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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137화 (138/270)

137화

휘이이잉. 촤아악!

월영의 검이 뒤를 걷던 금군의 다리 여섯 개를 순식간에 날렸다.

털썩.

아무런 생각 없이 길을 걷던 금군 셋이 눈을 끔벅이며 땅바닥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어찌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잘렸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쓰러지는 소리에, 앞서가던 금군들이 이상함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파바아아앙!

쓰러지는 금군 사이로 독기 서린 눈빛을 띤 여인 하나가 튀어나왔다.

“뭐…… 뭐야! 누구냐!”

“내가 누군지 묻지도 마.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부족할 테니.”

서하린의 검날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금군 사이로 날아올랐다.

금군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검을 뽑으려 들었다. 그러나.

휘이잉. 휘잉. 촤아악!

“크악!”

“끄아악!”

두 번 검이 허공을 갈랐을 뿐인데 다섯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서하린은 그들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뒤를 맡긴다!”

“걱정하지 마시오.”

듬직한 월영의 목소리가 서하린의 등을 떠밀었다.

서하린은 바람을 탄 것처럼 신형을 쏘아 보냈다.

스릉! 스르릉!

서하린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금군의 검날을 바라보며 역한 웃음을 지었다.

서하린의 다리가 지면을 박차고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금군을 향한 일검이 날아갔다.

서걱. 서걱. 촤아아악!

“크헉.”

“이럴 수가! 크악.”

금군의 검이 잘리며 목 또한 두 개가 동시에 날아갔다.

“적이다!”

서하린의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이 보인 순간.

그것은 금군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만큼이나 무서운 형상이었다.

보통의 고수가 아님을 깨달은 금군은 훈련받은 대로 검을 뽑아 들고 급히 진형을 만들어 서하린의 달려 나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막아라!”

“저년을 에워싸라. 창을 든 자는 막는 동안 뒤에서 공격하라! 간격을 만들어!”

서하린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야말로 일점 돌파. 서하린의 몸이 허공으로 뜨며 옆으로 한 바퀴가 돌았다.

그리고 몸을 따라 그려지는 검로도 한 바퀴를 같이 돌았다.

휘이잉! 콰아아아.

진형의 정면을 향해 날아간 서하린의 검이 바람을 끌어들이며 금군 네 명의 목을 날렸다.

촤아아악! 촤악!

결심대로, 그리고 내뱉은 대로 서하린은 집요하리만치 놈들의 목만을 노렸다.

목이 날아간 시신은, 아직도 몸통만이 남아 있는지 인식조차 못 하고 서 있는 채 사방으로 피를 뿌렸다.

촤아아아.

피가 서하린의 머리와 얼굴, 어깨와 옷에 튀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흡사 귀신.

그러나 서하린은 더러운 악귀의 피임에도 닦을 생각조차 않은 채 다시 앞으로 달렸다.

“망할 년! 진형을 좁혀 저년의 뒤를 쫓아라!”

“네!”

창을 든 금군부터 진형을 좁히며 서하린의 뒤를 쫓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것을 잊은 모양이군.”

“……!”

등 뒤에서 들리는 서슬 퍼런 목소리.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마른침이 타들어 가는 듯 아프게 느껴지며 뒤를 돌아본 순간.

“이런 젠장…….”

피를 뒤집어쓴 남자 하나가 검을 들고 눈에서는 살기를 토한다.

그의 등 뒤로는 동료라 불렸던 남자들이 토막이 나서 수십 조각이 되어 뒹굴고 있음에 금군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희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큭, 제…… 젠장. 다들 뒤로 돌아. 여기에도 적이 있다.”

“인제 와서 뒤로 돌아봐야 이미 늦었다.”

휘이잉! 휘잉. 촤아아악! 촤악!

월영의 검이 금군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곳을 반 토막 내어 두 갈래로 육신을 찢어 버리고, 또다시 그들의 머리를 날려 버린다.

월영은 광기 섞인 눈빛을 흘리며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계속 앞으로 달리시오, 소저!”

“알았다!”

월영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달리고 있던 서하린은 사방으로 검격을 휘몰아쳤다.

촤아악. 촤악.

서하린의 마음을 품은 검이 네 명의 목을 날리며 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드디어 금군의 지휘관과 부지휘관, 두 명의 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뒤에서 생긴 변고를 알아차리고 이미 서둘러 도망을 가고 있었다.

“쓰레기 새끼라도 살고 싶은 건가?”

“자…… 잠깐!”

서하린의 신형이 두 명의 금군을 향해 튀어 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서하린의 오른손에 든 검이 부지휘관의 목으로 박혀 들어가고, 왼손은 지휘관 등서진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커걱.”

“아직은 닥치고 있어라.”

목줄을 잡힌 등서진의 얼굴에서 1치 정도만이 떨어진 채 서하린은 눈을 부릅떴다.

피로 칠갑이 된 얼굴에서 떨어지는 서늘한 혈향이 등서진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든다.

하지만 어디 그뿐이랴. 더욱 무서운 것은 코앞의 광기 어린 그녀의 눈빛인 것을.

드득. 드득. 드드득.

서하린은 등서진에게 향한 노려보는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부지휘관의 목에 박힌 검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에 박힌 검이 왔다 갔다 하며 갈아 내듯 뼈를 도려내는 소리가 서늘하게 울렸다.

“커걱. 커억.”

“입 다물어. 죽으면서 신음을 흘릴 자격조차 없으니까.”

“크으으윽…….”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부지휘관의 입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서늘한 소리가 조용한 아침의 한적한 산길에 울렸지만, 끝내 서하린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눈 두 번 깜박일 시간이 지나자 거칠게 잘린 목이 땅으로 떨어졌다.

툭!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서하린의 눈이 미친 듯 호선을 그리고 입가에는 웃음이 지어졌다.

“다음은 네놈이다.”

“자…… 잠깐!”

순간 목줄을 움켜쥐고 있던 서하린의 손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등서진을 땅바닥에 처박는 순간.

콰직!

서하린의 검이 등서진의 겨드랑이로 파고들었다.

검날이 뼈를 잘라 내고 땅으로 박혀 들어가는 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카앙!

“크아아아악!”

“겨드랑이에 검을 꽂아 땅에 박아 놓으면 엄청난 고통과 함께 도망가지도 못한다. 그러니 발악할 생각은 꿈에도 말아라.”

등서진은 떨고 또 떨었다.

자신의 신형이 검에 찔린 채 땅바닥에 박혀 있는 것도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지금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광기 어린 여인의 등 뒤에서는 부하들의 몸이 잘려 나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 단 하나도 빠짐없이. 먼저 왜 이런 짓을 하는지와 누가 명령을 했는지부터 말해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등서진의 눈앞으로 얇고 긴 비침 하나가 들이밀어졌다.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너, 사람의 눈 하나에 몇 개의 비침이 꽂히는지 아나?”

“그…… 그런!”

“일단 하나.”

“크아아아아아악!”

등서진은 눈동자를 찌르고 들어오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크아아악!”

“어때? 눈을 감을 때마다 눈꺼풀이 비침을 건드리는 기분이?”

눈꺼풀이 비침을 건드리자, 비침은 눈동자 안을 헤집듯이 움직인다.

이래서는 눈도 깜박이지 못할 터. 등서진의 입에서 고통에 가득 찬 말이 토해졌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우리는 금군이오. 관무불가침!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금군이고 나발이고 알 게 뭐야. 다음 비침 들어간다.”

푸욱!

“크아아악!”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계속 비침이 눈 안으로 박혀 들어간다. 그리고 네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게 있는 모양이군.”

“그…… 그게 무엇이란 말이오!”

“사람의 눈은 두 개라는 거 말이다. 끊임없이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말이지. 오른쪽 눈이 전부 비침으로 가득해지면, 다음은 왼쪽 눈이다.”

“……!”

푸욱!

세 번째 비침이 눈 안으로 파고들어 가자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통증에 등서진의 입이 벌어졌다.

“크아아악, 말하겠소. 아는 것을 전부 말하겠소.”

“하나라도 빼먹으면 알지?”

서하린이 수백 개에 달하는 비침 더미를 들어 올리자 등서진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월영은 주변에 살아남은 금군이 없음을 깨닫고 검을 내렸다.

이미 몸통을 반으로 가르고, 죽는 금군의 목을 또 한 번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칼에 찔리고 불에까지 탄 아이들과 마을의 사람들이 떠오르자 그것조차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월영의 입에서 분노가 섞인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네놈들에게 딱 맞는 건 개 먹이겠구나.”

월영은 금군의 시신에 침을 뱉고 등을 돌렸다.

역한 피 냄새와 잘린 육신이 풍기는 끔찍함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들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인 척 살아가는 악귀들이었기에.

월영은 서하린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몇 번의 비명이 터져 나온 이후 이야기를 듣는 서하린의 모습에는 아직도 살기가 가득 맺혀 있었다.

금군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땅을 적시고, 이내 개울가까지 흘러 들어가 물을 붉게 물들일 때쯤, 서하린은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전부 다 들었습니까.”

“빠짐없이.”

월영이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등서진은 눈에 비침 오십 개가 넘게 박혀 있는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들었는데도 놈을 죽이지 않은 것이 서하린답지 않기는 했지만, 월영은 딱히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녀의 성격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때, 서하린의 눈길이 누워 있는 등서진의 곁을 스쳐 한 지점을 향했다.

반짝.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햇빛을 반사하며 풀밭 위에 있는 것을 본 서하린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금가락지네. 그것도 여인의 손가락에나 맞을 크기. 이거 네놈 몸에서 나온 거 맞지?”

“크으으윽, 그건…….”

등서진의 말에 서하린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말 안 해도 알 거 같다. 개 같은 새끼.”

“아…… 아니오. 그런 게 아니라…….”

서하린은 등서진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 눈에 맺힌 살기가 어떤 의미인지 모를까. 등서진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소저, 아는 것은 전부 말했소.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네놈에게 죽임을 당한 마을의 사람들도 너에게 같은 소리를 했겠지.”

“소저! 제발!”

“하지만 너는 아는 걸 전부 말해 줬으니 예외로 해 주겠다.”

“그…… 그게 사실이오? 그렇다면!”

등서진의 눈에는 비록 비침이 꽂혀 있었지만 가느다란 희망 섞인 빛이 떠올랐다.

서하린은 빙긋 웃으며 금가락지를 등서진의 이에 물렸다.

그리고 비침을 들어 입가에 꽂아 마비를 시켰다.

“으으읍, 서저? 지그 므스 지슬!”

“좋아하잖아? 금. 죽은 사람에게서까지 빼앗을 정도로.”

“끄으으! 죄봘! 서저!”

“난 네놈처럼 물건을 빼앗을 만큼 악독하지는 않아. 그러니 그 금덩이와 함께 안심하고 죽어.”

“으으으윽! 서져!”

휘이이잉. 빠악!

서하린이 발에 내공을 가득 실어 등서진의 턱을 걷어찼다.

강한 힘이 입을 타고, 물고 있던 금가락지가 이빨을 부러트린다.

“크학!”

뚜두둑. 뚜둑.

서하린의 모든 내공이 담긴 발차기. 어찌 이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날까.

“크아아악!”

연이어 밀려들어 오는 힘이 등서진의 목으로 파고들었다.

찌이이익. 투둑! 촤아아악.

등서진의 목이 꺾여 부러지고, 이내 힘을 버티다 못해 몸에서 뜯겨 나갔다.

고통에 일그러진 등서진의 얼굴은 비침 때문에 눈조차 감지 못하고 땅을 뒹굴었다.

서하린은 발을 털어 내며 냉혹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들의 목을 몸통에서 뜯어내겠다고 했는데 계속 베기만 해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네놈만큼은 모가지를 뜯어 버렸으니 나 스스로 한 맹세를 지키게 되었구나.”

서하린이 등서진의 겨드랑이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아냈다.

그 충격에 머리가 분리된 몸에서 작은 경련이 일었다.

“이놈들, 제법 높은 사람에게 명령을 받은 모양이다. 명령이 외부와 고립되고, 키우는 농작물 외에 뭔가를 숨겨 기르고 있는 것 같은 마을을 모조리 없애라는 것이었다는군.”

“숨겨 기른다고요? 앵속속(罌粟粟-아편) 같은 것 말입니까?”

“그건 아닌 듯하다. 마을 사람들을 죽이면 숨겨진 것을 찾는 사람이 온다고 한다. 앵속속이라면 따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리는 없겠지.”

서하린의 말에 월영이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끔벅거렸다.

서하린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네 생각이 맞은 것 같다. 아마도 저놈들이 찾는 것은 영약을 기르는 영기의 땅이 아닐까 한다. 그곳에서는 영약이 빨리 자란다고 하니까.”

“영기의 땅? 허면 그곳을 찾으면 될 일이지 마을 사람들을 죽일 이유가 있습니까.”

“영기를 느끼는 사람은 따로 있다. 높은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도 영기를 느끼는 것은 불가하다. 그러니 의심이 가는 곳은 전부 다 뒤지는 거지.”

“미친놈들. 그렇다면 소저, 저놈들을 죽였으니 이제 더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까?”

순간 서하린의 얼굴에 굳은 표정이 떠올랐다.

“아니……. 저놈이 방금 말하기를 자신들과 같은 일을 하는 금군이 분명 또 있을 것이라고…….”

“소저?”

서하린의 눈동자가 허공을 향했다. 뭔가가 떠오른 듯 허망한 표정이 지어지는 순간.

서하린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옥이, 순옥이…….”

“네?”

“그 아이들이 사는 마을도 놈들이 찾는 것과 같은 조건이다.”

순간 서하린의 얼굴에 흉신악살(凶神惡煞)과도 같은 표정이 지어지며 신형이 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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