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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9 - 교육방송, 매우 유익한 (9/243)



〈 9화 〉9 - 교육방송, 매우 유익한

스벅s2:특성은 어떻게 찍나요

Nord11:취향이요.


[아 ㅋㅋ 그런건 좆밥쉑들이나 물어보는거죠?]
[킹(예정)의 말씀이시다 새겨들어라]
[아니 ㅅㅂ 죄다 취향이래]
[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이럴거면왜배움?]
[응애 나 애기스벅 취향도정해줘]
[저게팩트아님? 프로세팅 똑같이 따라하면 니들이 프로되냐? ㅋㅋ]
[팩트 밴좀]


채팅창 진화 작업이  순조로웠다. 스벅은 슬쩍 피어오르는 기쁨을 참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올라가는 입꼬리가 캠을 통해 흘러나가면 방송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마이크가 안 된다는 말에 실망한 게 언제일까. 스벅이 우연찮게 섭외한 나이트폴 선생은 의외의 똘끼를 가지고 있는 낌새였다.


생각해보면, 마이크를 썼을  게스트의 말 주변이 부족할 수도 있었다. 그럼 그것만큼 최악인 경우도 없다.
그럴 바에야 채팅으로 적당히 드립을 주고 받으며 의외로 유익한 교육방송을 연출하는 게 방송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저 킹(예정)이라는 의문의 고수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나이트폴을 알려줄 지가 의문이었으나... 사실 스벅은 비숍2까지 떨어진 후로 일종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나는 어차피 비숍종자에 불과한 병신 머저리라는.
그러니 어차피 안 될 거 방송 각이라도 잡자 싶었다.


 설정을 다했는지 초대가 날아왔다. 스벅은  그대로 취향에 따라 고른 캐릭터 세팅을 마치고 초대를 수락했다.
이번엔 되도 않는 쌍검이 아니라, 광전사가 보여준 임팩트에 따라 거대한 양손검과 버서커특성을 중심으로 짠 빌드였다.

특별한 지시사항 없이 취향에 따라 고르라는 Nord의 발언은 스벅으로써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굳이 방송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스벅은 처음 나이트폴을 시작할 때부터 자기 마음대로 특성을 찍고 플레이하는  좋아했다.

특성은 물론이요 심지어 무기를 고를 때도 손이 가는대로 골랐다.
시청자들이 스벅을 놀릴 때 쓰는 별명에 '웨폰마스터'가 있을 지경이었으니 알 만도 했다.

물론, 그건 모든 무기를 다룰 줄 안다는 찬사가 아니라 모든 무기를 병신처럼 쓴다는 조롱에 가까운 뉘앙스였으나.

같은 무기를 사용하면 쉽게 질린다는 건 스벅의 첫 번째 신조였던 것이다.

붉은 평원(Crimson Steppes).

일명 불땅이라 불리는 나이트폴 랭크게임의 근본 맵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노을 진 붉은 하늘과 넓게 펼쳐진 벌판이 인상적이다. 별다른 오브젝트나 변수랄 게 없기 때문에 전투 구도를 만드는 능력과 순수한 대인전 능력이 요구되는 맵이었다.

세팅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신규 특성이나 무기가 추가될 때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국민 맵이기도 했다.


Nord는 굳이 다른 설명 없이 바로 일대일 커스텀 매치를 시작했다.


맵을 불러오는 나이트폴의 로딩 화면에서 스벅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Nord는 어떤 식으로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불과 몇  전 교육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랭크의 스트리머 파피루스와 합방을 진행했던 일이 떠올랐다.


같은 플랫폼에서 개최한 스트리머 대회를 통해 만난 인연으로 추진했던 합방이었다.
방송 경력이 오래된 두 명이 함께한 합방인만큼 방송은 꽤나 성황리에 종료되었는데.

교육방송의 취지에서 본다면... 성과는 제로에 가까웠다.
대체 효과적인 전투 구도를 만드는 게 뭐가 그렇게 복잡하다는 말인가. 스벅은 복잡한 이론을 생각하며 전략적인 게임을 하는 것보다 순수한 피지컬로 때려박는 스타일을 더 선호했다.


그런 스벅 내면의 묘한 반발심이 강하게 작용했는지.


교육이 끝났을 때, 파피루스가 한 시간에 걸쳐 설명한 나이트폴 전투이론들 중 스벅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 합방 이후로 스벅의 별명은 또 하나 늘었다.
'붕어'라는... 다소 모욕적인 별명이다.


많은 별명은 방송인의 인기를 반증하는 증거물이기도 했으나, 스벅의 속내가 조금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 프로도 아니고 게임을 하는데 왜 그렇게 머리를 쓰면서 해야 하냐고.'

지금 우연히 다시 교육을 받게 된 입장에서.
과연 이 의문의 고수가 어떤 식으로 스벅을 가르쳐줄지는, 기대  걱정 반이었던 것이다.

Nord11:양손검 드셨네요.

스벅s2:선생님 본받으려고 들었습니다.

Nord11:그럼 시작할게요.

스벅s2:넵 그럼 뭐부터하면될까용?

Nord11:살아보세요.

스벅s2:네?


의문에 찬 스벅의 채팅을 마지막으로.

붉은 빛으로 물든 들판의 저 편에서, 광전사가 질주하기 시작한다.

[교육(물리)]
[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응 살아봐~ 아님 뒤져~]
[이게 신식교육인가뭔가하는 그거냐?]
[와 뛰어오는거봐 존나무서워]
[저거 방송인거모르는거 맞냐? 감뒤지네]
[그냥 미친놈같은데]
[붕어한텐 아게 맞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시는거지... 노드센세]

느닷없이 실습으로 시작한 교육 내용에 당황했던 스벅은 이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붕어라는 표현이 여전히 거슬렸기는 했으나, 한 시청자의 말이 맞았다. 스벅의 체질상 이렇게 몸을 통해 배우는 게 제격이었다.


마음  편으로는,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방송인 특유의 호승심도 피어났다.


스벅이 누군가. 뇌를 비우고 피지컬 하나만으로 룩까지 등판한 무지성 플레이의 선두주자였다.

주변에 아무런 변수도 없이 일대일로 맞붙는 결투전이라면 스벅이 제일 자신있어하는 분야였다.
일례로 스벅의 학습능력에 고개를 내저었던 파피루스조차 일대일 실력은 동랭크 최강이라며 극찬하지 않았는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광전사의 모습을 두 눈에 선명히 새기고. 의자에서 자세를 다시 잡는다.

전투의 기본은 선공권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스벅은 노드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대쉬하기로 결심했다.

이윽고,  사람이 충돌하기 직전.


스벅은 광전사를 향해 빠른 속도로 칼 끝을 찔러 넣는다.


스벅이 칼을 들어 올려 찌르기 모션을 취하는 와중에도 광전사의 검은 여진히 아래를 향해 있다.
아마 하수를 배려해 선공권을 내어줬거나, 방심에 가득 차 만만하게 보고 있을 터. 빠른 찌르기로 선공권을 잡았으니 이제 상대는 회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광전사의 몸이 흐릿하게 반전하는 듯 싶더니.
스벅의 화면이 회색 빛으로 암전한다.


"아니... 뭐야?"


[??]
[뭐야 왜뒤짐?]
[?]
[버그임?]
[진짜 단칼에 죽여버리네]
[이게... Nord11?]
[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 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노드좌 그는 킹인가?]
[이게 왕이  남자다]
[아니 근데 진짜 어케 뒤짐?]
[피하면서 칼 번쩍이던데]


단 일격.
스벅은 스스로가 어떻게 죽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분명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확신하며 다음 공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리스폰을 기다리는 스벅에게 Nord의 채팅이 날아온다.

Nord11:왜 죽으셨죠.


[지가 죽여놓고 왜죽으셨죠 ㄷㄷ 인성수준]
[노드좌 싸패였네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왜죽었냐고 ㅋㅋㅋㅋ]
[아 칼바람에 맞아죽었다고~바람을 어케 피하냐고~]
[존나 태평하게 물어보네 미친놈인가]
[양검들고 대쉬찌르기하는 병신이 어딨음? 완전 나죽여줍쇼하는건데 ㅉㅉ]
[방금은 그냥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라 할만했던거같은데 억까 넘 심하네]
[아 그래서 왜 뒤졌냐고 ㅋㅋ]

스벅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대답했다.

스벅s2:ㅠㅠ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제발 가르침을 주십쇼


Nord11:그럼
Nord11:한번 더 죽어보죠.

그 기겁할만한 채팅을 보자마자 마침 리스폰 시간을 다 채운 스벅의 캐릭터가 붉은 평원에 리젠됐다.

그리고 어디서 봤던 것처럼, 드넓은 벌판의 붉은 지평선  너머로 새빨간 안광이 귀신처럼 떠오른다.

 광경을 보면서 스벅은 처음으로 자각했다.


아, 나는 좆됐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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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선수 시즌 37호째 데스 ㄷㄷㄷㄷ]
[그래도 이번엔  오래 버텼네]
[30초가 오래냐?]
[열 번 뒤질 때까지 한방에 뒤졌다는 걸 생각해라... 이정도면 미친 성장속도가 아닐까]
[응애 나 애기스벅...나죽어...]
[이새끼 표정 다 죽어가는거 존나웃기넼ㅋㅋㅋㅋ]
[웃겨? 넌 이게웃겨? 나는 눈물이난다.]
[왜 노드좌랑 같은 무기인데 공속차이가 이렇게남]
[공격연계되는게 차원이다름]
[횡공격으로 페이크 존나주더만 이번엔 진짜네 이게 게임이냐]
[쓰벅 양손검가져온거 뼈저리게 후회중 ㄷㄷ 지금 속으로 방패 생각 간절하죠?]
[쓰벅이 아무리 삐숍따리어도 방패드는 게이짓은 안한다]
[응~ 게이되고 랭크올리는게 이득이야~]
[킹(예정)은 다르긴하네 걍 벽이느껴짐]
[근데 그냥 킹아님? 본캐 밝히기 싫어서 드립친거같은데]
[존나잘한다 노드좌...]


교육이 시작한 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스벅은 정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 한 시간동안 미친 광전사의 칼을 받으면서 죽기 바빴으니까.


학생을 죽이기에 바쁜  미친 선생은 시작부터 이런 교육을 예정했던  같다. 커스텀 매치로 따로 설정된 플레이어 리스폰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스벅은 잠깐의 리스폰 시간동안 자신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채팅창으로 그걸 적어야만 했다.

모르면? 모르면 눈 앞에서 대기하던 광전사의 대검이 그대로 날아온다. 그것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럼 스벅으로서도 본인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절실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처음엔 몇 번을 죽어도 자신의 사인에 대해 알기 힘들었다.
노드의 공격이 같은 양손검을 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고 정밀했기 때문이다.

 공격을 처음 검으로 받아냈을 때는 그만큼 짜릿했는데.


부딪힌 반동으로 마치 튕겨나가듯 뒤로 젖혀진 대검이 물흐르듯 연격을 이어올 때는 헛웃음이 나오더라.


이렇게 반복적으로 죽기만 할 뿐인 교육을 끊지 않고 이어나가는 건.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 때문도 있었으나, 스벅 자신이 느끼는 뭔지 모를 뿌듯함 때문이기도 했다.


몇 번째인지 모를 회색화면. 스벅은 방금 전의 전투를 복기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함으로 차오를 만큼 훌륭한 대응이었다. 저 괴물의 연격을 30초 동안 버티다니. 심지어 중간 중간 소심한 카운터를 날릴 수도 있었다.


...물론 마지막 카운터가 실패하고 목숨이 날아가긴 했다.


그러나 뿌듯함은 제쳐두고서라도, 버티는 시간이 길어진만큼 싸움을 복기하는 것도 일이었다. 미친놈처럼 싸우는 광전사는 이런 데에서 까탈스럽기까지 했다.

만족스러울 정도의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별도의 채팅 없이 바로 대검 러쉬가 시작된다.

그러니 적어도 몇  길이의 전투 복기를 써내야 되는데... 그걸 채팅으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Nord11:오래 걸리시네요.

마치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채팅에 글을 쓰던 스벅에게 노드가 말을 걸어왔다.

이미 채팅을 쓰는 중이니 대답   있을리가 없다. 스벅이 빠르게 문장을 마치고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성실함을 보여주려고  순간.

Nord11:핸드폰으로 들어갈테니까 보이스하실까요?



고생한 만큼, 오늘 방송은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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