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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153화 (154/270)

153화

이틀 뒤.

천량도사와 도철용은 몸이 서서히 나아가자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었다.

무인의 몸이란 내공을 이용하여 신체에 수많은 이득을 취하게 하니, 부러진 다리의 뼈가 이미 붙어 가고 있어 천량도사는 이내 웃음을 짓고는 도철용을 바라보았다.

“뒤틀린 뼈도 제자리를 찾았으니 다행이구먼.”

“아직은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은 없겠습니다.”

“그럼 이제 공동파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현황우를 어찌할지 결정하면 되겠군.”

“문제는 무림맹과 다른 문파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 됩니다.”

천량도사와 도철용은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의 무림맹을 대신하여 공동파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온 것이었다.

그들도 협과 도리를 생각하는 정파의 일원으로서 공동파의 일을 알아보아 남궁천을 움직이도록 할 생각이었으니, 만일 남궁천이 움직이지 않으면 직접 다른 문파를 설득까지 할 생각이었다.

“내일 나서도록 하지요.”

“그럽시다.”

편안히 자리에 누운 천량도사와 도철용의 얼굴에 조금은 걱정의 빛이 떠올랐다.

다른 문파들을 설득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무력을 사용한다는 것.

수많은 피가 흐르게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에 원만하게 일이 수습되기를 바랐건만, 현황우라는 자가 한 일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수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천량도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다 보니 갈증이 가시지를 않는군.”

“저도 그렇습니다.”

천량도사가 불편한 다리를 일으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때였다.

“우웁!”

“왜 그러십니까?”

“아니,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서 말일세.”

“네에?”

그 순간이었다.

천량도사는 방금 마신 물을 포함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에 든 모든 것을 밖으로 토해 냈다.

“우웩!”

촤아아악.

천량도사의 토사물이 도철용의 얼굴로 쏟아져 내렸다.

지나칠 정도로 급하게 토해진 탓이었다.

토한다는 것을 채 눈치채기도 전에 그대로 토했으니.

“으악! 에퉤퉤. 천량도사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미! 미안하네. 갑자기 내가 왜 이러는…… 우웨에에에엑!”

천량도사가 바닥을 손으로 짚고 또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도철용은 급히 천량도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으십니……!”

울렁.

그때 도철용의 속이 뒤집히는 순간.

“우웨에에에엑!”

도철용의 토사물이 천량도사의 뒤통수로 쏟아져 내렸다.

천량도사는 토악질하면서도 뜨끈해진 뒤통수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방주의 얼굴에 토를 했다 하여 복수를 하는 건가, 우웁!”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갑자기 튀어나온 거라, 우웁!”

서로의 토사물을 뒤집어쓴 채 땅바닥을 손으로 짚고 한동안 속을 게워 내는 사이, 정작 둘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

뿌지지지직.

“응? 이게 무슨 소린가?”

“어허, 천량도사님의 가랑이 사이로 허연 물이…….”

뿌지지직.

순간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도철용의 엉덩이에서도 들려왔다.

툭. 툭.

냄새가 나지 않는 허연색의 물 같은 설사.

천량도사의 입에서 토악질이 나오면서도 한숨이 내리쉬어졌다.

“호열자로구먼, 으엑.”

“우우우욱, 결국은 그 여인에게 옮은 것인가 봅니다.”

“젠장할, 이래서야 공동산에 오르지는 못하지 않는가. 우에에에엑.”

의실 안에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기에 화장실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건만, 잠시라도 움직이면 설사가 쏟아져 나오는 터라 천량도사와 도철용이 그 자리에서 연신 실례하기를 반 각.

드르르륵.

문이 열리며 급히 팽달전이 의실로 들어섰다.

팽달전은 천량도사와 도철용을 바라보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호열자로군요.”

“으으으, 이러다가 정말로 죽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아프네.”

“그렇다면!”

팽달전이 주머니에서 환단 두 개를 꺼냈다.

“어제 100개쯤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 약을 계속 드신다면 빨리 나으실 겁니다.”

“그런가. 어서 약을 주게. 미칠 것 같네.”

“그러지요.”

팽달전은 환단을 나눠 주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연약하고 다정한 백예설 의원을 납치하려고 한 죄.

그 값을 톡톡히 받아 낼 것으로 생각하면서.

꿀꺽.

천량도사와 도철용이 환단을 삼키자 팽달전은 사람을 부르고 나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도 격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움막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시지요.”

“움막?”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도철용과 천량도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우웩.”

“우웩!”

아픈 것도 서러운데 움막으로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울렁거리는 속으로 인해 서로의 얼굴에 한껏 토하고 난 둘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 * *

삼 일 후.

백유화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벼랑 끝에 있는 녹림의 산채를 바라보았다.

딱히 움직이지 않고 산채의 움직임만을 파악하는 데 꽤 오랜 공을 들였다.

그러나 며칠 동안 놈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의문이 몇 가지 들었기에 백유화가 천일영의 소매 끝을 잡았다.

“천마님, 왜 천량도사와 도철용을 묶어 두기만 하고 제거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글쎄다. 내가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천량도사와 도철용은 협과 도리를 아는 사람들이다. 정도를 따라 길을 걷는 사람들이니, 저런 사람들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느냐.”

“천마씩이나 하셨던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이상하네요.”

“그러냐. 나도 내가 이상하고는 생각하고 있다. 하하하.”

씁쓸한 감정이 섞인 웃음이 조용히 울려 퍼진다.

백유화는 그 웃음소리에 맞춰 자신도 미소를 띠었다.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 뜻에 따르는 자신도 이상한 사람일 테니까.

“이제 때가 되어 가는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천당문에 지원을 요청했으니 이제 슬슬이라고 생각하던 참이다.”

“아! 그러고 보니 항주에서 서하린이 깨어났는지 전서구도 올 때가 되었습니다.”

그때 천일영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기감에 반가운 사람이 느껴지기도 했고, 참매가 날아오는 것도 때마침 보였기 때문이었다.

천일영이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참매가 내려앉았다.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네 말대로 애영과 화영이 서하린을 깨웠다고 하는구나. 넘치는 영약의 기운을 빼내자 즉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역시 천하제일 의원 백유화로구나.”

“다행입니다. 이제 편하게 이곳에서 일을 벌일 수 있겠습니다.”

“네 말대로다. 사천당문에서도 뜻밖의 거물이 오고 있으니 말이다.”

천일영은 다가오는 사천당문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백유화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반 시진이 지난 후.

천일영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바로 사천당문의 문주 당강용.

본디 천일영이 당강용 본인을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로서는 사천당문을 구해 준 사람의 부탁에 직접 발걸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당강용과 같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딸 당양희였다.

“공자님, 오랜만이십니다.”

“그동안 잘 있었느냐.”

“공자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걱정 없이 지내는 나날입니다.”

당양희가 고개를 숙이자 그 뒤로 커다란 등짐을 메고 있는 사람 오십 명이 보인다.

지원을 요청하자 당강용이 챙겨서 온 것일 터.

“오랜만이십니다.”

“불과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벌써 문주로서의 관록이 얼굴에 붙고 있구나.”

“하하하, 안과 혜가 억지로 가져다 붙인 관록입니다.”

천일영은 당강용과 사천당문 무인 오십 명을 대동하고 성운이 있는 무명비각으로 갔다.

많은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성운도 밖으로 나와 뜻밖의 손님인 당강용을 맞이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 먼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와 공자님은 한뜻을 품고 움직이니 부디 귀하다는 말씀은 거두어 주시지요.”

“허허, 그거 믿음직한 말씀입니다.”

성운은 당강용과 인사를 하면서도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도 아닌 사천당문의 문주가 아닌가.

특히나 요즘의 사천당문은 날아가는 새조차 떨어트릴 만큼의 위세를 자랑하는 곳이니만큼 그들의 지원은 중원에 존재하는 그 어느 곳보다도 든든한 것이었다.

백유화와 천일영, 그리고 사천당문이라면 현황우가 얼마나 강한지와는 상관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꺾어 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모였으니 녹림을 상대로 납치를 시작해야겠군.”

“납치? 현황우를 납치한다는 말이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천일영의 말에 성운은 실눈을 떴다.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지금 당장 녹림을 치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천일영의 말은 성운을 더욱 답답하게만 했다.

“산채에 있는 산적들은 매일 식품을 조달하고 공사의 자재를 사기 위해 나와야 한다. 백유화와 닷새 동안 관찰을 해 보니 하루에 약 오십 명의 산적들이 평균 다섯 명씩 다니더군. 이들의 무리를 앞으로 열흘 동안 노린다.”

“그렇다면 열흘 동안 오백 명의 녹림의 산적을 납치한다는 말이냐.”

“아니다.”

천일영의 웃음에 서늘함이 배어들었다.

이것이야말로 못된 일을 벌이는 사람의 꿍꿍이가 한껏 배어 있는 얼굴.

그것을 본 성운의 목울대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 * *

녹림의 직속 산적이라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 따르는 조금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공동산에 있는 녹림의 산적들은 제법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공동파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산적의 옷을 입고 무공까지 가르쳐 주니, 비록 자신이 삼류 무인도 못 된다고는 하나 일반의 산적들과는 그 질이 다를 법도 하기는 했다.

“오늘은 마을에 식자재를 사러 가는 김에 창관(娼館)에 들러 창기(娼妓)들과 좀 어울리다 가는 것이 어떻겠나. 돈도 있겠다, 시간도 있겠다. 게다가 잘생긴 내 얼굴도 있겠다. 딱 좋지 아니한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게. 그렇지 않아도 채주님께서 관리하시던 객잔이 현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분위기도 좋지 않은 마당인데 창관이라니. 들키는 날에는 얻어맞는 정도로는 안 끝날 걸세.”

“에이, 남자 놈들만 득실거리는 곳에 있다 보니 생각이 간절한데. 어쩔 수 없나.”

다섯 명이 내려가는 산길은 녹림의 산채에서 시작하여 중간부터는 공동파로 올라가는 길과 합류하게 되어 있었다.

전에는 가끔 공동파의 무인들을 만날까 하여 겁을 먹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멸문에 가까워진 탓에 공동파의 무인들이 보이지 않은 지 한참이다.

주변을 둘러보던 산적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술병이라도 안고 자야겠군. 공동파도 움직이지 않으니 경계를 할 필요도 없고 말일세.”

“…….”

산적은 대답이 없는 사람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무슨 술을 살 건가. 백건아는 아무래도 좀 질리고, 돈을 합쳐서 오늘은 제법 좋은 술이 어떤가.”

“…….”

문득 연신 입을 열던 산적은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이상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네 명이 있어야 할 산적이 단지 세 명만 있을 뿐이다.

“어? 자네들! 같이 있던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뭐라고? 자네하고 떠들던 사람이야 여기에…….”

순간 세 명의 산적이 주변을 둘러보다 말을 건 산적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발소리 하나 없이 그냥 사라졌고, 사라진 사람에게서 눈을 뗐다 해도 아주 잠시일 뿐이다.

게다가 설사 공동파에서 습격한 것이라고 해도 한 사람만 사라질 리가 있겠는가.

남아 있는 네 사람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이…… 이건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겠나.”

“내 생각도 마찬가지일세. 귀신이 한 짓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말인가.”

네 명의 산적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솨아아아아.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순간.

타다다다닥.

네 명의 산적은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산채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치 뒷골이 당기고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 자리에는 잠시도 더 서 있지 못하겠다는 듯.

그들은 숨이 턱 밑까지 차고 토하기 직전이 될 때까지 산채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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