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31 - 달려야 할 때가 있어
오롯이 한 명의 적에게 집중하면 된다.
다른 방해물은 아무것도 없다. 제한적인 감각을 다른 곳에다 소비할 필요도 없다. 그저, 눈 앞에 있는 단 한 명의 상대에게만 집중하면 돼.
그럼 내쉬는 호흡마저 포착할 수 있으니.
이런저런 규칙은 내세우지 않는다. 출발의 신호는 서로가 알고 있었다.
호흡이 일치하는 지금.
두 전사는 동시에 발을 움직인다.
첫수는 광전사가 가져갔다. 우측 허리춤에서부터 땅을 향해 내려뻗은 대검을 그대로 들어올린다. 달려나가는 기세를 한껏 실은 횡베기였다.
날카로움 보다는 공기를 뭉개는 듯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정통으로 맞으면 절대 온전하게 빠져나가지 못할 터.
그러나 맞은 편에서 이를 마주하는 기사는 대검의 기세에 위축되지 않는다.
새까만 중갑을 온몸에 두른 기사다. 붉은 노을 빛이 반사되지 않고 칠흑같이 어두운 갑옷에 흡수되듯 사라졌다.
양손은 광전사의 대검 못지 않게 커다란 크기의 대형 둔기를 꽉 쥐고 있었다. 둔기의 머리 부분에 박힌 날카로운 가시들이 흉흉하게 빛났다.
흑기사는 멈추지 않는다. 광전사의 움직임을 보는 즉시, 땅을 거세게 박차며 튀어나가듯 대검의 간격으로 뛰어들었다.
콰광-!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둔기의 자루로 대검을 막아냈다. 생각했던 것만큼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검이 도달하기 전에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힘으로써, 광전사가 의도했던 타격점을 빗겨낸 탓이다.
그러나 돌진의 기세가 온전히 담겨져 있던 일격이다. 방패도 없이 불안정하게 공격을 받아낸 흑기사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숨 고를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무기를 맞댄 두 전사가 움직인 건 거의 동시였다.
흑기사는 가시가 박힌 건틀릿으로 무장된 오른팔을 광전사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왼손은 비스듬히 대검과 맞닿은 둔기를 거머쥔 상태였다.
양측 다 무거운 장병기를 들고 있다. 순간적으로 간격을 좁힌 흑기사의 판단은 전투의 구도를 근접 박투로 몰고 갔다.
흑기사가 오른손을 뻗기 직전이다. 광전사는 맞닿은 대검에 힘을 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애초에 흑기사가 공격을 받아내며 조금 밀려난 상태였다. 대검에 무게가 더 실리자 흑기사의 균형이 무너진다. 뻗은 주먹은 광전사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투구의 끝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균형을 회복할 틈을 주지 않는다. 광전사는 즉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대검을 휘두를 간격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뒤로 몸을 뺌과 동시에 회수된 대검이 다시 한 번 흑기사에게로 쇄도한다.
자세를 바로 잡을 시간은 없다. 주먹이 빗나간 순간 흑기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어설프게 대검을 막아내려 했다간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것으로 전투가 종료될 터.
찰나의 순간 종전까지 흑기사가 머물던 자리에 섬뜩한 칼날이 지나가고.
거리를 벌리고 선 두 전사는, 다시 대치상태에 이른다.
서로의 감각이 날카롭게 일어나고.
두 번째 충돌에는 신호도 필요하지 않았다.
저돌적이되 무식하지는 않다.
닉값 하나는 못하는 친구다.
하기야, 정말 무식하게 플레이한다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겠지.
타점이 머리 부분에 쏠려있는 대형 워해머다. 저건 내가 사용하는 대검보다도 훨씬 거리 조절에 능숙해야만 활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무식하게 휘두르기만 하는 게 먹히는 건 딱 비숍까지니까.
간격을 내주면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 적에게 잡아 먹히는, 파괴력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한 장병기.
그러나 흑기사의 거리 감각은 날카로웠다. 무조건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었다.
최초의 돌진은 나로써도 의외의 한 수 였다.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 할 줄 알았건만. 예상치 못한 박투였지.
그래서 이 순간이 즐겁다.
동작이 크고 한 수가 무겁다. 느리다고 방심할 수 없었다.
저건 급소를 노릴 이유가 없는 무기다. 정타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어설프게 방어를 선택한 상대방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한 방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으니까.
패링 따위를 유도하는 어설픈 페이크 모션은 이 싸움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타이밍을 맞춘다고 가볍게 튕겨낼 수 있는 무기들이 아니었다.
저 간격을 무너뜨리면서 잡아먹어야 한다.
나는 대검을 다시 뒤 쪽으로 내려 쥐었다. 오른쪽 허리춤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땅을 향해 뻗는 형태였다.
거리가 벌어진 상태에서 무기를 맞대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검으로 둔기를 받아냈다간 쇳덩어리째로 박살나기 십상이다.
간격을 좁힘으로써 적이 먼저 공격하기를 유도해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을 수 없게 가까워지되, 절대 닿지는 않을 거리. 한 걸음 차이로 생사가 결정 날 것이다.
사실상 줄타기나 다름 없었다.
나만큼이나 상대도 전투 구도를 설계하고 있을 터. 방향을 결정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나는 그대로 돌진했다.
간격에 진입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더 움직였다간 금방이라도 박살날 것 같다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발을 뺐다간 접근해오는 망치에 죽어나갈 뿐이다.
지금. 왼 발이 땅에 닿은 시점이다.
간격을 이해하는 건 이론이라기 보단 감각의 영역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 움직임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의 움직임. 무기를 휘두를 때 어느 발이 먼저 움직이는지, 무게중심의 이동을 살펴봐야 한다. 당장 닿지 않을 것 같은 거리도 그 변동에 따라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인 이상 그 모든 걸 순식간에 고려할 수 없기에.
나머지는 본능이라는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급제동을 위해 땅에 디딘 왼발을 박아 넣듯이 밀어넣는다.
중갑과 대검의 무게 때문에 몸이 무겁다. 왼발이 무게를 모두 견디지 못하고 땅에 끌렸다. 자세가 무너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 덕분에 둔기는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달려오는 속도를 고려해 날린 일격이었을 터.
큰 힘이 실린 일격은, 그만큼의 반동이 생기는 법이다.
나는 대번에 오른발을 앞으로 뻗는다. 한걸음 이동하면서 몸의 균형을 바로 잡고, 두 걸음째.
이젠 내 차례였다.
최강전사이무식: 17시 30분에 붉은 평원으로 와라.
최강전사이무식: 18시에 붉은 평원으로 와라.
최강전사이무식: 18시 30분에 새장으로 와라.
최강전사이무식: 와라.
최강전사이무식: 와주세요.
뒷 맛이 깔끔한 친구는 아니더라.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일대일 결전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승부는 삼세판. 어떻게 지든 이 세판의 게임에서 패배한 쪽은 뒤도 보지 않고 깔끔하게 나가는 걸로.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시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추가를 받아줬더니 저러고 있다.
[무식아... 추하다 그만하자]
[최강ㅋㅋㅋㅋ전샄ㅋㅋ이무싴ㅋㅋㅋ]
[잘하긴했어~아깝긴했어~아쉽기도했어~]
[세판 다 아쉽게 졌다면 그게 실력차이아닐까?]
[팩트ㄴ]
아쉬움을 느낄만한 싸움이긴 했다.
줄타기라고 하지 않았나. 플레이하는 나도 간발의 차이라고 느낀 순간을 보는 사람은 얼마나 긴박하게 느꼈을지.
일대일로 행해지는 결전은 확실히 6 대 6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순간의 짜릿함이 있었다. 근래들어 최고로 즐거운 게임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자동거절을 해제하고 친구추가를 받아줄 만큼.
저 메세지를 보니 다시 차단을 하고 싶기는 하더라.
전투의 전율이 몸을 타고 흐르는 지금.
이건... 방종 타이밍이 아닐까?
방송인이라는 건 컨셉과 캐릭터를 어떻게 형성하는지가 성공을 결정한다고 그랬다.
[왜 말이없지 이거 방종각인데?]
눈치빠른 시청자가 더 늘기 전에.
"여러분들, 오늘 방송도 봐주셔서 감-"
-오프라인
<진짜 좆같네>
아 그냥 좆같다고ㅋㅋ 개ㅆ1벌 오늘은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끔
감나라배나라:좆같으면 보이콧해~ 노르드 잠적하면 아무도 못찾아~
-대게가쌈:진짜 씨...벌
<이무식 네임드유저임?>
누구냐? 방장한테 꽤 비비던데
닉도 그렇고 컨셉도 그렇고 유명할 거 같아서
화살한방울:퀸 매칭에서 종종 보는데 유명한 건 모르겠음 평소엔 컨셉질 안하거든. 칼고 방송에서 몇번 본거같은데 걍 우연히 매칭잡힌듯?
-smatafuc:니도 오늘 저격돌린 놈 아니냐?ㅋㅋㅋㅋㅋ
-화살한방울:아 '우연히' 같이 잡힌거라구요
<방장의 패악질을 끊어내야한다>
이거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면서 방종하는거에 맛들리고 있다.
이쯤되면 이년 이거 방종 맛깔나게 하려고 방송살리는게아닐까 의심될 정도임
계속 이게 반복되면? 우리 흑우들은 멍청한 개새끼마냥 방장이 행하는 정신적 수탈을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
아직 뿌리가 뻗지 않은 지금이 기회임. 단절하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 힘을 합쳐야한다.
만국의 시청자여 단결하라!
또라이몽:저르크스ㄷㄷ 그래서 선생님 방법은 뭐죠?
-아이도:그냥 빌어
-감나라배나라:방장이 기도를 들어줄거같냐고ㅋㅋ
한량23:저 지랄하는데 니들이 계속 보니까 문제인거아냐 ㅋㅋ 흑우새끼들
-냥냥코로:방종해도 우리 언니 방송계속 볼건데요??? 언니만큼 겜잘하는 스트리머없는데요???
-마나도롱뇽:냥냥이 여기까지 왔니...
-칙촉촉칙촉촉칙:촉촉이 얘기해줄때까지 계속 봐야돼
서윗각설:절대 패악질 못막음 왜? 대체제가 없거든. 나이트폴하는 실력파 퀸 유저? 있음.
나이트폴하는 여성유저? 있음.
근데 나이트폴하는 실력파 퀸 여성유저??? 절대없음. 퀸나밍이라 해봐라 뒤1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방장이 급방종을하든 노마이크를하든 개처럼 기면서 방송해달라 비는 수밖에 없다.
-한량23:씨발ㅋㅋ 그냥 안보면되는걸 개소리 장황하게 써놨네. 여성유저가 뭐가 중요함? 노르드도 여자인거 빼면 걍 고만고만한 실력인데 ㅋ
-나랑달:지랄ㅋ 보는 눈이 없냐? 방장 실력이 고만고만하면 나갤 고인물 새끼들이 하루종일 관전 분석 돌리고 있겠냐? 딱 봐도 말똥 새끼네.
<그래도 오늘 결전재밌었음>
센세 랭크겜보면 이것도 반응한다고? 할때가 많은데
결전하니까 그냥 일인칭화면 자체에 몰입하게 되네.
무식이도 나중에는 좀 추해졌는데 센세 화면으로 볼때는 좆간지였음ㅋ 중갑간지
고수들 초청하다가 결전하는 컨텐츠 자주해줬으면 좋겠다. 교육방송도 좋은데 그냥 말없이 일대일 뜨는 것도 수준이 높아서 재밌어
마나도롱뇽:결전은 마법사가 안나와서 별로임ㅋ
-검방커신:네다메ㅎ 마법사가 안나오니까 재밌는거야
-마나도롱뇽:메이지때 유입된 유저가 제일많죠? 하여간 틀딱새끼들이 꼭 마법사싫어하는 티를 내요 ㅋ
-검방커신:센세 마법사 보일때마다 대검으로 사지분해하는거 못봤냐? 백퍼 센세가 마법사 젤싫어함 ㅎ
꺆뀨륚띠:결전이든 뭐든 그냥 방송만 오래해줬으면 좋겠어...
<정보글)저스틴 결전대회 곧 개최됨>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저스틴 공식 결전대회.
참가조건이 조금 바뀜. 저번에는 룩이상이면 다 됐는데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축소한듯. 일단 기본조건 룩1임.
예선전 따로 진행하고 방송은 32강부터 시작할듯
스트리머 지원 가능이니까 제발 센세...
지원해주세요 오늘 결전방송보고 쌌단말이에요
거북선인:랭크 쫌만 더올려서 지원해볼까 저번대회 꿀잼이었는데
-dowonein77:할때마다 수준 올라가서 이제 힘들듯ㅋ 프로 준비하는 애들이 나온다는데
-검방커신:저번에 나 나갔다가 예선에서 개털림ㅎ
노르드발닦개:센세가 이런데 나가겠냐고ㅋㅋ 방송도 툭 치고 빠지는데
-akekrkrksek43:올라가면 방송인지도 겁나 올라갈텐데 혹시 모르지
-노르드발닦개:그니까 방송인지도같은거 신경쓰는 사람이 방종하고 튀겠냐고
Nord11:감사합니다. 고려해볼게요.