 강한 당왕귀가 이제는 도법과 잃어버린 사천당문의 비기까지 연구했으니 얼마나 더욱 강해졌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당강용은 당왕귀의 기운과 풍모에 압도당하며 마른 입을 열었다.

“아버님, 바위 문이 열린 지 오 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헌데 어찌 이른 발걸음을 하셨는지요.”

“옆에 있는 이 두 놈이 고자질해 대더구나. 그래서 시끄러워 나와 보았다.”

당왕귀가 땅에 떨어진 거대한 도를 집어 들었다. 길이가 일 장에, 무게가 일백오십 관에 달하는 도를 가볍게 집어 든 당왕귀는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는 듯한 서슬 퍼런 날을 햇빛에 비춰 보았다. 그리고.

후우우웅! 콰직!

순간 삼 분가와 오 분가의 분주 목이 날아갔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당강용을 내려보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당강용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라 하지만 이 사람이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더욱 잔인해진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아버님! 그자들은 사천당문의 분주입니다. 어찌 그들의 목을 벤 것입니까.”

“사천당문에 고자질이나 하는 약한 놈들은 필요 없다. 또한 도법이 완성되었기에 벨 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강용아, 나이를 먹더니 제법 말이 많아졌구나. 이놈들이 죽은 것이 슬플 정도의 일이냐? 사천당문 본가와는 거리가 먼 친척에 불과한 놈들이다. 운 좋게 분가에서 태어나 노력도 없이 한 자리를 차지한 놈들이 아니냐. 죽어도 그저 그뿐인 놈들이다.”

당왕귀는 자신이 베어 버린 삼 분가 분주의 머리를 발로 툭 차며 베인 면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잘린 일면. 그가 원하던 모습 그대로이고, 또한 그동안 연구해 왔던 도법의 완성이다.

당왕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허나 그것은 잠시뿐. 당왕귀는 순간 웃음을 멈추고 서늘한 살기를 당강용에게 뿜어내었다.

“네 형, 당용택은 어디에 있느냐.”

“…….”

서슬 퍼런 목소리와 살기에 당강용은 입을 열지 않고 침묵에 잠겼다. 아니, 입을 열지 못했다.

당왕귀는 눈 두 번 깜박일 때까지 대답을 기다리다 도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거대한 고함을 질렀다.

“사천당문 문주 당용택은 어디에 있느냐!”

“크흑!”

당왕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내공에 당강용의 몸이 이 장이나 밀려난다. 단지 고함에 내공을 실었을 뿐인데 초절정 고수인 당강용의 몸이 밀려나게 만드는 신위.

당강용은 내공을 끌어모아 밀려나는 신형을 고정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놈! 대답하지 않을 것이냐!”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당왕귀의 내공 실린 목소리가 당강용을 덮쳐 왔다.

털썩.

당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어이 무릎을 꿇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손발이 후들거리며 떨렸다.

아버지가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아니, 과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무공의 경지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다.

이미 초절정 고수인데도 불구하고 도법을 깨우치기 위하여 십오 년이나 폐관 수련을 했다. 실로 무서운 일.

그러나 당강용은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모든 것을 각오하고 벌인 반란이다. 당강용은 아버지 당왕귀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형님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같은 무림맹의 종남파와 해남파를 공격하여 멸문시키려 했단 말입니다.”

“무림맹의 종남파와 해남파를 공격하여 멸문시키려 했다? 용택이가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당왕귀는 아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당왕귀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어쨌다는 말이냐?”

“네? 아버님, 같은 무림맹의 문파를 공격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닙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종남이나 해남파 따위 얼마든지 잡아먹고 사천당문의 힘을 키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뭐가 잘못이라는 말이냐.”

“무림에는 도리와 협이 있습니다. 형님은 그것을 어겼고, 심지어 종남과 해남파를 멸문시키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발각되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무림맹에서도 버림받은 처지입니다.”

“실패를 했다는 말이냐?”

당강용이 끝내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자 당왕귀는 손으로 턱을 짚고 또 한 번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다지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그래서 죽인 것이냐. 네 친형을 말이다.”

“그…… 그렇습니다.”

당왕귀의 입에 순간 잔인한 웃음이 걸렸다.

“그랬다면 잘한 일이다. 잘 죽였구나. 그런 머저리 같은 놈은 필요 없다.”

“네에? 형님을 죽였는데, 잘한 일이란 말입니까?”

“그렇다. 실패한 놈 따위 짐 덩이보다 못하다. 그리고 강용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하나 있다. 내 아들인 너에게 꼭 해 주고 싶었던 말이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당왕귀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야말로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이다. 당왕귀는 한가득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첫째인 용택이가 문주를 이어받았을 때 너는 순순히 양보했지. 그때가 기억나느냐.”

“물론입니다. 첫째가 가문을 이어받고 둘째가 보좌하면 사천당문도 순조롭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여 기꺼이 양보했습니다.”

“너는 가문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형에게 참 많이도 양보하는 아이였다. 착한 아이였지. 그리고 네가 문주의 자리까지 네 형에게 양보했을 그때부터였다. 너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던 것이.”

“네에?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

“약해 빠져서 문주라는 자리나 양보하고 있다니, 내 아들이지만 수치스러웠다. 이번의 자식 농사는 실패구나. 네놈도 죽이고 내가 다시 문주의 자리에 오르겠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식을 낳아 강하게 키워야겠구나.”

“아버님!”

어느새 인자함이 사라지고, 악귀 같은 표정을 짓는 당왕귀의 검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당왕귀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토해졌다.

“가문의 수치다. 내 인생의 흠이다. 너 같은 자식은 낳는 게 아니었다. 죽거라!”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군.”

“……?!”

당강용의 머리 위로 도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당왕귀의 얼굴에 의아함이 퍼졌다.

당강용과 이야기하는 중에도 눈에조차 들어오지 않았던 비실비실한 놈. 그놈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며 당왕귀와 당강용 사이에 끼어들었다.

“비켜라. 벌레 같은 놈은 구석에서 혼자 죽어 가면 충분한 것을!”

“우습군. 겨우 이 정도의 검으로 제왕이라도 된 듯 지껄이다니.”

채애애애앵!

당왕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 비실비실한 계집 같은 놈이 거대한 도를 막아 낸 것이었다.

허나 당왕귀는 이내 웃음을 지었다. 놈은 검을 다 빼내 들지도 못하고 검집에서 반만 꺼낸 채 도를 막은 것이었다.

한 손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왼손으로 검집을 잡고, 오른손으로 검을 잡아 실질적으로는 양손을 사용하여 겨우 견딘 것.

두 손으로라도 막아 낸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 당왕귀는 눈앞의 비실비실한 놈이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직감했다.

“두 손을 사용하여 겨우 막아 낸 것이냐. 혹은 속도가 느려 검집에서 검이 뽑히기 전에 우연히 막은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그리 보였나? 검을 다 뽑을 필요도 없어서 반만으로 막아 낸 것인데.”

“푸하하하핫. 핑계가 그럴듯하구나.”

당왕귀는 거대한 도를 허공에서 세 바퀴 돌리고 자세를 다시 잡았다.

“검을 전부 뽑을 필요도 없어서 반만 꺼내 들었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완성된 도법을 시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듯하구나.”

“나는 앞으로도 검을 반만 뽑도록 하지. 겨우 도법 하나 익혔다고 기뻐하는 네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말이다.”

“크하하하하. 몸이 반으로 갈라진 후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내가 만든 도법의 제일 초식이다. 일월살참(一月殺斬)!”

당왕귀의 도가 바람을 가르며 천일영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가히 신속이라 할 만한 속도. 거대한 만큼 무거운 무게가 가중되어 떨어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당왕귀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이 도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무림에 몇 명 없을 테니까. 또한 한번 막아 낸다 해도 무게에 붙은 속도 덕분에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내상을 입어 피를 토할 터다.

휘이이잉!

카앙!

순간, 당왕귀의 입에 걸렸던 웃음이 조금씩 굳어져 갔다. 또 한 번 눈앞에서 가로막힌 검. 상대는 또다시 검을 반만 뽑은 채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도를 막아 냈다. 게다가 당왕귀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멀쩡한 모습이다.

“도법 하나 만들었다고 기고만장한 모습이 우습구나. 네놈은 비침만 가지고 놀았더니 무공의 기초조차 잊은 것이냐. 도법 하나만으로 싸울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

“수공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휘이잉. 콰앙. 콰지지지지직!

순간 천일영의 손이 뱀처럼 휘며 당왕귀의 심장 위를 때렸다. 당왕귀는 자신의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울컥거리며 잠시 멈추고, 이내 몰렸던 피를 급히 보내자 당왕귀는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적어도 당왕귀는 그렇게 느꼈다. 허나.

휘이이이잉! 콰아아아앙!

당왕귀가 느꼈던 어지러움은 심장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며 생긴 어지러움이었던 것이었다.

당왕귀는 사천당문에 심어 놓은 거대한 나무를 두 개나 부러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세 번째 나무에 등허리가 처박히며 겨우 멈추었다.

“쿨럭. 쿠에에에엑.”

심장이 뒤틀리며 입으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져 나온다. 당왕귀는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피를 토해 본 것은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있는 일. 또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사천당문에는 삼양수(三陽手)라는 금나수가 존재했다. 또한 삼양지(三陽指)나 묵룡독지(墨龍毒指) 같은 걸출한 지법(指法)도 있었다.

그러나 도법과 같이 쓴다는 생각 따위 해 본 적도 없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니까.

“네…… 네놈! 쿨럭. 감히 나에게 수공 따위를 사용하다니, 미친 게로구나. 불쌍히 여겨 네놈에게 약한 도법을 사용했건만.”

“약한 도법이었는가? 그렇다면 보여 줬으면 하는군. 강한 도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푸하하핫. 쿨럭, 쿨럭. 이번에도 과연 네놈이 검을 반만 뽑아 막을 수 있겠는가. 검과 함께 잘려 죽게 될 터인데.”

당왕귀는 몸을 일으켜 천일영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달리는 힘과 도의 무게가 합쳐져 일월살참보다 다섯 배의 위력을 내는 천지도륙도(天池屠戮刀).

거대한 검이 천일영의 머리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과 속도다.

쐐애애애애액!

텁!

순간, 당왕귀의 눈에 황망한 빛이 떠올랐다. 땅을 가르고 말과 함께 무인을 반으로 토막 내는 위력이다.

그뿐인가. 거대한 바위나 집조차 반으로 갈라 버리는 천하제일의 도법이다. 그러나 눈앞의 비실비실 놈이 자신의 도를 막아 냈다.

손가락 단 두 개로.

당왕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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