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16 - 현실에서 도망치면 나오는 건 현실이다
스벅:영상 업로드했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드시는 부분 있으면 즉각 수정하거나 영상 내리겠습니다@
링크드릴테니 꼭 봐주세용 ㅠ
ltube.com/channel/UCd52FcjSu788Mn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자.
그래, 새로운 웹툰 같은 데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만화만큼 순수 재미로 승부하는 창작물도 드물었다. 비록 내가 만화에 마지막으로 손을 대본 게 오래 전이기는 했으나, 그렇기에 더 새로운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나이트폴이라는 망겜이 갓겜으로 변화한 것처럼 극적인 전환이 게임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기왕 남들이 하지 못할 경험을 겪은 마당에, 이런 즐거움이라도 발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며 웹툰 시장을 둘러보기시작했건만.
호기심이란 중력과도 같아서, 그 무거운 질량으로 나를 빨아드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엘튜브에 들어갔다.
여전히 현실감이 없더라.
무슨 대단한 사건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스벅의 메세지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열심히 빌드를 깎다 보면 이런 쓸데없는 잡념을 벗어던질 수 있는데.
그러나 인간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의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불완전한 생명체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샤워를 할 때면, 긴 머리를 타고 물이 떨어지는 묘한 감각을 느끼며 자꾸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샤워를 하면서도 나이트폴을 할 수 있게 방수 컴퓨터를 만들어 줘.
다르게 생각해보자. 'Nord11'라는 내 나이트폴 계정은 하나의 가면이 아닐까?
나이트폴 내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두 노르드가 저지른 일일 뿐이잖아.
요는, 노르드와 연결되는 '이혜진'이라는 인간의 존재가 발각되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다.
대중들의 눈 앞에 서야만 한다면, 숨을 곳 없는 무대에 맨몸으로 나타나는 것보다는 가면이라도 쓰고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 주목을 받는 건 내가 아니라 노르드다.
나는, 스벅이라는 이름 아래에 적혀 있는 구독자 50만명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스벅의 엘튜브 채널은 내가 봐도 깔끔해 보였다.
대부분이 나이트폴 관련 영상이다. 드문드문 다른 게임이나 잡담 영상도 보였지만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컨셉 플레이인가.
재생목록까지 구성한 모양이다. 훑어보기에도 평균 조회수가 꽤 높았다.
그 되지도 않는 쌍검 플레이는 컨텐츠였던 모양이다.
스벅이 말한 편집영상이 무엇인지는 찾을 필요도 없었다.
내가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마자, 스벅 엘튜브 채널의 메인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이 바로 그것이었으니.
'우연히 만난 퀸(진짜)에게 교육을 받아 보았다'
흠.
퀸이 아니라 킹인데.
2시간 전 업로드.
조회수는... 10만.
높은건가? 내가 엘튜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적어서 잘 모르겠다.
10만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영상을 재생하기 전, 댓글에 먼저 눈이 갔다.
[17:32~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
-ㅗㅜㅑ 진짜 목소리 미쳤다
-저분 방송하는 분이에요? 목소리 너무 좋은데
-그냥 일반 유저라는데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들어와서 확인해보세요!
-홍보충 ㄲㅈ
[스벅이 부럽다... 나도 노르드 누나한테 몇 번이라도 찔려서 죽고 싶다.]
-미친놈 진짜 같아서 소름돋네;
-추천수를 보면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게 아닐까요?
-여기에 공감하는사람이있겠음? 일단 나는 추천누름
[스벅 갈수록 표정 썩어가다가 노르드님 목소리 듣고 얼굴 펴지는거 실화냐? 너무 솔직하고]
-ㄹㅇ 얼굴에 고대로 들어남 ㅋㅋㅋㅋㅋ
-ㅈㄴ 부끄럽다 스벅형... 너무 추해
-응 남자라면 얼굴 펴질 거 다 알아~
[광전사... 대검... 중갑... 강력한 여성... 밟아주세요]
-마지막이 좀 이상한데;;
-이렇게 보니까 미친 개성이네
-현실 돼지년일거 뻔한데 ㅋㅋ
[11:32 여기 머임? 어떻게 죽은거임]
-느리게 보면 각 비틀어서 흘려내는거 보여요...
-칼맞기 직전에 해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듯?
-저게 인간이냐
[knightfallgd/profile/Nord11 노르드센세 전적. 그냥 어이가 없는 수준]
- 30겜 27승 ㅋㅋㅋㅋ 이정도면 양학 그 이상인데
-아니 빌드뭐야 ㅋㅋㅋㅋㅋㅋ
-단검??? 특성이 무슨 암살자같은데
-왜 혼자 다른겜함??
[진짜 사랑해요 이런 컨텐츠 많이 해주세요 ㅠㅠ]
[본캐 진짜 닉이 뭘까 킹 같은데]
-여성 프로아님?
-목소리 첨들어봄
-저정도 실력이면 의외로 유명한 프로일수도
반응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수준의 호평이다.
여성 게스트가 출현하는 방송은 대개 이런 분위기인가?
이럼에도 안심보다는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게 내 슬픈 천성이었다.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의 타격도 그만큼 커다란 법이다.
댓글은 그만 읽기로 했다. 스벅의 채널인데도 나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았다. 도대체 영상이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꼴이 났는지.
나는 영상을 재생했다.
처음은 쌍검을 휘두르는 컨셉 플레이로 시작됐다.
스벅이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확대되는 캠이 웃음 포인트였다.
내 생각과는 달리 좋은 전적이 눈에 띈다. 아마 나를 만나기 전에 했던 게임인가.
화면에 크게 나타난 '승리'와 함께, 역겨움이 극에 달한 스벅의 얼굴이 강조되어 잡히고.
바로 다음 장면, 회색화면과 함께 처참하게 망가진 스벅의 전적과 구겨진 얼굴이 교차하며 나타난다.
12데스. 비교적 리스폰이 빠른 섬멸전에서도 어지간하면 보기 힘든 숫자이긴 했다.
["아 또 저 새끼야! 제발 좀 꺼져주세요!"]
이런 반응이었구나.
방송에 송출되는 스트리머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구겨지는 모습은 생각보다 볼 만했다. 회색화면이 길어질 때마다 화면 우측 하단에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이 재미를 더했다.
채팅의 내용은... 대부분이 조롱이더라.
아마 시청자가 스트리머를 공격하는 게 컨텐츠의 일종인 듯 했다.
그런 방송도 있는 거겠지.
수천 명의 시청자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가 내 손에 의해 극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는 건 짜릿한 일이었다.
방송을 하는 이유를 알겠다. 평소에는 방송인의 멘트와 리액션에 따라 다수의 시청자들이 저렇게 움직일 것 아닌가.
결국 스벅은 패배했고 자연스럽게 양학이라는 컨셉 방송도 덩달아 실패했다. 영상은 나락으로 도배되는 채팅창을 클로즈업한다.
...방송을 하기 힘든 이유도 알겠다. 어지간히 정신이 나갈만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한테 교육을 부탁했다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신기하더라.
역시 보통 멘탈은 아니었다.
그래도 금방 수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여전히 도배로 가득한 채팅창을 애써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
영상이 시작하고 처음으로 잠깐 입을 다문 스벅은 곧 내게로 메세지를 보냈다.
거기서부터는 나도 아는 내용이다.
스벅의 부탁들 받아들인 내가 초대를 보내고, 곧장 칼질을 시작하는.
그러나 시점을 바꾼 것만으로 내용은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나는 한없이 진지한 태도로 교육에 임했던 것 같은데, 스벅의 시점에서 바라본 방송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내게 죽어 회색화면으로 바뀔 때마다 채팅창은 속도를 더한다. 간간히 터지는 도네이션 문구는 스벅의 속을 긁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방송인의 직업정신인가. 보는 내가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용케 멘트를 멈추지 않는다.
편집된 영상이라는 걸 감안해도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조금 더 가혹하게 몰아붙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입을 여는 걸 보면 꽤나 여유가 남았던 모양인데.
조금 아쉬웠다.
멘트의 대부분이 변명인 탓에 조금 추잡하기는 했으나, 그건 아마 방송적인 컨셉의 일부겠지.
수십 번의 죽음을 경험한 뒤로는 채팅장의 조롱도 줄어들더라. 반복적인 화면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일까.
내가 베타코드에 들어온 건 바로 그 즈음이었다.
이게 내 목소리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목 언저리로 손이 간다. 울대뼈가 잡히지 않는 목은 부드럽기만 했다.
영상은 화려한 효과를 넣지 않고, 잠깐 정지한 채팅창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17분 35초. 과연 하이라이트같긴 하더라.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생소했다. 당시에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던 것 같은데. 저게 내가 맞나.
아니다.엄밀히 따지면 저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핸드폰을 타고 들어가 왜곡된 게 첫 번째요,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는 게 두 번째다. 그러니 저건 사실 내 목소리라기 보다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디지털 신호가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친, 사실과는 거리가 먼...
됐다. 그만두자.
채팅창은 내가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외면할 수 있을만한 열기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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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엘튜브에 노르드좌올라옴>
편집 존나깔끔한듯?
빙금 공개됐는데 조회수올라가는거 미쳤다
ㅇㅇ:쓰벅편집자 편집 ㄹㅇ잘함
-ㅇㅇ:쓰좆데리고 구독 50만 ㅋㅋ 칼고한테 갔으면 100만도 씹가능
-ㅇㅇ:칼고씹련은 대체 시청자한테 뭘 하길래 어딜가나 칼고충이있냐??
-ㅇㅇ:응~구독자30만따리 하꼬년 언급ㄴ
네네키미*:노르드좌 등장장면 임팩트 돌았네ㅋㅋ 생방봤는데도 재밌음
-ㅇㅇ:쓰벅 영상은 편집깔끔해서 좋더라
냥냥코로*:나 젖어버렸어
-ㅇㅇ:인증 ㄱ
-ㅇㅇ:프로리그 시작도 안했는데 냥냥이 시즌1호 인증 ㄷㄷ
-ㅇㅇ:노르드좌 냥냥이 인증마크 받았네
-ㅅㅅ32:좆목좀 그만해 씨발련들아
<노르드좌 전적갱신.knightgd>
겜데에서 노르드좌 어제 게임한거 가져옴
knightfallgd/profile/Nord11
총 전적 30전 27승 3패
룩5로 승급함
특이사항으로는 어제 초반에 2판 돌린거빼고는 전부 새로운 빌드로 쌓은 전적이라는거 ㅇ
빌드는 링크타서 직접보셈.
걍 존나 혼란스럽다는 것만 말해준다.
솔직히 광전사로 계속했으면 저 3패도 안했을듯?
대검든참치*:뭐야 츠바이버림? 너무 실망인데
-ㅇㅇ:새로 쓴 빌드 보고와...불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ㅇㅇ:지나가던 개새끼도 저 빌드는 거르겠다 ㅅㅂ
-대검든참치*:뭐야ㅋㅋㅋㅋㅋ빌드 어이가없네
이민식*:나 이민식도 이 빌드는 거른다.
-ㅇㅇ:민식이가 거르는 빌드... 개똥일지도?
-ㅇㅇ:나갤 호감고닉 이 민 식
개분법*:아니 그래도 전적보면 괜찮은거 아님? 이새끼들 하던것만 하니까 뇌가 굳어버렸네
-ㅇㅇ:그래서님티어가?
-ㅇㄴㅇ:개똥은 딱 보면 개똥임 ㅇ
-아메바13*:17연승하던 사람이 3패나 박는게 이상하다곤 생각못함?
-ㅇㅇ:아메바 닉값못하네
거북선인*:노르드좌 믿고 빌드 카피간다
-ㅇㅇ:님 닉이랑 안드로메다만큼 차이나는 빌드같은데요
-ㅇㅇ:솔직히 재밌어보이긴함
<아니 쓰벅이건 노르드건 안궁금하다고ㅋㅋ>
씨발련들이 인방얘기도 정도껏해야지 아예 갤점령을 하고 있네
노르드가 뭔데 개씹덕새끼들아
느그 주인들 엘튜브가서 노세요 ㅋㅋ
ㅇㅇ:헉 나 상처받아쏭 ㅠㅠ
ㅇㅇ:일침충 일침지렸다 그쵸?
마나도롱뇽*:갤이 싫으면 니가 떠나야지 왜 지랄?
<노르드좌는 방송안함?>
실력 랭커급에
사용하는 빌드도 미친 로망에 예능까지
목소리도 존나 좋고 캐릭터도 있음
대체 왜???? 방송안함????
제 발 방 송 켜
ㅇㅇ:왜안하긴 ㅋ 씹돼지년이라 안하지
-ㅇㅇ:캠방안하고 목소리만 들려줘도 육수새끼들 끓어넘칠텐데 뭔상관임
-ㅇㅇ:유명해지면 신상은 털리게 돼있음 ㅋ
나랑야스하자*:방송키면 발 핥을거야
-ㅇㅇ:이런새끼때문에 안하는거임
-ㅁㅇ:그건 너만 좋은거잖아
유동똥싸개*:지금 이래봤자 어차피 금방꺼질 씹거품아니냐? 방송 아무나 하는줄아나 ㅋㅋ
-ㅇㅇ:ㅈㄹ 존나 잘하는데 실력만 보여줘도 청자 꼬일듯
-유동똥싸개*:애초에 여자라는 증거가있음?? 겜 대리로 하고 목소리만 내는줄 누가아냐 ㅋ
검방커신*:컨트롤 보는 맛으로 볼거같은데
-ㅇㅇ:응~현실은 씹돼지년이 다이어트하겠다고 제로콬 마시면서 하루종일 겜만 쳐하는 페인년~
-ㅇㅇ:너는 왤케 묘사가 구체적이냐;
-ㅇㅇ:씹돼지년 검거
<노르드좌 방송키면 볼 나갤럼들 개추박자>
일단 나부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