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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26 -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6/243)



〈 26화 〉26 -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교육 방송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스벅의  달성이라는 성대한 결말과 함께.

생각한 것보다 뿌듯함이 커서 놀랐다. 교육 과정을 통으로 날려먹은  같은 플레이에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가도, 간혹 놀랄만큼 훌륭한 플레이 보여주는 터라 재미가 있더라.

확실히 스승이라는 건 보람이 있는 직책이었다.

방송 화면의 중앙을 당당히 채우고 있는 금색 룩을 바라보며, 나는 곧장 방송을 종료했다.

호스팅 기능을 처음 써봤다.  방에서 저걸 지켜보는 것보다 시청자가 많은 스벅의 방송이 더 재밌겠지.

즐겁게 채팅을 치고 있던 시청자들이 잠깐 불을 지피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어차피 얼마안가 스벅 방송의 폭주하는 채팅창에 묻힐 것이다.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적절한 방종 타이밍이었다.

방송을 종료한 뒤에도 내겐 할 일이 있었으니.

바로 엘튜브 채널 개설이다.

방송을 제대로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엘튜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무슨 거창한 미래 계획을 설계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해봐도, 엘튜브는 안 하는 것이 손해더라. 생방송과 양립이 불가능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은가.

심지어 엘튜브는 대중성마저 뛰어났다. 나이트폴 엘튜브는 그 규모만큼이나 챙겨보는 고정 구독자 층도 많았다.

내가 만든 채널이 크게 흥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엘튜브를 통해 방송에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어떤 영상을 올릴까인데.

생방송을 통째로 올리는 건 무리였다. 몇 시간짜리 영상을 누가  챙겨보겠는가. 트렌드에 따르면,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을 위주로 올리는  맞았다.

그런데 내가 편집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생소한 일은 이래서 문제였다. 뭔가 한걸음 나아가려 하면 바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와 문제의 연속이다. 답안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스벅의 엘튜브가 떠올랐다. 편집된 영상이 참 깔끔했는데. 편집자의 존재는 나에겐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내 한 몸 간수하지도 못하는데 무슨 편집자인가.

일단... 그냥 적당히 잘라서 올리자.

저스틴이 제공하는 다시보기 영상이 그대로 남은 건 다행이었다. 영상을 따로 녹화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영상이 될 테니까 소스도 첫 방송에서 따오는 게 좋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별게 있겠나 싶었다. 영상 자르고 붙이는 것 정도야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는가.





그래서 지금이다.

새벽 3시.

몇 시간 동안 혹사당한 눈이 고통을 호소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눈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이상한 이물감이 느껴져서 집중이 잘 안됐다.

내 원룸을 가득 채우는 모니터의 불빛이 영상이 흘러감에 따라 반짝거리며 점멸했다.

그걸 볼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그냥 통째로 올릴 걸.

영상은 그냥 자르고 붙이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충 기워서 누더기 꼴이 된 영상을 업로드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나름대로 편집점을 잡는답시고 내 방송을 처음부터 다시보는 과정부터가 문제였다.

화면 속 개소리를 중얼거리는 내 모습은 바라보기가 좀 역하더라. 사실 저게  목소리가 맞는지도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가끔은 나도 소름이 돋았다.

그 묘한 오글거림을 극복하면서 편집점을 찾다보면, 이걸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그냥 이어 붙였더니 장면이 툭툭 끊기는 부분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부드럽게 연결하는 법을 찾아서 또 삼만  길을 돌아간다.

장면이 전환될  어떤 효과를 넣으면 좋다고 해서 그걸 알아보느라 또 길어졌다.

어느정도 해결하고 나면, 기왕 만드는 거 시작할 때도 뭔가 인트로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하나 둘 배워야할 게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다. 편집된 영상을 반복재생을 하다 보면 부족한  너무 눈에 보여서 시간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해서 재생한 편집 영상을 그냥 종료해버렸다.

지금 재생하면 뭔가 또 마음에 걸리는  생겨서 잠을 설칠 게 분명했다.

편집자를 왜 따로 두는 지 알 것 같다. 편집 기술을 새로 배우면서 매일 생방송과 이 지랄을 겸할 수는 없겠지.

미리 생성해둔 엘튜브 채널에 30분 가량의 편집 영상을 그냥 업로드했다.

예상 업로드 시간이, 저게 완료되는 걸 지켜보고 자는 건 무리일  싶겠더라.

나는 의자를 돌려 바로 침대로 뻗어버렸다.

공간이 협소한 것이 장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책상에서 뒤돌면 바로 침대라니. 인간이 나태해지기 가장 좋은 구조가 아닐까.

업로드, 업로드... 채널이름을 Nord11로 짓기는 했는데.

 채널인  사람들이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굳이 내걸 찾아서 보는 사람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수없이 많은 나이트폴 영상이 있을텐데 내 영상을 볼 리가 있나.

설정해야 할 것도 산적해있었다. 저스틴의 방송 채널에서 엘튜브 링크를 연결하는 기능도 있었던  같은데, 연동해둬야겠지. 그러고보니 방송과 관련된 배너도 많던데. 그런 것들도 하나 하나 채워넣어야 한다.

아니, 어차피 아무도 안 볼  같은데 왜 이리 오랫동안 편집에 시간을 갈아 넣었는지... 아- 모르겠다.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데. 몰려오는 수마가 복잡한 내 머릿속을 조용히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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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Nord11라는 계정의 채널에 동영상 하나가 업로드된다.

영상이 범람하듯 넘쳐흐르는 엘튜브다. 혜진의 걱정처럼, 찾아보는 사람이 없는 이상 이제 막 개설된 채널의 영상의 조회수는 올라갈 수 없는 법이다.


찾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렇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조회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단 이틀 동안의 방송에서, 노르드의 방송이 끼친 영향력은 혜진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애초에 소문이 퍼져나가는  막을 수 없는 인터넷 방송의 세계다.

스벅의 방송으로  인지도를 얻고, 첫 방송에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기록한 신입 스트리머가 어떻게 유명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심지어  초짜 스트리머는 시청자와의 소통을 위한 창구를 단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다.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통합 커뮤니티를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두 번에 불과한 개인방송에서는 시청자들과의 소통도 거의 없이 나이트폴만 주구장창 플레이하지 않았나.

화룡점정은 그 방종 타이밍에 있었다. 화려한 게임 플레이로 방송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고, 시청자와 여운을 함께 즐기기는 커녕 한 순간에 방송을 꺼버리는  악랄함.

이 정도면 악질 시청자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일부 시청자는 화를 잔뜩 품어 악질로 변하기 직전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노르드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머리가 가득  무리들이 중대 단위로 양성되었으니.

새벽에 올라간 노르드의 엘튜브 채널이, 악에 받친 댓글 폭격을 받은 것도 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것이다.

그래, '업보'라고  수 있겠다.




[타임지선정 방종을 잘하는 여자 1위]
-이 영상도 방종하면서 칼같이 끝나네 ㅅㅂㅋㅋㅋㅋ
-이정도면 아티스트 ㅇㅈ??
-현대예술 다 좆1까 노르드센세 방종이 현대예술이다
-그래서 촉촉이 뭐라 그랬는데?

[여기가 시청자 수천명 내팽개치고 방송을 꺼버린다는 무친련이 사는 곳인가요??]
-어허 선생님한테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지 ㅉㅉ
-응~ 미친 선생맞아
-그래서 촉촉이 뭐라 그랬는데???

[테에에엥 마망... 마망이 버리고 간 우리들 다 얼어죽었어...]
-시체아가들 끌고다니는 네크로맨서 ㄷㄷㄷ
-사람새끼가 아니긴하네
-다 노르드가 만든거야 책임져야해
-그래서 촉촉이 뭐라 그랬는데?????

[아ㅋㅋ 유입들 시작부터 악질로 양성하는 스트리머가 있네ㅋㅋ 방송키면 딱대라진짜]
-애초에 스벅 방송보고 건너온 새끼들 많아서 악질천진데 ㅋㅋ
-내가볼때 방장이 더 악질임
-그래서 촉촉이 뭐라 그랬는데???????

[여러분들 화내지마시고 센세 슈퍼플레이나 보세요. 17:30~]
-더 화난다 씨발 저러고 바로 방종했잖아
-존나 잘해서 화남
-막판에 채팅창 터진거 보임?? 저게  속터지는 모습임
-아 또 생각나네ㅋㅋ 갑자기 화면에 오프라인.. 진짜 방송키기만 해라
-그래서 촉촉이 뭐라 그랬는데?????????

[어떻게 저런 목소리로 쵸코칩 ㅇㅈㄹ을 할  있는거죠]
-칙쵹???칙쵹???칙쵹???칙쵹????
-인터넷에 치면 나와 ㅂㅅ아
-어쩌라고 씹련아 ㅋㅋ 방장 입에서 듣고 싶다고

[선생님 방송 키기만 하십쇼 메모장 꽉 채워놨습니다]
-센세 어차피 채팅안보고 무시함
-타격 제로 ㅋㅋㅋ


[지금 방송 안키면 노르드마갤 파서 정예 멤버 모아간다^^]
-응 이미 단톡방 만들어놨어~
-ㄹㅇ임??
-구라지 ㅂㅅ아
-저수지 가동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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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는 더럽게 피곤하다.

피곤을 대가로 먹이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한 교환조건일까. 피로가 누적되어 죽는  빠를지 끼니를 걸러 죽는  더 빠를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새벽에 자는 사람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 잤는데도 뻑뻑한 느낌이 드는 눈 하며, 뻑적지근한  몸은 블쾌함의 결정체다.

...몸이 무겁다. 정말 눈물나게 상쾌한 아침이다.
조금 늦게  정도로 이렇게 컨디션이 망가질 수가 있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껴졌다. 이 정도면 환자 수준이다.

오래 자려고 알람도 오후로 맞춰 놨는데. 도대체 이 시간에 문자가  날아온다는 말인가.

<혜민>
오늘 주호랑 언니집 들려도 돼? 물어볼 것도 있고 주호도 언니 얼굴 보고 싶대.



아. 제발.

황급히 날짜를 확인하니 주말이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집에서만 살다보면 시간 감각이 완전히 날아가는 법이다. 평일이랑 주말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냐 싶거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은 완곡한 거절의 문자로  위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몸 상태도 그렇고 방송도 문제였다. 고작 이틀 방송했는데 삼일 째에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노를 저어야 할 땐데.

'내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다음에 놀러와.'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띠링-

...무섭게도 답장이 바로 날라왔다.

<혜민>
왜? 어제 방송 잘만 하던데.

예? 이거 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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