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천량도사와 도철용, 그리고 무림맹의 무인들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녹림을 삼키고 그것을 공동파가 관리하고 있다고.
또한 녹림을 관리하는 이유가 불필요한 살생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데 공감을 형성했다.
도철용이 이야기를 듣던 중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한데? 공동파를 집어삼키는 과정이.’
천량도사와 자신이 아예 처음부터 없는 것을 전제로 일이 진행됐다.
그런데 천량도사와 자신이 공동산에 있는 것을 누가 알고 있는가.
천일영이다.
게다가.
‘왜 하필 천량도사와 내가 그때 아팠을까?’
백유화가 의술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일영이 타진표를 고치긴 했지만, 백유화가 약제를 지어 먹이고 다른 아픈 자들도 돌봐 주었지. 약재를 다루는 실력이 보통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온몸을 근질거리게 만든다.
특히 결정적으로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
‘왜 공동파의 일이 마무리되자 호열자가 나았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자.
도철용의 입이 순간 쩍 벌어졌다.
‘저놈이다. 설사하고 구토를 하게 만든 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감이 잡혔다.
‘이런 망할.’
도철용은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뻔했다.
너무도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이가 갈렸지만, 지금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설사와 구토까지 했다는 것을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다.
개방 방주의 체면이 있지.
도철용이 쏘아 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사이.
천일영은 여전히 무림맹의 무인들에게 남은 이야기를 설명했다.
“산적이라고는 하나 너희라면 각각 녹림의 열여덟 개 채주 자리를 차지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막아 낼 수 있겠지.”
“…….”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느닷없이 산적이라니.
“아니면 공동파에 거하는 방법도 있다. 그곳이라면 당분간 무림맹에서 냄새를 맡지 못할 것이다.”
“…….”
잠시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림맹의 무인들은 말이 없었다.
다만 산적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는 듯했다.
무림맹의 무인들은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공동파에 오랜 시간 신세를 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산적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군요.”
“잡배가 아닌 사람을 지키는 산적이라니, 제법 좋지 않습니까.”
“저희는 약한 자를 지키기 위해서 무공을 배웠습니다. 장소가 중요하겠습니까.”
무림맹 무인들의 입이 차례로 열렸다.
의외로 시원스럽게 나오는 대답.
이 녀석들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파에 데려다주마. 그곳에서 피로를 풀고 밥도 많이 먹으며 한 달쯤 쉬어라. 그동안 공동파의 장문인 성운이 너희들을 돌봐 주고 이후의 일을 알려 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무림맹으로 돌아가 봐야 죽임을 당할 임무에 끌려 나갔을 몸. 또한 비천운에게서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저희가 계속 협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신 은혜 잊지 않고 평생을 따르겠습니다.”
평생을 따른다고?
‘어째서 점점 규모가 커지는 것이…….’
거둔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성운에게 맡기는데, 왜 따른다고 하는 것인지.
게다가 절정 고수도 두 명에 일류 무인도 서른 명이나 있는 집단이다.
지금 따르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날이 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되어 가는 느낌.
천일영은 결심했다.
‘성운에게 다 떠맡기고 모른 척해야겠다.’
성운에게 일의 경황을 알리는 전서구를 날리고 준비를 시킨 천일영이 금채홍을 바라봤다.
“우리도 이제 떠나야 한다.”
“네, 목화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출발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반 시진 정도 시간이 있겠구나.”
반 시진이나 소요될 리 없는 출발 준비.
금채홍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지어진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고맙긴.”
금채홍이 인사를 하러 자리를 비우자.
백유화가 타진표와 함께 천일영 앞에 섰다.
“공자님, 이분과 함께 항주로 향해도 되겠습니까.”
“딱히 나에게 묻지 않아도 될 일이지 않으냐.”
백유화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이에 타진표가 백유화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유화가 모시는 분이 공자라고 하더군. 유화가 모시는 분이라는 것은 나에게도 곧 주인이라는 말. 그것을 허락할 것인가 묻는 것이라네.”
“천하의 타진표라면 오히려 내가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고 싶다만.”
“나를 아는가?”
타진표의 표정이 과거를 잠시 더듬는 사이.
천일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구 년 전, 산동성 설성(薛城)에서 벌어진 무림맹과 사혈련의 충돌 사건에서 만난 적이 있지.”
“설성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사혈련이 싸우는 동안 천마신교 무명암살대가 무림맹의 뒤를 쳤었는데? 그때 많은 도움을 받았었지.”
“단주의 이름으로 함께 술도 한잔 마셨었다. 기억하는가.”
“……!”
놀란 타진표의 시선이 천일영을 살피듯 뚫어지게 훑는다.
“전보다도 훨씬 엄청난 주인을 모시게 되었구먼. 지금은 밖으로 나온 것인가.”
“은퇴다. 높은 자리는 몸에 맞지 않아서.”
타진표가 고개를 숙였다.
“자리와는 상관없다. 내 이 온몸을 바쳐 충성할 것을 맹세하지.”
“술친구 정도가 좋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하하핫, 주인은 욕심이 없군. 큰 그릇이다.”
타진표도 백유화의 손을 잡고 물러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사이좋은 부녀 사이.
저 까탈스럽고 마음을 열지 않는 백유화가 편안한 표정을 지을 정도면 타진표의 인품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제 다 끝났다. 채홍이도 무사히 구했고, 뜻밖에 좋은 사람들도 거두게 되었군.’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바라보니.
비가 멈추고 따스한 햇볕이 비추고 있다.
‘돌아가자. 집으로.’
천일영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는 금채홍을 바라보았다.
* * *
터덜. 터털.
발걸음이 무겁다.
손대법은 천주가 자신의 몸을 가로로 쪼갤지, 세로로 쪼갤지를 걱정하며 걸었다.
‘기왕이면 가로가 좋지 않을까. 아니, 이게 아니라!’
한숨이 몰려나왔다.
나이 육십이 넘은 몸이지만, 무서운 천주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배가 아파져 오는 것 같다.
그때.
아른거리며 멀리에서 보이는 신형.
손대법은 눈을 비볐다.
“귀문살? 이 망할 놈들이 다 끝나고 나서 이제야 나타났단 말인가!”
끓어오르는 울화에 무림 삼 대 군사의 체통도 집어던지고 득달같이 뛰어가니.
“그거 미안하오. 늦었네.”
이 새끼가 되레 능청스럽게 주둥이를 놀린다.
“늦은 건 아는 것이냐!”
“너무 그러지 마시오. 이쪽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으니까.”
“무슨 사정!”
“전에 해결했던 일에 앙심을 품은 놈들이 한데 합쳐서 덤벼들지 않았겠소. 덕분에 고생 좀 했으니 땍땍거리지 좀 마시오.”
“땍땍?”
“잊지 않고 왔으면 됐지. 거참 쪼잔하게.”
“쪼잔?”
손대법은 손으로 가슴을 쳤다.
쾅. 쾅.
심장이 울리고 화병에 걸릴 만큼 천불이 치솟았다.
‘당장 죽이고 싶다. 손으로 박박 찢어서 죽이고 싶다.’
이를 갈며 피눈물이 나올 법한 안광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순간.
‘잠깐? 타진표를 잃었지만…….’
말도 더럽게 안 듣고, 사혈련 밖으로 한번 나가면 일 년이고 이 년씩 돌아오지 않는 귀문살이다.
전서구로 임무를 내리면 수행은 그럭저럭해 내긴 하는데.
딱 성에 차지 않지만, 화도 낼 수 없을 만큼만 해내고 논다.
질리지도 않고 술을 처마신다.
그 때문에 천주가 사혈련에 붙잡아 두려고 매일같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라고 한다.
‘대신 이놈들을 데리고 돌아가면…….’
천주에게 가로로.
혹은 세로로 쪼개져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손대법은 급히 표정을 바꿨다.
큼. 큼.
“그래. 내가 좀 쪼잔했다는 건 인정하지.”
“웬일로 인정을 다 하시오?”
손대법은 호쾌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의 힘이 없어서 크게 패배한 것이 뼈아파 화풀이를 했다.”
“우리가 있었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오?”
“물론. 그 유명한 귀문살의 힘이 아닌가. 처음부터 자네들을 챙기고 불렀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내 책임이지. 물론 나는 이후 사혈련에 돌아가면 죽게 될 테지만.”
“죽을 정도로? 그 정도로 크게 패했소?”
사귀진이 조금.
아주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죽일 놈. 크게 걱정해 주면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인지…….’
짜증 나지만 다음의 수를 꺼내서 눈앞에 흔드는 수밖에.
“타진표도 사혈련을 떠났다.”
“흐음? 그거 보통 일이 아닌데.”
“뭐, 너희라도 돌아와서 밀린 임무를 수행해 준다고 하면 어찌 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귀문살이 내 형편을 봐줄 리는 없겠지.”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눈물도 조금 글썽거리고.
슬쩍 한 방울 떨어트리기도 했다.
손대법은 세상 다 산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돌아와 주면 천주에게 말해서 매달 금화 열 냥씩 내릴 텐데. 내 목숨도 부지하고.”
“매달 금화 열 냥? 그건 좀 구미가 당기는 말이오.”
“내 개인적인 권한으로 금화 열 냥씩 매달 더 줄 텐데.”
“그럼 한 달에 금화 이십 냥?”
“임무에 성공할 때마다 추가로 금화 지급도…….”
“크하하핫. 알겠소. 군사께서 다급한 듯하니 내 딱 일 년, 그동안 사혈련에 거하며 일을 하겠소.”
군사께서 다급한 듯하다니.
선심 쓰는 척하기는.
‘그래도 그나마 돈에 낚인 게 다행인가.’
손대법이 사귀진의 손을 잡았다.
“잘 생각했다. 천주께서 좋아하실 거다. 이대로 같이 사혈련으로 돌아가지.”
“알겠소.”
마음속으로 땅이 꺼지듯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남을 길이 손아귀에 쥐어졌으니까.
손대법이 희망을 안고 앞장서자.
사귀진과 유향설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타진표의 일은 예상외였지만, 늦게 나타나서 되레 큰소리를 치라는 천마님의 말씀이 잘 먹혔군.’
어차피 손대법의 특기를 살리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의 싸움은 분명히 패배로 이어진다.
그러니.
뻔뻔스럽고.
욕이 나올 지경으로 거만하게 굴어라.
‘그것이 너희가 사혈련에 들어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천마님은 또 말했다.
사혈련에 묶인 것을 싫어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귀문살에게 돈을 꺼낼 것이다.
‘그것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거금을.’
이것으로 사혈련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귀문살이 자연스럽게 복귀하게 되었다.
‘의심을 사지 않았다. 돈도 벌게 되었다. 천마님께서 영약을 사혈련이 어떻게 쓰는지 알아내라는 명령의 첫 번째 관문은 잘 통과했군.’
자연스럽게 사혈련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던 사귀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유향설이 건넨 물을 받아 시원하게 들이켰다.
* * *
성운에게 무림맹의 무인을 건네주고 항주로 돌아가는 길.
‘성운 녀석, 그렇게 좋아할 줄이야.’
천일영이 이백의 무인을 데리고 들어가자.
성운은 맨발로 뛰어나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생이 많았다고 이백 명의 손을 일일이 잡아 주기까지 했다.
‘현황우와 공동파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아픔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겠지. 데려간 무인들이 딱 성운처럼 고집스럽고 협과 도리를 지키려는 자들이니.’
안심되었다.
어렸을 때.
나이 다섯 살 때쯤에는 천일영도 그런 모습을 꿈꿔 본 적이 있다.
정의의 편에 서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아이들의 꿈.
배고픔 때문에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여서 금세 접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들은 어렸을 때 꾼 꿈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정의의 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사치지만.’
피 묻은 손을 접었다 펼쳐 보았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넌 게 일곱 살.
그때부터 악이었다.
천일영은 곁을 둘러보았다.
금채홍, 백유화, 서하린, 타진표.
악에 물든 자신의 곁에 이들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데.
천량도사와 도철용은 왜?
뻔뻔스러운 얼굴로 항주로 가는 발걸음에 묻어서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배신자의 소굴에 있을 곳이 없으니 나를 따라오는 것인가.’
방금 어렸을 때의 꿈을 떠올린 탓인지 두 명의 풀 죽은 모습에 마음이 조금 안 좋아졌다.
“밥 정도는 주지.”
“허허, 미안하구먼.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라네.”
“개방과 화산파의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빠른 해결책이라면 남궁천을 쳐야 할 텐데 비천운을 보고서도 설마 이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오래 있을 생각은…….”
“됐다. 내쫓지 않을 테니 있고 싶은 만큼 있어라.”
“끄응.”
비천운이 내보이는 무공을 남궁천이 못하겠는가.
숨어 있으라는 말이다.
“우리 객잔의 밥은 맛있다. 일단 먹으면서 천천히 나중을 생각하면 될 일이다.”
“고맙다.”
참담한 심경.
무림 십육 대 고수가 둘이나 있는데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
천량도사와 도철용은 고개를 숙이고 도리가 무너진 세월 동안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 * *
“다녀왔다.”
“공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라버니, 채홍이는요?”
건청과 천이영의 말에 쑥스러운 얼굴로 천일영의 등 뒤에 숨어 있던 금채홍이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죄송해요.”
“채홍아!”
천이영과 건청이 금채홍을 와락 껴안았다.
“이 망할 녀석. 이렇게나 걱정을 시키다니.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몸은 괜찮아요. 그리고 죄송해요.”
“무사해서 다행이야, 채홍아.”
“정말로 죄송해요.”
다정하게 끌어안는 손길에 눈물이 나온다.
그런데.
투둑. 투둑.
‘어라?’
이상하다.
분명 따스한 손길에 안겨 있는데.
건청의 손길에 점점 힘이 들어가며 몸이 뒤로 기운다.
“이제 제 차례네요.”
느닷없이 뒤에서 등장한 예서란이 몽둥이를 들고 금채홍의 무릎 뒤를 찍었다.
“꺄악”
쿵.
금채홍은 뒤로 자빠지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때 눈앞에 보이는 광경.
건청이 양손에 침을 뱉고 비비며 눈을 치켜뜨고.
“이건 혜령이가 일 년 전에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후 처음 손에 드는 거네요.”
천이영 여주인이 몽둥이를 들며 화사하게 웃는다.
“뒤집어.”
“으헥?”
건청이 금채홍의 허리 아래로 발을 끼워 넣어 힘을 주고 들어 올리자.
휘릭.
몸이 뒤집힌다.
게다가 예랑까지 나타나서 금채홍의 어깨 위에 발을 올리고 힘을 꾹 주었다.
일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타작을 시작할까요.”
“그러지.”
예서란의 살벌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빠악. 뻐억. 콰악. 뽀드득.
예랑이 금채홍의 몸 위에서 널뛰기하듯 몸을 짓이기고.
예서란과 천이영의 몽둥이가 엉덩이로 내리꽂혔다.
그리고 건청의 속은 것을 억울해하는 분노가 서린 주먹이 날아오기까지.
“꺄악! 너무 아파요!”
“주둥이 다물어. 넌 좀 맞아야 해.”
“어머? 말없이 사지로 가출했던 아이가 돌아오면 눈물만 흘리며 반가워할 거로 생각했어? 그건 그거고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예서란이 눈을 빛냈다.
“증인이 남지 않도록 문부터 닫아야겠어요.”
“좋은 생각이다. 신발을 벗겨서 입에 물려. 비명을 못 지르도록.”
이 무슨 흉악한 집단.
입에 신발이 물리기 전에 금채홍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웃기는 소리.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빠각. 퍼억. 쿠확. 뿌드득.
지나가다 이 장면을 본 화영이 얼음처럼 굳었다.
‘전에 채홍 소저를 다시 못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은 이것 때문이었나.’
온몸이 떨렸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것이 아니었어? 히익! 돌아와서 죽는 것이었을 줄이야!’
화영은 다시 한번 명복을 빌며 합장했다.
빠각. 뻐억. 콰드득!
일각의 시간 동안 사랑의 매타작을 당한 금채홍은 엉엉 울었다.
‘끄악! 두 번 다시 가출 안 할 거야! 적한테 당하는 건 둘째 치고 식구들에게 맞아 죽을 거야!’
금채홍은 눈물을 흘리고 부어오른 엉덩이를 문질렀다.
천이영은 그 모습을 보며 호선을 그린 눈에, 입은 웃지 않는 채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가출 금지. 살고 싶으면.”
“네!”
별유천지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