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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160화 (161/270)

160화

처음부터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보름 사이에 내공이 3갑자가 올랐다고 했을 때부터, 더 많은 내공을 뿜어낼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어야 했다.

천일영은 자신의 실책에 뛰는 가슴이 심장을 두들기고, 치미는 화에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다.

뿌드득.

백유화의 가슴팍에 그어진 혈선에 눈길이 고정된다.

10갑자에 이른 현황우의 내공 때문에 성운과 당강용, 그리고 당양희까지 죽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검 손잡이에 감아 놓은 가죽이 뒤틀리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날 정도로 꽉 쥐었다.

꽈악. 뚜두둑.

눈에는 분노가 가득한 섬광이 흐르는 순간.

파바바방! 콰아아앙!

천일영의 검이 현황우의 머리 위로 바람을 쪼갤 듯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채애애애애앵. 쿠우우웅.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검이었다.

하지만 현황우도 내공이 높아짐에 따라 신경이 예민해져 몸이 먼저 반응하여 검을 막아 냈다. 내공이 10갑자에 이르는 무인의 무공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그야말로 온몸이 공포에 질려서 곤두서 있는 신경이 검날의 방향을 알려 주었으니.

파캉! 파스스스스!

단 일격. 막기는 하였으되 거대한 내공의 차이로 인해 현황우의 검이 단 한 수를 버티지 못하고 수천 개의 조각이 되어 흩날렸다. 그때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힘을 망연한 눈길로 바라보는 현황우의 시선 사이로 천일영의 장권이 날아들었다.

휘이이이잉. 퍼억!

가슴을 헤집듯 파고드는 장권.

호신강기로 온몸을 두르고 있던 현황우의 눈매가 찌그러졌다.

소리가 나지는 않아도 호신강기가 깨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죽을 만큼의 고통이 밀려 들어온다.

현황우의 눈동자에 공포보다 더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파박. 퍼벅. 쿠아아앙.

“크아아아악!”

천일영의 장권이 연이어 현황우의 가슴으로 파고들어갔다.

내공이 터지는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이내 주변의 공기가 터져 나가고, 현황우의 신형이 쏘아지듯 뒤로 밀려났다.

강대한 힘에 밀린 신형은 땅에 한 번 튕기고, 반동으로 공중으로 떠올라 거대한 바위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저쩌저저적!

바위는 현황우가 처박힌 힘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콰과과과광!

현황우의 몸이 밀어내는 내공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위가 산산조각이 되어 터져 나간다.

“쿨럭. 쿠애애애애액.”

터져 나간 바위의 잔재 위에서 피를 토하는 현황우를 바라보는 성운의 표정에 터무니없는 것을 보았다는 듯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 지어졌다.

“유화야, 저놈이 나한테 내공이 5갑자밖에 안 되는 놈이라고 했었을 때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너 예전에 내공 40년 치였을 때 용케 살아남았네.”

“그러게.”

중원 십육 대 고수가 되어야 내공이 3갑자에서 5갑자 사이다.

눈앞의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성운과 백유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벅. 저벅.

천일영이 아직은 풀리지 않는 분노에 혈광을 터트리며 저승사자와 같은 표정으로 현황우에게 다가갔다.

피를 토하는 현황우의 몰골은 지독하리만치 엉망이었다.

코뼈가 주저앉고 이빨이 날아간 채 너덜너덜한 몸으로 현황우는 고개를 들고 신음을 흘렸다.

“쿨럭……. 분명 10갑자의 내공으로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었…… 는데…….”

“다른 사람의 기운으로 만든 내공의 밀도가 좋을 리 없지 않으냐. 또한 네가 쓰는 방법은 사혈련에서 사용하는 채기법(採氣法)과는 분명 다르구나. 본디 채기법은 원래 가지고 있는 힘인 진기와 어울리기 힘들어 높은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는 법. 헌데 네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기는 현황우의 몸 안에서 꿈틀대는 타인의 기운은 진기와 섞이기도 하고 또한 떨어지기도 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채기법은 진기를 팔맥으로 옮긴 이후 비워진 단전에 빨아들인 기운을 넣는 것이 기본 원리이건만, 현황우는 반대로 진기가 단전에 머물고 타인의 기운이 임맥과 이어지는 혈맥 곳곳에 퍼져 있었다.

‘신기하지만 불편한 일이다. 채기법이지만 채기법이 아니라니. 혈맥에 다른 사람의 기운이 자리를 잡은 것만이 아니라 마치 포개지듯 수십 개의 기운이 쌓아져 올라가는군. 이것이 합쳐져 큰 힘을 내게 만드는 것인가. 하지만…….’

현황우는 몰랐을 것이었다.

지금 이 방법은 강대한 힘을 주기는 하지만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것을.

현황우의 몸은 자신의 진기를 태워 타인의 기운이 섞이도록 만들고 있었다.

즉 진기로 내공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닌 타인의 기운이 섞이도록 만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너 오래 살지 못하겠구나.”

“뭐라고? 쿨럭, 쿨럭.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고 힘만 휘두른 것인가. 하지만 상관없다. 내 사람들을 건드린 죄는 어쨌든 갚아야지.”

스윽.

천일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힘을 주어 현황우의 목살을 베어 내기 시작했다.

현황우가 아무리 힘을 주어 호신강기를 몸에 두르든 완강하게 버티며 반항을 하든 아무 소용 없는 일.

이내 피가 흐르고 배어 나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주르륵.

“어디에서 배웠느냐. 네 무공의 경지로는 만들 수 없는 무공일 터.”

“크윽, 묻는다고 대답해 줄 것으로 생각했느냐. 내 대답은 이것이다. 퉤.”

입 안에 가득 고인 피를 뱉어 낸 현황우가 목을 파고드는 검날을 잡았다. 그때.

푸슉. 촤아아악.

현황우의 목에서 거친 피가 튀어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눈앞의 남자가 칼로 목살을 제법 도려낸 것은 맞지만, 베어져 나간 살에서 튀어야 했을 피보다 훨씬 많은 양이 흐르는 것에 현황우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놀랄 것 없다. 네 몸에 고인 타인의 기운을 빼내는 것이니. 다음은 혈도에 자리 잡은 기운이다.”

“놈!”

파바바바바밧! 채앵!

현황우는 순간 새로운 검을 뽑아 천일영 검날을 쳐 내며 급히 간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천일영은 현황우의 신형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순간 현황우의 내공이 검을 뽑는 순간에만 15갑자로 뛰어 올라갔지. 저 몸은 현황우의 의지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다른 생물 같군.’

간격을 만든 현황우는 급히 몸을 일으켜 목에서 뿜어지는 피를 막았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어찌하여 놈이 몸에 기운이 모이는 곳을 정확히 알고 찔렀단 말인가. 조금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현황우는 웃음을 지으며 천일영의 목을 향해 검을 날렸다.

조금 전까지 쓰던 검은 금화 오십 냥짜리. 그러나 새로 뽑은 검은 천하의 명검이다.

‘이것이라면 부서질 걱정 없이 마음껏 힘을 사용해도 되겠지.’

현황우의 신형이 새로운 검과 함께 튀어 나갔다.

채애앵.

천일영의 목을 향해 날린 검이 막힌다. 현황우는 급히 검을 거두며 몸을 빠르게 돌렸다.

돌아가는 몸의 힘에 내공을 담으면 훨씬 강한 검을 날릴 수 있음이다. 그러나.

파가각!

애써 현황우가 날린 천운검(穿雲劍)의 초식이 다시 한번 천일영의 검에 막혀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푸북! 촤아아악.

어느새 날아온 검날이 자신의 간장 근처를 찌르자 또다시 상처에 비해 많은 피가 튀겨 날아간다.

또 하나의 혈맥에 쌓인 기운이 터진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네놈, 지금 무슨 짓을!”

“다시 한번 묻지. 내공을 높이는 방법을 배운 곳이 어디인가.”

“대답하지 않는다고 했을 터인데!”

쿠구구구궁.

현황우의 몸에서 거대한 압력이 터져 나오며 다시 한번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자욱하게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동안 천일영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건 사람의 기름?’

입가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기분 나쁜 느낌은 분명 불타는 시체에서나 볼 법한 인간의 기름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것이 현황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인가.

‘진기를 태워 온몸이 불덩이처럼 고열이 되어 가는 것인가!’

그동안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수천, 수만의 무인을 상대했던 천일영으로서도 처음 보는 일이다.

사람의 목숨을 벌레만도 못한 것으로 일관하는 일부 패악한 혈교의 무리들조차 사용하지 않을 만한 방법.

순간 현황우의 내공이 20갑자를 넘어섰다.

슈우우우우웅. 카아아아앙.

순간 튀어나온 현황우의 검날이 천일영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은 잠시의 생각에 빠져 방심을 하던 중이라고 해도, 탈마의 경지에 오른 천일영조차 순간 대처하기 힘들었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현황우의 공격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카앙. 카앙. 카강!

공동파의 검술인 무상주천검(無常週天劍)이 허공에 백 개가 넘는 검로를 그리며 천일영에게 날아갔다.

그 속도가 초절정 고수라 할지라도 두 개의 검로를 그릴 시간에 일백 개의 검로를, 하나도 아닌 이어 붙여 연속으로 그려 내자 천일영도 공동파의 무공이 아닌 익숙한 천마삼검(天魔三劍) 제일식(第一式) 천마현신(天魔現身) 섬(閃)과 제이식((第二式) 천마앙복(天魔仰伏) 변(變)을 이어 붙여 받아 내었다.

카강. 카가강. 카가가가강. 피슉. 파앙. 카앙.

순간 현황우와 천일영이 서로를 마주 보며 수백의 초식을 겨누었다.

그것은 이미 성운과 백유화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으로, 사방에 거친 바람을 일으켜 기운과 함께 퍼져 나갔다.

슈아아아악. 퍼엉!

“꺄악!”

“헉, 이게 진정 사람이 싸우는 것이냐!”

터지는 기운에 몸이 밀려나는 성운과 백유화의 목울대로 침이 넘어간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도 한참을 넘어섰다.

게다가 현황우가 내공을 20갑자에 이르도록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쿠아아아아앙!

현황우의 몸에서 더욱 짙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끈적한 연기는 사방의 시야를 가리고, 이내 현황우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기 힘들게 만들었다.

기감도 사람이 지방에 뒤덮이자 정확한 위치를 알기 힘들다. 그때.

후우우우웅. 콰아아아앙!

느닷없이 오른쪽 옆에서 튀어나온 현황우의 검날이 천일영의 머리를 쪼개 버리기 위해 날아온다.

천일영이 자세의 불리함 때문에 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검이 스스로 떠올라 현황우의 검을 향해 날아갔다.

‘천마삼검 제삼식((第三式) 파천황(破天荒). 이기어검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초입 단계이지만, 오의를 깨달으면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검법이다.’

천일영이 들어 올리는 검속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떠올라 현황우의 검날과 마주치는 순간.

파캉! 파사사삭.

천일영이 들고 있던 동전 이십 냥짜리 검이 수천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아무리 검강을 두르고 천일영의 신위로 검에 무리를 주지 않았다 한들, 더 이상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간 것이었다.

“내공 25갑자다. 네놈이 당해 낼 수 있겠느냐!”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만은 인정해 주마.”

순간 천일영의 손끝에서 천마의 장법인 회선무류강(回旋無流剛)이 터져 나왔다.

평소 딱히 무공을 사용하지 않고 때리기만 하는 장법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지금의 현황우를 상대로는 천일영조차 특기인 무공을 사용해야 할 때.

현황우의 무공이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문제는 그의 속도다.

파바바박. 파박!

그러나 천일영은 내공이 25갑자에 이른 현황우보다 한참을 능가하는 속도로 현황우의 가슴께에 수백 번의 장권을 때려 박았다.

그 속도가 일으키는 바람에 현황우의 몸에서 나온 연기가 흩어져 날아가는 순간.

스으으윽! 푸북. 푸욱. 푸부부북!

순간 바뀐 천일영의 기운이 음기로 가득해지며 소수마공이 다시 한번 지법이 되어 현황우의 혈도로 파고 들어갔다.

촤아아아악.

터져 나가는 기운이 핏덩이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현황우의 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크헉!”

“여기까지다. 더는 기운을 내지 못할 테니.”

“웃기지 마라!”

쿠구구구구궁.

이미 수십 개의 혈도를 박살을 내 기운을 흩었는데, 현황우의 몸에서 다시 한번 기운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천일영은 더 이상의 기회조차 현황우에게 내려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신형을 날려 소수마공으로 뱀처럼 파고들어 현황우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치이이이익.

순간 천일영의 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현황우의 몸에서 나는 열기가 천일영의 손을 태우는 것이었다.

천일영은 기막으로 손을 감싸고, 현황우의 머리와 몸이 연결되는 기도를 틀어막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순간 천일영 자신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현황우의 목이 그 즉시 단단해진 것이었다.

‘순간 몸의 기운 중에서 절반이 목으로 이동한 것인가?! 정말로 이 몸이 현황우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기는 한 것인지!’

천일영은 현황우의 목줄기를 놓았다.

이대로 목을 꺾어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건만, 애써 기운을 차단하여 일의 경황을 들어 보려 했던 것은 아무래도 힘들 터.

어찌 현황우가 천일영이 하려던 행동을 알고 목으로 기운을 이동시켰는가.

“젠장.”

천일영의 발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내공으로 가득한 발이 현황우의 가슴에 떨어지자 신형이 뒤로 날아간다.

콰아아앙.

그러나 현황우는 몸을 즉시 일으켰다.

그 모습이 마치 충격을 전혀 받지 않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천일영은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탄(彈)을 날렸다.

거대한 내공이 가득한 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현황우의 가슴에 틀어박히자 크나큰 충격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내공으로 따지면 무려 30갑자가 넘는 힘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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