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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198화 (199/270)

198화

절그럭.

나무로 만든 감옥의 살 안으로 밀려 넣어지자 쇠로 만든 자물쇠가 걸린다.

천일영은 감옥 안에서 눈을 감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분명.

관무불가침으로 무인인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에 대해서 안찰사가 대답하기를.

“현재 무림맹이 무너지고 새로운 맹주를 추대하지 못하고 있다. 관무불가침을 침해당했다고 어디에 네놈이 말을 하겠느냐. 무림맹에 이야기해 봐야 답이 올 리도 없는 것을.”

그 무림맹의 맹주를 죽인 게 다름 아닌 천일영 그 자신인 것을.

그것을 안찰사가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처음부터 현령뿐만 아니라 안찰사까지 한패라고는 생각도 못 했군.’

몸이 묶일 때만 해도 현령은 물론 안찰사까지 땅바닥을 기도록 만들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쫓기는 몸이 되는 것은 다음으로 생각한다고 할지라도.

‘분명 백강천에게 손을 대겠지. 다시 예서를 납치할 테고.’

그 때문에 순순히 감옥까지 끌려왔지만,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소저와 오늘 바다에 가기로 했는데. 오래 기다리지나 않을까 걱정이군.’

눈을 감은 채.

어찌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툭. 툭.

누군가가 어깨를 제법 세게 때린다.

천일영이 감았던 눈을 뜨고 옆을 돌아보자.

흉흉한 인상의 한 무리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신입이로구먼. 제법 곱상하니 귀엽게 생긴 놈은 오랜만일세. 크크큭.”

“키키킥, 옥주(獄主)님. 이거 아무래도 세상 물정 모르고 들어온 놈 같은데, 일단 멍석말이 한번 하고 대화를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잠깐만 기다려라. 일단 가진 것부터 내놓으면 봐주지 못할 것도 없지.”

족히 열 명은 될 법한 놈들이 냄새를 풍기면서 주먹을 쥐락펴락한다.

천일영은 그 모습이 우습기보다는 옥주가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감옥이니까 감옥의 옥(獄)에 주인 주(主)를 써서 옥주인가. 별 명칭이 다 있군.’

솔직히 웃음이 나왔기에, 천일영은 실소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제법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옥주라 불리는 자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겁대가리가 없는 애송이로군. 웃어? 네놈이 일각 후에도 웃는지 보자. 애들아, 말아라.”

“네, 옥주님!”

아홉 명의 남자들이 일제히 천일영을 향해 덤볐다.

혀를 내밀고.

주먹을 쥔 채.

욕설을 입에 담으면서.

“팔다리가 부러져도 감옥 안에서는 고쳐 주는 사람도 없다. 이 XX 놈아! 죽도록 아파 봐라.”

“감히 옥주님께 비웃음을 지어? 이 계집 같은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것이 그 유명한 감옥의 환영식인가 보다.

천일영은 성대한 환대를 해 주기 위해 더러운 멍석을 들고 달려오는 죄인들에게.

환영식을 해 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환한 웃음을 지어 주었다.

후우우웅. 콰아아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감옥이 뒤흔들렸다.

밖에서 감옥의 문을 지키던 포졸이 깜짝 놀라서 튀어 들어오고.

이내 감옥 안의 광경에 눈이 뒤집힐 듯 크게 뜨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 이것이 무슨!”

나무로 만든 두꺼운 창살이 모두 박살이 난 채.

죄수들이 벽에 처박혀 있었다.

“창살이야 나무여서 부서질 수도 있다고 쳐도…… 돌을 깎아 만든 벽에 사람이 처박혀?”

몸이 반은 밖으로 빠져나간 채 엉덩이만 보이는 모습에 포졸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행여 자신이 감시하는 데 죄수들이 재판을 받기 전에 죽기라도 한다면 보통 곤란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빠른 발걸음을 하니.

“으으윽.”

“사…… 살려 줘.”

죽지는 않았다.

새삼 이놈들이 돌대가리인 것에 감사함을 느낄 정도.

‘아니지. 저놈이 무공을 한다더니, 내공인가로 죽지 않게 돌벽을 뚫은 것인가.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포졸은 다급히 위에 보고하기 위해 달렸다.

그사이.

감옥 안에서 옥주라는 자가 벌벌 떨며 천일영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계집 같은 놈인 줄 알았는데.

웃으면서 손을 휘둘렀는데 사람이 날아가 돌벽에 처박히다니.

“몰라뵈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무공을 하시는 분이 감옥에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무공을 하는 분을 몰라봤다고 했느냐. 그 말은 무공을 못 했으면 결국 두들겨 팼다는 말이로구나.”

“허억! 그건…… 감옥의 규칙이라서……. 모두가 평등하게 맞자는 의미가 있고, 유서 깊은 행동인지라…….”

“됐다. 입 다물어라.”

“히익!”

콰아아앙.

천일영은 옥주의 가슴에 장권을 때렸다.

“크아아악!”

쿠와와왕.

옥주가 감옥의 바깥문 옆의 돌벽을 뚫고 밖으로 날아갔다.

약 십 장 정도의 거리를 날아가던 옥주는 바닥에 떨어지고 오 장쯤 더 굴러서야 겨우 몸을 멈췄다.

꿈틀. 꿈틀.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서 게거품을 무는 옥주를 보자.

“이제 조금 조용하군. 구멍이 뚫려서 환기도 되고. 그나저나 역시 남 소저가 오래 기다릴까 봐 걱정되는구나.”

천일영은 걱정을 떨치지 못한 채.

한가해진 감옥 안에서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 * *

현청의 감옥에서 옮겨져야 할 죄인을 안찰사인 자신이 있는 곳으로 미리 데려왔다.

그런데.

휘이이잉.

감옥에 구멍이 뚫려 있다.

옆에서는 죄인이 거품을 문 채 고통 속에서 굴러다닌다.

포졸이 급하다고 해서 달려 나와 보니 이 지경이다.

안찰사는 감옥 안으로 들어섰다.

“……!”

도망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천금상단을 덮친 놈은 눈은 감은 채 세상 평온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안찰사는 부들부들 떨었다.

“네놈! 분명 감옥에 구멍을 뚫은 것이 네 짓이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짓을 한 것이냐!”

“생각할 게 있는데 시끄럽게 떠들길래 조용히 시킨 것뿐이다.”

“감히 황실의 기관인 제형안찰사사에서 천인공노할 짓을 했겠다. 내 사정을 들어 주고 공정한 판단을 하려 했는데, 네놈의 짓으로 인해 더욱 엄하게 처벌할 것이다.”

“좋을 대로.”

“이…… 이놈이!”

안찰사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자.

등 뒤에 서 있던 사람 다섯 명 중에서 한 명이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저희가 저놈을 지키겠습니다.”

“뭐라? 너희들을 이런 허드렛일을 시키려고 도지휘사가 파견한 것이 아니다.”

“돌벽에 사람을 처박을 만한 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졸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흐음, 어쩔 수 없나. 알겠다.”

안찰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자.

다섯 명의 남자는 밖으로 나와서.

세 명은 감옥의 뒤편에 나누어 서고.

한 명은 문 앞에.

또 한 명은 뚫린 구멍의 앞에 섰다.

그중에서 구멍 앞에 선 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놈은 아니군. 하지만 운이 없는 놈이기도 하다. 도지휘사가 날뛰는 흉악범으로부터 제형안찰사사를 지키기 위해 우리를 파견한 지 이틀. 하필 우리가 있을 때 감옥에 끌려오다니.”

“황실에서 가르치는 무공을 배운 우리다. 놈도 제법이기는 하지만, 일류 고수인 우리 다섯 명을 감당하겠는가.”

금군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무공을 가르치고 각기 성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키워진 무공의 고수들이다.

‘어제 천금상단에서 삼류 무인과 이류 무인들을 도륙했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이군. 조금만 거슬려 봐라. 일류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 주마.’

하지만.

그들은 도하승이라는 절정 고수가 천금상단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이미 안대관이 손을 써서 빼돌렸으니까.

그것을 모르는 그들은 태평하게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웃음을 지었다.

* * *

해가 질 무렵.

천일영이 있는 감옥을 지키는 무인들은 지나치게 조용하여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킬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저놈, 아까부터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눈만 감고 있지 않나.”

“무서운 거지. 일류 고수가 다섯이나 지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 벌벌 떨고 있는 거야.”

“푸하하하. 조용히 있었으면 처벌이 더 세지지는 않았을 텐데, 멍청한 놈. 저건 분명 참수형이다. 푸하하핫.”

한바탕 웃은 후.

붉게 노을이 지는 것을 보니 내일도 맑겠다며 하품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느닷없이 정문이 가루가 되어 터져 나가는 소리에 구멍 앞에 있던 일류 고수는 너무 놀라서 혀를 반쯤 패일 지경으로 깨물었다.

“으아악!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감옥 뒤에 있는 셋은 계속 저놈을 지켜라. 저기는 우리가 가 보겠다.”

“어떤 미친놈이!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감옥의 문과 구멍을 지키던 두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으아아악!”

“커허허헉!”

문 앞을 지키던 포졸 둘이 날아 들어와 그들의 발치 앞에 떨어졌다.

순간 빠르게 달려가던 무인 둘은 얼어붙듯 그 자리에 섰다.

다름 아닌 팔과 다리가 전부 제각각의 방향을 향했기에.

그때,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사람 하나가 정문의 나무 분진 사이를 뚫고 들어섰다.

무인은 황실의 기관인 제형안찰사사에 홀로 들어서는 신형을 보며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혼자인 것도 모자라 꼭 여자처럼 비실거리는 몸에…….

잠깐?

‘아니! 진짜 여자잖아!’

두 명의 무인은 검을 뽑아 들고 신속하게 몸을 날렸다.

여인의 몸이라면 무인이라고 해도 만만했고.

또한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미 내공으로 두꺼운 정문을 터트렸을 때부터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건만.

그들은 황실에서 무공을 배웠다는 자만심이 온몸으로 넘쳐흘렀다.

“황실의 기관을 건드리는 것은 삼족을 멸할 만큼의 중죄! 그 자리에 가만히 있거라!”

“당장 목을 치겠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들어오느냐!”

여인은 달려오는 무인을 보며 검을 들어 면을 바라봤다.

“으음……. 마음먹고 검면으로 때리는 건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잘 되려나.”

“뭐라는 거냐. 이 정신 나간 년이!”

무인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우우우웅!

여인의 검이 무인들의 가슴과 얼굴로 날아들었다.

딱 한 번.

그냥 검을 되는대로 휘두른 것처럼 보였는데.

퍼억! 빠악!

“끄아아아악. 나는 일류고수 인데 왜! 커헉!”

“꾸에에에엑! 황실의 무공을 배웠는데 어째서! 크학!”

한 명의 얼굴이 내려앉고.

또 한 명은 가슴이 패인 채 날아갔다.

그 흉악한 모습에 포졸이 고함을 질렀다.

“침입자다! 다들 나와라!”

“모두 병장기를 들어라!”

무인 둘이 나가떨어지기가 무섭게 포졸들이 창을 들고 여인을 둥글게 감싸며 포위했다.

그 수가 약 칠십.

안찰사도 밖으로 뛰어나와 그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식은땀을 흘렸다.

휘이잉! 후우웅. 콰아아아.

순식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크아아악.”

“어째서 검 한 번에 창이 서른 개씩 부러지는 거냐. 아아악.”

“내 다리!”

딱 세 번 검이 움직인 것 같은데 이미 칠십 명이 모두 바닥에 눕거나 꿈틀거리며 기어 다닌다.

“히익! 무슨 저런 고수가 여기에 왜! 관무불가침인데!”

안찰사는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스윽.

어느새 등 뒤로부터 앞으로 검이 뻗어 나와 목살을 파고들었다.

너무 무서워서 침이라도 삼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목울대가 움직이는 순간 목젖이 통째로 베여 나가겠구나.’

순식간에 제압을 당했다.

‘이것이 무공의 고수인가! 내가 무인을 너무 우습게 봤구나. 이제 나는 죽은 것인가.’

심장이 미친 듯 뛴다.

그런데.

등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리며 그 공포를 더하게 했다.

“오늘 아침에 여기로 잡아 온 공자가 있을 텐데, 어디에 있나.”

“고…… 공자라면 뒤…… 뒤편의 구멍 뚫린 건물 안에 이…… 있습니다.”

“너 여기에서 제일 높은 사람?”

“그…… 그럴걸요?”

“그럼 안찰사로군. 일단 살려 둘게.”

“저…… 정말입니까? 가…… 감사합니다.”

사실 남궁무애는 안찰사를 건드리면 피곤해지니까 그냥 놔준 것이지만.

훅.

안찰사는 자신의 위세가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라 그냥 간 것으로 생각하며, 등 뒤로부터의 압력이 사라지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저 공자 놈을 구하려고 이 정도의 고수가 온 것이란 말이냐…….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벌벌 떠는 사이.

안찰사의 눈에 도지휘사가 파견한 세 명의 무인이 일검에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감옥의 문이 부서지는 것도.

“이래서 무인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인가. 단 한 사람이 이 거대한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줄은……. 근데 저 여자, 이미 뚫린 구멍이 있는데 꼭 그렇게 문까지 부숴야 했냐.”

이제야 깨달았다.

관무불가침이라는 것이 왜 있는 것인지.

그것은 무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녹봉을 먹는 관리를 위한 것.

건드렸다간 뼈도 추리지 못하니.

아직은 자신의 목이 달려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는 무인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안찰사는 맹세했다.

* * *

감옥의 문이 박살이 나자 천일영은 눈을 뜨고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두건을 쓴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급히 여인이 두건을 벗자.

남궁무애의 걱정 가득한 얼굴이 드러났다.

“공자가 나타나지 않길래 걱정이 돼서 찾아보니 이곳에 있다고 검 만드는 남자가 말해 줬어.”

“설마 나를 구하러 와 준 것이냐.”

“응. 납치된 사람을 구했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상단주하고 현령, 그리고 안찰사까지 한패인 듯하구나. 덕분에 죄인이 되었다. 하하하.”

“나쁜 놈들이네. 전부 죽일까? 아니…… 사실은 어제 공자가 검면으로 사람들을 제압하고 팔다리만 날렸길래 오늘 흉내 내 봤는데…….”

“소리로 듣고 있었다. 내 마음을 배려해 줬구나. 고맙다.”

“고맙다고 하니 뭔가 쑥스럽네. 그보다 빨리 나가자. 아직은 해가 떠 있어서 바다에 갈 수 있을 거야.”

“미안하다. 바다는 아무래도 며칠 후에 봐야 할 것 같구나. 삼 일 정도면 될 거다.”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네. 삼 일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약속을 어기게 되었구나. 용서해 줄 테냐.”

“기다릴게, 삼 일. 그리고 화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용서할 것도 없고.”

“고맙다. 조금만 기다려 다오.”

“응. 그럼, 갈게. 삼 일 후에 봐.”

남궁무애는 그 말만을 남기고 밖으로 나섰다.

천일영은 피식 웃었다.

‘엄청난 행동력이군.’

그 누가 황실의 직속 기관을 뒤집을까.

그것도 하나의 성에서 최고의 기관 중 하나인 제형안찰사사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짓을 해서라도 나를 데리러 오다니. 이제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십수 년을 데리고 있던 사람도 배신한다.

매일같이 밥을 줬던 주인을 무는 개도 있다.

그런데 온 중원에서 평생 쫓길 만한 짓을 해 버렸다.

그것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 세상 그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천일영은 웃음을 지었다.

저 사람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 위로.

포개어져 싸이는 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너를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다.’

천일영은 남궁무애의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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