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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8 - 랭크전 (8/243)



〈 8화 〉8 - 랭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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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나이트폴의 랭크전은 6 대 6으로 진행된다.

인게임의 룰은 맵에 따라 변화하는데, 적을 모두 처치하는 섬멸전부터 지정된 위치를 방어하는 공성전까지 그 종류가 꽤나 다양했다.


섬멸전을 제외한 다른 맵들은 라이트 유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어찌 됐든 적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섬멸전과 달리, 다른 맵들은 맵의 구조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의 위치를 모두 외우는  기본이었으니.

 당연히 이쪽 세계의 나이트폴에서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햇수로 따져도 10년이 넘은 게임이다. 발매된 확장팩마다 두 어개의 맵만 추가된다고 쳐도, 이걸 모두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많겠는가.

그래서 랭크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우선적으로 알아본 것도 바로 맵의 종류였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랭크전에 사용되는 맵은  개 뿐이었다.


역시 내가 있던 세계와는 다르게 발전한 모양이다. e스포츠 종목으로써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대대적인 랭크 시스템 개혁을 했다나.

하기야 맵의 종류가 수십 개가 넘는다면 보는 시청자부터 연습하는 프로들까지 부담이 크겠지.
내가 플레이하면서 '얘네가 이걸 고쳤으면 애초에 똥겜이 아니었겠지.' 하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모두 개선된 걸 보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랭크전에 사용되는 맵은 섬멸전 맵  개와 정복전 맵 하나로 압축된 모양이다.
 중 둘은 내게도 매우 친숙한 맵이었다. 애초부터 인기가 많았던 맵이다.


이건 꽤나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게임은 하면서 익숙해지는 거지, 공부가 요구되는 순간 머리가 아픈 법이다.

굳이 따지자면 맵 보다 훨씬 세분화되고 복잡한 캐릭터 세팅이 더 중요했으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 건 인 게임에서 쳐부수면 그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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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웅장한 나팔 소리와 함께 승리를 알리는 커다란 붉은 깃발이 흔들리고, 나는 또  번 개선 길을 걷는다.

이걸로  연승이더라... 목표로 했던 10연승을 달성한 이후에는 제대로 세질 않아서 모르겠다.


신규 계정인만큼 낮은 랭크에서 학살을 자행하며 거둔 연승이다. 이런 식으로 랭크를 등반하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양민 학살에 대한 무슨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아니다. 나는 양학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베는 맛이 없더라.


원래 내가 원하는 나이트폴의 재미는 한 수  수에 목숨이 달려있는 극한의 전투상황에서 나왔다.


서로의 호흡이 느껴지는 간격에서, 다음 수를 예측하며 무기를 주고 받는.


그런데 저티어 구간에서는 그런 급박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전투 구도의 백 중 구십은 내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건 이미 심리전의 영역도 아니었다. 매번 이기는 심리전을 어떻게 심리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월한 반응속도는 예상하지 못한 불시의 일격도 당연하다는  흘려냈으니.

난 최대한 빨리 랭크를 올려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글쎄, 그래도 퀸 까지 가면 긴장감이 생기지 않을까.


다행인 건 나이트폴의 랭크 시스템이 제법 개념찼다는 점이다. 연승을 하면 하는만큼 점수가 올라가는 폭이 커졌다.
10연승 이후부터는 거의 2승마다 구간 하나 씩을 건너 뛴 느낌이다.


이 기세대로라면, 목표로 정한 퀸까지도 금방 찍을  있을  같은데.


띠링-


응?


다음 게임을 위해 대기하는 내게로 게임 메세지가 날아왔다.


스벅s2:선생님 실례지만 친추좀 해도 될까요


스벅. 뭔가 욕설과 흡사한 닉네임이  눈에 익었다. 아니, 커피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달리 메세지를 받을 곳이 없었으니 아마 방금 게임을 같이 한 유저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 그 시건방진 쌍검 유저.

벌레 무기로 유명한 쌍검을 들고 첫 대치부터 도발을 시작한 놈이라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어디서 본  있는지 잡기술을 걸어오는 모습이 꽤나 웃겼었는데.

친추라니.


Nord11:아니요.


해줄 이유가 없다.


친구가 아니잖아.


바로 다음 게임을 시작하려고 매칭을 잡는데, 메세지창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스벅s2:아니 선생님 잠깐만요
스벅s2:제가 다름이아니라
스벅s2:선생님한테 나이트폴을 배워볼수있을까해서
스벅s2:츠바이 다루시는 모습에 오줌을 지려버렸습니다 선생님 제발
스벅s2:간단히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소소하지만 치킨이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

뭐가... 뭐가 이리도 절실한지.

치킨이라는 말에 끌렸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멘탈이 갈릴 정도로 처참하게 패배하고는 바로 상대방에게 저런 메세지를 날릴 수 있는  스벅이라는 사람의 멘탈에   가더라.


자연스럽게 긍정으로 마음이 쏠린다.

답장에 앞서, 나는 나이트폴 전적 검색 사이트에 스벅이라는 닉네임을 검색한다.

이번 시즌 최고 랭크 룩3.

현재 랭크... 비숍2이다.

생각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처참한 폭락이다.


나이트폴의 랭크전은 계급이 뒤바뀌는 구간의 승급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반면 승급에 성공한 이상 그만큼 떨어지기도 어려웠는데.

한때 룩3 까지 올렸던 사람이 비숍까지 떨어졌다는 소리는, 그 구간의 현지인이라면 참... 눈물날만한 하락세였다.

본래 나이트폴을 좀 한다는 유저들 사이에서, '룩'이라는 계급이 상징하는 의미는 꽤 컸다.

이제 게임에 익숙해지는 단계인 폰과 나이트, 적응을 완료하고 숙달해가는 비숍을 넘어  부터가 진정한 의미에서 나이트폴 고수의 영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은연중에 룩 이상의 유저들이 강한 발언권을 가졌다.
하위 랭크 구간을 비하하는 멸칭, 이를테면 나이트를 일컫는 말똥이나 비숍을 삐숍이라 말하는 등의 속칭들도 대부분 룩 유저들의 발상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이니.

룩에서 비숍으로 강등당한 자의 심정은 충분히 짐작할만 했다.

뭔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한테 게임을 가르쳐주는 것도 처음이었거니와, 굳이 따지고 보면 몸이 바뀐 뒤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이기도 했다.

그게 나이트폴 랭크전에서 만난 의문의 삐숍이라는 게 참... 가벼우면서도 우스운 일이었다.


때문에 원래 같았으면 바로 차단했을 교육요청에, 나는 긍정의 의사를 보내는 것이었다.

Nord11:그럼 조금만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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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됐다!"




[?]
[와 이게 되네ㅋㅋㅋㅋㅋ]
[극]
[의문의 비숍2 츠바이고수 출격ㄷㄷㄷㄷㄷ]
[락]
[노드센세 쓰벅식 붕어 암기법에 뒷목잡고 쓰러질 예정]
[본캐 티어나 먼저 물어보자]
[근데 배우는거 의미있음? 이새끼 저번에 퀸 초청석 했을때도 알려준대로 안해서 나락갔는데]
[그건 눈높이가 너무 달라서그런거지 ㅇㅇ 이새끼한텐 비숍에서 양학하는 양학충 눈높이가 딱임]
[어허 선생님한테 말버릇이,,쯧쯧]
[응~ 교육 30분도못가서 노잼될예정~]
[우리 스벅은 아가야... 아가는 맘마먹는법부터 배워야해...]
[존나 우량아시네요]
[베코 ㄱ]


사활을 건 도박이었다.


정도를 넘어선 데스를 박으면서 컨텐츠가 망하고, 채팅창이 나락으로 도배되는 가운데 스벅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불타는 채팅창을 무시하고 컨텐츠를 감행하거나.
즉석에서 다른 컨텐츠를 마련해, 불 붙은 민심을 가라앉히는 것.

스벅이 생각하기에 그대로 컨텐츠를 진행하는  악수 중의 악수였다. 불타는 채팅창에 게임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될 건 둘째 치고서라도, 이미 크게 얻어 터진 마당에 무슨 낯짝으로 양학 컨셉을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래서 스벅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뿔난 민심을 가라 앉히기 위해선, 그만큼 참신하고 재밌어보이는 컨텐츠를 제시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방송소재라는 게 그렇게 통통 튀어나오지는 않았으니... 스벅이 Nord11에게 메세지를 날린 건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이었던 것이다.

이런 발악이 예상 밖으로 성공했으니, 스벅으로써도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벅s2:선생님 그럼 베코 가능하신가요

물론 나락방어전 이란 게 그토록 쉽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까지 성났던 민심은 Nord라는 새로운 게스트의 등장으로 잠깐 사그러들었을 뿐이다.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불은, 방송이 늘어지거나 재미를 잃은 순간 바로 재점화될 터.

스벅의 머리는 이 일대일 교육을 어떻게하면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맹렬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Nord11:제가 마이크가 없어서
Nord11:연습전에서 채팅으로 알려드릴게요.


[센세 철벽치시네]
[요즘세상에 마이크없는 나이트폴 유저가있다?? 뿌슝빠숑]
[그만큼 부끄러우시단 거겠지]
[마이크도없이 뭘배움? 걍쳐내]
[뭘쳐내 ㅂㅅ이ㅋㅋ 학생이 선생을 쳐낼라하네]
[근데 일대일로 뭘배움?]
[심리전이나 잡기술같은거 배우겠지]
[어이어이... 스벅은 이미 잡기술의 '신'이다]
[병신]

마이크를 못 쓴다는 건 방송적으로 꽤나 커다란 마이너스였다.
게스트가 존재하는 방송의 가장  메리트는, 스트리머와 게스트 간에 오고가는 대화의 주고받기이기 마련인데.
마이크가 없다니.

스벅은 내심 반쯤 포기하는 마음을 가졌다. 시청자들이 불타면 어떤가. 따지고 보면 방송이 불타는 게 한두 번도 아니었다.
시청자와 싸우는 일이 거의 고정 컨텐츠화 되어, 요즘은 오히려 하루라도 멀쩡히 방송을 하는 날이 없었다.


동료의 말마따나 스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미 '불' 이모티콘과 '나락'이 도배되는 채팅창이었다.


'너무 불타면 방종하고 튀어야겠다.'

...사실 시청자들에게  불타라고 장작을 넣어주는 게 스벅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다.

'아, 맞다.'

스벅s2:선생님 근데 실례지만 본캐 티어가 어떻게 되시나요

스벅으로써도 이건 꽤나 궁금한 질문이었다.
비숍 구간을 통째로 절단내버리는 의문의 고수는 과연 진짜 랭크가 어디일까.


방송인의 특성상 고랭크의 유저들도 간간히 만나고, 심지어 퀸 유저에게 나이트폴 교육까지 받았던 스벅이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법이었다.


게다가 Nord는 스벅이 프로의 부캐라고 의심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혹시나 300명 뿐인 '킹' 유저라면,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시청자들을 잠재울 수 있을 터.

Nord11:킹


[와]
[ㄹㅇ 킹임?]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킹노드! ]
[누추한 분이 귀하신 곳에 왜]
[본캐 닉 까보라해봐]
[북구의 왕이시여...]
[왕의 제자 스벅 ㄷㄷㄷㄷ]
[구라같은데]
[바로 들통날텐데 구라를 왜치겠음]
[인증 ㄱ]

아니나 다를까. 본인을 킹이라고 밝힌 이후 채팅창의 반응은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럴만도 했다.
점수만 올리면 달 수 있는 다른 랭크와는 달리, 킹은 수많은 나이트폴 유저들 사이에서 정상에 있는 300명에게만 허용된 특별한 랭크였다.


때문에 지금 킹에 속한 유저들은 거의 대부분이 프로 선수거나 정말 유명한 네임드유저였다.


비숍 랭크게임에서 우연히 만난 의문의 고수가 바로 그  랭크의 유저라니.


이거 완전 말도 안 되는 방송각아닌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스벅에게로, '킹' 노드의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한다.


Nord11:예정

?


스벅s2:선생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Nord11:킹(예정)이요.

아무래도, 스벅이 만난 의문의 고수는 정신나간 또라이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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